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는 한약재 문제

기사입력 2008.04.1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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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계가 이번엔 숙지황 문제로 반짝 긴장하고 있다. ‘숙지황의 벤조피렌 검출사건’은 가뜩이나 어려운 한의계가 받을 상처와 한의학에 대한 대국민 불신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숙지황은 한방의료기관에서 보약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지황을 9번 찌고 9번 말려서 수치한다. 이번에 문제의 벤조피렌 검출 숙지황은 중국서 잘못 처리돼 들여온 건지황으로 만든 제품으로 알려진다. 제조업소나 제약회사에서 숙지황을 제조·건조시 급속한 열풍건조나 태우는 방법으로 벤조피렌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벤조피렌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환경오염 물질의 일종으로 기름을 600℃ 이상의 고온에서 가열해 조리하거나 가열할 때 자연 생성된다. 우리가 즐기는 삼겹살 등 고기를 굽거나 자동차 배기가스, 쓰레기 소각가스 등에서도 배출된다. 한국내분비 장애물질 2001 보고서에 따르면 갈비 바비큐의 벤조피렌 함량은 10.5ppb, 소시지 익힌 것은 12.5~18.8ppb이다.

    식약청의 벤조피렌 검출기준에는 올리브유, 옥수수유, 대두유, 참기름, 들기름 등 식용유지 경우 2ppb로 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한약재에 대한 별도의 기준은 없을 뿐 아니라 인체에 어느 정도 유해한지 알려진 바도 없다. 단지 공기, 매연, 담배연기로 폐에 흡착되었을 때 폐암 유발 등 유해성이 높다는 보고가 전부다.
    숙지황 벤조필렌 사건이 불거지자 최근 식약청이 새로운 시료에 대한 검사의뢰를 한 결과 국산 생건지황과 국산 숙지황에서는 벤조피렌이 0ppb으로 안전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국내산 생건지황과 숙지황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수입 건지황을 사용한 숙지황의 경우 국내 제조 14개 품목 중 13개 품목에서 2ppb 이하가 6종, 이상이 7종으로 조사됐다.

    한의협은 “이번 숙지황 문제는 한의사와 무관하며 한의원에서 사용되는 숙지황은 규격품이며 안전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혀줄 것”을 식약청에 요구하고, “원료 단계인 건지황에 대한 기준 및 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했다.

    방송 관계자와도 만나 숙지황 관련 자료와 시험검사 결과를 전달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동시에 회원들에게는 시중에서 식품으로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중국산 저질·불량 숙지황이나 식품이 의약품으로 전용된 한약재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감별에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이번 숙지황 문제도 약재 파동이 불거질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피해자만 있고 책임자가 없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관리감독 관청인 식약청은 ‘기준이 필요하면 기준을 설정할 것이고 제조공정에서 벤조피렌이 발생하지 않는 과정을 설정해 지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 했다.

    식품에서 의약품으로 전용된 숙지황 제조업체나 불량 한약재의 유통실태를 파악하고 감시·감독할 책임을 방기했다는 반성도 없다. 특히 저질한약재가 수입, 제조, 유통 되는 관리감독 및 유해물질(벤조피렌)에 대한 기준 조차 없는 상황을 ‘설정하겠다’는 말로 모면하려 하고 있다.

    한의계의 한 관계자는 “한약재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기관이나 공무원은 빠지고 늘상 피해는 소비자인 한의사의 몫”이라면서 “이번 숙지황 문제를 계기로 더 이상 재발되지 않도록 관련 책임자 처벌 등 강력한 대응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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