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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진단기기 관련 대법원 판결 全文사건: 2016도21314 의료법 위반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유승남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2. 6. 선고 2016노817 판결 판결선고: 2022. 12. 22.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공소사실 요지 누구든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의사인 피고인은 2010. 3. 2.경 환자 공소외인을 진료하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모델명: LOGIQ P5, 이하 ‘이 사건 초음파 진단기기’라 한다)를 사용하여 공소외인의 신체 내부를 촬영한 것을 비롯하여 2012. 6. 16.까지 공소외인에게 총 68회 초음파 촬영을 함으로써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진단하는 방법으로 진료행위를 하여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한의사가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 법리에 따라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1) 초음파 검사는 영상을 판독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서양의학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하므로, 초음파 진단기기는 판독에 관해서 서양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하여 개발․제작된 것이지 단순히 물리학적 원리에 기초하여서만 개발․제작된 것은 아니다. 2) 의료행위에서 진단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진단에 관해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방법인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이상 치료방법으로 침이나 한약 등을 사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3)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자체로 인한 위험성은 크지 않으나, 진단은 중요한 의료행위여서 검사 내지 진단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독하지 못하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고, 이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 쟁점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여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진단하는 방법으로 진료행위를 한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2. 쟁점에 관한 판단 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관한 판단기준 1) 의료법의 관련 내용 구 의료법(2011. 8. 4. 법률 제110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시행되고 있다(제1조). 구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을 말하고(제2조 제1항), 이 중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의 임무를,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의 임무를 수행하며(제2조 제2항 제1호, 제3호), 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려는 사람은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을 취득한 후 국가시험에 합격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제5조). 그리고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제27조 제1항 본문), 이를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제87조 제1항 제2호). 구 의료법이 의사와 한의사가 각자 면허를 받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취지는, 의료인의 고유한 담당 영역을 정하여 전문화를 꾀하고 독자적인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국민이 보다 나은 의료 혜택을 누리게 하는 한편, 의사와 한의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국가로부터 관련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은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사람의 생명․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1도1664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취지에서 구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개설(제33조), 진료과목의 설치․운영(제43조), 전문의 자격 인정 및 전문과목의 표시(제77조) 등에 관한 여러 규정에서 의사와 한의사 직역이 구분되는 것을 전제로 각 직역의 의료인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규정하였으나, 막상 각 의료인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이를 구분하는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즉 구 의료법은 의료인을 의사․한의사 등 종별로 엄격히 구분하고 각각의 면허가 일정한 한계를 가짐을 전제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금지․처벌하는 것을 기본적 체계로 하고 있으나, 각각의 업무 영역이 어떤 것이고 그 면허의 범위 안에 포함되는 의료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인지에 관하여는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2) 종전의 판단기준 대법원은 의사나 한의사의 구체적인 의료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 목적, 해당 의료행위에 관련된 법령의 규정 및 취지, 해당 의료행위의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해당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 의과대학 및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해 해당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례에 따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왔다(위 대법원 2011도16649 판결 등 참조). 한의사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의료기기나 의료기술(이하 ‘의료기기 등’이라 한다) 이외에 의료공학의 발전에 따라 새로 개발․제작된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도 이러한 법리에 기초하여,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등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있는지, 해당 의료기기 등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해당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해당 의료기기 등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 참조, 이하 ‘종전 판단기준’이라 한다). 3)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 그러나 의료행위 관련 법령의 규정과 취지는 물론 의료행위의 가변성, 그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및 과학기술의 발전과 응용 영역의 확대, 이와 관련한 교육과정․국가시험 기타 공적․사회적 제도의 변화,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선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가 없음을 전제로 하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하여 종전 판단기준은 새롭게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즉,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와 의사의 의료행위가 전통적 관념이나 문언적 의미만으로 명확히 구분될 수 있는 것은 아닐뿐더러, 의료행위의 개념은 의료기술의 발전과 시대 상황의 변화,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과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기도 하고, 의약품과 의료기술 등의 변화․발전 양상을 반영하여 전통적인 한방의료의 영역을 넘어서 한의사에게 허용되는 의료행위의 영역이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다(치과의사의 안면 보톡스 시술에 관한 대법원 2016. 7. 21. 선고 2013도85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구 의료법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제1조)으로 하는데,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도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의료의 발전과 의료서비스의 수준 향상을 위하여 의료소비자의 선택가능성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열어두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는 결국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그 의미와 적용범위가 수범자인 한의사의 입장에서 명확하여야 하고,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그러하다[헌법재판소 2013. 