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학술적 근거 충분”

기사입력 2015.01.0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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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이 커다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발간된 ‘대한한의학회지’에 ‘한의학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활용한 장부 및 질병 관찰과 그 활용 근거’(상지대 한의과대학 내과학교실 백태현 교수)라는 제하의 논문이 발표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논문에서는 “解剖라는 용어는 BC 1세기경에 저술된 ‘黃帝內經·靈樞’의 經水篇에 ‘若夫八尺之士, 皮肉在此, 外可度量切循而得之, 其死可解剖而視之’라고 하여 ‘解剖’라는 용어가 최초로 기재되었으며, ‘黃帝內經ㆍ靈樞’ 腸胃篇, 平人絶穀篇, 經筋篇, 骨度篇, 脈度篇 등은 解剖學 전문편으로 인체의 五臟六腑 血脈 肌肉 筋 骨格 등의 位置 重量 體積 用量 長度 등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는 등 한의학에서 해부학은 한의학의 중요한 기초이론이 됨에도 불구하고 일부 법조계와 의료계에서 ‘한의학은 해부학을 근거로 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에 따라 현대과학의 산물인 영상진단기기의 사용에 한의사가 제약을 받고 있다”며 “특히 지난 ‘11년부터는 한의계에서도 현대의학적인 질병분류코드와 한의학적인 질병분류코드를 통합하는 내용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개정안(KCD-6)’을 활용해 현대의학적인 진단명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진단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진단기기를 일부 법조계와 의료계의 잘못된 인식과 제도적인 제한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황제내경서 있는 식도와 창자 비율 실제와 거의 일치

    이에 따라 논문에서는 한의서에 해부학적인 기술이 있는 서적 중 대표적인 서적인 황제내경, 난경, 의학입문, 의림개착, 동의보감 등 10가지를 선정해 해부학과 관련된 내용을 추출·분석했다. 논문 검색은 National Digital Science Links와 Korean Institute of Oriental Medicine에서 제공하는 OASIS, Korean studies Information Service system, 학술연구정보서비스의 RISS, 한국전통지식포탈 등의 검색엔진을 이용했으며, 검색기간은 검색엔진이 지원하는 개시일로부터 2014년 6월까지로 했고, 검색 키워드는 ‘한의학’ and ‘해부학’으로 하여 검색된 논문 중에서 해부학에 대해 상세히 연구된 내용을 추출·정리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사마천이 저술한 ‘史記’의 扁鵲倉公列傳에서 ‘…오장에 있는 수혈의 모양에 따라 피부를 가르고 살을 열어 막힌 맥을 통하게 하고 끊어진 힘줄을 잇고, 척수와 뇌수를 누르고, 고황과 격막을 바로 하고, 장과 위를 깨끗이 씻어내고 오장도 씻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전국시대 이전에 이미 인체를 해부학적인 지식을 근거로 수술을 시행한 의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해부’라는 명칭은 B.C 1세기경에 저술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서인 ‘黃帝內經ㆍ靈樞’ 經水篇에 최초로 기재돼 있는데, 여기에는 ‘보통 사람의 皮膚色脈은 그가 살았을 경우는 재어 보거나 손으로 만져서 가늠할 수 있고, 죽었을 경우는 해부를 통해서 관찰할 수 있다’고 기록돼 있으며, 또 ‘黃帝內經ㆍ靈樞’ 腸胃篇에서도 입에서부터 직장까지, 즉 소화기관의 길이·넓이·직경·용량·형태·위치 등을 해부학적으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식도와 腸道의 비율을 1:36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spalteholz가 저술한 인체해부도에서 제시된 식도와 창자의 비율 1:37과 거의 일치하고 있는 수준이다.

    또한 ‘黃帝內經ㆍ靈樞’ 癰疽篇에서는 古人들이 소화기에서 흡수되고 산포되는 영양물질이 모두 혈관계를 통해 운반됨을 말하며 혈관이 체내에서는 각 장기에 連接되고 체표에서는 전신각부에 분포된 정황을 관찰했다고 하고 있으며, ‘黃帝內經ㆍ素問’ 擧痛論篇에서는 혈액은 혈관 내에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순환한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1628년 영국인 윌리엄 하비가 혈액순환을 발견한 것에 비해 1700여년이나 앞선 것이다. 이밖에 ‘黃帝內經ㆍ素問’의 骨空論篇과 ‘黃帝內經ㆍ靈樞’의 經脈篇 經筋篇 등에서도 骨空과 經脈, 경근의 起始 및 分布에 관한 서술은 체표해부학에 관한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宋代 楊介의 ‘存眞圖’에는 직접 해부를 한 후 완성한 최초의 解剖圖가 완성이 되었고, 宋慈의 '세원록'은 해부학을 기초로 한 법의학서로 유명했는데, 이 책은 이후 5∼600년 동안 사용되었으며 심지어는 영어, 독일어, 불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돼 국제적으로 流傳되기도 했다.

