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서빙하는 한의사”

기사입력 2008.08.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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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원+친환경카페+건강문화교실…“문화 아우르는 한의학이 블루오션”

    한의원에 친환경카페와 건강문화교실이 더해진 이색 복합공간이 탄생해 화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티 테라피’. 한방 유 한방차를 개발한 이상재 원장이 아내(이은경)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제가 승부하고 싶은 탕약의 제형 변화는 약성이 살아있는 ‘차’였습니다. 또 탕약 일변도의 경영 구도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한의원이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한의원과 카페,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인사동의 전통찻집과 같은 형태라면 별다른 경쟁력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았는데 선입견은 이곳의 카페 문을 들어서는 순간 확 바뀌었다.
    오월의 햇살을 연상시키는 듯한 화사한 조명이 친환경 나무소재의 벽과 테이블들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쪽 벽면 아래에는 족욕 시설도 갖춰 발을 담그고 여유롭게 한 잔의 차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했다.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카페와 이어진 한의원은 차와 건강을 공부할 수 있는 강의실과 고객이 처방받은 한약재를 직접 구경하고 한약 시음도 할 수 있는 테이블 바와 아담한 진료실로 구성돼 있었다.

    처방약재를 환자에게 공개한다는게 신기했다. 이 원장은 “만연된 한약 불신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투명성이라고 생각했다”며 “환자가 보는 앞에서 약재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처방도 하고 원한다면 탕전과정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료실 한 쪽에 설치한 침구베드를 제외하고 침구 실이 따로 없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었다. 이 원장은 “고심했던 부분인데 카페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침구실을 없애기로)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서빙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문을 연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도 한의사의 특별(?)서빙을 받기 위함이 아닐까.

    단골고객인 일본인 여성 아께미씨는 “한의사가 직접 차를 추천해주고 건강도 살펴주니까 믿음이 간다. 여기에 오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질 것 같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이곳에는 특히 일본인 관광객과 한국 거주 일본인들의 방문이 많았다. 이 원장에 따르면 대학에서 한·일관계사를 전공한 아내의 유창한 일본어 실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자랑이었다.

    손님이 카페에 들어서면 4체질을 컬러로 표현한 체질감별지도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정한다. 이어 컬러에 어울리는 맞춤 차(茶)를 메뉴판을 통해 고르면 이 원장이 직접 차를 끓일 약재를 가져와 서빙을 하면서 효능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또 스트레스 측정, 혈관노화 등 환자의 건강상태를 살펴 ‘나만의 차’를 처방하는 것도 이 곳의 특징이다.

    특히 하고초, 구기자, 백출, 황기 등 한약재가 그대로 차 재료에 쓰이는데 한약 특유의 쓰고 튀는 맛을 줄이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을 만들어냈다. 원기차, 온경차, 건위차, 향통차, 보신차. 감모차 등 체질에 따른 테라피 핫 티도 눈길을 끌었는데 이 원장이 다년간의 개발을 통해 얻어낸 노하우였다.

    그가 이처럼 탕약이 아닌 차(茶)를 고집하는 것은 ‘한의학의 블루오션’을 의료보다는 문화에서 찾는데 있었다. “오늘날 한의원들이 어려움에 처한 가장 큰 이유는 한의학이 의료로서의 자리매김에 실패한 것과 관련지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의료와 문화의 경계를 명확히 하지 못한 이유죠. 그런 점에서 저는 문화로서의 한방에서 더 큰 매력을 찾았고 한의사가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제가 추구하는 젊은 한의학입니다.”

    자신을 ‘건강문화디자이너’로 표시한 명함만 봐도 그가 얼마나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이런 취지를 이해한 동료 한의사들이 벌써부터 2호점을 내자고 성화다.

    수지타산이 궁금했다. “주말에 25명의 단체 예약을 받은 적이 있는데 차와 17만원 정도 나오더라고요. 그 순간 ‘보약한재 팔면 되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당장 눈앞의 이익을 쫓고 싶지 않았어요. 또 카페 매출은 한의원과 달리 크게 들쭉날쭉하지 않는다는 강점도 있거든요.”

    이 원장의 꿈은 ‘티 테라피’를 유명 브랜드로 키워내 대기업과 전 세계 곳곳에 지점을 내는 것이다. ‘내 몸에 맞춤 (한방)티’, 그가 처음으로 디자인한 한방 건강문화에 큰 박수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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