12. 26. 선고 2012헌마551, 561(병합) 결정 참조]. 그러므로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이하 ‘새로운 판단기준’이라 한다). 이는 ‘종전 판단기준’과 달리, 한방의료행위의 의미가 수범자인 한의사의 입장에서 명확하고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진단용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됨을 의미한다. 나.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살펴본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르면, 한의사인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여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이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한 의료기관 개설자 등은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하여야 하는데, 한의원은 대상 의료기관에 포함되지 않고[구 의료법 제37조, 구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2012. 11. 15. 보건복지부령 제1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1항 별표6], 특수의료장비를 설치․운영하려는 의료기관의 설치인정기준에도 한의원은 제외되는 반면[구 의료법 제38조, 구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2012. 8. 2. 보건복지부령 제1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별표1], 초음파 진단기기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및 특수의료장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없다. 나) 한편, 초음파 진단기기를 취급하는 의료기사를 지도할 수 있는 사람에 의사 또는 치과의사만 규정되었을 뿐 한의사는 이에 포함되지 않으나[구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2013. 6. 4. 법률 제118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의2 제1호, 구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4. 11. 19. 대통령령 제257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2호], 이를 근거로 한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도2534 판결 참조). 다) 또한, 한의원에서는 초음파 검사료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및 법정 비급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나[구 국민건강보험법(2011. 9. 15. 법률 제110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제4항,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보건복지부 고시 제2012-48호)], 특정 진료방법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대상 등에 해당하는지와 그 진료방법이 의료법상 허용되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므로(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두38171 판결 참조), 국민건강보험 관련 법령을 근거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금지된다고 해석할 수도 없다. 2) 초음파 진단기기가 발전해온 과학기술문화의 역사적 맥락과 특성 및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그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초음파 진단기기는 인체 부위에 접촉하여 있는 탐촉자(프로브)에서 발사된 초음파가 인체 내로 투과하여 조직의 경계면으로부터 신호가 반사되면 그 신호를 컴퓨터로 증폭․변환하여 영상을 구현하는 의료기기이다. 초음파 투입에 따라 인체 내에서 어떠한 생화학적 반응이나 조직의 특성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세포막 손상, 염색체 손상, 산화, 중합반응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 없으며, 초음파 진단기기는 임산부나 태아를 상대로도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구 「의료기기법 시행규칙」(2009. 6. 26. 보건복지가족부령 제1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별표1]의 ‘의료기기의 등급분류 및 지정에 관한 기준과 절차’에 따르면, 의료기기는 사용 목적과 사용 시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성의 정도에 따라 1등급(잠재적 위해성이 거의 없는 의료기기)부터 4등급(고도의 위해성을 가진 의료기기)으로 분류되는데, 이 사건 초음파 진단기기인 ‘범용초음파영상진단장치’는 다기능전자혈압계, 귀적외선체온계와 같이 위해도 2등급(잠재적 위해성이 낮은 의료기기)으로 지정되었다. 즉, 초음파 진단기기는 인체에 대한 잠재적 위해성 등의 측면에서 혈압계나 체온계 등 일상생활 영역에서 널리 이용되는 의료기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다) 헌법재판소는 종전 수차례에 걸쳐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 내지 초음파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하여 진료행위를 한 것이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10헌마109 결정, 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09헌마623 결정, 헌법재판소 2013. 2. 28. 선고 2011헌바398 결정 등 참조). 그러나 헌법재판소 결정 당시와 비교할 때 최근 국내 한의과 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 포함)은 모두 ‘진단학’과 ‘영상의학’ 등을 전공필수 과목으로 하여 실무교육이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고, 한의사 국가시험에도 영상의학 관련 문제가 계속 출제되어 왔으며, 매년 그 교육정도가 심화되고 출제비율도 증가하는 등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의료행위의 전문성 제고의 기초가 되는 교육제도․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강화되어 왔다. 라) 최근 IT 과학 기술의 발달로 3차원 초음파 영상이 구현되고,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기가 개발되는 등 초음파 진단기기는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일반인도 이를 구매․사용함에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CT기기나 MRI기기에 비해 사용이 간편하고, 진료비용도 저렴하다. 이에 의료계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는 인체 내부를 보는 진단기기임과 동시에 인체 내부의 소리를 듣는 ‘제2의 청진기’로도 인식되고 있다. 한의사의 청진기 사용이 면허 내의 의료행위임은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 등에 비추어 별다른 의문이 없고, 여기에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 및 초음파 진단기기의 과학기술적 발전 상황을 감안하면, 이와 같이 범용성․대중성․기술적 안전성이 담보되는 초음파 진단기기에 대하여 한의사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구 의료법 제1조에서 정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제10조에 근거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의료공학 및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어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 모두에게 그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위 헌법재판소 2012헌마551, 561(병합) 결정 참조]에서 보더라도 그러하다. 마) 한편, 구 의료법 제43조, 제77조 제1항, 제4항, 구 「의료법 시행규칙」(2012. 8. 2. 보건복지부령 제1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1항에 의하면, 영상의학과는 초음파 진단기기, CT기기, MRI기기 등과 같은 영상 의료기기를 이용하여 얻어진 정보를 의학적 교육, 연구 및 임상적 경험을 통해 관찰하여 영상에 나타난 질병의 징후 등에 관한 진단을 내리고 이를 근거로 환자의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학의 전문 진료과목으로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검사 및 진단에 관한 전문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전체 의사 중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제외할 경우에, 초음파 진단기기의 사용에 관한 전문성 또는 오진 가능성과 관련하여 그 사용으로 인한 숙련도와 무관하게 유독 한의사에 대해서만 이를 부정적으로 볼 만한 유의미한 통계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한의사의 경우에만 일률적으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해석이다. 