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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서 시작되는 치유의 만남[한의신문]‘한방신경정신과 진료는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질까?’ ‘마음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를 한의사는 어떻게 이해하고 치료할까?’ 막연한 궁금증으로 M&L 힐링캠프에 참가 신청을 한 나는 약간의 떨림을 안고 익산으로 향했다. 캠프에서의 배움은 내가 생각했던 범위를 넘어섰다. 심리치료에 관한 지식을 얻은 물론, 나 자신도 위로받고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또한 예비 의료인으로서 앞으로 환자들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 대한 하나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배움과 치유, 성찰이 어우러진 깊고 넓은 시간이었다. 캠프는 크게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었으며, 각 파트에서는 교수님의 강의에 이어 조별 실습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주제는 ‘나의 리소스(Resource) 알아차리기’였다. 나를 지탱해온 성격과 기질, 사람과 장소, 기억과 경험 등을 적어보니,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삶의 장면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내가 자라온 환경, 나를 믿어준 사람, 힘든 시간을 버텨낸 기억 모두가 나의 리소스였다. 사람의 존재와 가능성을 따뜻하게 비춰주는 태도 우리는 평소 부족한 점과 해결해야 할 문제에는 쉽게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이미 자신 안에 존재하는 자원은 잘 바라보지 못한다. 실습을 통해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고, 내 안에도 어려움을 견디게 해준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같은 조가 된 동료들의 리소스를 들어보고 나의 리소스도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환자를 떠올리게 되었다. 치료자가 환자의 고통을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자신을 지탱해온 힘을 되짚고 안전함을 느끼도록 도울 수 있다면 치료의 든든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테다. 다음으로 ‘러빙 비잉네스(Loving Beingness)’ 실습에서는 상대가 말해주는 행복했던 경험에 귀 기울이고, 그 이야기 속에서 상대의 빛나는 점을 발견해 말해주는 활동을 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쉽게 판단하거나 조언하려 한다. 그러나 그 시간에는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고, 그 사람이 자신의 경험과 장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곁에 머물렀다. 나의 경우 막상 행복했던 일을 말하려니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바쁘게 학교생활을 하다가 방학을 맞아 휴식하는 요즘의 일상 자체가 행복하다고, 선풍기가 시원하게 돌아가는 거실에서 책 읽고 영화 보며 평화를 만끽하고 있다고 말하자, 조원들은 내가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능력이 좋고 묘사력이 남다르다고 해주었다. 쑥스러우면서도 마음 한편이 충만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처럼 내가 미처 잘 보지 못했던 장점을 누군가가 짚어주자, 그 말이 단순한 칭찬을 넘어 나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되었다. 치료적 관계도 이와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자가 환자 안의 강점을 알아보고 진심으로 전해줄 때, 환자는 자신을 이전과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러빙 비잉네스는 그 사람의 존재와 가능성을 따뜻하게 비춰주는 태도였다. 환자를 어떤 시선과 태도로 대할 것인가? ‘리소스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 실습에서는 동료의 안내를 따라 명상해보고, 반대로 직접 동료의 명상을 안내해보기도 했다. 명상을 안내할 때는 목소리의 속도와 높낮이, 문장 사이의 침묵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안내자가 조급해하면 상대도 충분히 자신의 감각에 머물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호흡을 가다듬고 안정된 상태로 말해야 동료도 차분하게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단전 명상과 Nourishment Brief therapy’는 앞선 실습에서 쌓인 온기와 안정감을 몸과 마음에 한층 깊이 스며들게 했다. 배꼽 아래 하복부 중앙에 주의를 두고 몸의 중심을 느껴보니, 흩어져 있던 마음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앉는 듯했다. 이어서 조원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며 위로가 되는 한 문장을 건넸다. 짧은 말이었지만 이름과 함께 들으니, 나라는 존재 전체를 향한 너른 위로로 다가왔다. 나 또한 동료의 이름을 불러주며 문장을 전했는데, 신기하게도 그 말이 동료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돌아오는 듯했다. 치유의 말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만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며, 치유의 시간은 서로의 마음이 함께 울리고 한결 부드러워지는 과정임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M&L 힐링캠프에서의 배움은 한방신경정신과 진료에 관한 이해를 넓혀주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의료인으로 살아가며 환자를 어떤 시선과 태도로 대할 것인가 하는 나의 오랜 고민에도 실마리를 주었다. 나는 환자를 따뜻하게 이해하고 그 삶을 존중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 시간에 쫓기거나 체력적으로 지치다 보면, 내가 지향해온 의료와 현실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 있겠다는 걱정이 있었다. 이번 캠프를 통해 환자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자세는 의지만으로 오래 지켜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먼저 자신의 몸을 살피고 그 안의 힘을 느끼며, 내면의 중심을 되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환자의 아픔에 휩쓸리거나 무뎌지지 않은 채 그 사람을 온전하게 대할 수 있다. 치료자가 자신을 살피는 일은 환자를 마주하는 일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자를 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바탕이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교수님께서 강의 중 읊어주신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구절처럼,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그가 맺어온 관계와 살아온 경험까지 함께 오는 일이다. 의료인이 짧은 시간 안에 그 모든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겠으나, 적어도 내 앞에 한 사람의 일생이 와 있다는 사실만은 잊지 않아야 한다. 이번 캠프가 남겨준 가장 큰 뜻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는 마음챙김과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러빙 비잉네스는 우리 안에 본래 존재하는 두 가지 힘이다. 