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 지상파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불충분한 근거로 사실을 호도하려던 양의계 토론자의 태도가 구설에 올랐다.
지난 7일 KBS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KBS 공감토론’에서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논란, 쟁점과 해법은?’이란 주제로 한양의계를 대표한 각 직역 전문가들의 팽팽한 설전이 이어졌다.
논란이 된 부분은 의협을 대표해 출연한 조정훈 토론자가 “의협에서도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과 관련해 로펌에 한의협과 똑같이 질의했다”고 밝힌 부분. 해당 로펌에서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이 의료법의 하위법령이고, 이미 의료법에 근거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서 볼 때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쓰는 것은 불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
조정훈 토론자는 “따라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 관리자에는 한의사가 들어갈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이 규칙만 고치면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쓸 수 있는 것처럼 오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자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발언에 대해 사회자가 “(대한한의사협회와) 같은 로펌인지 (다른 로펌인지) 확인해봐야겠다”며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다른 결론을 내린 건지, 설마 다른 로펌이겠죠?”라고 묻자 조정훈 출연자는 “로펌을 떠나서”라고 말을 흐리며 끝내 출처를 공개하지 못했다.
조정훈 토론자가 주장한 로펌의 이 같은 자문내용은 대한한의사협회가 지난 1월, 국내 유명 로펌 5곳으로 실제 받은 답변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의협은 당시 법무법인 5곳의 국내 대형 로펌에 의료법 제37조에 근거하여 제정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보건복지부령)’ 제10조 제1항과 [별표 6]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에서 한의원·한의사가 누락돼 있어, 이를 개정해 한의원·한의사를 추가하는 것이 의료법과 판례 등에 부합하지 않는지,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발생장치(엑스레이)를 사용하는 것에 법률상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문의했다.
이에 대해 5곳의 대형 로펌 모두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과 관련하여 의료법 등 법률개정은 불필요하며, 보건복지부령으로 되어 있는 관련 규칙의 조항만 개정하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놨으며, 대한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자문결과를 지난 2월 1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배포하고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바 있다.
따라서 토론 프로그램 출연자는 한의협의 이러한 법적 자문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실제로 하지도 받지도 않은 로펌의 자문 결과를 들고 나온 게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근거도 없이 권위에 의존한 주장은 본질을 호도할 뿐더러 시청자에게 잘못된 사실을 전달할 수 있어, 지상파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의 태도로서는 부적합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는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서 로펌 자문결과를 인용해 ‘한의사의 X-ray 사용이 보건복지부의 규칙개정으로 가능하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 밝힌 의협 측의 발언에 대해 정확한 출처와 내용 공개를 요청했다.
한의협은 “양의사를 대표해 국민들이 청취하는 지상파 방송에 참여한 출연자는 엄연한 공인으로서,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한다”며 “조정훈 토론자는 의사협회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과 관련해 해당 자문을 받은 로펌과 그 내용을 국민과 언론 앞에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의협은 “만일 의협이 방송에서 주장한 내용에 해당하는 로펌에 대한 자문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의협과 조정훈 토론자는 거짓말로 국민과 언론을 기만한 파렴치한 행위를 한 것으로 그에 상응하는 법적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부는 작년 말 민관합동 회의를 거쳐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포함한 규제기요틴 과제 153건에 대한 추진방안을 발표했는데, 올해 1월 세종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실장은 한의사가 엑스레이와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하려면 법률(의료법)의 개정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한의사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진단용방사선 장치를 설치·운영하는 주체는 의료인이 아니고, 설치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의료기관이며, 의료기관이란 의료법 제3조에서 의원, 한의원, 치과의원,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종합병원으로 명시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한의원·한방병원은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진단용방사선 장치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안전관리를 위하여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하여야 하며, 그 자격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법 제37조에서 위임한 보건복지부령에서의 [별표 6] 진단용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에 한의사는 누락되어 있는데 이것이 한의사가 진단용방사선장치를 사용할 수 없다는 유일한 법령근거이지만, 이것은 보건복지부령 별표6이 상위법인 의료법 제37조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매우 기형적인 체계이다.
모든 법령은 상위법이 우선이고, 하위법령을 상위법률에 근거가 없이 만들어도 안되고 상위법률을 제한한 수도 없다. 따라서 만일 이러한 하위법령이 있다면 당연히 하위법령을 개정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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