바)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 유무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과 그 판단 기준에 대한 법리는 한의사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0104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한의사에 대하여 양약과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한약의 위험성을 환자에게 설명할 의무(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102209 판결 참조) 및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다117492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4도4570 판결 참조)까지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서양의학의 관점 및 지식까지도 갖추었음을 전제로 설명의무나 전원조치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인바, 한의사가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그럼에도 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 3)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가) 초음파 진단기기의 개발ㆍ제작 원리는 초음파가 특정 물체에 송신되었다가 반사되어 오는 시간과 양을 물리적으로 측정하는 순수한 물리학적 원리에 기초한 것이어서 이를 두고 서양의학적 원리에 전적으로 기초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초음파 진단기기가 서양의학에 응용되기 이전인 1917년경 이미 수중 음파 탐지기가 군사용도로 개발ㆍ사용되었고, 현재 초음파는 생활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즉,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을 통하여 발명ㆍ제작된 것이므로, 그 과학기술의 원리와 성과를 한의사 아닌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한의학의 전통적인 진찰법(四診)에 망진(望診), 문진(聞診), 문진(問診), 절진(切診)의 방법이 있고, 그 목적은 이를 통하여 해당 질환의 변증유형(辨證類型)을 확정하기 위함이다. 이 중 절진(切診)은 한의사가 손을 이용하여 환자의 신체 표면을 만져보거나 더듬어보고 눌러봄으로써 필요한 자료를 얻어내는 진찰법이다. 그런데 한의사가 위와 같은 전통적인 진찰법으로는 변증유형의 확정에 필요한 완전한 진찰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보다 높이기 위하여 보조적인 진단수단으로 현대 과학기술에서 유래한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한의학적 원리와 배치되거나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즉, 한의사가 환자의 복부에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과거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찰법으로 사용하던 절진의 일종인 복진(腹診)을 기본적으로 시행하면서, 그 변증유형 판정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초음파 진단기기를 복진과 같은 방법으로 부가하여 사용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 의학적으로 진단은 문진ㆍ시진ㆍ촉진ㆍ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기초하여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이고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로서 진단행위와 치료행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 참조). 진단행위와 치료행위를 전체적으로 고찰하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전문가이자 공인된 자격을 갖춘 한의사가 환자에게 침술 및 한약치료 등 한방치료행위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그 전제로 해당 질환의 변증유형 확정을 위하여 이루어진 진단행위 역시 한의학적 원리와 일정한 관련성을 지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의료행위의 전체적인 경위․목적․태양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한의학적인 용어가 환자에게 생소한 점 등을 이유로 한의사가 진단 및 설명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서양의학적 용어를 일부 사용한 사정만으로 한의사의 의료행위가 한의학적 원리에 의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 라) 2003. 8. 6. 법률 제6965호로 제정된 「한의약 육성법」 제2조 제1호는 "한의약"을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와 한약사를 말한다고 규정하였으나, 한의약의 외연을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까지 확대하여 한의약 산업의 발전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종국적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2011. 7. 14. 법률 제10852호로 개정된 「한의약 육성법」 제2조 제1호는 “한의약”을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ㆍ개발한 한방의료행위 및 한약사를 말한다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법 개정 취지와 의료서비스 소비자인 환자들의 건강을 보호ㆍ증진하고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권리를 고려하면, 한의사가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서 현대 과학기술에서 유래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약”의 범주에서 벗어났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각국의 전통의학에 대하여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의 체계를 갖추도록 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비추어 한방의료행위의 과학화는 불가피한 시대적 요청이라는 점에서 보더라도 그러하다. 다. 소결론 의료법의 목적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이고,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을 처벌하는 이유도 사람의 생명ㆍ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데 있다. 그리고 국가는 한의약기술의 과학화ㆍ정보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세우고 추진할 의무가 있다(「한의약 육성법」 제4조). 한의사가 정확한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범용성․대중성․기술적 안전성이 담보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이원적 의료체계의 한 축인 한의학의 과학화ㆍ정보화를 촉진시킴으로써 독자적인 발전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자 의료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을 보장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지역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의료 사각지대 없이 의료 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이원적 의료체계의 원리 및 입법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판결은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 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다.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 것이자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한정하여, 그 특성 및 사용에 관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함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한의사가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더라도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라. 판례 변경 이와 같이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앞서 본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진단용 의료기기의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종전 판단기준’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은 모두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3.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정을 알 수 있다. 1) 한의사인 피고인은 범용초음파영상진단장치인 이 사건 초음파 진단기기를 환자 공소외인의 복부에 대고 신체 내부를 촬영하였는데, 복진(腹診)을 기본적으로 시행하면서 보조적 진단수단으로 이 사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였다. 2) 피고인은 공소외인의 자궁 부위에 관한 초음파 영상을 관찰하고, 환자에 대해 기체혈어형(氣滯血瘀型) 자궁 질환[석가(石瘕) 내지 장담(腸覃)]으로 변증(辨證)하였다. 