이는 신경정신과 치료의 중요한 바탕이면서도, 모든 진료 영역에서 지녀야 할 소중한 태도이리라. 하루 동안 동료들과 나는 서로에게 방문객이었고, 동시에 서로를 맞아주는 사람이었다. 앞으로 사람을 만나고 환자를 대할 때마다 이날의 호흡과 눈빛, 다정한 침묵과 목소리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내 몸에서 출발해, 한 사람이 온다는 그 어마어마한 일을 기억하는 것, 이것이 이번 캠프가 남겨준 가장 큰 뜻이라 하겠다. ▢ 제5기 M&L 힐링캠프 개요 한국엠앤엘심리치료연구원은 2022년도부터 M&L 심리치료를 학부 때부터 배우고 익혔으면 하는 요청과 바램을 받아들여 한의대생 및 전공의, 공중보건의 대상의 캠프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대상 : 전국 한의과대학 및 한의학전문대학원 학부생, 전공의, 공중보건의 ▶일정 : 7월 4일 (AM 10시~PM 5시) ▶강사 : 강형원 원광대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김재효 원광대 경혈학 교수, 김락형 우석대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임정화 부산대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장소 : 원광대학교 60주년기념관 WON웰니스 센터 4층 XR스튜디오 ▶주최 : 한국엠앤엘심리치료연구원 ▶후원 : M&L심리치료학회, 원광대학교 WON웰니스 센터, 원광대학교 글로컬대학사업단 -
AI 시대, 한의학은 어디로 가는가남연경 박사(원광대학교 경혈학교실) [한의신문] 오늘날 AI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이어 현대인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기술로 자리 잡았다. 일상생활에서 생성형 AI한테 궁금한 것을 물어보거나 고민상담을 하는 것에서부터 실험실에서 데이터분석, 실험 설계 및 시뮬레이션, 신약 개발 후보 물질 탐색에 전문 AI를 활용하는 등 오늘날 AI는 다양한 분야에 맞춰서 분화되고 발전해 왔다. 실제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은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AI인 AlphaFold2를 개발한 3인이 수상했다. 이처럼 AI를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AI 시대에 한의계 또한 연구 결과와 임상 자료를 활용한 한의 전문 AI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경락경혈학회는 지난달 28일 광주에서 개최된 2026 전국한의학학술대회에서 ‘인공지능으로 더 스마트해지는 한의사: 연구개발에서 진료 지원까지’라는 주제 아래 연구‧산업‧교육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례에 대해 네 명의 전문가가 강연했다. 첫 번째 강연은 ‘침습형 레이저침 기술 기반 ICT 융합 침치료 시스템 개발과 경혈 추적 인공지능 기술 구현’이란 주제로 동신대학교 나창수 교수가 강연을 진행했다. 먼저 마이크로니들침과 침습형 레이저침의 개발 사례는 새로운 한의 의료기기 개발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 그 다음 경혈 위치 추적 인공지능 기술은 실시간으로 개인의 해부학적 지표를 분석하여 자세에 따라서 경혈 위치를 표시해주는 기술로 단순히 경혈 위치를 표시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AR과 햅틱 기술을 활용하여 경혈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를 보여줬다. 두 번째 강연은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상훈 박사가 ‘인공지능 한의사 개발을 위한 참조데이터 구축 및 합성데이터 생성 사례’라는 주제로 AI 한의사 개발을 위한 빅데이터 구축 연구를 소개했다. 이 박사는 기존의 한의 임상데이터를 활용한 빅데이터 구축을 어렵게 하는 오류요인을 짚으며 이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앞으로 AI 한의사 개발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논하였다. 특히, 데이터 수집 시 표준화된 정량 데이터의 수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 번째 강연은 ㈜7일 김현호 대표가 ‘진료기록에서 처방까지 함께 하는 한의학 AI 진료지원 시스템: Scriptary AI’라는 주제로, 학부 시절에 개발한 처방 데이터베이스인 INSAM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김 대표는 고전의서와 현대의 논문,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등 다양한 한의학 자료를 수집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개발된 한의 전문 AI Scriptary를 소개했다. Scriptary AI는 한의 진료기관과 한의대 교육 현장 모두 활용 가능한 AI로 임상의는 Scriptary에 환자를 문진한 내용을 입력해 진료 차트를 구조화하고 진단에 필요한 추가 검사 방법, 관련 경혈과 처방을 추천받아 진료 현장에 활용할 수 있다. 교수자나 학생은 실제 차트를 입력하고, 환자의 성격이나 특성을 추가하여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문진하는 것처럼 가상환자와 진료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 있다. 마지막 강연은 원광대학교 임정태 교수가 ‘교육자, 임상의, 연구자를 위한 숨은 보석: 한e캠퍼스・NCKM 120% 실전 활용기’라는 주제로 기존 한의 데이터 플랫폼을 통한 효율적인 임상 교육, 연구 설계에 대해 진행했다. 임 교수는 한의대 교육에서 임상 술기 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현황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에 맞춰 실습 교육에 한e캠퍼스를 활용한 사례를 보여줬다. 또한 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 한약실험정보관리시스템, 한의약진흥원을 활용해 연구 데이터 수집, 연구 설계, 정책 트렌드 등을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 임상의와 연구자가 기존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AI는 더 이상 한의학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가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한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사가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이다. 이번 경락경혈학회 세션은 연구개발과 임상, 교육 현장에서 AI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한의학이 AI 시대 속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한의계가 전통 의학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AI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해 나간다면, 한의학의 신뢰도와 경쟁력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폐암 환자 통합치료 적용을 위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및 경로 수립박소정 부산대한의학전문대학원/한방병원 부교수 <편집자주>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단장 이준혁)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질환에 대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발간하고 있으며, 각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전자파일 및 홍보용 리플릿, 인포그래픽 이미지 파일 등을 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사이트(www.nikom.or.kr/nckm)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본란에서는 각 지침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의 기고문을 소개하고자 하며, 이번 주 소개작은 ‘폐암 한의임상진료지침’ 개발에 참여한 부산대한의학전문대학원/한방병원 박소정 부교수의 기고이다. 