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급조절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1)
지난 9일 식품의약품안전청 국정감사에서 식품으로 수입된 한약재의 의약품 전용이 지적되면서 한약재 수급조절제도 문제(이하 수급조절제도)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산한약재의 생산기반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한약재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 마련된 수급조절제도가 불법적인 한약재 유통의 온상으로 전락해 생산자는 물론 한약업계의 골칫거리가 된 셈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수급조절제도,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그 해법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식품으로 수입... 의약품 한약재 둔갑
수급조절제도는 우루과이라운드의 영향으로 1988년 이후 농산물 수입이 개방되면서 한약재 수입도 자유화되자 국내 한약재 재배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당시 보건사회부와 농림수산부 협의 하에 부족한 물량만 수입을 허용하는 ‘수입한도량 제도’를 도입했으나 일부 업자들의 매점·매석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해지자 1993년 10월부터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산하에 관련부처와 생산자·공급자·소비자 단체를 망라한 ‘한약재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 수급 조절이 요구되는 품목 선정과 그 수입량 등을 결정하고 이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수급조절위원회는 정부 3인(보건복지가족부,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청), 유통소비단체 9인(대한한의사협회, 대한한방병원협회, 대한한약협회, 대한약사회, 대한한약사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한약제조협회, 한국한약도매협회, 한국제약협회), 생산단체 5인(농촌진흥청, 농협중앙회, 한국생약협회, 한국전통약용농산물 생산자 총연합회, 전국약용작물협의회) 등 총 17인으로 구성됐다.
수급조절품목은 1993년 ‘수입한약재의 수급조절에 관한 운영 지침’ 시행에 따라 수입추천품목(27품목)과 탄력운영품목(43 품목)으로 구분, 총 70품목을 조절했으나 1995년에는 한약재 품질 및 유통관리규정으로 통·폐합되면서 29종으로(반하, 자소엽 등 41품목 개방), 1997년에는 규제일몰제 시행으로 26종(지모, 패모, 길경 개방), 2001년에는 21종(강활, 방풍, 향부자 등 5품목 개방), 2004년 18종(창출, 적작약, 하수오 개방), 2006년 14종(두충, 독활, 백지, 백출 개방)으로 축소돼 현재 수급조절품목은 구기자, 당귀, 맥문동, 작약, 백수오, 산수유, 시호, 오미자, 지황, 천궁, 천마, 택사, 황금, 황기만 남아있는 상태다.
수급조절품목을 축소하게 된 것은 WTO, FTA 등 국제 무역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한약재에 대한 수급조절 등 일련의 보호시책이 한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입을 개방할 경우 국내 생산기반에 영향이 큰 품목은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해 경쟁력을 갖춘 후 점진적으로 수급조절품목에서 제외하고 국제경쟁력이 있거나 생산량이 적어 농가 피해가 미미한 품목은 연차적으로 제외시켜 간 것이다.
2005년 12월에 개최된 제4차 좋은한약공급추진위원회에서도 수급조절품목을 연차적으로 축소하되 장기적으로 폐지할 것을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한의약 육성발전 5개년 종합계획에서 연도별 감축계획을 수립, 수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생산자단체에서 돌연 거부하면서 2007년 이후부터는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수급조절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있다.
각 이해관계 단체가 자직능의 이익만을 내세워 타협점을 찾지 못해 적시에 한약재를 수급하지 못하는 사이 수급조절제도를 악용한 불법유통 사례가 늘고 있는 것.
농·임산물 수입이 자유화된 이후 식품원료로 무제한 수입이 가능해지면서 일부에서 수입 금지된 품목 중 시세차익이 많은 품목을 식품으로 수입해 의약품인 한약재로 전용하거나 국산으로 둔갑시켜 유통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천궁, 황금, 백수오다.
천궁은 2005년 이후부터, 황금은 2007년 이후, 백수오는 2007년 3톤을 들여온 이후 약용으로 수입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전통약용농산물생산자 총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황금과 백수오는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천궁은 올해 2월4일 기준으로 농가 보유량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약판매업자 자가 포장도 문제
그런데 올해 긴급수입조치가 있기 전인 9월 이전에 해당 품목 한약재들의 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지난해 백수오는 101톤, 천궁은 842톤, 황금은 233톤의 식품이 수입됐기 때문이다.
결국 식품이 의약품으로 유통된 것이다.
식약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으로 수입된 수급조절 대상품목은 총 161톤이었던 반면 식품은 5487톤으로 의약품의 무려 34배(2007년 8배)에 달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더구나 한약판매업소에서 제조대상품목을 제외한 수입한약재나 국산한약재를 품질검사 없이 자체 포장해 의약품 표시기재만 하면 규격품으로 유통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구조도 수급조절품목의 원산지 변조나 수입식품의 의약품 전용 또는 혼입을 방조하고 있다.
식품이 의약품으로 전용되는 것 자체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약재는 수입할 때마다 관능검사와 위해물질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하지만 식품은 최초 수입할 때만 위해물질검사를 실시하는 등 수입 통관절차 및 검사체계가 간단해 상대적으로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많이 본 뉴스
- 1 정부, 사업자용 간편인증 도입…홈택스 등 공공사이트에 적용
- 2 “지난해 케데헌 열풍, 올해는 K-MEX가 잇는다”
- 3 대마, 의약·산업 활용 입법 재개…기능성 성분 CBD 중심 재분류 추진
- 4 ’25년 직장가입자 건보료 연말정산…1035만명 추가 납부
- 5 중동전쟁 여파 의료용품 수급 대란···정부와 긴밀 대처
- 6 “추나요법, X-ray와 만나다”
- 7 ‘생맥산가감방’, 동맥경직도 유의 개선…“심혈관 신약화 가능성 시사”
- 8 홍승권 심평원장, 한의사협회 방문…소통의 장 마련
- 9 동국대 한의대 동문회, ‘초음파 활용 약침 1Day 실습 강의’ 성료
- 10 한의협 “8주 제한 대신 ‘범부처 협의체’로”…전면 재설계 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