이는 환자에 대해 한의학적으로 진단한 경우에 해당한다. 구 의료법 제43조, 구 의료법 시행규칙 제41조 제1항 제4호에 따르면, 한의사의 진료과목은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한방신경정신과, 한방재활의학과, 사상체질과 및 침구과인데, 피고인의 의료행위는 이 사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한방부인과 진료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설령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공소외인에게 자궁내막증식증에 관하여 일부 설명한 사실이 있더라도, 이는 자궁질환의 한의학적인 용어가 생소한 관계로 서양의학적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이상, 이를 이유로 서양의학적 진단을 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당시 공소외인이 피고인에 의한 한방진료와 일반 병원에서의 산부인과 진료를 병행하였고, 피고인의 한방진료에 앞서 산부인과에서 자궁내막증식증 관련 진단을 받은 사실을 피고인에게 알려준 사실이 있음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하다. 3) 피고인은 공소외인에게 투자법침술, 경혈침술, 복강내침술, 경피적외선조사요법, 한약처방 등 한방치료행위를 하였으므로, 그와 같은 한방치료행위의 전제가 된 진단행위 역시 한의학적 원리에 기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피고인이 실시한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 및 피고인의 교육정도, 경력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당시 이 사건 초음파 진단기기를 보조적으로 사용하여 진단한 행위가 한의학적 원리에 의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거나, 그로 말미암아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의 우려가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한의사인 피고인이 이 사건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의 범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5.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이 사건의 쟁점과 반대의견의 요지 1) 이 사건의 쟁점은,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취하는 우리의 의료체계 아래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구 의료법상 적법한 한방의료행위로 보아 허용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다수의견의 요지는,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 ①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령이 없고, ② 초음파 진단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없으며, ③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ㆍ목적ㆍ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 이러한 다수의견은, 한방의료에도 현대 과학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사용이 허용되어야 하고 나아가 그 사용을 장려할 필요도 있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우리의 의료체계는 양방과 한방을 엄격히 구분하는 양방ㆍ한방 이원화 원칙을 취하고 있고, 의료법은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하여 각각의 면허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서양의학(이하 ‘양의학’이라 한다)적인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이원적 의료체계에 반하는 것으로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둘째, 양의학ㆍ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와 진찰방법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부가적으로 사용하였더라도 이를 한의학적 진단행위로 볼 수 없고, 아울러 한의과 대학의 교육정도 등을 감안하면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경우 오진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높다. 셋째,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할 것인지는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방향으로 제도적ㆍ입법적으로 해결함이 바람직하고, 그러한 정비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이원적 의료체계와 양방ㆍ한방의 면허된 의료행위 1) 우리의 의료체계는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하여 별도의 면허 제도를 마련하고,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구 의료법은 의료인의 임무(제2조), 면허제도(제5조), 의료기관의 개설(제33조), 진료과목의 설치ㆍ운영(제43조), 전문의 자격 인정 및 전문과목의 표시(제77조) 등 여러 규정에서 의사와 한의사 직역을 엄격히 구분하고 상호 면허된 영역을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아 형사처벌하고 있다(제87조). 이와 같이 양방과 한방을 엄격히 구분하는 양방ㆍ한방 이원화 원칙은 1951년 제정 국민의료법부터 현행 의료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어 있는 확고한 원칙이다. 의료법은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관하여 적극적인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하고(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 참조), ‘한방의료행위’는 우리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로서 의료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도7572 판결 참조)고 판시하여,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한의사가 환자에게 주사를 하는 행위는 한의사가 사실상 의사의 자질을 갖고 있더라도 한의사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고(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도2108 판결 참조), 반대로 의사가 한약제를 조제한 후 한방원리에 따른 환자의 체질에 맞추어 투약하는 행위 및 환자의 경혈 등에 침을 놓는 침술행위는 한의사의 면허 없이 한방의료행위를 한 것으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9. 12. 26. 선고 87도840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도7572 판결 참조). 2) 이와 같이 의료법에서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를 엄격히 구분하고,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뿐만 아니라 의료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대하여도 엄격히 금지하고 형사처벌까지 하는 이유는 한 나라의 의료제도가 그 나라의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을 목적으로 하여 합목적적으로 체계화된 것으로서 국가로부터 의료에 관한 지식과 기술의 검증을 받은 사람으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행위의 특성상 설령 어떤 시술방법에 의하여 어떤 질병을 상당수 고칠 수 있더라도 국가에 의하여 확인되고 검증되지 아니한 의료행위는 항상 보건위생상 위해를 발생케 할 우려가 있으므로 전체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로서는 이러한 위험발생을 미리 막기 위하여 이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밖에 없다. 양의학과 한의학은 그 학문적 원리가 서로 달라 학습과 임상이 전혀 다른 체계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자신이 훈련받지 않은 분야의 의료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아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치료결과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규제방법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적합한 조치에 해당한다(헌법재판소 2013. 2. 28. 선고 2011헌바398 결정 참조). 