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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9일 (월)

신간

켜켜히 쌓인 고독의 세월과 마주하다

  • 작성자 : 한의신문
  • 작성일 : 07-06-01 12:27
  • 조회수 :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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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작이었던 표제작을 비롯해 중단편 총 6편이 수록된 은희경의 아홉 번째 책이 출간됐다. 가족관계 속에서 성장을 이뤄가던 기존의 장편과 달리, 이번 책에서 은희경은 현대인의 비루하고 초라한 삶의 국면에 조용하고 섬세한 시선을 던진다. 그녀 특유의 냉소적인 문체는 이번에도 유감없이 매력을 발산해 흔들리는 생에 경쾌한 터치를 날린다. 대다수 보통 사람들에게 숨어있는 이질감을 신랄한 비판과 진한 페이소스로 그려내면서 적시적소에 소통의 단절을 배치한다. 정면으로 마주한 단절을 통해 독자는 잊었던 ‘사고’를 하게 되고, 소설이 갖고 있던 진정성의 빛을 보며 오롯이 생의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서는 뚱뚱한 모습으로 서른 다섯 해를 살던 남자가 아버지의 위독설을 듣고 다이어트를 결심하면서 음식에 대한 열망과 자신을 거부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버지에게 한번도 인정받지 못했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좌표를 찾으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날씬한 모습으로 빈소를 찾은 주인공은 그가 어린 시절 연민했던 ‘비너스의 탄생’을 유품으로 남긴 아버지의 뚱뚱한 아이에 대한 기억에 비탄하고, 거대한 몸집은 애정결핍의 슬픈 역설이라는 진리 앞에 안간힘을 쓰며 웃는다. 이번 은희경의 소설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현실과 환상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유연한 서사구조를 독립시키는 동시에 독자를 그 연결고리 정가운데에 대입시킨다는 것이다. 사실 일상은 환상과 같은 길 위에서 주머니에 있지도 않았던 것을 잊고 잃으며 사는 것이다. 은희경의 은유는 독자의 고독을 낱낱이 들추어내 허를 찌르고는 벗어날 수 없는 환상의 물결 속에 온몸을 적시게 함으로써 고요한 위로를 전한다. 특히 단편 ‘날씨와 생활’은 오디오북으로 꾸며져 주인공 몽상소녀의 유쾌 발랄한 상상과 냉혹한 현실을 귀로 읽게 할 뿐 아니라 녹녹한 작가의 육성해설이 담겨 있어 놓치기 어려운 선택을 유도할 것이다. 은희경 / 창작과비평사 / 9.800원 문의 031-955-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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