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75)

기사입력 2015.10.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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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 다스리는 것은 병을 치료하는 것과 같다”

    張維의 治國猶治病論


    kni-web[한의신문] 張維(1587∼1638)는 호가 谿谷으로서 19세에 한성시에 장원급제하였다. 인조반정에 참여하여 이조판서로 예문관·홍문관 대제학을 겸직하였다. 1635년 병으로 벼슬을 사양하고 저술을 하여 『谿谷集』을 간행하였다. 그는 경전과 성리서는 물론이고 제자백가 및 도가·불가·의복(醫卜)·풍수·천문·지리 등에 두루 통달하였다고 한다.

    아래의 글은 그의 글을 모아 정리한 『谿谷集』에 나오는 ‘送全州府尹李昌期序’ 내용의 일부이다. 전주에 부윤으로 발령받아 내려가는 李昌期라는 인물에게 주는 글이다.
    “대저 국가란 우리의 몸과 같은 것이니, 백성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해서 어찌 우리 몸의 병을 다스리는 것과 다를 바가 있겠는가. 시험 삼아 우리 두 사람이 병들었던 것과 그 병을 다스린 방법을 가지고 살펴본다면 치도(治道)를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대체로 어떤 병이 병으로 나타났다고 할 때, 그 병은 증상이 나타난 그날에 걸린 것이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걸려 있었던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병이 발생하기 이전에 미리 다스려 둔다면 병은 원래 발붙일 자리가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단 병에 걸리고 난 다음에는 그 병이라는 것에 근본적인 원인과 지엽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니 만큼 내외(內外)를 분간하고 완급(緩急)을 살피면서 입에 맞는 음식과 보약 등으로 원기(元氣)를 북돋아 주고 약제(藥劑)와 침구(鍼灸) 등으로 병근(病根)을 공격한다면 합리적으로 치유할 수가 있을 것이다.

    요컨대 가장 좋은 것은 병이 나기 이전에 미리부터 다스리는 것이요, 그 다음은 합리적으로 병을 치유하는 것이라 하겠는데, 만약 병이 들고 난 뒤에 그 병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할 경우에는 그만 일찍 죽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우리들이 사전에 조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 병이 든 다음에야 다스리게 되었는데, 그런 까닭에 치유되는 것도 이처럼 어렵고 지지부진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조심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

    이제 창기가 그 지역을 다스릴 적에 참으로 근원을 맑게 하고 근본을 바르게 하며 자신을 바로잡아 타인의 모범이 되게 함으로써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노여워하지 않아도 위엄이 확립될 수 있게끔 한다면, 이는 비유컨대 병이 들기 전에 미리 다스리는 것과 같다 할 것이니, 이것이 최상의 다스림이라 하겠다.

    한편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어 선비의 취향이 한결 같이 되도록 하고 법금(法禁)을 엄하게 적용하여 호족과 교활한 자들을 제압하는 동시에 단정한 인사들을 추장(推奬)하고 고달픈 백성들을 어루만져 줌으로써 백성들은 위로를 받고 관리들은 두려워할 줄 알며 선비들은 나아갈 길을 깨닫게 한다면, 이는 비유컨대 병들었을 때 합리적으로 치료하는 것과 같다 할 것이니, 이는 버금가는 다스림이라 하겠다.

    그러나 만약 부서기회(簿書期會·1년의 회계(會計)를 장부에 기입해서 기일 안으로 조정에 보고하는 것)하는 일에나 좀스럽게 매달리고 미염(米鹽) 등 자질구레한 일에 신경을 뺏기면서 자그마한 술수를 부려 일을 처리하고 보잘 것 없는 은혜를 베풀어 민심을 얻으려고만 한다면, 이는 속리(俗吏)들이나 능사(能事)로 하는 일이니, 가장 하위(下位)의 다스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이 자신의 병을 다스렸던 것을 뒤돌아본다면 뭐가 잘못되고 뭐가 잘된 것인지를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사람의 몸을 가지고 나랏일을 살펴본다면 모든 일을 확대해서 유추(類推)해 나갈 수 있을 것인데, 이것이 바로 창기에게 바라는 바인 것이다.”(한국고전번역원·이상현 譯·1994를 따름)

    전주에 부윤으로 부임해 가는 이창기라는 인물에게 나라 다스리는 방법을 병을 다스리는 방법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이것은 張維 先生 자신이 의학에 조예가 깊었을 뿐 아니라 이 무렵 질병의 고통을 많이 받으면서 의학에 대한 하나의 견해를 만들어 나갔기 때문이다.

    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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