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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에 한약과 양약의 병용 투여는 효과적인가?[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이범준 경희대 한의과대학 한방폐계내과학교실 ◇KMCRIC 제목 코로나19 치료에 한약과 양약의 병용 투여는 효과적인가? ◇서지사항 Yin B, Bi YM, Sun L, Huang JZ, Zhao J, Yao J, Li AX, Wang XZ, Fan GJ. Efficacy of Integrated Traditional Chinese and Western Medicine for Treating COVID-19: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CTs. Front Public Health. 2021 Jul 8;9:622707. doi: 10.3389/fpubh.2021.622707. ◇연구설계 COVID-19 환자를 대상으로 한약과 양약 병용 투여를 시행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대상으로 수행한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목적 COVID-19에 이환된 환자에 있어 한·양방 협진을 통한 한약과 양약의 병용 투여의 유효성을 확인하고자 함. ◇질환 및 연구대상 COVID-19에 이환된 환자 중 한약과 양약을 병용 투여 받은 환자 ◇시험군중재 한약과 양약의 병용 투여 ◇대조군중재 양약(항바이러스제, 항생제, 진해제, 거담제, 항천식제제 와 대증치료제제)의 단독 투여 ◇평가지표 Primary outcome은 총 유효율(Overall effective rate), Secondary outcome은 발열이 없어진 비율(Fever disappearance rate), 피로가 없어진 비율(Fatigue disappearance rate), 기침이 없어진 비율(Cough disappearance rate), Chest CT 호전율(Chest CT improvement rate), C-reactive protein(CRP), 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ESR), Procalcitonin(PCT), White Blood Cell(WBC) count, Lymphocyte count ◇주요결과 19개의 RCT, 1,853명의 환자가 포함되었다. 양약 투여군에 비해서 병용 투여군은 총 유효율[RR=1.17, 95% CI: (1.10, 1.26), p<0.00001], 발열이 없어진 비율[RR=1.28, 95% CI: (1.00, 1.63), p=0.05]과 Chest CT 호전율[RR=1.24, 95% CI: (1.14, 1.34), p<00001]이 높았다. 또한, CRP level[WMD=-4.14, 95% CI: (-6.38, -1.91), p=0.0003]과 WBC count[WMD=0.35, 95% CI: (0.11, 0.58), p=0.004]가 병용 투여군이 양약 투여군에 비해 개선되었다. Subgroup 분석에서 COVID-19 환자에게 2주 이하의 치료를 적용했을 경우, 병용 투여군이 총 유효율과 발열, 피로, 기침 등의 주요 증상 및 CRP level, WBC count가 양약 투여군에 비해 뚜렷한 호전을 보였다. 또한, 중증도에 상관없이 병용 투여군이 발열, 기침, WBC count에서 병용 투여군이 양약 투여군보다 더 유효한 결과를 나타냈다. ◇저자결론 이번 연구의 메타분석 결과, 한양방 병용 치료가 코로나19 환자의 임상 증상, 흉부 CT, 감염 지표를 개선할 수 있음을 나타냈다. 특히, 치료 기간이 2주 미만이더라도 양방 단독 치료에 비해 한·양방 병용 치료의 증상 개선 효과가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KMCRIC 비평 현재 COVID-19 팬데믹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에 대한 여러 대응 방법이 도모되었고, 백신과 치료제가 지속해서 개발되어 오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한의학에서 관리가 가능성이 큰 비중증(not severe)인 경증 환자에게 국내에서 팍스로비드가 승인되어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경증 환자 관리에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1]. 그러나, 팍스로비드는 투여에 여러 가지 제한 사항이 있고 모든 단계의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할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경구 제제가 있어도 경증 코로나19 환자 관리에 있어서 한의학적인 치료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본 연구 분석에서 나타난 환자들의 중증도는 mild, ordinary, severe, critical의 모든 정도의 환자를 다 포함하였으나, 대다수가 mild와 ordinary에 해당하는 경증 환자였다. 그러나, 중증도에 상관없이 모두 한·양방 병용 치료 후 치료 효과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본적으로 양방에서는 COVID-19의 경우 2주 이상의 치료 과정을 권장하는데[2], 이번 연구에서는 치료 기간이 2주 미만일 때 양방 단독 치료보다 한·양방 병용 치료의 효과가 전반적인 유효율, 임상 증상, CRP 수치 및 백혈구 수 개선에 더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주어 코로나19 환자의 치료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몇 가지 결과 변수에 있어 나타난 이질성에서도, 민감도 분석 후 이질성에 기여할 만한 연구[3]를 제외하고 나서도 치료 결과에 변함이 없어 더욱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본 논문에서 한·양방 병용 투여의 효과가 긍정적으로 보고되었으므로 추후 코로나19 환자 관리에서 한약 투여의 근거로 제시하여 코로나19 환자 관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참고문헌 [1]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치료제 사용 안내. 2022. [2] Jin X, Pang B, Zhang J, Liu Q, Yang Z, Feng J, Liu X, Zhang L, Wang B, Huang Y, Josephine Fauci A, Ma Y, Soo Lee M, Yuan W, Xie Y, Tang J, Gao R, Du L, Zhang S, Qi H, Sun Y, Zheng W, Yang F, Chua H, Wang K, Ou Y, Huang M, Zhu Y, Yu J, Tian J, Zhao M, Hu J, Yao C, Li Y, Zhang B. Core Outcome Set for Clinical Trials on Coronavirus Disease 2019 (COS-COVID). Engineering (Beijing). 2020 Oct;6(10):1147-1152. doi: 10.1016/j.eng.2020.03.002. [3] Xiao M, Tian J, Zhou Y, Xu X, Min X, Lv Y, Peng M, Zhang Y, Yan D, Lang S, Zhang Q, Fan A, Ke J, Li X, Liu B, Jiang M, Liu Q, Zhu J, Yang L, Zhu Z, Zeng K, Li C, Zheng Y, Wu H, Lin J, Lian F, Li X, Tong X. Efficacy of Huoxiang Zhengqi dropping pills and Lianhua Qingwen granules in treatment of COVID-19: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Pharmacol Res. 2020 Nov;161:105126. doi: 10.1016/j.phrs.2020.105126. ◇KMCRIC 링크 https://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SR&access=S202107112 -
신미숙 여의도책방-26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대선은 결국 양강 세력의 총합이 동원된 전쟁이었다.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하는 5년만에 돌아온 전국민 참여 빅이벤트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추구해야 하는 미래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논쟁은 실종된 채, 영끌을 해서라도 한 표라도 더 모아보겠다는 다양한 갈라치기만이 살아숨쉬는 생명력을 발휘하고 말았다. 남녀별, 나이별, 지역별로 양분되어 그 어느 타협으로도 화합될 수 없는 거대한 분열과 갈등의 용광로. 한남충, 김치녀, 된장녀, 페미해충, 맘충, 급식충, 절라디언, 멍청도 등등 남녀를 나누고 세대를 가르며 지역을 비하하고 철학과 취향마저 시비의 대상이 되어버린 평상시의 온라인 혐오 표현들이 대선기간에는 정치라는 바람을 타고 더 구체화되고 더 악랄해졌다. 