부산대학교 한방병원 박소정 부교수 연구팀(대한암한의학회·대한한방내과학회 공동연구)은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및 표준임상경로’를 개발했다. 본 지침은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통합치료를 체계화해 임상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표준화된 치료 기준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폐암 국내 암 사망률 1위…통합치료 전략 필요성 제기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주요 암종으로, 최근 국가암등록통계(2022)에 따르면 연간 3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며 전체 암의 약 11%를 차지한다. 사망/발생비 또한 약 60% 수준으로 예후가 불량한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생존율 향상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의 삶의 질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기존 표준치료를 보완할 수 있는 통합치료 전략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한의치료 병행 시 치료 효과, 삶의 질 등 향상 본 지침은 기존 임상연구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을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한의치료 병행 시 생존기간 연장, 항암효과 증진, 무진행생존율 향상 등 치료 효과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또한 통증 완화, 호흡기능 개선, 면역력 증진 등 삶의 질 향상과 항암치료 관련 부작용 완화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침은 폐암 환자의 병기 및 치료 단계에 따라 ①수술 후 관리 단계②보조 항암요법 단계 ③완화항암요법 단계로 구분해 단계별 치료 목표와 권고안을 제시했다. 수술 후 단계에서는 폐기능 회복과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호흡도인요법 및 이침 치료를 권고했으며, 보조항암요법 단계에서는 항암효과 증진과 생존율 향상을 위해 한약 치료 병행을 제시했다. 완화항암요법 단계에서는 한약, 침, 뜸 등의 복합치료를 통해 증상 완화, 항암효과 유지 및 삶의 질 개선을 도모하도록 구성했다. 또한 본 지침은 임상 적용성을 높이기 위해 권고등급 및 근거수준을 함께 제시하고, 각 치료별 임상적 고려사항과 평가도구를 포함했다. 항암효과 평가는 RECIST 기준을 활용하고, 삶의 질 평가는 CLQ-C30, KPS 등 표준화된 평가도구를 적용하도록 제시함으로써 객관성과 재현성을 확보했다. ‘폐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통합의학적 접근 근거 제시 폐암은 생존율 개선과 더불어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삶의 질 관리가 매우 중요한 질환인 만큼 이번 지침은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병용치료를 근거 기반으로 체계화해 임상 현장에서 안전하고 일관된 통합치료 적용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ASCO-SIO, MASCC 등 국제 학계에서도 통합암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근거 기반 통합치료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한편 본 지침은 최근 임상에서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면역항암제와 한의치료 병용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관련 권고를 포함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또한 한약 처방의 다양성에 따른 연구 간 이질성 역시 향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제시됐다. 이번 ‘폐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및 표준임상경로’는 폐암 환자 치료에서 통합의학적 접근의 근거를 제시하고, 임상의 치료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며, 향후 추가적인 임상 연구와 근거 축적을 통해 보다 정교한 통합치료 전략이 확립될 필요가 있다. -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전하는 임상치험례이광영 경희광영한의원장 여자 45세, 2025년 12월11일 내원. 【形】 돌출형 【色】 흑 【旣往歷】 난소 혹 제거 수술 이력 【生活歷】 업무가 많고 스트레스가 항상 많은 바쁜 생활, 피로 누적, 혈압 116/71 mmHg. 【症】 ① 피부: 여름부터 벌레 물린 듯한 두드러기가 허리와 겨드랑이에 발생. 2개월 전 머리, 목, 엉덩이, 팔로 확산되며 심한 가려움 동반. 처음엔 피부가 땅콩 들어있는 듯한 모양으로 빨갛고 많이 가려웠음. ② 가려움 양상: 식후 및 저녁이 되면 가려움이 심해져 불면증 유발. 환부가 뜨거워짐. 땀은 많지 않음. ③ 전신 및 눈: 피곤하거나 잠을 못 잘 때 우측 시야에서 반짝이는 빛이 보이고 눈부심 증상 발생. 생리 전 항상 현훈 발생. ④ 비뇨/통증/소화: 소변을 자주 보고 간혹 급할 때가 있음. 등 부위 통증, 소화 불량. ⑤ 병원 치료 경과: 11월 중순 증상 심화되어 11월28일부터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점점 심해지고 부어 12월3일 입원. 스테로이드 25mg 치료 시작 후 두드러기가 다리로 내려가며 퍼짐. 병원에서 3주 입원하라고 했는데 1주 입원하고 한국에 들어옴. 【治療 및 經過】 ① 12월11일: 도적산, 독활, 박하 처방. ② 12월19일: 몸의 피로감이 없어짐. 피부의 붉은색이 많이 없어지고 발진이 죽었으며 가려움증도 덜함. 스테로이드(10일 복용) 1주일 전 중단. 허리와 목이 결리고 아픔. 소화력은 괜찮음. 도적산, 독활, 박하 처방. ③ 2026년 1월2일: 가려움은 거의 없으나 음식에 따라 두드러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가렵다가 바로 괜찮아짐. 【參考文獻】 1. 도적탕(의종금감) 목통생지황 2돈, 생감초 1돈, 죽엽 20개 *구미: 구창보다 심하고 색이 붉고 아프며 심하면 목구멍까지 이어져 음식을 먹지 못하는데 초기에 도적탕을 복용해야 한다. *설감: 초기에 도적탕가 황련을 쓴다. *단독: 심화와 삼초의 풍사로 생긴다. 독이 가벼운 경우에는 도적탕에 박하잎 독활을 더하여 복용한다. -
유학 간 딸에게 이체한 1억 2천만원, 왜 세금이 더 나왔을까박진호 변호사 -한의사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 제마의 딸 제니는 캐나다로 3년간 유학을 떠났다. 제마는 딸이 유학 가 있는 동안 한의원을 성실히 운영하여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게 되었다. 제니가 떠난 지 2년째 되는 어느 날, 제마는 한의신문 칼럼에서 미성년 자녀에게 2천만원까지는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고, 하루라도 빨리 증여해야 10년 후에 다시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마는 제니의 국내 금융기관 계좌로 1억 2천만원을 송금하고, 직계비속에 대한 증여재산공제 2천만원을 적용하여 과세표준 1억원, 산출세액 1천만원으로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다. 그런데 수개월 후, 제마는 세금을 더 내라는 고지서를 받게 되었다. 이유가 무었일까? 세법상 ‘거주자’란 사람마다 국적이 있다. 이를 기준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소가 결정되고, 납세의무와 병역의 의무, 참정권 행사의 범위 등이 정해진다. 납세의무로 좁혀 보면, 대한민국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는 전세계소득에 대하여 과세를 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는 국내원천소득, 즉 대체로 대한민국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여겨지는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를 한다. 