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협, 국민 선택권과 의료인 자율성 인정해야
건강보험 계약제의 개선방안 의료정책 포럼
대한의사협회가 또다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를 위해 열심히 불을 지폈지만 보건복지가족부의 확고한 현 당연지정제 유지 입장만 재확인함으로써 오히려 힘만 뺀 꼴이 됐다.
지난 3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의협 동아홀에서 ‘건강보험 계약제의 개선방안-당연지정제 및 수가계약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제23차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황선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강제적으로 보험제도의 틀 안에서만 의료행위를 하도록 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국민의 행복추구권, 요양기관의 평등권, 의료인의 직업 수행, 직업 선택, 학문의 자유, 재산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변호사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대해 이미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을 한 바 있지만 이 결정이 이뤄진지 5년 이상 경과한 현재 다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변화된 사회적 여건을 고려해 위헌결정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또한 요양급여비용 계약제는 대표자의 선정, 합의과정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들 문제점을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의료인 기본권 심각히 침해
김계현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건강보험 계약제는 계약을 통해 의료기관의 제도 참여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하고 의료인에게는 신기술과 의학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충족여건을 만들어줌으로써 국민에게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지 전국민 건강보험체계를 부정하거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 국민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보다 충분하며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향유할 권리가 보장돼야 함에도 현 제도는 이러한 선택권을 제한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해 전체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며 계약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김 연구원은 지난 4월 11일부터 15일까지 전화면접법으로 의사 1002명과 일반인 1024명을 대상으로한 인식조사 결과도 소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의료인 67.3%가 계약제 도입의 필요성에 동의했으며 계약 당사자는 의료인 단체가 돼야 한다가 64.5%, 개별의료기관이 31.6%로 나타났다.
일반인의 경우 고급의료서비스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79.1%였으며 계약제 도입시 비계약 의료기관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2.5%,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74.5%로 집계됐다.
김 연구원이 제시한 건강보험 계약제 모형안을 살펴보면 의료기관을 국공립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으로 구분하고 국공립의료기관은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고 민간의료기관은 선택에 따라 요양기관(보험제도의 적용을 받아 보험진료 수행) 또는 일반의료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한다.
요양기관 참여여부 판단 주체는 개별 의료기관이 되며 개별기관의 신청에 의해 계약당사자의 지위를 위임받은 공급자 단체가 계약의 당사자가 돼 단체계약을 진행하게 된다.
계약시 건강보험제도 및 요양급여 전반에 대한 내용도 계약하게 되는데 요양급여 범위와 기준, 상대가치점수 및 환산지수, 심사 및 평가기준, 진료비 지불방법 등이 포함된다.
계약 기간은 1년으로 하며 제도 시행 첫해 요양기관 편입계약과 건강보험 내용계약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후 건강보험 내용에 대한 계약은 매년 갱신하되 요양기관 편입에 대한 계약은 장기로 할 수 있으며 요양기관 편입계약의 경우에는 계약 취소 요구가 없을 경우 자동으로 승계하도록 한다.
계약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협의체 및 단계별 협의기구 설립이 중요한데 계약전 협의체와 중재조정기구, 상설협의체를 신설하고 계약 결렬시에는 계약 당사자들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의사결정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독립적인 중재기구가 중재에 나서게 된다.
정부, 당연지정제 지속 유지
계약만료일까지 계약이 성립되지 못하면 전년대비 의료물가지수 또는 중앙회의 권고수가를 우선 적용하는 모형이다.
그러나 토론에 나선 이영찬 보건복지가족부 건강보험정책관은 그동안 정부가 밝힌 바와 같이 당연지정제 폐지를 검토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정책관은 “당연지정제를 폐지할 경우 일등국민과 이등국민으로 분리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국민들 또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단순히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건보제도 자체를 다른 형태로 바꾸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기반을 닦는 교두보로서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정책관은 “건보제도가 없었다면 의료인들이 오전에는 진료하고 오후에는 빚을 받으러 다녀야할 정도로 현 건보제도는 적어도 진료비를 안정적으로 지급하고 있어 국민뿐 아니라 의료인도 많은 이득을 보고 있는데 왜 건보를 빼자고 얘기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정책관은 “정부는 현재 건보제도 형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보완해가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연지정제 완화나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할 필요가 없으며 이러한 논의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사공진 한약재 경제학 교수는 “복지부에서 현 당연지정제 유지방침을 밝혀 김은 빠졌지만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며 “국민들은 당연지정제 폐지되면 건보에서 국민들이 배제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 영화 ‘식코’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괴담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건보와 민영보험 조화 필요
따라서 사 교수는 “정부가 국민들 설득할 때 계약 통해 의료의 질이 담보된 의료기관만 계약해 보다 질적 제고를 통해 안전성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철수 대한의사협회 보험부회장은 “당연지정제는 강제라는 비민주적인 틀을 당연시한 제도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 보니 모든 보험제도에서 강제적 규제가 일상화되고 행정편의주의적 강제·강요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틀 안에서는 의료인이나 국민 모두가 피해자인 만큼 당연지정제 폐지를 통해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민주적 합리적 제도로 정립하자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 부회장은 또 “의료의 시장성 혹은 공공성 어느 하나만 강조하게 될 때 의료서비스는 왜곡된다”며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민간 보험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장기적으로 건보와 민영보험이 조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영건 포천중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재 유형별 수가계약 방식은 각 단체들이 서로 먼저 계약하려고 나서게끔 만들어 국민건강보험공단 입장에서 좋아진 것”이라며 “미국처럼 점수당 단가는 물가인상률, GDP상승률 등을 고려한 기본적인 룰(공식)을 정해 산출된 단가를 적용하고 공급자와 공단은 국민이 필요로하는 부분에 대해 ±할지를 계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많이 본 뉴스
- 1 정부, 사업자용 간편인증 도입…홈택스 등 공공사이트에 적용
- 2 “지난해 케데헌 열풍, 올해는 K-MEX가 잇는다”
- 3 대마, 의약·산업 활용 입법 재개…기능성 성분 CBD 중심 재분류 추진
- 4 중동전쟁 여파 의료용품 수급 대란···정부와 긴밀 대처
- 5 ’25년 직장가입자 건보료 연말정산…1035만명 추가 납부
- 6 “추나요법, X-ray와 만나다”
- 7 ‘생맥산가감방’, 동맥경직도 유의 개선…“심혈관 신약화 가능성 시사”
- 8 홍승권 심평원장, 한의사협회 방문…소통의 장 마련
- 9 의료제품 수급 대응, 의료인력 업무조정 등 주요 현안 논의
- 10 동국대 한의대 동문회, ‘초음파 활용 약침 1Day 실습 강의’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