사그라들지 않는 인종차별주의(racism)와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로 몸살을 앓는 오늘날의 미국을 떠올리면 민주주의가 대세일수록 이러한 다양한 혐오 현상은 집단화-종교화의 과정을 거쳐 결국에는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정착하여 깊숙하고 든든한 뿌리를 내리는 듯하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틀딱이라는 멸칭을 듣는다거나 20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일베충이라는 의심을 받는다거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을 읽었다는 게시물을 올리자마자 페미니스트라며 욕댓글로 도배가 된다거나 하는 등의 이 특정 계층에 대한 집단적인 번롱(飜弄)의 문화는 너무도 비이성적이고 무자비하며 폭력적이다. 무조건적인 찬양 그리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극명하게 나뉜 팬덤(fandom) 지지세력을 기반으로 어느 한 쪽이 정권을 잡게 되면 여야의 공수가 정확하게 교대되는 것이다. 이러한 롤플레잉 게임을 반복적으로 관전해야 하는 한 국민의 입장에서 말화살과 삿대질만 난무하는 정치뉴스는 실로 엄청난 스트레스다. 대선 후 이어지는 분열 양상…미래의 모습은? 정신을 차려 선거결과를 살펴보니 이러한 분열양상은 이전보다 더욱 선명해졌다. 당분간은 새 정부가 새 희망을 심어주길 응원하면서도 이러한 과격한 사회갈등의 불씨가 좀 더 생산적인 에너지로 재생산될 순 없을까 하는 낭만적인 상상도 해보게 되지만 실현 불가능한 헛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거의 100프로에 가깝다. 최근 몇 달간 대선뉴스에의 과몰입으로 피곤했었다며 이제 슬슬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는 말들을 건네는 요즈음이다. 유달리 편안한 미소를 머금고 넘치는 너그러움을 과시하시는 분들과 그간 미뤄뒀던 새벽수영이나 다시 하겠다는 결심을 드러내시는 분들을 통해 그들의 지지성향을 스르륵 눈치챌 수 있었다. 연일 30만명 전후를 오르내리는 코로나 확진자 그래프와 이에 따른 강제적 한시적 재택근무 확대로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분들로부터 뭔지 모를 조심스러움과 민감함을 느낀다. 지속되는 칼바람에 봄날의 들뜸마저 잠시 움츠러든다. 귀갓길에 마주치는 대형 전광판에는 서울시의 다양한 복지에 관련된 광고가 자주 상영되곤 한다. 그 광고의 주인공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 빌라에 거주 중인 김일인씨다. 갑자기 허리를 다쳐 옴짝달싹할 수 없을 때 자치구를 통해 미리 신청해두면 병원동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따뜻한 내용이다. 씽글벙글서울(1in.seoul.go.kr)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1인 가구를 위한 플랫폼으로 상담·행사·소모임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 주거상담,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이 시점에 국민들 10명 중 2∼3명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심하게 느꼈다고 한다. 혼밥, 혼술, 혼영, 혼여 등 “나혼자 산다”의 펜데믹 솔로는 엔데믹의 시대가 오더라도 주된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을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로 인한 고독사회 도래…종식 이후에도 지속 가족을 이루든 그렇지 못하든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외로움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겠지만 고독사회에 대한 독특한 대처방법들에 관련된 다른 나라들의 뉴스를 접하며 어쩌면 대한민국에서는 예능프로에서나 가능한 일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뉴스들은 다음과 같다. 『영국 ‘외로움 담당장관’ 생겼다』(중앙일보, 김성탁 기자, 2018.1.18.) 사회적 단절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를 근거로 메이 총리는 당시 체육시민사회 장관을 ‘외로움 담당장관’으로 겸직 임명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75세 이상의 절반이 혼자 살며 이들 중 상당수가 1주일이 지나도록 타인들과 아무런 교류가 없이 지내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수다를 원하면 이쪽으로”... 외로움 해결하는 프랑스 계산대』(조선일보,송주상 기자, 2022. 2. 20.) 프랑스 대형마트에 수다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계산대가 등장했다. 일명 블라블라 계산대(Blablabla Caisse)다. 고객이 직원과 아무런 제한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날씨, 이슈 등 가벼운 주제에 관해 몇 마디만 하고 지나가는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노인들과 혼자 사는 청년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 상품 계산만을 원하는 고객들은 일반 계산대를 이용하면 되므로 별다른 혼란은 없다. 외로움 담당장관이나 수다를 나눌 수 있는 계산대를 따로 설치하는 것은 국내 정서상 쉽게 용납되기 어려운, 아니 어렵다기보다는 상당히 오글거리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세대간 혹은 동일한 세대 안에서도 너무도 다른 수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냉정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청년 세대나 노인 세대를 통크고 너그럽게 포용할 사회적 안전장치가 그 무엇보다도 시급해 보인다. OECD 회원국 중 수년째 꼴찌를 차지한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내 코가 석자’라는 생존 우선의 본능에 따른 이 시대 젊은층의 절박함을, OECD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한 65세 이상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노인 자살율은 어르신들의 처참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호모 저스티스』,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새로운 가난이 온다』의 저자인 정치철학자 김만권 선생이 모 방송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동네의원이나 한의원에 1500원 내고 들르시는 어르신들이 그 병원에 들러서 의료진들과 대화를 나누는 행위는 어쩌면 그들에게 있어서 유일한 사회적 접촉일 수도 있다. 며칠만에 겨우겨우 혼자만의 공간을 벗어나 타인과 교류하는 중요한 순간일 수도 있으니 그분들에게 좀 더 친절을 베풀어 주시라. 이런 의미에서 동네 개원가의 그 많은 선생님들은 노인 복지에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신 셈이다.” 동네의원 찾는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관심 주어야 1500원을 손에 들고 주 6회 들르시는 어르신들에게 매번 친절과 사랑을 표현하기에는 많은 인내와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다. 드라마 『내과 박원장』에 등장하신 어르신들처럼 사탕이나 커피 그리고 냉난방 시설 때문에 은행 들르듯 가까운 병의원을 찾는 경우 또한 많은 것이 현실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다정한 대화를 건네는 습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각자의 진료실은 또 다른 차원의 특별한 에너지로 가득찰 수도 있지 않을까?!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의 정신의학 교수인 저자는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여러 사례를 목격하며 의학적 치료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일상에서 베푸는 작은 친절, 가족과 이웃 및 공동체 안에서의 긴밀한 유대, 일과 인간관계에서의 긍정적인 경험, 목표 의식 등 다정함의 과학과 건강의 사회적 의미를 탐구한 『다정함의 과학』(켈리 하딩, 더퀘스트, 2022년 1월)이란 책을 읽어내려가며 ‘실력이 살포시 모자라더라도 이보다 더 다정할 수 없는 한의사의 반열에만 올라도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겠구먼..’이라는 행복한 그림을 잠시나마 그려볼 수 있었다. 의사로서 내가 진심으로 충격받은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진료실과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은 한 사람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10∼20퍼센트밖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전체 인구의 건강과 복지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신의학 관계자인 게리 벨킨(Gary Bellkin) 박사는 계속해서 모든 의료서비스와 자원을 진료소나 병원에만 집중시키는 것은 어리석다고 말했다. 인생과 정신 건강의 99.99퍼센트는 병원 밖에서 일어난다. 