다른 나라들도 대체로 이와 비슷한 과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여기서 세법상 ‘국민’의 범주는 실제 국민의 범주보다 조금 넓다. 따라서 세법은 ‘국적’ 외에 ‘거주자’라는 개념을 따로 정하고 있다. 먼저 소득세법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居所)를 둔 개인을 거주자로, 그렇지 않은 개인을 비거주자로 구분한다. 여기서 주소는 주민등록상 주소가 아니라 가족관계, 직업, 자산 등 생활의 근거가 국내에 있는지를 종합하여 판단하는 개념이다. 실무에서는 1차적으로 1년에 183일 이상 국내에 머물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른바 ‘183일 룰’이다. 만약, 두 개 이상 나라에 생활의 근거가 있어, 내가 어떤 나라 거주자인지 알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OECD 모델조세협약은 ① 항구적 주거, ②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③ 일상적 거소, ④ 국적 순으로 거주지를 판단하도록 기준을 정해 두었고, 이 기준은 대체로 여러 나라의 조세조약에 반영이 되어 있다. 따라서 국경이동이 잦은 납세자라면 자신이 어떤 나라의 거주자인지 위 기준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이처럼, 어떤 나라의 거주자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개별 사실관계를 종합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유학생이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비거주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니처럼 3년의 장기 일정으로 출국하여 국내에 머무는 날이 거의 없고, 국내에 별도로 사업체 기타 경제적 기반이 분명하지 않다면, 출국 후 반년 이상이 지나면 비거주자로 판정될 가능성이 높다. 과세 구조 자체가 다른 비거주자에 대한 증여 비거주자에 대한 증여는 공제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과세체계부터 다르므로 이를 먼저 살펴보자. 수증자가 거주자인 경우, 국내외 모든 증여재산에 대해 수증자가 증여세를 낸다. 수증자가 비거주자이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으로는 국내에 있는 재산을 증여받은 경우에만 과세된다. 이 경우 증여재산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수증자가 비거주자라 하더라도 수증자에게 세금을 매긴다. 다만 수증자가 세금을 내지 못할 때 증여자에게 연대납세의무를 묻게 된다. 그렇다면 거주자가 국외에 있는 재산을 비거주자에게 증여하면 과세를 피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제35조)은 거주자가 비거주자에게 국외재산을 증여하는 경우 수증자가 아닌 증여자에게 증여세 납세의무를 지운다. 만약 제마가 캐나다에 있는 제마의 예금계좌에서 제니의 캐나다 현지 계좌로 송금했다면 국외재산의 증여에 해당하여, 납세의무자는 제니가 아니라 제마 본인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증여재산공제가 적용된다. 반면 증여자도 비거주자, 증여받는 자도 비거주자라면 국외재산의 증여에 대해 대한민국이 과세하지 않고, 국내재산 증여에 대해서면 과세를 한다. 즉 국외재산의 증여는 증여자가 거주자인지에 따라 과세 여부가 갈리는 셈이다. ‘거주자’에게 집중된 세제혜택 증여세 관련 증여재산공제(예컨대 직계비속에 대한 증여의 경우 수증자가 성년이면 5천만원, 미성년이면 2천만원)도 증여받는 사람, 즉 수증자가 거주자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예컨대, 서두의 사례에서 제니가 비거주자로 인정되는 경우 2천만원의 공제를 받을 수 없고, 과세표준은 1억원이 아니라 1억 2천만원이 된다. 이 경우 산출세액은 1,400만원(1억원까지 10%, 초과분 20%)으로, 제마가 신고한 1천만원보다 400만원이 많다. 여기에 신고·납부를 적게 한 데 따른 가산세까지 붙는다. 이것이 바로 제마가 고지서를 받은 이유이다. 증여 외에 유상거래까지 범위를 넓혀 보아도, 우리 세법은 공제·감면 등 주요 세제혜택을 설계할 때 거주자를 우대하고 있다. 중요한 것 위주로 몇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부동산 양도소득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감면제도 가운데 하나인 1세대 1주택 비과세 제도는 양도일 현재 거주자에게만 적용된다. 세법에서 말하는 ‘1세대’가 “거주자 및 그 배우자가 그들과 같은 주소·거소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1세대 1주택자에게 주어지는 최대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또한 거주자에게만 적용된다. (비거주자는 30%한도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적용받을 수 있다. 다만 조정지역에서 2주택자인 경우에는 양도 당시의 규정을 재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12억 원 이하의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적용받고자 하는 경우, 혹은 12억 원 초과 주택으로서 12억 원 이하 부분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의 비과세와 함께 그 초과 부분의 양도차익에 대하여 거주·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80%에 달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고자 한다면, 양도 전 자신이 거주자인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둘째, 종합소득세의 인적공제와 각종 특별공제·세액공제도 납세자가 거주자임을 전제로 주는 혜택이다. 비거주자는 본인에 대한 기본공제 등 일부만 적용받을 수 있다. 셋째, 상속세에서도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이면 기초공제 2억원만 적용될 뿐 배우자상속공제나 일괄공제 5억원 같은 공제를 받을 수 없다. 비거주자에게 돈을 줄 때는 원천징수의무가 있는지 살펴야 거주자가 비거주자 사이의 유상 거래에서 한 가지 꼭 기억할 것이 더 있다. 비거주자에게 돈을 줄 때 원천징수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는 비거주자나 외국법인에게 국내에서 과세되는 소득, 즉 국내원천소득을 지급하는 자는 그 지급액에서 세금을 미리 떼어 국가에 납부할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과세관청이 해외에 있는 비거주자나 외국법인을 찾아가 과세할 권한이 없다 보니, 국내에 소재하면서 세무조사와 추징, 체납처분이 가능한 ‘소득을 지급하는 자’에게 납세협력의무를 부여하여 징세사무를 대행하게 한 것이다. 만약 원천징수 없이 대금을 전부 지급해 버렸는데, 세무조사 과정에서 그 사실이 발각된 경우에는 소득을 지급한 국내 거주자나 내국법인은 원천징수하였어야 할 세금을 가산세와 함께 국가에 납부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세금은 본래 소득을 얻은 비거주자나 외국법인이 내어야 할 세금이었다. 따라서 비거주자·외국법인 대신 세금을 먼저 납부한 소득 지급자는 그 비거주자·외국법인에 대해 별도로 구상청구를 하여 납부세액만큼 보전을 받아야 한다(이 때 일반적으로 가산세 등 추가비용은 보전받을 수 없다). 상대방이 해외에 있는 이상 소송의 진행과 소송 결과에 따른 집행이 쉽지 않다는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따라서 한의원을 운영하며 해외 업체에 홈페이지 제작비나 광고료, 사용료를 지급하거나 해외 인력에게 용역대가를 지급할 일이 있다면, 송금하기 전에 원천징수 의무가 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세조약에 따라 세율이 낮아지거나 과세가 면제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상대방이 어느 나라의 거주자인지도 함께 살펴보고, 해당 조세조약에 따른 혜택도 최대한 적용받는 것이 좋겠다. 에필로그 제마는 자신이 증여의 ‘타이밍’을 간과했음을 깨달았다. 