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73)

기사입력 2015.10.0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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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친 독서는 氣血 손상시켜 精神에 영향을 미친다”

    任靖周의 건강을 위한 독서론


    kni-web[한의신문] 雲湖 任靖周(1727∼1796)는 『雲湖集』3권의 ‘雜著’의 안에 ‘宿預錄’이라는 제목의 글을 적었다. ‘宿預錄’ 옆에 “癸巳甲午”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글은 1773년에 적은 것으로 보인다. 任靖周는 호가 雲湖이며, 아버지는 함흥판관 適이다. 1762년(영조 38) 사마시에 합격, 1772년 동몽교관에 제수, 翊衛司侍直을 거쳐 서연관으로 세손(世孫: 정조)을 보필하며 학문을 강론하였다. 평생 동안 爲己의 학문에 전심하여 居敬窮理와 存心養性에 힘썼다.
    아래에 ‘宿預錄’의 일부 내용을 번역한다.

    “讀書가 氣를 해되게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와 이치를 넉넉히 노닐어 완상하면서 찾아내어 깊이 빠져 들어가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다면 精神이 蘊畜되어 志氣가 기뻐하게 되기 때문일 따름이다. 만약 讀書를 주로 하여 많이 힘써서 얻는 것에 탐닉하여 법도를 살핌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즉 氣血이 耗損되어 精神이 시들어 고달프게 될 것이니 어찌 해가 없게 되겠는가. 저와 같이 한다면 氣에 유익하여 학문이 더욱 정진되며, 이와 같이 한다면 학문에 무익하여 氣가 날로 손상된다.

    臣의 지인 중에서 공부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죽을 때 폐인이 되었는데, 귀와 눈에부터 미친 경우가 많았다. 혹자는 心病을 發하여 怔忡恇懹의 증상이 되었고, 혹자는 氣虛를 이루어 잠을 못자 亡血의 증후가 되었으니, 가히 두려워하지 않을 것인가. 三更(11시∼1시)의 시간이 되도록 잠을 자지 않아서 血이 心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쌓여서 血이 손상되고 神이 손상됨에 이르러 이 때문에 온갖 病들이 번갈아가며 일어난다.

    2036-31-1臣이 이에 平生동안 病을 안고 사는 사람들을 잘 증험해서 알고 있다. 어린 시절에 독서를 탐해서 밤까지 한다면 精神이 줄어들어 병들게 되고 氣血이 마르게 되니, 혹 강한 사람이라 해도 매일 한다면 즉 마침내 병들어 넘어지게 된다. 이를 되돌려 곧바로 침상에서 쉬고 책을 버리고 따로 양생을 한다면 즉 神氣가 이에 회복될 것이다. 그러한 즉 사람이 氣血을 생겨나게 함에 비록 厚薄의 다름이 있다 하더라도 讀書를 과분하게 하여 생명을 손상시키는 것에 있어서는 같은 것이다. 이를 어찌 가히 내버려두고 지나갈 것인가. 더구나 凡事는 모두 中道가 있으니 과분하면 즉 害만 있고 이익은 없을 것이다. 원하건데 이를 깊이 생각할 것이라.

    (讀書無害於氣云者。指優游玩索浸灌義理之謂也。如此則精神蘊畜。志氣悅怡故耳。若讀書爲主。耽多務得。程督刻苦。則氣血耗損。精神凋瘁。安得無害乎。以彼則有益於氣而學益進。以此則無益於學而氣日損。臣於知舊間。以工夫刻苦而致終身癃廢者。耳目所及多矣。或發心病而爲怔忡恇懹之證。或成氣虛而爲失睡亡血之候。可不懼哉。過三更不睡則血不歸心。積而至於損血損神。則以之百病交作。臣是平生抱病者驗之熟矣。少時或貪讀書至夜分。則精神耗瘁。氣血枯燥。或強而連日。則遂至病頓。旋卽安寢捐書。另加怡養。則神氣乃復矣。然則人生氣血。雖有厚薄之不同。然讀書過分而有損於生則均矣。此豈可放過者乎。况凡事皆有中道。過分則有害而無益。願加軫念焉。)”(필자의 번역)

    위의 글은 몇 가지 면에서 의학적 원리와 통한다. 첫째, 독서를 심하게 하는 것을 病因으로 논하고 있다. 이것은 『東醫寶鑑』 眼門의 ‘讀書損目’의 논리와도 통한다. 둘째, 지나친 독서가 氣血을 손상시켜 精神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는데, 이것은 그의 主氣論的 자연관과도 통한다. 셋째, ‘過三更不睡則血不歸心’ 즉 “三更(11시∼1시)의 시간이 되도록 잠을 자지 않아서 血이 心으로 돌아가지 못하고”라고 하여 늦은 시간까지 독서하여 ‘血不歸心’하게 되는 것을 질병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東醫寶鑑』의 설명과 차이가 난다. 『東醫寶鑑』에서는 독서로 인해서 생겨난 眼病을 ‘肝勞’로 보아 ‘눈을 감아 조리하여 보호함(閉目調護)’을 권하고 있다.

    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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