3) 한의사의 현대적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상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원적 의료체계를 중점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의사가 현대적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진단행위를 한 경우, 진단기기의 사용행위 자체가 인체에 대해 침습적이지 않다는 점에만 착안하여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이러한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는 비의료인의 경우에 무면허 의료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지만 의료법상 적법하게 면허를 받은 한의사의 경우에는 본질적인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 물론 양의학, 한의학을 불문하고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에 바탕을 둔 현대적 진단기기 사용에 따른 혜택을 모든 의료인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의료정책상 장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대적 진단기기에는 CT기기, MRI기기와 같이 양의학을 기본원리로 하는 진단기기와 양도락 측정기, 경락기능 검사기, 경혈 탐지기와 같이 한의학을 기본원리로 하는 진단기기로 구분할 수 있는바, 한의사가 한의학을 기본원리로 하는 진단기기가 아닌 양의학을 기본원리로 하는 진단기기를 양의학적인 방법으로 사용함으로써 양의학의 영역을 침범한다면 이는 이원적 의료체계에 반하는 것으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한의사의 현대적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상 허용되는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러한 진단행위 자체의 학문적 기초가 되는 원리가 한의학인지 양의학인지, 진단은 치료를 위한 준비단계라는 점에서 한의사가 학문적인 기초가 달라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양의학적 진단행위를 함으로써 오진(誤診)으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다. 양의학ㆍ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와 진찰방법 1) 양의학과 한의학의 원리 양의학은 기본적으로 사실적ㆍ실증적ㆍ객관적 실험과학을 기본으로 구성된 학문임에 비하여, 한의학은 주관적ㆍ직관적ㆍ경험적이며 자연철학의 원용이 주류를 이루는 학문이다. 양의학은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여 인체의 기능이나 질병을 설명하기 때문에 질병이란 것은 인체의 어떤 부위에 변화가 생겨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치료도 그 부위에 대하여 행한다. 반면, 한의학은 인체를 하나의 통일체로 인식하고 각각의 장기와 조직들이 긴밀히 연결되어 움직이는 것으로 보고 질병이란 인체가 어떠한 원인에 의하여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며, 그 변화는 내적ㆍ외적인 여러 가지 원인에 대한 인체의 반응 상태이므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그 하나하나의 증상이 독립된 것이 아니고, 모두 긴밀한 연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양의학은 질병의 원인이 주로 외부적인 인자, 즉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이라고 보기 때문에 치료방법도 이러한 것들을 제거하는 데 치중하는 것인 반면, 한의학에서는 질병의 발생요인을 주로 사람의 기력이 약하여 인체를 방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2) 양의학과 한의학의 진찰방법 양의학의 진찰방법은 서양과학인 실험과학에 근거를 두고 인체의 화학적, 생물학적인 변화를 관찰ㆍ측정하는 데 주안을 두고 있고, 문진(問診), 시진(視診), 청진(聽診), 타진(打診), 촉진(觸診) 등을 비롯한 전통적인 진찰방법 이외에 CT기기, MRI기기,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각종 기기를 이용하여 검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찰을 하고 있다. 한의학의 주요 진찰법은 망진(望診), 문진(聞診), 문진(問診), 절진(切診)이 있는데, 이는 환자가 증상을 호소하는 국소적인 부위만 진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고, 듣고, 묻고, 만져서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진찰법이다. 위와 같은 사진(四診)법에 의한 신체적 징후에 근거하여 질병의 원인, 성질 등을 분석ㆍ종합ㆍ개괄하여 증후를 파악하는데, 이를 변증(辨證)이라 한다. 그리고 변증의 기본적인 강령을 팔강(八綱)이라고 하는데, 팔강이란 환자의 상태를 음(陰), 양(陽), 표(表), 리(裏), 한(寒), 열(熱), 허(虛), 실(實)의 여덟 가지 기준에 따라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증의 결론을 근거로 이에 상응하는 치료방법을 확정하게 된다. 라.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의 허용 여부 1) 한의학적 의료행위인지 여부 초음파 진단기기는 초음파가 반사되는 시간을 거리로 변환하여 조직의 위치를 표현하고 초음파로부터 반사되는 에너지량을 밝기로 변환하여 조직의 물성을 표현하는 의료기기로서 그 특성상 인체의 특정 부위 증상을 실험적ㆍ분석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따라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진찰하는 행위는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여 인체의 특정 부위를 진단ㆍ치료하는 양의학의 원리에 부합하지, 인체를 하나의 통일체로 보고 인체 각 부위가 긴밀한 연계성을 가지는 한의학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한의사인 피고인이 손을 이용하여 환자의 복부 표면을 만져보거나 더듬어보고 눌러봄으로써 필요한 자료를 얻어내는 절진(切診)의 일종인 복진(腹診)을 기본적으로 시행하면서 그 변증유형 판정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초음파 진단기기를 복진과 같은 방법으로 부가하여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초음파 영상과 한의학적 변증 사이에 논리적 상관관계가 연구되어 검증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주된 방법으로 사용했는지 또는 보조적으로 사용했는지에 따라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의 범위가 달라진다고 볼 수도 없다. 초음파 영상을 통하여 환자의 내부 장기 모습을 살펴보고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양의학의 진단과 치료방법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환자에게 복부초음파를 시행하면서 자궁내막의 두께를 관찰하였는바, 이는 양의학 진료과목인 산부인과에서 전형적으로 행하는 초음파 검사방법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복진에 부가적으로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한의학적 진단행위로 볼 수는 없다. 2)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여부 의료법령에 의하면 영상의학과는 초음파 진단기기 등과 같은 영상 의료기기를 이용하여 얻어진 정보를 임상적 경험을 통해 관찰하여 영상에 나타난 질병의 징후 등에 관한 진단을 내리고 이를 근거로 환자의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양의학의 전문 진료과목으로, 구 의료법 제3조의3 제1항에 따라 종합병원의 필수 진료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에 반해 한의사 전문의의 경우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안ㆍ이비인후ㆍ피부과, 한방신경정신과, 한방재활의학과, 사상체질과 및 침구과로 진료과목을 나누고 있을 뿐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진단하는 전문 진료과목이 지정되지 않았다(구 의료법 시행규칙 제41조 제1항). 초음파 진단기기는 조작방법이 비교적 간단하기는 하지만 안압측정기, 청력측정기 등과 달리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것이 아닌데다가 탐촉자의 방향 등에 따라 허상이 자주 발생하며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하면서 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정확한 초음파 검사를 위해서는 신체 장기의 형태, 조직의 구성, 환부의 특징, 다른 장기의 위치와 상태, 환자의 과거 병력 등과 같은 초음파 영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여 검사 및 판독을 해야 하고, 이상 증세가 있거나 특정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검사자가 즉각적으로 결정하여 추가 검사를 시행할 정도의 풍부한 의학적 지식과 경험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런데 양의학과 한의학은 그 배경이 되는 철학, 인체ㆍ질병ㆍ진단ㆍ치료에 대한 이해 및 접근방법이 완전히 다르고, 초음파 진단기기는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여 인체의 특정 부위를 진단ㆍ치료하는 것에 적합한 의료기기로서 한의학적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초음파 영상을 정확히 판독하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최근 한의과 대학에서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교육 제도, 과정이 보완ㆍ강화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전면적으로 허용할 정도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피고인의 경우 한의사 면허 취득 당시 한의과 대학에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고, 면허 취득의 전제가 된 한의사 국가시험에서도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관한 평가를 제대로 받지 않았으며 단지 사후적으로만 초음파 관련 교육을 이수하였는바, 이 사건에서 한의사인 피고인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면허된 의료행위로 보는 것은 그 면허 당시 허가된 내용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결국 양의학과 한의학의 근본적인 차이, 초음파 진단기기 자체의 특성, 한의과 대학의 관련 교육정도 등을 감안하면,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한 의사에 비하여 충분한 훈련을 받지 못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다면 오진(誤診) 등으로 질병을 적시에 발견하지 못하여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잘못된 치료로 나아갈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마. 