제니가 출국하기 전, 즉 아직 거주자일 때 2천만원을 먼저 증여했다면 미성년 직계비속 공제 2천만원이 적용되어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었다. 그 후 제니가 해외에 있는 동안 1억원을 추가로 증여했다면 이 1억 원에 대해서만 10%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증여세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같은 거래라 하더라도 납세자가 거주자인지 여부, 거래상대방이 거주자인지 여부에 따라 납세의무가 달라진다. 송금 버튼을 누르기 전에 ‘거주자’라는 세 글자를 먼저 떠올려 보면 좋겠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21)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이 의학계 전반에 깊숙이 들어오게 되면서, 한의학계 역시 새로운 도약과 함께 거대한 윤리적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일찍이 서양의학계가 ‘왓슨(Watson)’ 암 진단 시스템을 도입하며 한정된 정보에 의존한 진단의 오류와 신뢰도 위기를 경험했듯이 한의학 역시 AI 활용에 따른 윤리적 성찰인 ‘한의학 AI 윤리론’을 시급히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현실적이고도 윤리적인 문제는 지도학습을 정교하게 수행할 만한 양질의 한의학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AI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답지가 붙은 표준화된 데이터(지도학습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필자가 그간의 연구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한의계는 임상 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수많은 한의사들의 귀중한 치료 경험(醫案)과 경험 처방(經驗方) 등을 체계적·지속적으로 데이터화하는 작업이 매우 미진한 실정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데이터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학계 일각에서는 부족한 임상 데이터를 ‘생성형 데이터(합성 데이터)’로 대체하여 손쉽게 메우려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위험한 윤리적 맹점을 안고 있다. 현실의 임상 맥락이 거세된 채 가상으로 생성된 데이터에 의존할 경우, 존재하지 않는 증상을 만들어내거나 엉뚱한 처방을 유도하는 ‘환각 현상(Hallucination)’이 발생할 수 있다. 인공적인 임시방편에 눈을 돌리기 전에,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움직이는 ‘현실 임상’의 생생한 진료 기록을 표준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본질적인 작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근본 데이터의 한계는 필연적으로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정보의 왜곡으로 이어진다. 한정된 소수의 데이터만 비대칭적으로 AI에 학습된다면, 특정 체질이나 다빈도 질환 위주로 진단이 쏠리게 되고, 소수 환자군이나 희귀 질환에 대한 편견이 고착될 수 있다. 이는 한의학의 핵심 가치인 ‘辨證論治’와 ‘맞춤 의학’의 정신을 위협하며 의료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더욱이 지문, 홍채, 얼굴 안색, 체형 등 환자의 고유한 생체 정보를 중요시하는 한의학의 특성상, 데이터 수집과 학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및 생체 데이터의 누출 위험은 또 다른 윤리적 재앙이 될 수 있다. 철저한 보안과 주체적인 데이터 거버넌스가 확립되지 않는다면 환자의 가장 민감한 프라이버시가 기술의 편리함 뒤에서 침해당하는 일을 막을 수 없다. 전통적으로 한의학은 기술보다 의원의 도덕적 품성과 책임을 뜻하는 ‘醫道’와 ‘仁術’을 상위 가치로 두었다.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맞이한 지금, 우리는 현실 임상 데이터의 가치를 복원하고 그 주체적 활용을 ‘論’해야 한다. 인공적인 가상 데이터에 의존하기보다 실제 한의사들의 살아 있는 경험을 올바르게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철저히 보호하며 AI를 보조적 인술의 도구로 다스릴 때, 비로소 AI는 한의학의 외연을 넓히는 진정한 인술의 도구가 될 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한의학윤리론은 단순히 기술의 부작용을 막는 방어기제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한의학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미래 의학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주체적 선언’이어야 한다.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한의사 고유의 혜안과 임상 데이터의 가치를 올곧게 세울 때, 인공지능은 비로소 仁術을 돕는 보조자로서 제 자리를 찾을 것이다. 다가오는 미래, 溫故知新의 지혜로 기술과 醫道의 균형을 잡는 한의학계의 윤리적 결단과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어느새 일년의 절반이 지난 가운데 상반기 필자의 진료실에는 비염뿐만 아니라 비부비동염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이번호에서는 임상에서 흔하지는 않다고 하는 접형동염 환자의 치험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33세 여자환자가 5월23일 한달간 지속되는 노란 콧물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4월20일경 중간고사를 준비하느라 밤을 새는 날이 이어지는 상태에서 감기에 걸렸고, 노란 콧물이 오른쪽에서만 나와 4월27일 인근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우측으로 부비동염이 왔으니 항생제를 복용하면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약 10일간 복용했다. 약을 다 복용하고 콧물이 줄어드는 듯하다 다시 우측으로 농성 비루가 나와 병원에 재방문했더니 항생제를 바꿔주었고, 다시 10일 넘게 복용 중인데 콧물의 양만 조금 줄고 여전히 코 뒤로 넘어가는 노란 콧물이 나와 걱정이 되는 중이라고 했다. 급성 부비동염은 적절한 치료를 했을 경우 대략 2주 내외로 호전이 되는 질환이다. 이 환자의 경우 약을 복용했고, 5월은 시험도 없어 피곤함이 심하지도 않았으며, 코 세척 및 다른 생활 관리도 잘 해온 것으로 보여 문제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임상에서 흔한 상악동염, 전두동염, 사골동염(전부·중간부)의 경우 비루가 중비도로 흘러나온다. 특히 중비갑개와 비측벽 사이에 한 줄 농이 보이면 객관적 내시경 소견을 만족하고 전두동염은 약간 중비갑개 위 쪽에서 흘러나오거나, 사골동염의 경우 중비갑개 비중격쪽 측면을 감싸듯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이 환자의 경우에는 측벽과 중비갑개 사이가 아닌, 비중격과 중비갑개 사이를 중심으로 중비갑개 상단에서 후비공까지 죽 이어지는 비루 즉, 중비도가 아닌 상비도를 따라 내려오는 모습으로 보였다. 이는 ‘접형동염의 경우 상비도에서 내려오는 분비물이 후열을 따라 내려온다’는 교과서적인 표현이 딱 맞는 모습으로, 접형동염이여서 호전이 조금 어려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CT 촬영을 통해 확인해보니, 예상대로 접형동과 인접한 후부 사골동에 우측으로만 농이 차있었다. 접형동의 개구부는 접형동의 앞쪽 벽면, 후비공의 위쪽 가장자리를 기준으로 위쪽으로 약 12mm 위에 위치하고, 너비는 평균 5.6mm 내외로 좁아 배농이 쉽지 않고 시일이 가면 만성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접형동은 해부학적인 위치상 뇌와 수막, 시신경, 해면 정맥동, 뇌신경 등과 인접해 있어 여러 뇌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만성화가 될 경우 여러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어 가능한 치료가 조기에 마무리돼야 한다. 