내과 전문의 조지 엥겔(George Engel) 박사는 확립된 생체의학 모델의 관념은 이 분야의 ‘심각한 결함’이며 인간의 건강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충고했다. 불완전한 진리가 위험한 정설로 채택된 것이다. 건강의 본질적인 요소는 의학서적이 아닌 사람들 간의 일상적인 관계에 있다. 우리가 의학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건강이 신체에 국한되지 않으며 전반적인 사회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친밀한 일대일 유대관계는 우리 건강에 가장 중요한 숨은 요인이다. 성인이라면 전체론적 동양의학에서 유래한 ‘마음챙김’ 기법이 자기 연민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서양의학이 정신과 신체 사이의 연관성을 서서히 인식하는 단계라면, 동양의학은 오래 전부터 그것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많은 동양의 관습에서 질병은 에너지 불균형에서 오는 것이라고 여겨졌다. 생명력을 신체 건강의 한 부분으로 여겼다. 중국에서는 이 생명력을 ‘기’라고 부른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끊임없이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신체에만 중점을 두는 서양의학에서는 이런 관점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의대를 다니던 시절 중국 전통의학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한 적 있다. 회의적인 마음으로 강연을 들었다. 흥미로운 내용이긴 했지만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의사는 아픈 환자들의 에너지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나는 이것이 기이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서양의학의 인간 생리학과 동양의학의 오래된 이론과 실천을 결합할 수 있는 틀이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 서양의 의사들에게 터무니없게 들렸던 동양의학은 사실 신경면역체계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양의학에서 우리는 이제 막 자율적이고 내분비적인 기능을 통해 신경체계와 면역체계 사이의 양방향 소통을 이해하는 흥미로운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인생에서 지속되는 즐거움은 우리가 서로에게 잘 대해줄 때만 발생한다. 건강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 속에 숨어 있다. 사랑이 마법처럼 발진을 사라지게 하거나 부러진 뼈를 붙여주거나 암을 낫게 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사랑은 건강의 숨은 배경이며, 모든 신체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한다. 숨은 요인들의 파급 효과를 살펴보며 이제 우리는 친절함과 유대감이 질병을 예방하고 아픈 정도를 감소시킨다는 것을 안다. 관절가동범위의 제한과 야간 통증을 겸비한 어깨 통증으로 거의 반년을 고생하던 속기사 한 분이 3주 전에 나를 찾아왔다. 운동과는 거리가 먼 깡마른 체형의 소유자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조차 겁을 내고 있었다. 외상으로 인한 발병이 아니더라도 파열, 석회, 염증 등에 대한 영상 진단이 필요하니 내 치료를 받으면서 정형외과 의사의 소견도 참고하자고 했다. 다행히 다섯 번의 치료를 이어가는 동안 야간 통증도 완화되고 신전시의 각도도 개선됐다. 그 사이 근처 통증크리닉에서 충돌증후군 진단을 받고 주사치료를 한 번 받게 되었는데 주사 부위가 너무 아파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한다. 그 다음날이 되어서야 통증이 살짝 덜해진 느낌이 들었지만 다시는 주사를 못 맞을 것 같아서 두 번째 외래방문에서 추가적인 주사는 거부하고 회사 안에 있는 한의원에서 침치료를 받으면서 필요할 때 진통제만 복용하고 싶다고 했더니 의사가 본인이 의도하는 치료를 따라오지 않으려면 다른 병원 알아보라고 매몰차게 말하는 통에 그냥 그 길로 병원을 나왔다고 한다. 아마도 한의원 치료를 하고 싶다는 환자의 말에 의사는 빈정이 상했을 게 분명하다(“침 같은 거 맞고 다니려면 내 병원은 오지 마시오!!!”). 환자 입장에 대한 세심한 경청…치료의 시작 젤리 하딩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부분의 현대의학 전공자들은 한의학이 터무니없고 기이하며 흥미롭지만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환자를 두 번 진료한 의사 또한 침치료로 이러한 질환을 호전시킬 수는 없다고 장담하고 있을 것이다. 유명한 병원과 대단한 의사들을 만나고도 반복되는 호전-악화로 고생하던 만성적 어깨통증 환자들을 많이 만났다. 의미있는 호전례들을 많이 경험한 터라 이번 환자에게도 동일한 치료를 적용해보려고 한다. 과정은 위태위태 하더라도 결과는 해피엔딩이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자가 운동과 장시간의 타이핑이 필수적인 직업적 특성상 그에 따르는 유의사항도 보다 자세히 설명할 것이며 환자 입장에서의 걱정과 예후에 대한 궁금증에 관하여 그녀의 이야기를 다정하게 경청할 것이다. “순간이 영원이 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그 영원이라고 믿었던 순간은 금세 허무하게 지나가기도 하고 또 다른 벅찬 순간이 혹은 절망적인 순간이 다가오기도 한다.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그냥 운명적인 그런 짧은 순간들이 모여 영원이 되는 것이다.” 『다정함의 과학』이라는 책 전체를 관통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절망적인 순간은 순간으로 벅찬 순간은 영원으로! 순간은 영원으로 영원은 순간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동감의 절정! 봄이다! 생명이다! -
수사와 재판 잘 받는 법-11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로부터 한의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의료분쟁을 대비해 원인과 대응책을 살펴본다. 필자의 현재 직업은 변호사다. 변호사 이전에는 경찰에 봉직했다. 물론 일선 파출소, 지구대에서 순찰, 출동하는 경찰관이나 고소·고발사건을 직접 조사하는 수사관, 형사로 근무한 것은 아니다. 주로 그들을 관리·감독하는 경찰서 과장, 지방청 수사, 형사과장, 경찰서장, 경찰청 수사과장으로 근무했다. 그런데 경찰생활을 하면서 조심해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 서장, 과장의 이름을 팔면서 접근하는 사람, 정치인 또는 윗사람의 친분을 과시하는 사람,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접근할 때 조심해야 한다. 악성 민원인, 수사과정을 몰래 휴대폰으로 녹음·녹취하는 사람, 일부러 수사관의 약점(과격한언어사용, 물리력 사용)을 포착하는 사람은 늘 조심해야 한다. 아울러 돈, 유흥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결제하러 왔다면서 돈을 몰래 놓고 도망가는 사람, 만취한 상태에서 유흥업소로 유혹하는 사람, 몰래 자신의 카드로 결제를 하는 사람들은 늘 조심해야 한다. 속칭 김영란법, 갑질방지 관련 법령, 더욱이 미투 관련 성희롱처벌이 강화되면서 말조심, 행동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계급이 높을수록 사무실 크기는 커져 가는데 회의와 결재 외에는 외로워진다. 그럴수록 외부(기자 등 언론)에서 또는 내부(직원)에서 지휘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된다. ◇의료인을 잡아먹는 환자들 의료기관의 경우는 어떨까. 의료인을 잡아먹는 환자도 있다. 문진, 촉진과정에서 의료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은밀한 부분에 접촉을 하도록 해놓고 성추행으로 몰고 가는 사람, 요즘 경기도 어려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허위로 보험료를 청구하도록 유혹하는 사람, 침, 한약 처방 관련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치료비 등 손해배상을 해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 간호조무사가 아닌 일반 직원에게 진료보조를 맡겼다고 고발하려는 사람, 물리치료 관련 무자격자 또는 과잉 허위물리치료를 하도록 유혹하는 사람, 많은 환자를 유치해 주겠다고 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필자가 최근 상담을 한 한의사 중에는 문진, 촉진과정에서 환자 신체의 은밀한 부분과 접촉이 있어 성추행 고소를 제기당해 이와 관련 결백을 호소했으나 잘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대한한의사협회 사실조회요청 등을 통해 무혐의 불기소결정을 받았다. 이러한 사건의 경우 사건을 접수한 경찰, 검사는 고소장에 기재된 내용을 보고 사건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마련이다. 