    이후 金元時代 및 明代의 의학서에는 臟腑圖 등 인체의 圖譜가 다양하게 삽입돼 해부학적인 지식을 습득함에 있어 시각화를 통한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활용되었다. 이 가운데 ‘醫學入門’의 臟腑圖는 척추와 뇌를 갖추었고, 횡격막을 중심으로 상하로 장부를 위치시켰으며, 臟腑圖가 側身圖로 상반신을 온전히 묘사하면서도 그것을 바탕으로 전중 丹田까지 정확히 묘사하고 있는 점은 明代 이전의 장부도가 단순히 장기 위주로 묘사한 것과 비교할 때 커다란 변화였다.

    이어 淸代에는 實事求是를 이념으로 하는 고증학이 유행함에 따라 해부학에서도 실증을 통해 진일보하고 했다. 王淸任의 ‘醫林改錯’에서는 해부학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는데, 직접 해부를 실시해 古書의 착오를 교정하는 한편 과거에 의서에서 언급이 없었던 복대동맥, 복대정맥, 신동맥, 장골동맥, 기관, 기관지, 세기관지, 폐포, 유문괄약근, 총담관, 수정관, 장간막 등을 발견하는 등 해부학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동의보감’의 신형장부도 해부도의 중요성 강조

    우리나라에서는 허준이 ‘동의보감’에서 身形臟腑圖를 완성했는데, 해부도를 前面部에 배치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1910년 대한의원 부속학교에서 해부학 실습교육이 처음 실시된 것으로 보이며, 한의학에서 해부학 실습교육은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인 1953년에 서울한의과대학에서 피난시절 부산에서 처음으로 해부학실습을 했다는 당시 학생들의 口傳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1910년 시체해부를 시작한지 반세기가 지나 시체해부에 대한 법적 제도가 정비되었는데, 1962년 2월9일 대통령령으로 법률 제1021호 ‘시체해부보존법’이 제정되어 의과대학(치과대학 포함)에서는 교육과 연구를 목적으로 합법적으로 해부학실습을 할 수 있었지만 한의과대학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었다. 그러나 1995년 1월5일 ‘시체해부보존법’의 법률 개정을 통해 의과대학 및 치과대학뿐만이 아니라 한의과대학도 그 대상에 포함돼 과거 의과대학의 보조를 받아 수동적으로 이루어졌던 해부학 실습교육이 능동적이고 합법적으로 진행하게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한의과대학에서는 해부학 이론 및 실습을 포함해 연간 180∼270시간을 이수하고 있으며, 영상진단학 관련 과목도 연간 평균 60시간 이수하고 있다.

    특히 이 논문에서는 한의학 해부학의 근거를 밝히는 것 외에도 한의학 해부학을 기초로 한 영상장비 중 비침습적이고 방사선 피폭이 없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임상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결과도 함께 게재돼 있다.

    四診과 초음파 진단기기 함께 활용시 진단률 제고

    이를 위해 지난 2005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상지대 부속한방병원의 외래 및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천부(淺部) 조직 및 장기의 질환으로 瘀血 浮腫 血脈狹窄 鶴膝風 歷節風 痰核 乳癌 등, 심부(深部) 장기의 질환으로 積聚 脹滿 胃下 胃緩 便秘 泄瀉 排尿困難 등에 해당하는 환자 중 의무기록상 초음파 자료사진이 있고, 초음파 사진상 병변우위가 명료하게 분별되는 환자 29명을 대상으로 초음파진단기기에서 3.5MHz의 볼록 탐촉자 및 9MHz의 선형 탐촉자를 이용, 정상적인 천부와 심부의 조직이나 장기 및 비정상적인 천부와 심부의 조직이나 장기를 관찰했다.

    연구 결과 인체의 천부에 위치한 조직인 피부 피하지방층 근육층, 천부 장기인 갑상선 타액선 유방 등은 7.5∼10MHz, 심부에 위치한 내부 장기들은 3.5MHz 또는 5MHz 주파수의 초음파를 활용한 조직과 장기들의 정상과 비정상을 가리는 선별검사(screening test) 및 의심이 되거나 문제가 되는 부위의 정밀검사(diagnostic test)를 통해 조직 및 장기의 이상 여부 혹은 진단의 배제 및 이상부위의 병태를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어 임상에서 四診을 통해 수집한 자료에 초음파 자료를 合參하여 진단률 제고뿐만이 아니라 치료경과 관찰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뿐만 아니라 장기의 운동성 관찰 및 자침심도 결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논문에서는 “최근 눈부신 과학기술과 IT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해부학을 기초로 한 초음파 진단기기, CT, MRI, PET 등의 첨단 영상장비가 지속적으로 개발 및 발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특히 초음파 진단기기는 비침습적이고 방사선 피폭이 없고 임상현장에서 직접 시행할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어 장부의 기질적인 질환과 장부의 動的 변화상을 관찰하여 기능적 질환의 변증과 진단뿐만이 아니라 자침시 내부장기의 안정성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초음파진단기기는 물론 해부학을 기초로 한 영상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연구해 한의학의 객관화·과학화에 큰 발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2012년 상지대학교 교내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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