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은 해부학적 기초 없다’는 잘못된 편견 개선 시급 ‘한 목소리’
백유상 교수,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의학에서의 해부학 역사 설명 ‘눈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가 주최하고 대한한의학회(회장 김갑성)가 주관한 기획세미나가 14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해부학에 기반한 한의학의 발전-한의의료행위와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을 주제로 개최, 해부학을 통한 한의학의 발전 과정을 학문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상세히 설명해 ‘한의학에는 해부학적 원리’가 없다는 양의사들의 주장은 잘못됐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김필건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의학이나 서양의학이나 그 근본은 병을 치료하는 학문으로, 병리적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생리현상을 파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체의 구조를 알아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해부학’”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의학은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고, 한의학은 인체를 하나의 통일체로 인식한다’라는 한의학을 해부학적 기초에 근거한 학문이 아니라는 뉘앙스의 판결로 인해 지금까지도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함에 있어 반문명적인 제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이러한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에서부터 시작된 우리를 옥죄는 문제들을 전 한의계의 힘을 모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은 주제의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국민들에게 올바른 한의학적 정보와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한의학과 관련된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장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갑성 회장은 인사말에서 “첨단과학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의료기기들이 서양의학을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도록 견인했듯이, 의료기기의 한의학적 이용과 응용 역시 한의학의 현대화, 과학화 및 객관화를 통한 근거중심의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며 “오늘 이 자리는 한의학이 해부학적 지식과 자료를 통한 학문의 접근과 응용이 이뤄져 왔으며, 이를 통해 환자의 신체정보를 수립하고 진단과 치료에 응용해 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건강 증진 및 보건의료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의료인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KCD와 같은 현대의학적 질병 분류 명칭의 사용을 권장하는 정부의 방침에서도 보다 정확한 진단적 접근을 위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권장하고 활성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은 축사를 통해 “이제 한의학도 국가의 과학기술 및 의생명 분야의 로드맵에 맞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결정하는 전략과 정책, 기획이 필요한 때”라며 “오늘 이 자리가 향후 한의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결정하는데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밝은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도록 매진해 나가자”고 밝혔다.
이어진 세미나에서는 △한의학 속의 해부학(경희대 한의대 백유상 교수) △내경의 침자법에 대한 이해(동국대 한의대 이승덕 교수) △동의보감의 해부학에 대한 인식(경희대 한의대 김남일 교수)을 주제로 한 학술발표를 통해 경혈과 경락 부위의 침술, 뜸 치료와 추나요법 등 수천년간 이어져온 한의학적 치료방법이 해부학적 지식과 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한의학 고전에도 고도의 해부학 관련 내용이 상술돼 있음이 소개됐다.
특히 백유상 교수는 발표를 통해 고대로부터 근현대까지 각 시대의 한의계 상황 및 해부학 관련 교육·연구 자료를 제시한 것은 물론 현재 한의과대학에서 실시되고 있는 해부학 관련 교육커리큘럼까지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 백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한의학은 인체구조를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발전해 왔으며, 특히 해부학은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의학 안에서 꾸준히 발전하고 기초학문으로서 교육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학문적 근거에 의해 해부학은 당연히 한의학의 범주라고 할 수 있으며, ‘다양한 기기를 사용해 인체구조를 확인하는 행위 및 치료하는 행위 등’이라고 정의되는 해부학을 기반한 의료행위 역시 한의사의 의료행위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학에 해부학이 포함돼 있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을 한의학에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예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운을 뗀 이승덕 교수는 ‘황제내경·영추’의 관침편(官鍼篇)에 나오는 구침(九鍼)의 용도와 구자(九刺), 십이자(十二刺), 오자(五刺) 및 삼자법(三刺法)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외국의 학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침 시술을 ‘경혈에 호침을 놓는 행위’로만 편협하게 이해하고 있는데, 실제 침술에서는 경혈 이외에도 경외기혈이나 아시혈 등에도 시술하는 등 체표에 자극을 주는 모든 행위를 침술이라고 정의해야 한다”며 “또한 침 시술을 침을 놓는 부위나 깊이 등에 따라 皮(skin)·脈(Blood Vessel)·肌肉(Muscle)·筋(Tendon/Ligament)·骨(Joint capsule) 등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시술하고 있음을 관침편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남일 교수는 “일제강점기 시절 한의학이 살아남기 위해 서양의학과 다르다는 부분을 강조한 것이 현재까지 이어져 한의학에는 해부학이 없다는 등의 잘못된 편견이 지속되고 있는 듯하다”며 “실제 지난 2009년 의서로서는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동의보감’ 중 외형편에서는 이러한 해부학적 접근을 엿볼 수 있다”고 밝히며, 형기론(形氣論)적 입장에서 바라본 동의보감의 해부학적 지식 활용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과거 김정제 교수는 동의보감에 대해 ‘내경편은 생리학, 외형편은 해부학, 잡병편은 병리학, 탕액편은 본초학, 침구편은 침구학으로 구성돼 있어 동의보감만 본다면 동서의학을 다 절충해서 임상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키도 했다”며 “이렇듯 동의보감에 설명된 해부학적 내용들을 국내는 물론 외국학자들에게 적극 알려나간다면 ‘한의학에는 해부학이 없다’는 잘못된 편견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키도 했다.
한편 학술 발표에 이어 손인철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장을 좌장으로 △대한한의사협회 김지호 홍보이사 △대한한의학회 신길조 부회장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강연석 기획이사가 참여한 종합토론이 진행돼 한의학이 해부학적 지식과 자료를 기초로 학문의 접근과 발전이 이뤄져 왔던 만큼 이를 근거로 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당연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련기사 6~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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