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차원서 메르스 치료 위한 한·양의약 구분은 없어야 한다”

기사입력 2015.06.1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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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은 한의학회

    메르스 사태 해결에 한의사 소외 ‘유감’…정부 및 양의계, 부정적 태도의 전환 및 각성 필요
    근거 없는 건기식 등의 판매 급증 ‘우려’…전문적인 한의진료 따른 처방 등이 더 큰 도움줄 것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심지어 경제적인 위축을 우려할 정도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대규모 감염성질환이 사회에 심각한 위해를 끼친 전례는 적지 않다. 중세유럽을 공포에 떨게 한 페스트가 그러하고, 우리나라도 조선왕조실록 및 여러 서적에 수많은 역병이 기록되어 있다. 물론 감염성질환을 가벼이 여겨서도 안 되겠지만, 도에 지나친 사회 전체의 공포로 이어져서는 더욱 안될 일이다. 이를 위해서 MERS에 대해서 지금까지 알려진 공식적인 정보 및 과거 비슷한 유행질환 대응방법을 알아보고, 이를 참고하여 한의약계가 대응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현재까지 MERS에 대해 알려진 공식정보에 따르면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감염증이며, 발열·기침·호흡곤란이 주된 증상이지만 초기에는 감기 유사증상이나 소화기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기준으로 치료 현황을 살펴보면 MERS에 특정한 치료 및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며 임상증상을 완화하거나 지지요법이 대부분이다. 즉 대증치료가 최선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한의학계 역시 마찬가지로 MERS에 대한 특정적인 치료법은 확립되어 있지 않다.

    이에 2002년 중국과 홍콩을 강타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2009년 신종플루 유행시의 대응을 참고하면 효율적인 대응방안의 도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시 WHO는 SARS 치료에 한약을 사용하여 환자치료를 개선하고 임상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7개국 68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전문가회의를 소집하고 그 결과를 공식 보고서(SARS: Clinical trials on treatment using a combination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and western medicine, 2004년)로 정리하여 출간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SARS 치료에 한약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일부 보고에서는 한약이 양약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치료수단임을 확인하는 연구결과가 제출되었다. 구체적으로는 한약의 병용투여가 SA- RS의 임상증상을 안전하고 유효하게 개선함은 물론 사망률을 낮추고, 간장·신장 손상을 줄이며 질병으로부터의 회복을 촉진하며, 예방효과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치료비용도 한약치료가 양약치료에 비해 저렴하였다. 치료방법은 대체로 임상증상에 따라 초기-극성기-회복기로 나누어 변증시치를 시행하였는데, 주로 온병학의 관점에서 다양한 처방을 활용하였다.

    또한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 신종플루A(H1N1) 유행 때에는 한약만으로 신종플루에 대해서 임상적 효과를 확인하여 임상현장에서 활용한 예도 있다.

    MERS는 한의약적 관점에서는 외감열병, 온병(溫病) 중에서도 특히 풍온폐열병(風溫肺熱病)에 가장 근접한다. 학문적 입장에 따라서는 상한(傷寒)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추가적인 연구와 임상치료 실례를 통해 통일된 논의로 수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중국 보건당국에서는 ‘MERS 진료지침’을 통해 사범폐위증(邪犯肺衛證), 사열폐폐증(邪熱閉肺證), 정탈사함증(正脫邪陷證), 정허사련증(正虛邪戀證)으로 변증, 처방을 추천하고 있으나 아직 우리 한의약계의 근거논문이나 실제 치험례가 없는 상황에서 본 칼럼에서 특정 치료법이나 처방을 제시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그런데 한국의 한의학계는 MERS 사태에서 소외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회의 메르스 특위에도 의사·약사·간호사가 참여하고 있지만 인식 부족으로 한의사의 참여가 배제된 상태이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한의계의 진지한 학문적 접근과 실제적인 임상 참여의 길은 막힌 반면, 국민보건 위기상황을 틈타 개인의 영리를 취하고자 하는 일부 근거 없는 특정 한약처방 광고나 면역력 증강을 주장하는 건강기능식품의 판매 급증 소식이다. 면역기능 증진과 예방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적절하고 전문적인 한의진료에 따른 처방과 섭생으로 대비하면 정기(正氣)를 보존하여 감염 위험을 줄이고 설령 감염되어도 증상의 완화, 회복 촉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점에서 건강기능식품보다 한의약이 훨씬 효과적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개별 한의사, 또는 대부분 사립학교인 한의과대학과 한방병원이라는 민간 차원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한·양의약 공동 대처가 MERS, 나아가 감염성질환에 대한 한의약의 적극적 활용을 제대로 이루어내는 데에 바람직할 것이다. 가령 국립의료원 한방진료부나 국립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병원 등을 활용하여 임상 치료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의료당국과 양의학계의 부정적인 태도의 전환과 각성이 함께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한의과대학에는 외감병학교실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대두된다. 외감병의 문헌적·이론적 기초를 임상과 연계하여 수정·확충함으로써 현대적인 한의학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대학의 존재 의의가 아니겠는가.

    국가 비상사태를 당면하여, 한·양의약으로 나누어 소모적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을 위해 한·양의약 구분 없이 모든 치료 수단을 강구해 MERS 치료 및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의료인의 역할이다. 한의약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치료율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하며, 이를 위해 한의약계의 분발과 함께 관계당국의 전향적인 사고 전환과 제도적 보완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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