바람직한 문제 해결의 방향 최근 초음파 진단기기를 비롯한 현대적 진단기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범용성ㆍ대중성이 인정되는 초음파 진단기기의 특성을 감안하면, 향후 한의과 대학의 관련 교육정도가 충분할 것을 전제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고, 이를 무한정 막을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이는 의사와 한의사 등 이해당사자들이 각각의 학문적 발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 도모 및 의료서비스 선택의 폭 확대라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고,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제도적ㆍ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한 제도적ㆍ입법적 정비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아 일률적, 전면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의사에게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할지 여부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양의학과 한의학을 준별하는 이원화된 현행 의료체계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양의학과 한의학의 경계를 허물고 일정 부분 중첩되는 영역을 인정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방향으로 제도적ㆍ입법적 정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제도적ㆍ입법적 정비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적 의료기기의 사용 허부가 문제될 때마다 매번 의료인이 형사처벌이나 면허정지를 각오하고 다투게 하거나, 법원이 무면허 의료행위로 기소되거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인을 상대로 그 허용 여부를 일일이 결정하게 하는 것은 의료계의 법적 혼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소송경제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결국 한의사의 현대적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할 것인지는 양방ㆍ한방을 준별하고 면허를 구분하여 내어주는 현행 의료제도의 태생적 문제와 관련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원화된 의료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관할 행정기관이 쌍방 의료인이 포함된 심사기구를 통해 현대적 진단기기를 심사하여 쌍방 또는 일방 의료인이 사용할 수 있는 진단기기의 종류와 품목 등을 결정ㆍ고시하고 이에 불복이 있는 경우 이를 다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거나, 미국 진단초음파협회(ARDMS)의 ‘초음파 진단 인증제도’와 같이 전체 의료 종사자를 상대로 초음파 진단 분야의 시험 및 인증에 관한 공신력 있는 자격제도를 설정하는 등 제도적 개선을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바. 소결론 한의사인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여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진단하는 방법으로 진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의료법 위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 이 사건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 주심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오경미 -
대한한의사협회장 담화문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한의사협회장 홍주의입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국민들의 건강증진과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회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 사용 의료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한의사가 진료 과정에서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한 것에 대해 의료법 위반 여부를 가리는 판결입니다.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진단용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2.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판결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2. 한의사가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통상적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최근 국내 한의과대학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관련 교육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 강화되어 왔다. 4. 한의사에게 초음파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5. 한의사가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적용,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증명되었다 보기 어렵다. 6.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는 것이자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한정된 것이지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의 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한의사인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을 적극 지지하고 환영합니다. 과학 기술 문화의 발전에 따라 성장해온 한의학의 행위에 대해 진일보한 판결을 내려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신 이번 소송의 여러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특히 그간 한의 진료현장에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때론 피해를 보셨던 한의사 회원분들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분들의 노고와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결과는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의 판결은 지금까지 한의사에게 채워져 있던 현대 진단기기 사용 제한이라는 족쇄를 풀어주는 단초가 되는 것이며 이는 국민의 건강증진과 보건향상, 국민의 진료선택권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희 집행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의사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임상현장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도록 더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합니다. 현재 정부, 국회 등과 다양한 논의를 통해 한의사의 의료기기 관련 사안 진척을 위해 노력 중에 있습니다. 특히 방사선안전관리자 관련 법안의 통과, 근골격 초음파 교육의 활성화, 신속항원검사 관련 행정 소송, 혈액검사 급여화, 한의물리치료 급여화 등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역대 모든 한의사협회 집행부의 부단한 노력들이 모여 결과를 이루어 내었습니다. 그동안 헌신하신 역대회장님들을 비롯 재직하셨던 임직원 여러분께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진료현장에서 국민건강을 위해 더욱 애써 주실 것을 당부드리며 회원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2022년 12월 22일 대한한의사협회장 홍주의 -
여한의사회, 여변호사회와 업무 협력 간담회대한여한의사회가 한국여성변호사회와 간담회를 갖고 각 단체 회원들의 권익 증진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21일 열린 간담회에는 여한의사회 측 박소연 회장, 최유경 학술이사, 이지현 대외협력이사가 참석했으며, 한국여성변호사회 측에서는 김학자 회장, 사무총장인 이수연 변호사가 참석했다. 양 단체는 이날 논의한 협력 방안을 바탕으로 추후 업무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구체적 내용은 해바라기 센터 내 성폭력 상담사에 대한 만성 트라우마 치료 지원, 여성 변호사회 회원 대상 한의 진료, 여한의사회 회원 대상 법률 서비스 지원 등이다. 박소연 여한회장은 "같은 시대를 사는 전문직 여성이라는 공통점으로 각 단체가 갖는 사회적 책임을 수행함에 있어 협력이 기반이 되면 훨씬 많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각 단체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차차 의논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