아울러 성추행 사건의 경우 고소를 취하에도 처벌될 뿐 아니라 자칫 기소 후 취업제한명령으로 이어져 한의원을 운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진상규명은 철저히 따라서 이러한 사건의 경우 수사관의 선입견을 차단하기 위해 당시 사건현장관련 재현, 현장상황, 관련 직원들의 자술서 확보(필요시 공증), 촉진 관련 필요성에 대한 문헌정보조사와 입수, 나아가 관련 한의사협회 사실조회요청 등을 통해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변호사에게 위임해도 변호사가 실체관계 규명을 위한 증거조사 분석보다는 오히려 사실을 인정하고 양형 관련 위주로 변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변호사에게 너무 맡기지 말고 내 사건은 내가 잘 안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조사도 필요하다. 필자가 아는 허위처방 관련 건보공단 사기사건 한의사의 경우 유혹에 의해 청구하고 적발되어 피해금액을 모두 배상하고도 기소되어 집행유예선고확정이 되어 면허취소가 된 안타까운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사건의 경우 변호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피해가 배상됐고 한의원을 오랫동안 경영했고 틈틈이 봉사활동을 한 점, 면허취소 시 생계가 어려워지고 신용불량자가 될 소지가 많다는 점 등을 부각시켰으면 벌금형이나 기소유예처분을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쉬움이 크다. 필자도 변호사지만 너무 변호사만 믿고 사건을 팽개쳐서는 안 된다. 변호사의 경우 다 그렇지는 않지만 고액의 선임료만 받고 쉽게 사건을 마치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고액 전관 변호사의 경우 말로만 글로만 변론할 뿐 사건현장분석과 증거조사는커녕 야간, 주말에 당사자인 의뢰인의 의견도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변호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당사자인 의뢰인들이다. 필자는 그러한 경우 의뢰인 자신의 억울한 점 등을 변호사 또는 변호사가 제출하지 않으면 수사관, 검사, 판사에게 자꾸 제출하라고 한다. 경찰, 검찰조사과정, 법정의 변론과정에서 억울한 사항을 제대로 말할 기회가 적다는 점은 우리나라 경찰, 검찰, 법정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사건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경찰, 검찰, 판사, 변호사의 역할은 잘 들어주는 역할이 아닐까.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거나 강요하지 말고 열심히 들어주고 청취하는 그러한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한의사도 마찬가지 아닐까. 환자가 많은 한의사, 의뢰인이 많은 변호사보다는 잘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는 배려있는 인간미 넘치는 한의사, 변호사, 경찰, 검사, 판사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어디까지 왔나? <9>유명석 대한연부조직한의학회장(대명한의원장) 대한연부조직한의학회는 지난 2016년 학회 고유 침구 치료법인 정침침구법을 사용하고 있는 한의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학회로, 2018년 대한한의학회의 회원학회 인증을 받아 활동 중에 있다. 본 학회는 기존 경혈·경락 중심의 침구치료법과 달리 인체에 대한 정밀한 해부생리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각종 질환에 대해 객관적인 진단 방법과 치료점(혈)을 설정해 치료하고 있으며, 호침뿐만 아니라 도침(침도)을 주요한 치료도구로 사용해 중증·만성 질환의 치료에 탁월한 치료효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우수한 치료효과에도 불구, 우리의 한의학은 여전히 객관적이지 않다거나 혹은 치료효과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임상 현장에서 매일 환자와 접하고 있는 임상 한의사들은 이에 대해 항상 많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술기와 치료효과를 객관화할 수 있는 연구에 대한 갈증으로 남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사업단에서 공익적 임상연구 진행 소식을 접하게 되어,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하 한의CPG) 연계 한의약 공익적 임상연구의 한 부분인 근골격계 및 말초신경계 질환의 견비통 분야 임상연구에 참여하게 됐다. 1. 연구 과제 설명 한의CPG에서는 견비통 치료에 일반침, 약침, 추나, 한약 등 한의약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치료법에 대한 권고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도침(침도)은 권고등급이 C, 근거수준이 Low로 매우 낮은 수준의 진료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도침(침도) 치료가 국내에 도입된 역사가 매우 짧고, 진료지침을 개발하는 시점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도 취약한 상태에 있었던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대한연부조직한의학회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도침(침도) 치료를 임상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해 왔으며, 수십년 동안 해마다 도침(침도) 교육과정을 개설해 도침(침도) 치료를 국내에 널리 보급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 결과, 현 시점에서 도침(침도) 치료는 일차의료기관인 한의원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중심으로 하여 널리 사용되는 중요한 한의약적 치료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관련 논문도 꾸준히 제출되고 있다. 이에, 이번 임상연구를 통해 견비통의 치료 중재법으로서 도침(침도) 침술의 유효성 및 안전성에 대한 평가 근거를 마련하고 효율적인 치료 프로토콜을 제시함으로써 견비통 치료의 임상효과 증대와 치료 근거 확대를 추구하고자 했다. 도침(침도)요법은 신침요법의 일환으로 《황제내경》의 鋒鍼(봉침, 칼끝봉)과 鈹鍼(피침, 돗바늘피)을 기원으로 하며 침과 메스의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도구로, 시술자가 촉진을 통해 시술을 위한 landmark를 찾고 도침을 활용해 경근의 유착 부위를 종행소통박리법, 횡행박리법, 절개박리법 등의 다양한 조작방법으로 박리하여 인대와 골 부착부 등에 유착, 반흔화 조직의 기혈소통을 목표로 하는 한의학적 치료방법이다. 도침(침도)침술은 해부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에 도침(침도)침술의 제도권 진입이 이뤄진다면, 침구학과 해부학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으며,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2019년 추나요법 급여화 등재 이후 새로운 한의약 술기의 급여 등재가 요원한 실정에서 신의료기술 등재를 위한 근거를 확보함으로써 한의약의 제도권 진입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2. 연구 방법 이제까지 임상이나 기초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대학이나 대학병원 등 대규모 시설과 인력을 가지고 있는 한의과대학이나 대학병원과 같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80%가 넘는 한의계의 현실에서, 실제 임상현장의 현실적인 필요를 반영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연구는 실제 진료를 하는 임상가들을 중심으로 개원의중심연구망(PracticedBasedResearchNetwork·이하 PBRN)을 구축해 실제 한의 임상현장을 반영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자 했다. 또한 최근의 기존 무작위 대조군 연구 등의 재현성 등에 대한 문제가 많이 제기되면서 진료 현실 및 상황을 반영한 real world data에 기반한 진료기반연구(practicebasedresearch) 방법이 각광을 받고 있고, 특히 한의학을 포함한 보완대체의학 분야에서는 특정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시행할 때 방법론적인 어려움이 많고, 생의학(Biomedicine) 분야에 비해 R&D 투자가 적기 때문에 임상환경을 연구 근거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던 바, 임상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원의들의 현실과 환자의 경험과 질문을 실제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연구가 될 수 있도록 대한연부조직한의학회 소속 30여명의 원장들을 중심으로 PBRN을 구성했다. 