이런 이유로 발생 한 달이 넘어가는 시기여서 치료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였다. 먼저 배농을 위해 형개연교탕과 오령산을 같이 복용하도록 했고, 치료실에서는 침 치료, 증기치료, 약침 치료 등을 시행했다. 추가로 환자에게 점막의 부종을 완화시키기 위해 안면부에 차가운 기운이 닿지 않도록 세수할 때 조심하고 시간이 나면 코를 중심으로 온습포를 할 것을 설명했다. 침 치료와 증기 치료로 점막 부종이 완화될 것이 예상되는 시기에 진료실에 다시 들러 석션을 충분히 해주어 물리적인 배농도 최대한 많이 되도록 했다. 5월23일과 5월25일 2회 치료 후 5월28일부터 농성 콧물이 거의 없어졌고, 6월3일 4회차 치료에는 내시경으로 보아도 비인두에 후비루만 약간 남은 상태로 빠른 호전을 보였다. 접형동의 호전도를 보기 위해 한달 후인 6월24일에 다시 내원하도록 하여 재검한 결과 접형동과 후부 사골동이 깨끗해진 것을 확인했다. 다만 접형동염은 타 부비동의 침범시 보다 좀 더 진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점들이 있다. 첫째, 접형동염의 경우 콧물, 코막힘, 후비루 같은 비과적 증상이 없이 두통을 주 증상으로 호소하거나 복시 시력장애 같은 신경학적인 증상만을 가지고 오는 경우도 있다. 둘째, 대부분은 세균성이지만 약 30%에서 진균성 접형동염을 보여 치료가 더디다면 영상촬영을 통해 특징적인 석회화 소견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 환자의 경우에도 초기 내원시에서 한달 기간 동안 두통, 안피로감, 시력 변화 등 동반될 수 있는 신경학적 증상을 매번 확인했고, 다행히 환자는 농성비루와 후비루, 후각장애 등의 비과적 증상만 있어 추가 검사는 필요하지 않았다. 개구부가 막혀 배농이 안 되는 부비동염은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결국은 수술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은 적절한 한의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의 상황이다. 이번 치료사례와 지난 20회 기고에서 소개했듯이 초기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관리를 병행해 만성화 되기 전의 접형동염 치료는 한의 의료기관에서 잘 수행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임상례였다. -
국경을 넘어 마주한 통합돌봄과 한의학의 미래후쿠다 의원 방문: 상호 존중 속 피어난 학술 교류 이튿날인 6월4일, 진정한 학술 교류의 장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렌터카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전날의 일정이 행정과 정책 중심이었다면, 이날은 임상과 학술의 깊이를 나누는 자리였기에 또 다른 긴장감이 엄습했다. 후쿠다 원장님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소화기내과 전문의이자 소화기내시경 전문가이지만, 뜻한 바가 있어 동양의학에 심취해 현재 한의 치료를 융합해 진료하고 있다. 일본동양의학회 전문의 겸 지도의 자격을 보유한 권위자이기도 하다. 작년 1시간가량 화상 화면으로만 마주했던 그를 실제로 만난다는 사실에 심장이 뛰었다. 의원에 도착해 후쿠다 원장, 그리고 그의 오랜 지인인 스즈키 침구사, 쯔무라제약 관계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본격적인 원내 견학이 시작되었다. 동·서 의학을 융합한 진료실답게 X-ray실, 심전도 및 혈액검사 장비, 그리고 각종 예방접종 백신 등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었다. 이어 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아인 약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처방전을 발급하면 즉석에서 한약을 조제·탕전할 수 있는 전문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고, 진열대에는 양약과 한약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환자의 건강을 위해 두 의학의 경계를 허문 의료 시스템을 목도하며 만감이 교차했다. 하치오지시 관내에서 이처럼 한약을 직접 탕전하여 처방하는 의원은 후쿠다 의원이 유일하다는 설명에서, 의학을 대하는 그의 숭고한 진정성이 전해졌다. 그는 양약과 한약의 적응증을 명확히 구분하고, 때로는 병용 투여를 통해 시너지를 내는 임상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해주었다. 이어 동양의학적 진찰법인 복진(腹診)에 대한 지견 공유와 실습이 이어졌다. 필자는 한국에서 다빈도로 활용되는 호침, 도침, 약침 등을 선보였는데, 후쿠다 원장과 스즈키 침구사 모두 한국 한의학의 발전된 치료 도구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설 속에서 피어난 한국 한의학의 저력 스즈키 침구사는 “일본 국민의 약 5%만이 침구 치료를 받고 있어 저변 확대가 시급하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필자는 한국 한의학의 건강보험 보장성 현실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동시에 하치오지시 전체에서 탕전 시설을 갖춘 의원이 단 한 곳뿐이라는 현실은, 현대사회에서 한의학이 처한 좌표를 냉정하게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탕전약과 침치료가 분절된 일본의 제도적 한계와 달리, 한국은 제도적 역경 속에서도 약침(藥鍼)이라는 독창적이고 강력한 치료 수단을 스스로 개척해냈다는 자부심이 차 올랐다. 약을 처방하는 의사와 침을 놓는 침구사로 이원화된 일본의 시스템에서는 결코 도출될 수 없는 고도의 치료 옵션이 바로 대한민국의 약침이다. 어쩌면 우리 한의학이 이룬 눈부신 성취는, 역설적이게도 수많은 불합리한 제도적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사투를 벌여온 과정에서 축적된 저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국에 놓인 롤파우치 형태의 약탕기를 보며 필자가 “저희한의원의 옛날 약탕기와 같아 향수가 느껴진다”고 하자, 후쿠다 원장은 반대로 일본 한방의 척박한 현실에 대한 고민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수요 부족으로 인해 약탕기 한 대 가격이 500만 원(50만 엔)을 호가한다는 일본의 현실, 그리고 이와 대조적으로 수많은 한의사가 보건의료의 한 축으로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한국의 한의학 생태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그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국경을 넘어 이어질 인연을 기대하며 이어진 만찬 자리는 양국의 경계를 허문 소통의 장이었다. 비싼 대학 등록금에 대한 넋두리부터, 국제 정서 불안으로 인한 주사기 등 필수의약품 수급난에 대한 동병상련, 양국의 의사회 조직 체계와 개원의로서 거주지 근처에서 겪는 소소한 불편함까지 다채로운 대화가 오갔다. 양국의 역사, 동년배로서의 자녀 교육 고민, 자동차와 주식에 이르기까지 깊은 공감대 속에 흘러간 시간은 오후 2시에 시작된 만남을 밤 9시가 넘어서야 마무리 짓게 했다.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귀국한 지 나흘 뒤,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후쿠다 원장이 오는 9월 중 필자의 한의원을 답방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해온 것이다. 일회성 방문에 그칠 줄 알았던 교류가 지속 가능한 학술적 연대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3박 4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필자가 얻은 확신은 결코 가볍지 않다. 대한민국 한의학은 여전히 국민 건강의 공고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열악한 환경이라는 모순 속에서 오히려 더 단단하게 진화해왔다는 사실이다. 이번 방문에서 얻은 혜안을 바탕으로, 시흥시 재택의료센터의 내실을 다지고 시흥형 통합돌봄 안에서 한의학이 고유의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걸음을 재촉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를 따뜻하게 맞아준 하치오지시 관계자들과 후쿠다 원장님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 -