“코로나19 한의진료 접수센터, 한의약의 감염병 치료·예방 근거 마련”<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코로나19가 앤데믹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한의약의 역할을 되돌아 보면서 성과 및 치료효과를 점검하는 한편 이를 통해 향후 신종 감염병 출현시 한의약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위한 방안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대한한의사협회(회장 홍주의·이하 한의협)를 중심으로 한의계에서는 감염병 치료 및 예방에 있어 한의사의 국가방역체계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청한 것은 물론 한의협 자체적으로 한의진료전화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돌봐온 성과에도 불구, 한의사의 참여는 정부로부터 철저히 배제돼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코로나19가 급속한 재확산이 진행되자 한의협에서는 정부의 철저한 외면에도 불구, 국가적 재난사태에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하고 생명을 보호하는 의료인의 책무를 다한다는 한 가지 마음가짐으로 ‘코로나19 한의진료 접수센터’(이하 접수센터)를 구축·운영하게 된다. 중개시스템 통해 한의사-환자 1:1 매칭 접수센터는 코로나19 확진 후 재택치료자거나 코로나19 후유증을 앓고 있는 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유증을 앓고 있는 자 등을 대상으로 운영됐다. 운영은 기존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와는 다르게 접수센터 대표번호인 ‘1668-1075’를 통한 전화접수를 하거나, 온라인상에 제공된 링크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환자들이 설문지폼으로 개인정보와 예진사항을 작성해 접수센터 홈페이지(https://covid19.akom.org)에 접수하면 가까운 한의의료기관과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접수센터에서는 한의의료기관의 의료진과 연결해주는 중개 시스템을 운영하고, 한의사는 환자와 카카오톡 및 유선, 화상통신 등을 통해 1:1 비대면을 원칙으로 진료를 실시했다. 급성감염병에 한의진료 참여 ‘93.8%’ 접수센터에는 총 531개 한의의료기관에서 1183명의 한의사 회원들이 참여했으며, 운영기간인 지난해 12월22일부터 4월15일까지 총 8423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성과를 얻었다. 당시 접수센터 개소와 관련 홍주의 회장은 “한의협에서는 재택치료자 등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한의사들의 참여를 성사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한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과 방안 마련도 함께 추진해 왔다”며 “접수센터는 한의학적 특성을 살린 맞춤형 한약을 통해 환자들의 건강회복에 도움을 줘 향후 감염병이 재차 창궐할 시에 또다시 한의약이 외면 받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방향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한의협이 접수센터를 통해 진료받은 84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한의진료접수센터 한의진료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비대면 한의약 치료를 받은 코로나19 재택치료자 중 94.4%가 만족감을 표시했으며, 93.8%는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급성감염병 치료에 한의진료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감염병의 한의 치료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귀하께서는 귀하의 지인이 코로나19 재택치료자라면 한의진료(한약치료)를 추천하겠나’라는 질문에 대해 96.4%가 ‘추천하겠다’를, ‘귀하께서는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전염병 발생시 한의원·한방병원을 통한 비대면 한의진료를 받겠는가’는 질문에는 95.5%가 ‘받을 의향이 있다’고 답해 한의진료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한의협에서는 보건복지부와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진행하고 있는 ‘한의약 감염병 대응방안 마련 연구’에도 참여, 접수센터의 치료근거를 모아 향후 신종 감염병 출현시 국가방역체계에서의 한의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근거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용역에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감염병의 한의치료 만족도 ‘확인’ 이와 관련 접수센터 운영을 총괄한 문영춘 한의협 기획이사는 “접수센터는 이전 운영된 전화상담센터와 더불어 감염병이라는 국가적 재난사태에서 한의약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냈다는 것이 가장 큰 의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한의치료를 받은 국민들도 설문조사를 통해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한 한의치료의 우수성과 높은 신뢰도, 만족도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이사는 이어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한의의료기관 운영으로도 바쁜 가운데 접수센터에 참여해준 전국의 한의사 회원들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한의협에서는 향후 접수센터에서 도출된 임상증례들을 활용해 감염병 상황에서 한의사 참여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 이사는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급성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그리고 발병기간이 짧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코로나19는 앤데믹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한의계에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국가적 차원의 감염질환 대처에 있어 국민들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한의와 양의를 자유롭게 선택해 치료받을 수 있는 정상적인 의료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의약, 우리나라의 지혜 담긴 ‘보물창고’… 중장기적 투자·지원해야”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 [편집자 주]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윤석열 정 출범과 함께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 등을 거치며, 변화에 대응해 왔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복지위를 이끈 소회와 한의약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Q.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은 소회는? 복지위 법안은 국민 건강과 복지가 직접 결부된 것인 만큼 올해 위원장을 맡게 되며, 더없이 영광스러우면서도, 어려운 때에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다. 올해 목표는 복지위를 ‘민생 중심, 일하는 복지위’로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도 산적한 현안들이 많다. 복지위는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내용과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주로 다룬다. 최근 국내외 경제 흐름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민생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복지위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를 거치면서, 민생을 지탱해주고 사회적 약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보건복지 정책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 일몰 규정 폐지와 국고지원금 정상화, 코로나 백신 이상반응 피해보상, 공공의료 확충, 안정적이고 적극적인 복지 전달체계 구축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해서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코로나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지원과 급격한 인구구조변화 대응 등 중장기적 과제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겠다. Q.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건강보험 재정의 수입-지출을 따져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책임 강화와 재정 누수 방지를 동시에 추진하는 ‘2트랙’ 전략으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 연말에 건강보험 국고지원 규정이 일몰로 삭제된다. 국고지원 일몰 규정을 항구적인 지원으로 바꾸고, 20% 지원 규정을 정확하게 지키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건강보험 지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약제비를 적정화하고 사무장병원이나 면대약국 등 불법 기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여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아야 한다. 