또한, 임상의들이 가지고 있는 연구 설계, 연구 데이터 모집, 데이터 통계 처리, 논문 작성 등의 연구 전문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 연구 역량을 가지고 있는 학회 소속 회원들 중심으로 연구팀을 구성해 임상의들을 지원했고,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교수들의 자문을 통해 연구의 질을 고양시킬 수 있도록 했다. 3. 연구 진행 과정 및 결과 1) 연구 진행 과정 2021년 8월부터 대한연부조직한의학회 소속 전문 연구 역량을 갖춘 연구팀과 전국에 있는 30여 개 한의원에 종사하고 있는 원장들을 중심으로 PBRN을 구성해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하기 위하여 견비통에 관한 독자적인 다기관 후향연구 프로토콜 및 표준치료 프로세스(SOP)를 개발, 연구에 참여하는 의료진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견비통에 대한 도침(침도) 치료 적용 연구 증례기록서 및 e-CRF를 개발해 11월 말까지 각 한의원에 내원했던 환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한, 연구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3개월간의 연구과정에서 3차례에 걸쳐 연구경과를 확인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그 결과 25개 기관에서 총 333명의 환자에 대한 1210건의 연구 기준에 적합한 침도치료 증례를 확보했다. 2) 연구 결과 도침(침도) 치료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총 5회의 치료과정에 대해 SPADI(Shoulder Pain and Disability Index)와 NRS, Active/Passive ROM, 그리고 도침(침도) 치료 이후 부작용 측정 등의 평가지표를 사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SPADI는 1회차와 5회차에, NRS는 매 치료마다, ROM은 1회차와 3회차, 그리고 5회차에 측정해 치료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단 5회의 도침(침도)치료만으로 거의 모든 지표에서 유의미한 치료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차후 여러 방면의 분석 과정을 거쳐 논문으로 제출할 계획으로, 견비통의 도침(침도) 치료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4. 연구 진행 소회 무엇보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원의들이 가지고 있는 한의약 연구에 대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한의계에서 거의 최초로 PBRN을 통해 이뤄졌다. 우리나라 한의의료기관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차의료기관의 개원의들이야말로, 한의약 치료의 최전선에서 한의약 치료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확인하고, 그 한계를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에 집중할 수 없는 조건과 대부분의 한의약 연구가 대학과 대학병원급에서 이뤄져 왔던 현실에서 개원의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끼고 참여할 수 있는 연구, real world를 반영하는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듯 공동연구를 제한하자마자 30여개 한의원에서 참여 의사를 밝혀 왔으며, 연구에 참여한 거의 모든 한의원이 데이터 수집의 최종 단계까지 함께 했다. 이는 PBRN을 활용한 연구가 앞으로 한의약 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고, 보다 더 실질적인 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도침(침도) 치료의 효과에 대해 임상을 하고 있는 각각의 원장들은 환자의 반응을 통해 이미 확인하고 있는 바였지만, 이렇게 전국 단위의 대규모 연구를 통해 도침(침도)의 치료효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면서 다시 한번 놀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더불어 이를 통해 현재 권고등급이 C, 근거 수준이 Low로 매우 낮은 수준의 진료기준으로 작성돼 있는 한의CPG의 수정과 추후 신의료기술의 등재를 기대하고 있다. -
“지켜만 봐선 변화 없어…젊은 한의사도 작은 회무부터 참여해야”“지켜만 보고 비판만 한다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많은 회원들이 한의사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분회 혹은 반회와 같이 작은 회무부터 참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의사라는 직업은 10년, 20년 후에도 좋은 직업으로 남을 수 있을 겁니다.” ‘한의계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미래서울팀을 만들겠다’는 박성우 제34대 서울시한의사회장의 공약에 따라, 허준 총무이사는 가장 먼저 서울시한의사회 집행부로 영입된 2030 젊은 한의사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총무이사로 임명되자마자 지난해 4월 있었던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 강제공개 3개 의료단체 공동 대응부터 서울시한의사회 홍보위원회 활동 및 지부 회무의 전반적인 실무를 관장하는 등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서울시한의사회 내·외부로부터 “지부 임원들 중 회무에 가장 헌신하는 한 사람”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허준 이사.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도 그 이름에 걸맞게 한의계를 이끌어나갈 허준 이사를 만났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경희허준한의원 대표원장 허준이다. 현재 서울시한의사회에서 총무이사를 맡고 있다. Q. 서울시한의사회 집행부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가? 박성우 회장과는 대학 시절부터 인연이 깊다. 그때부터 박 회장은 한의학도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선배였다. 그 후 박성우 회장의 결혼식에 들러리로도 참여하고 종종 술자리를 함께 하는 등 좋은 관계를 맺어 왔다. 그러다 박성우 회장이 서울시한의사회장에 당선되고 나서 저에게 총무이사직을 제안해주었고 감사한 마음으로 수락했다. Q. “서울시한의사회 회무를 위해 가장 헌신한다”는 주변의 평가가 있다. 지난 1년간 수행했던 회무를 자평한다면? 매우 과찬이다. 저보다 훨씬 많이 봉사하는 임원들이 더 많이 있다. 지난 1년의 회무를 생각한다면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아직은 젊은 이사로서 회무가 처음인지라 많이 배워가는 1년이었던 것 같다. Q. 많은 2030대 한의사들이 회무는 다소 귀찮거나 관심 밖의 영역이라 치부한다. 한의사들은 이제 필수적으로 회무에 참여하고 관심을 가져야한다. 특히 2030대 젊은 한의사들은 한의사를 할 시간이 가장 오래 남은 세대인 만큼, 한의계의 정치적 역량 강화에 모두가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나요법이 건강보험 급여화에 진입하면서 부원장들의 월급도 자연스럽게 많이 오른 사실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보다 더 이전으로 돌아가 만약 침 치료가 급여화 되지 않았다면, 현재 한의사라는 직업이 유지되고 있었을지 조차 의심스러울 것이다. 그 만큼 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정치적 역량 강화는 우리의 삶은 물론 국민건강과도 직결돼있다. 서울시한의사회 임원들 중 진료 없이 회무만 보는 상근이사는 따로 없다. 모두가 바쁜 와중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시간을 내 봉사하는 마음으로 회무에 참여한다. 한의약의 발전과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서다. 단지 지켜만 보고 비판만 한다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직접 회무를 해보니 보다 많은 회원들이 한의사의 미래에 대해 더욱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선배 한의사들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젊은 한의사들이 분회 혹은 반회와 같이 작은 회무부터 참여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한의사라는 직업이 10년, 20년 후에도 좋은 직업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Q. 본인이 바라는 미래 한의약의 모습은? 미래에는 한의약이 국민들의 건강에 더욱 크고 유용하게 이바지하길 바란다. 한의약은 세계 선진국에서도 인정하는 의학이고, 교류하길 원한다. 