“아프리카 생물자원, 한의학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한의신문]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고성규·이하 연구원)은 우간다 보건부 산하 천연물연구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양 국간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ABS)' 계약을 국내 최초로 체결했다. 이에 강영민 박사로부터 아프리카 전통 의약 자원에 주목한 이유를 들어봤다.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약용식물의 식물생리학 및 유전육종학 전공을 바탕으로 산림자원학박사를 취득해 한약자원 연구하는데 적용하고 있다. 현재 한약자원 표준원물생산 및 혁신가공포제 기술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이하 UST) 스쿨 한의융합과학 전공에서 교수로서 우간다, 인도네시아, 한국 대학원생을 지도하고 있다. Q. 최근 연구원과 우간다 보건부 산하 천연물연구소 간 체결한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ABS)’ 계약의 내용은? 연구원은 수년 전 우간다 보건부 천연물연구소(NCRI)와 MoU를 체결한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ABS센터의 지원을 받아 국내 최초로 한국-우간다 간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ABS)’ 계약을 완료했다. 이는 나고야의정서 체제 아래 생물주권 확보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거둔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국내 한약재의 상당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아프리카 자원은 공급망 다변화와 생물주권 방어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한의학의 새로운 원료로 주목해 현지 식물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국내 도입을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 현지에서 오랫동안 질병 치료에 사용돼 온 식물들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예로 아프리카벚나무(Prunus africana)는 전립선 비대증 및 전립선암 치료 효과가 알려져 있으나, 멸종위기종이라 관리가 중요하다. 천수근(악마의 발톱, Harpagophytum procumbens)은 관절염 치료제로 유명한 아프리카 자원으로, 국내 한약 자원 확장을 위해 연구 중인 대표적 사례다. 아스필리아 아프리카나 (Aspilia africana)는 당뇨, 말라리아, 암 치료에 전통적으로 쓰이는 식물로, 대량 증식법과 약리 작용을 분석하며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Q. 아프리카와 한국은 환경 등이 많이 다른데 아프리카를 중요하게 꼽은 이유는? 아프리카에서 우간다는 아프리카의 진주(The Pearl of Africa)라고 불린다. 특히 UST 한의학연구원스쿨의 졸업생들이 우간다에 있어 자원을 확보하고 정부부처에 대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 KOICA, KOPIA, KAPEX 같은 ODA사업을 통한 공동 연구 사례가 많아 그 사업 진행과 성과로 협업하고 있다. 한약재의 다변화 측면에서, 국내 한약재 550여 종 중 상당수를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 속에서, 아프리카 자원은 공급망 다변화의 핵심이다. 단순히 자원 확보에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의 민간요법을 한의학의 ‘기미(氣味) 이론’과 ‘포제(가공) 기술’이라는 플랫폼에 접목해 현대 약리학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의 생소한 약초를 표준화된 한약재로 편입시키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Q. 연구원의 ‘新 문익점 프로젝트’를 설명한다면? 개념화된 ‘新 문익점 프로젝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아프리카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한의학의 새로운 원료로 주목해 현지 식물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국내 도입을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약이 세계화 되고 개발도상국의 전통의약소재가 한국의 한의학과 결합해 서양 의약에서 해결하지 못한 대체 보완 의약의 꽃을 피우는 게 목표다. Glocal CAM(국내외적인: Global+Local 합성어, (CAM)=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은 국내뿐 아니라 온 세계가 함께 사용하는 전통의약의 경계확장이 비전이라 할 수 있다. Q. 연구원과 우간다 천연물연구소 간 ABS(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 계약과 이번 협력이 국내에 가져올 변화는? 아프리카 생물자원 연구가 한약 자원의 경계를 확장하고 국익을 증진할 소중한 기회임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우간다와의 ABS 계약을 필두로 우수한 아프리카 자원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활용하는 ‘新 문익점 프로젝트’가 한의학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Q. 해외 생물자원을 한약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해결할 과제와 정부·학계·산업계가 어떤 방향으로 협력해야 하는지. 첫째, 국산 대체 자원 개발(국산화) 및 국내 바이오-한의약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우리가 마주한 본질적인 과제는 ‘해외 우수 자원의 국내 토착화 및 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국내 약용작물 재배지가 변하고 있는 지금, 해외 유용 자원을 들여와 국내 환경에 맞게 순화·재배 기술을 개발하는 ‘포스트 나고야 시대의 국산화’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해외 자원의 국내 유입 및 재배 실증단지 조성 등 대규모 R&D 인프라를 전폭 지원해야 한다. 학계(연구원)는 국내 환경 적응성 검증과 함께, 성분 변이 여부를 추적하는 과학적 안전성 평가를 전담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계는 이렇게 검증된 토착화 자원을 계약 재배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고부가가치 한약 제제나 천연물 신약으로 개발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 둘째, 나고야의정서 등 국제 규제 대응과 국가 간 협력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해외 자원의 안정적인 수급과 국제적 규제(나고야의정서 등)의 선제적 대응'이다. 해외 자원은 현지 국가의 법제도 변화나 자원 보호 정책에 따라 수급이 불안정해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과학적 검증을 넘어, 합법적이고 지속 가능한 자원 확보 체계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지 국가와의 G2G(정부 간) 협력을 통해 법적·제도적 장벽을 낮추고, 자원 부국과의 공동 연구센터 설립을 지원해야 한다. 학계는 현지 자원의 유전체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표준화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하며, 산업계는 현지 자원 가공 인프라에 초기 투자를 진행해 상생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 삼각 편대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해외 생물자원이 안전한 한약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 32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최고의 의사는 약을 가장 적게 쓰는 의사다.” (The best doctor gives the least medicines.)