그럼에도 정작 우리나라에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의료제도적인 측면에서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의료기기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치과의사와 수의사, 심지어 공항검색대에서도 사용하는 X-ray를 한의사들이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제도적으로 한의사가 굉장히 배제되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전체 건강보험 지출액 중 한의학 비중이 3~4%에 머문다는 점은 건강보험 내에서 양방보다 한의 급여항목이 더욱 적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비급여 한의시술에 대해서는 실비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다는 점 역시 한의약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일 것이다. 저는 이런 제도적 불평등을 개선해 한의약이 국민들의 건강에 더 크게 기여하는 미래를 꿈꾼다. Q. 올 한 해 서울시한의사회의 전반적인 회무 계획은? 먼저 서울시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서울시와 함께 한의난임, 치매, 산후관리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또 한의학 홍보를 통해 국민들에게 한의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장점들을 전달 드리고자 계획 중이다. 회원 보수교육과 당직 의료인으로서 한의사 실무 역량강화 사업과 같은 회원들의 교육에도 힘쓰고, 한의약을 사칭하는 불법의료 단속 등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보험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해 회원들을 대변할 것이다. 즉, 한의사라는 직업의 미래를 밝게 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Q. 개인적으로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아이가 태어난 지 이제 4달이 조금 넘었다. 아이와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 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지금 운영하고 있는 한의원도 조금 더 체계화, 자율화하려 한다. 저를 비롯한 저희 병원 원장들의 진료가 많은 환자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찾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Q. 더 강조하고 싶은 말은? 많은 한의사 회원들이 한의사의 미래를 위해 회무에 더욱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 우리 스스로가 한의계의 외연 확장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한의사의 미래는 더욱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한의사 회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224)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韓國의 한의학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혼재해 있다. 순수하게 한국적인 요소, 중국적인 요소, 일본적인 요소, 인도적인 요소, 아라비아적인 요소, 서양의학적인 요소 등이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한의학의 중심 과제는 언제나 ‘韓國人의 건강과 疾病 퇴치’였기에 우리의 선조들은 외국에서부터 전래된 것을 무조건 추숭하지 않고 이를 어떻게 한국인의 입장에서 수용해 한국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했다. “東醫學”이라는 의사학적 실체가 바로 그것이 아닌가 한다. 1610년에 간행된 『東醫寶鑑』이 시작을 연 “東醫學”의 독자적 전통에 대한 선언은 세계 의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일대의 사건이었다. 『東醫寶鑑』에서 許浚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나라는 치우치게 동쪽에 있지만, 의학의 도가 실과 같이 끊이지 않았기에, 우리나라의 의학도 東醫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래로 한국인의 마음 속에는 중국과는 기후와 풍토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에게 맞는 의학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는 광범위한 공통 인식이 오랜 기간 존재했다. 고려시대에 널리 퍼졌던 “鄕藥醫學”도 그러한 예이다. 고려시대로부터 조선 초기까지 간행된 “鄕藥”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醫書들은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가 깊다. 『三和子鄕藥方』, 『鄕藥古方』, 『鄕藥惠民經驗方』, 『鄕藥簡易方』, 『鄕藥集成方』 등과 “동쪽 사람(韓國人)의 경험방”이라는 意味를 갖고 있는 『東人經驗方』 등을 생각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허준의 『東醫寶鑑』에 보이는 많은 처방들은 中國醫書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그 내용에 있어 차이가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용량의 차이뿐 아니라 藥物의 증감도 있음을 알 수 있다. 香砂養胃湯을 예로 들면, 『東醫寶鑑』에는 白朮 一錢, 縮砂, 蒼朮, 厚朴, 陳皮, 白茯苓 各 八分, 白豆蔲 七分, 人參, 木香, 甘草 各 五分으로 되어 있는데, 원출전 『萬病回春』에는 여기에 香附子, 茯苓 각 八分이 더 들어가 있고, 縮砂와 白茯苓이 빠져 있다. 그리고 그 주치증에 있어서도 차이가 난다. 이러한 것은 中國에서 온 처방과 그 주치증에 관한 내용을 許浚이 韓國人에 맞게 재정리한 예이다. 『東醫壽世保元』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 『東醫壽世保元』에는 補中益氣湯이라는 처방이 나온다. 이 처방은 본래 中氣가 下陷하여 나타나는 증상을 치료하는 처방인데, 李濟馬는 少陰人의 腎受熱表熱病에 속하는 亡陽證의 초기 증세를 치료한다. 이제마의 補中益氣湯은 원방에서 柴胡와 升麻를 藿香과 蘇葉으로 대체하고 분량도 늘린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 의학 가운데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과 외국으로부터 전래된 것을 구별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외국으로부터 전래되어 토착화된 것은 그 토착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변화를 겪으면서 그 원형을 찾는 것이 어렵게 돼버리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학이 자체적 이론체계를 갖춘 의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조상들의 우리 풍토에 맞는 의학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노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中醫學과 東醫學은 그 성장과정과 내적 논리에 차이가 있다. 中醫學이 중국의 풍토와 중국인의 체질에 맞게 만들어지고 발전한 의학이라면, 東醫學은 한국인의 체질에 맞게 완성된 의학이다. 그러므로, 중국의학이 한국에 수입된 후에 토착화되는 과정은 한국인에 맞는 의학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일단일 뿐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東醫學은 그 역사적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 것이다. -
인삼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억제 효과 밝혀져(재)금산인삼약초산업진흥원(이사장 문정우·이하 진흥원)은 인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사망률을 현저하게 낮추고, 감염되더라도 월등한 회복력을 보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서상희 교수)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입증했다고 밝혔다. 진흥원은 생쥐에 인삼추출물을 하루에 kg당 50mg을 30일, 60일, 90일, 120일, 150일, 180일 동안 먹인 다음, 코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고 10일 동안 체중 변화와 사망률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인삼을 60일 동안 먹인 쥐는 인삼을 먹이지 않은 쥐에 비해 사망률이 20% 감소했고, 90일부터 180일까지 먹인 쥐는 30% 감소하는 등 인삼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살아남은 생쥐의 체중을 측정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10일째에 인삼을 투여한 생쥐의 체중은 감염되지 않은 생쥐 체중의 98% 이상으로 회복된 반면 인삼을 투여하지 않은 생쥐는 78% 정도 밖에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인삼 투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회복력을 높인다는 것도 함께 입증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6일째 생존한 생쥐의 폐조직에 남아있는 바이러스 농도를 측정한 결과, 인삼을 투여하지 않은 생쥐의 폐조직에 남아있는 바이러스 농도에 비해 인삼투여군의 바이러스 농도는 60일에 21.9%, 90일에 34.4%, 120일에 43.8%, 150일에 53.1%, 180일에 56.3%까지 줄어들어 인삼을 장기복용할수록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대항력이 증가되는 것도 확인했다. 이밖에 항바이러스 기능을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 대항물질인 인터페론 감마의 양을 폐 조직에서 측정한 결과 인삼을 투여하지 않은 군에 비해 인삼투여 60일에 111.1%, 90일에 115.7%, 120일에 119.5%, 150일에 121.8%, 180일에 160.2%로 늘어나 인삼투여 기간이 늘어난 군일수록 인터페론 감마의 양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폐 조직에 대한 병리적 관찰 소견에서도 폐 염증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표미경 진흥원 연구개발팀장은 “이번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인삼을 꾸준히 복용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감염되더라도 사망율을 낮추고 회복력을 증가시켜 중증으로 이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두 마리 토끼든, 세 마리 토끼든 두 배 세배로 노력해서 잡아보고 싶다”[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힙합그룹 ‘SIDE-B’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준 배나무한의원장에게 음악 활동을 하게 된 계기와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들어봤다. 1998년 SIDE-B를 결성해 ‘G.A.S.S.’라는 이름을 활동하고 있는 배 원장은 지난해 ‘Return of the life’ 제목의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Q. ‘SIDE-B’ 그룹에 대해 소개 바란다. 힙합크루 마스터플랜에서 활동을 해온 SIDE-B는 이른바 ‘K-HIPHOP 1세대’라고 불리는 크루다. 대중들보다 마니아들과 더 자주 접점을 갖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시작해 메이저 소속사와 계약하고, 두 개의 정규 앨범을 내면서 많은 활동을 해 왔다. 그러다 한의대 입학하면서 잠시 음악은 쉴 수밖에 없었다. 이후 허클베리피의 ‘분신8’이라는 공연을 본 것이 불씨가 되어 계속 참던 음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2020년에는 ‘B-CLASSIC’라는 싱글앨범을 내게 됐다. 지난해에는 ‘Return of the life’라는 미니앨범을 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14년 동안 모아왔던 기를 넣어서 만든 노래들이니 많이 들어주시기를 바란다. Q. SIDE-B 결성 계기는? 1995년도부터 힙합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것을 한국말로는 못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많은 연구를 했다. 가사의 일정 부분에 운율을 넣는 ‘라임’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한국말로도 운을 밟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이 되어 가사를 쓰고 음악을 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자연스레 그룹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힙합이 주류가 아니라서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다음 세대들이 그 때에 힙합을 듣고 음악을 시작했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가 해왔던 게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서는 너무 일찍 시작했나 싶기도 하는 생각도 들어 묘한 기분이다. Q.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한의대 재학 시절 있었던 일이다. 뮤직비디오 촬영이 있어서 머리카락을 흑인처럼 길게 땋아 내린 ‘콘로우’ 스타일의 머리로 수업에 들어간 적이 있다. 교수님이 뭐라고 할 것 같아 맨 뒷자리에서 모자 푹 눌러쓰고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러자 교수님이 “누가 버릇없게 수업시간에 모자를 쓰나? 당장 벗어!”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벗었더니 한참 뒤에 “그 맨 뒤에 앉아있는 너! 모자 벗으라고!” 하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전 이미 모자를 벗고 있고 이게 제 머린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강의실을 나갔다. 그랬더니 교수님이 화가 나서 쫓아오시며 “모자 벗으랬더니 나가?” 하면서 모자를 벗기려고 하다, 그게 머리인걸 보시더니 눈이 커지셨다. 그 뒤에는 그냥 들어오라고 하셔서 마저 남은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Q. 음악 활동과 한의원 운영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는가? 활동은 저녁에 하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그리고 코로나19로 많은 공연들이 취소가 되서 활동도 많이 하지는 못했다. 일이나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것 외에도 나 자신의 삶이라는 게 있지 않나. 한의원에 ‘보라색 안경을 낀 아주머니’가 들어오시면 저녁에 술도 한잔해야 한다. 무엇보다 음악 작업이라는 게 하루에 1~2시간씩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고 해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갑자기 어떤 영감을 받아 비트를 만들고, 갑자기 가사도 잘 써지고 그런 식이다. 그래서 어떤 가사는 한 달을 써도 마음에 안 들고, 어떤 가사는 2분 만에 썼는데 제일 마음에 든다. 그런 기적이 내려올 때 까지 버티는 게 작업이기도 하고 그런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정말 많이 필요한 일이고, 그래서 많이 힘들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미니앨범까지 냈으니 이제는 정규 앨범을 내야 할 차례인데, 많은 에너지를 갈아 넣어야 해서 부담이 크다. 그래서 싱글이나 더블싱글 정도의 앨범을 생각하고 있다. 다음 계획은 조금 젊은 세대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 또 예전에 함께 활동해 왔던 1세대들과의 콜라보로 아직 우리도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멋진 음악으로 그런 말을 보여주고 싶다. Q.남기고 싶은 말은?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콘텐츠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 능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삶의 큰 행복일 것이다. 하지만 그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어! 이거다!” 라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험에서 느끼는 쾌감이나 실감, 만족감을 느껴보는 것이 삶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제게는 이것이 한의학일수도, 음악일수도, 아니면 전혀 다른 무엇인가 일수도 있다. 한의사가 다른 취미나 활동을 하는 일이 ‘이색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활동의 결과가 다시 한의학으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삶인 만큼 나만의 방식으로 나중에 후회 없도록 사는 것이 맞다고 본다. 두 마리 토끼든 세 마리 토끼든, 두 배 세배로 노력해서 잡아보고 싶다. -