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남긴 이 말은 현대 내과학이 태동하기도 전에 약물의 오남용을 경계한 선지자적 통찰이었다. “늘 피곤하고 아침에 손이 부어요. 가슴이 한 번씩 답답하고 두근거립니다. 마른기침을 자주 하고, 대변은 하루에 3~4번씩 보고 늘 무른 편입니다.” 65세 남성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는 대규모 조직을 이끄는 책임자였다. 옆에서 환자를 유심히 지켜보던 그의 지인이 최근 얼굴이 너무 붓고, 낯빛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고 크게 염려돼 한의과 의사의 진료를 한 번 받아보라 했다고 했다. 환자는 그 조언을 듣고 내원한 것이다. 환자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았다. 그는 조직의 책임자로서 항상 무거운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다. 그리고 다른 지역 출장과 외부 일정으로 인해 외식과 야식이 잦았으며, 늦은 밤 폭식도 많이 하고 있었다. 환자는 피곤함, 부종, 두근거림, 마른기침, 무른 변 증상 외에도 입이 자주 마르고 갈증이 심했고, 소변을 자주 보며, 밤에 잘 때 자주 깬다고 했다. 환자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주 5회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성분 분석(BIA)상 BMI 25.8 kg/㎡, 체지방률 25.4%의 과체중 상태였다(표 1). 만성 스트레스, 외식, 야식 및 폭식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 및 대사 불균형이 크게 의심됐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최근 1년 동안의 약물 사용 내용을 조회해 보았다. 환자는 적어도 1년 전부터 프로파페논과 페노피브레이트를 복용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두근거림이 지속되고, 가슴 답답함까지 나타나 내원 2주 전 양방 내과에서 진료받았다. 진료 후 메트포르민, 아토르바스타틴, 에제티미브 세 가지 약물이 추가돼 환자가 복용 중인 약물은 총 5가지로 늘어난 상태였다. 환자의 舌質은 淡紅하고 齒痕이 관찰되었으며, 舌苔는 白•厚•潤•粘했다. 脈象은 沈•細•滑 하면서 結脈이 관찰됐다. 이러한 진찰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便溏을 동반한 消渴 및 濕痰證으로 辨證할 수 있었다. 환자가 가진 질병의 내면을 더욱 정확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病名에 대한 진단도 이뤄져야 했다. 초진 당시 증상 완화를 위해 소청룡탕을 우선 일주일 처방하는 한편, 심장 표지자를 포함한 진단의학적 검사, 장기 연속 심전도(Holter) 검사 및 연속혈당측정검사(CGM)를 시행해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혈액 검사 결과, Troponin-I, CK-MB, NT-proBNP 등 심장 표지자 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크레아티닌 수치가 1.33 mg/dL까지 치솟아, 사구체여과율(eGFR) 59 mL/min/1.73m²로 만성신부전 3a기 단계에 진입해 있었다(표 1). 표 1. 화학약물 감약 및 포괄적 한의 치료에 따른 진단의학적 검사 및 체성분 변화 약물 재평가를 통한 감약 및 중단과 함께 약 3개월간 포괄적 한의 개입을 시행한 결과. 신장 기능(eGFR)이 만성신부전 3a기 수준에서 의미 있게 개선되었으며, 당화혈색소 안정화와 함께 근손실 없는 체지방 중심의 대사 회복이 객관적 지표를 통해 확인됨. 당화혈색소는 5.9%로 당뇨병 전단계(Prediabetes)였으며, CGM 검사에서는 잦은 외식 및 야식으로 인해 심한 혈당 변동성이 관찰됐다(그림 1). 그림 1. 치료 전 1주일간의 외래 혈당 프로필(AGP) 대사 불균형 환자의 치료 전 연속혈당측정 결과. 환자의 혈당 중앙값이 대사 회복을 위한 엄격한 목표 구간(70~130 mg/dL)을 빈번하게 이탈하며 심한 변동성을 보임. AGP, ambulatory glucose profile; IQR, interquartile range; Avg, average. Holter 검사에서는 3연발 심방조기수축(PAC triplet)과 최고 심박수 158 bpm에 달하는 비지속성 심방빈맥(NSAT 4 beats)이 포착됐다(그림 2). 그림 2. 치료 전 장기 연속 심전도(Holter) 검사에서 관찰된 심방성 부정맥 파형 가슴 두근거림을 호소하는 환자의 심전도 기록. 대사 불균형 상태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난 (A) 3연발 심방조기수축(PAC triplet) 및 (B) 최고 심박수 158 bpm에 달하는 4회 연발의 비지속성 심방빈맥(NSAT 4 beats) 소견을 나타냄. Holter, Holter electrocardiogram; SVE, supraventricular event; PAC, premature atrial complex; NSAT, non-sustained atrial tachycardia; HR, heart rate. 결과적으로 환자의 상태는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과 생활 습관으로 인해 심한 혈당 변동성, 대사 불균형 및 수분대사 이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만성 피로와 부종, 두근거림, 마른기침, 장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활 습관에 대한 근본적인 개입 없이 약물이 추가되는 동안, 환자의 신장 기능 저하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환자의 대사 상태와 신기능 평가 결과를 종합적으로 설명한 뒤 환자의 동의를 얻어 프로파페논은 급격한 중단에 따른 위험성을 고려하여 4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감량했고, 나머지 약물은 적응증과 위험-편익을 재평가하여 우선 감약했다. 이와 함께 停滯된 水濕을 제거하는 五苓散에 宣肺平喘의 효과가 있는 桑白皮, 麻黃, 石膏 등의 약재를 加味하여 약 3개월간 투여했다. 치료 동안 환자에게 식후 혈당 급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목표 혈당 범위(70~130 mg/dL)를 제시하고, CGM을 지속적으로 부착하여 혈당을 감시했다. 한약 복용과 생활 습관 개선, 적절한 약물 감약이 병행되는 과정에서 eGFR은 빠르게 회복됐고, 신장 기능은 한약 복용이 종료된 후에도 잘 유지됐다(표 1). 인슐린 저항성 지표(HOMA2-IR)는 0.99에서 0.39로 현저히 감소했고, 당화혈색소는 5.7%로 안정됐다. 체성분 역시 골격근량의 손실은 거의 없이 체지방만 4kg 감소하는 변화가 관찰됐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환자의 대사 불균형이 뚜렷하게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피로감과 부종, 마른기침은 소실됐으며, 두근거림은 완화됐고, 대변의 상태도 호전되어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회복됐다. 약은 음식이 아니기에 근본적으로 부작용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약은 곧 毒'이라는 명제가 의학의 출발점이었다.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약물을 기계적으로 추가하는 접근만으로는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에 한계가 있다. 현명한 의사란, 환자의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조율하여 오히려 약을 줄이고 끊어낼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의사다. 천연물 기반 약물과 화학합성약물의 특성을 함께 이해하고, 전체론적 整體觀念을 바탕으로 환자를 ‘진정한 건강’으로 인도하는 한의사는 현대 보건의료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의료인이며, 일차의료 주치의로서도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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