[시선나누기-9] 죽음에 관하여, 삶에 관하여문저온 보리한의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에세이 형태로 쓴 ‘시선나누기’ 연재를 싣습니다.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은 자신의 시집 ‘치병소요록’(治病逍遙錄)을 연극으로 표현한 ‘생존신고요’, ‘모든 사람은 아프다’ 등의 공연에서 한의사가 자침하는 역할로 무대에 오른 바 있습니다. 기획초청공연은 ‘명품 모노드라마 시리즈’였다. 이십 년 전에 내 마음을 울렸던 ‘염쟁이 유씨’가 모노드라마 시리즈 1에 올라와 있었다. 포스터를 보자마자, 주름마다 웃음을 머금고 있는 배우의 얼굴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사투리가 메아리친다. 그의 금테 안경, 흰 머리, 가느다란 눈, 활짝 웃을 때 두드러지는 광대뼈, 역할마다 바꿔 쓰던 모자, 선글라스...... 무대에 관을 놓고 앉았다 일어섰다 돌아섰다 멈췄다 1인 15역으로 변신하던, 그야말로 종횡으로 무대를 누비던 배우의 표정이 눈앞인 듯 생생하다. 이 작품이 지금까지 살아 있구나, 이 배우가 여태껏 이 작품으로 살아 숨 쉬는구나, 반갑고 기쁘다. 예술은 길다. 그 긴 시간 동안 배우와 작품은 얼마나 깊어지고 아름다워졌을 것인가. 또 지금의 시대와 호흡하려 어떤 변신을 거쳤을 것인가. 한번 관람했을 뿐인데도 그날의 감동은 내게 깊이 뿌리 내리고 있었나 보다. 작품과 배우를 응원하는 마음이 물결처럼 밀려든다. 앞으로도 흥하시라! 오래 살아 숨 쉬시라! 두 작품을 빗금 그어 편집한 공연 포스터를 보자니, 이 시리즈를 기획한 주최 측의 의도를 어렴풋이 짐작할 만하다. 두 작품 모두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 죽음, 그러므로 또한 삶. ◇죽는다는 것 “죽는다는 건, 목숨이 끊어진다는 것이지 인연이 끊어지는 게 아니야.” 주인공 유씨는 대대로 염을 하던 집안이다. 직업에 귀천이 있다 하나 가업으로 해왔었고,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일터로 찾아온 관객들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삶에 대한 생각,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잊을 수 없는 성수대교 붕괴, 골리앗 타워 농성, 유람선 침몰 등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들. 그리고 때로는 즐거운 기억들. 누구나 태어나면 피하지 못하는 것이 죽음일진대. 한편, 또 다른 장의사는 철저한 자본주의 방식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주도 대신해주고, 심지어 하객도 대신한다. 어떤 것이 옳은지는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관객과 함께하는 염이 유씨에게는 마지막 염이다. 한 올, 한 올 정성을 다하는 유씨. 이별의 준비를 마친 유씨는 북받치는 슬픔에 힘들어한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게 할까? 수많은 죽은 이들을 돌봐온 유씨의 한 마디.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어. 근디 땅에만 묻혀버리고 살아남은 사람 가슴에 묻히지 못하면 그게 진짜 죽는 게여.” ◇아프다는 것 코로나 블루로 심리적인 불안감과 고립감 그리고 우울감으로 이상 행동까지 점차 늘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과 육체적 불편함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이상 증상을 일으킨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병의 세계에서 몸과 마음은 별개가 아니다. 일찍이 겪어 본 적이 없는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실존과 내면을 해부하듯이 드러내야 한다. 병과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관계이지만, 죽음의 실체가 삶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임도 알게 해야 한다. 몸과 마음의 병, 상처, 고통, 그리고 죽음이라는 부정적인 요소를 부각시키면서 오히려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코로나 시대의 병과 몸을 매개로 한 인간 실존의 내면세계와 삶을 서사적인 구성으로 시각화하는 본 작품은 삶이라는 병, 사랑이라는 증상, 신음처럼 새는 말, 가까이 있는 죽음 그리고 그 모든 장소인 몸을 4부작 마임으로 보여준다. 1. 가슴을 쪼개 보이며 그가 말했다. 2. 죽이고 싶은 인간, 나도 있어요. 3. 나는 고인을 알지 못한다. 4. 얼마나 아프신가요? ◇예술이라는 것 나는 공연 홍보자료를 찬찬히 살핀다. 공연자의 ‘작품 의도’와 주최측의 ‘기획 의도’가 문장마다 스며 있다. 날것의 이 목소리들이 무대 위에서 몸짓으로 추임새로 대사로 표정으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 찡그림과 비명과 울음과 거친 호흡과 순간의 정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러면 공연이다. 그래야 공연이다. 공연을 마쳤을 때 관객석에는 일고여덟 살쯤 되는 아이들이 올망졸망 앉아 있었다. 인솔 선생님을 따라 객석을 조르르 빠져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뒤늦게 우리 무대의 색깔과 무게를 조심스럽게 돌아보았으나, 곧 마음 한쪽이 따뜻해져 왔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눈과 마음으로 하나의 무대를 품고 갔으리라. 이야깃거리와 질문거리들이 아이들 마음속에서 싹트고 자라나리라. 그것이 공연이다. 그것이 예술이다. -
코로나19 사태와 방역 당국의 무책임‘보건의료 정책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한의사협회의 주장이 최근의 현안 중 가장 잘 나타내 보여주는 사례가 신속항원검사의 한의의료기관 배제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수십만 명씩 발생하고 있고, 확진자들에 대한 재택치료 한계치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방역 당국의 외눈박이 행정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코로나 감염에 따른 확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동네 병의원을 방문하면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제때 검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설령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해도 재택 격리동안 특별한 의료조치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환자가 즐비한데도 방역 체계에서 한의사는 여전히 배제되고 있다.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홍주의 회장은 지난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의 일선 한의의료기관에서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본격 시행하겠다고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는 코로나19 환자 수가 1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음에도 오로지 양의계의 눈치만 보고 있는 방역당국의 행태를 더 이상 방관하고 있을 수 없음을 지적함과 동시에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료인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에 앞선 21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가 한의원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참여 문제를 복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복지부는 당일 오후 부랴부랴 설명 자료 배포를 통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의의료기관의 참여를 놓고 보건복지부 내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사의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말 것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의 피로도가 가중하고 있고, 부실한 의료대처로 인해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양방의료에만 의존하는 방역체계를 고집할 것인지, 그로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안일한 행정에 대한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할 사안이다.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현 방역 당국의 감염병 대처 및 관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로 가득하다. 그토록 자부했던 K-방역은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이미 헛구호가 된지 오래이며, 확진 판정 단계와 확진자 재택 치료 부문에 있어서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가용 가능한 모든 보건의료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현재까지도 외면과 배제로 일관해온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사태를 키운 주범과 다름없다. 반성도 없고, 개선도 없는 방역 당국의 무책임이 국민건강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