약제비를 적정화 한다는 것이 약값을 무조건 깎는다는 뜻은 아니다. 국민에게 필요한 신약이나 개량신약 등에 대한 접근성은 확대하고, 무분별한 동일 성분 약제에 대해서는 약제비를 적정화할 필요가 있다. Q. 비대면 진료에 대한 생각은? 비대면 진료는 한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플랫폼 업체 중심으로 되는 것은 곤란하다. 비대면 진료의 목적은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이 핵심으로 비대면으로 과잉·과소 진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의료는 찍는 것 보다 판독하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또한, 보건의료는 공동을 위해 함께 일한다는 인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 일한다는 인식이 깊어질수록 설득력도 높아진다. 의료단체 간 갈등은 늘 존재하지만, ‘공동선’이라는 인식이 있으면 잘 해결할 수 있다. Q. 평소 한의약에 대한 견해는? 한의약은 우리나라의 지혜가 녹아 있는 ‘보물창고’라고 생각한다. 현시대와 접목해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훌륭한 유산이다. 축적된 천연물 활용 경험을 바탕으로, 신약이나 기능성 식품 등을 개발한다면 국가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한의약에 대한 더 많은 투자와 중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한의약은 노인 친화적 진료로 어르신들의 건강관리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한의약이 꼭 맡아주셔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한의약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개선점은? 무엇보다도, 한의약에 대한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한의약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정부가 편견 없이 열린 자세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병 예방과 건강관리에 한의약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가 있다면, 정부는 과감하게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한의약을 바탕으로 천연물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 천연물을 활용한 연구개발을 위해, ‘제약-의학-한의약’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Q. 강조하고 싶은 말은? 대한한의사협회 창립 124주년, 한의신문 창간 55주년과 함께 한의혜민대상 시상식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특히, 국민건강과 한의약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하신 여러분께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함께 전한다. 우리는 지난 3년 코로나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숱한 고비를 넘겼다. 이 고비를 넘기는 과정에서 한의사 선생님들께서도 국민 건강을 위해 큰 역할을 해주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항상 국민의 건강을 위해 진료 현장에서 애쓰시는 한의사 선생님들께, 늘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의약이 지역사회 건강관리의 구심적 역할을 해주시길 바라고, 응원한다. 저 역시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장으로서 앞으로 한의계의 목소리에 깊이 경청하고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해 나가겠다. 한의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35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밤이 길어졌다. 살살 퇴근을 준비해도 미안하지 않을 시간, 오후 5시 반이 되면 진료실 바깥으로 여의도 빌딩숲에서부터 불어온 칼바람을 품은 겨울 하늘이 유난히 까맣다. 12월 초부터 진료실에는 재즈풍의 캐롤을 틀어놓는다. 송년 모임과 신년 행사들이 교차하는 매년 이 즈음의 날들은 지난 한 해에 대한 아쉬움과 ‘그러니까, 내년부터는 달라질꺼야!’하는 억지스런 눈부릅뜸이 희망이라는 단어와 한 데 뭉쳐 자주 심장을 두드려댄다. 아침 일찍부터 메스꺼움(惡心)으로 내원했다고 주장은 하고 있으나 마스크 위에 소주향 디퓨저를 끼얹고 오셨나 싶을 정도로 술냄새가 또렷하다. 숙취로 인한 무거운 몸을 잠시라도 뉘일 수 있을까, 없을까 내 눈치를 보고 있음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상토하사(上吐下瀉), 토사곽란(吐瀉癨亂) 혹은 송년회식 후유증으로 별칭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과음 다음 날 아침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그 괴로움이 얼마나 큰지... 메슥거리는 속을 달래려고 심호흡을 해보았다가 엎드려 보았다가 핫팩을 배에 올려 보았다가 물을 벌컥벌컥 마셔보았다가 화장실에 앉아보았다가 어떤 짓을 해도 개선되지 않는 그 온갖 불편한 증상들의 총합을!! ‘나, 금주할거야!’ 혹은 ‘다신 안 마셔!!’ 그랬다가도 해독의 기쁨이 몰려오고 다시금 복부가 편안해지면 해장국와 해장술의 유혹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든다. 과음의 후유가 한바탕 지나가고 정상적인 위장상태로 바로바로 회복되는 건강체들과는 달리 먹고 배설하는 이 주요 기능에 이상이 생긴 만성 질환을 가지고 수십년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일상은 얼마나 힘들까? 저자의 생생한 궤양성 대장염 투병역사 담은 ‘먹는 것과 싸는 것’ 프란츠 카프카의 문장을 가려 뽑은 『절망은 나의 힘』(2012년)이라는 괴팍한 제목의 책을 접한 이후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이라는 부제 때문에 『절망독서』(2017년)까지 이어서 읽게 되었다. 최근 『먹는 것과 싸는 것』(다다서재, 2022년 3월)이라는 너무도 리얼한 책 제목에 반하여(!) 저자의 이름을 확인하니 가시라기 히로키, 반가운 이름! 카프카의 투병과 좌절에 대한 글귀들을 구구절절 성찰하고 인용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저자가 앓았던 질병 때문이다. 20세 때부터 궤양성 대장염을 앓기 시작하여 13년간 관해와 재연을 반복했던 투병의 역사를 너무도 솔직하게 쏟아놓았다. 책을 읽으면서 만성 질환 환자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교만한 것인지 반성했다. 또한 환자들 개개인에게 얼마나 많은 편견과 오해, 억측과 속단 그리고 강요와 포기가 개입되고 있을지... 그들에게 공감하고 있다고 감히 말하기 어려울 듯하다. 궤양성 대장염은 일단 걸리면, 평생 낫지 않는다. 그래서 난치병이다. 병에 걸린 뒤, 나는 수많은 어려움과 부자유를 경험했다. 궤양성 대장염의 설사는 느닷없이 집채만 한 파도가 닥친다. 노크도 없이, 조금이라도 좋으니 시간을 달라고 얼마나 바랐던가. 만성 통증 환자는, 저녁이 되었다고 통증이 물러가지 않는다. 통증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래도 불안과 긴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차이는 정말 크다. 고통이라는 말에 ‘단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5단계의 고통보다 10단계의 고통이 훨씬 힘들다는 식으로.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1단계의 고통이라 해도 계속 끊이지 않으면 굉장한 것이 된다. 그러니 단계뿐 아니라 시간이라는 요소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병 때문에 궁지에 몰리다 얻은 것이 깨달음만은 아니다. 점차 주술적 사고도 강해지기 십상이다. 누구도 미신을 믿는 사람들을 비판할 수는 없다. 병에 걸린 사람은 누가 봐도 이상한 치료법이나 신흥 종교에 쉽게 빠져든다. “왜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해”라고 아무리 얘기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병에 관해서만 생각해보면, 건강한 상태란 한 종류밖에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에 비해 병은 굉장히 종류가 많다. 수가 많은 것뿐 아니라 불행에는 ‘제각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구석이 있다. 즉, ‘모두의 불행’이 아니라 ‘나만의 불행’으로 분단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환자라도 서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나는 병에 걸린 뒤에 몇 번이나 깜짝 놀랐다. ‘인간에게는 이런 통증도 있구나!’ 그 중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도 있었다. 병에 걸리면 주위에서 사람이 줄어들어 말 그대로 고독해지기도 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환자라는 존재는 무서운 견본인 셈이다. 가능하면 못 본 척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래 감정 아닐까. ‘마음가짐이 느슨하니까 병이 난 거다.’ ‘마음만 먹으면 병은 나을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 종종 입에 담는 극단적인 말인데, 이 말을 들으면 환자는 괴로운 동시에 상대를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에 사로잡힌다. 모든 병의 원인이 마음일 리는 없다. 또 모든 병이 마음가짐에 따라 나을 리도 없다. 신체적인 접근으로 병이 낫지 않는 것은 의학의 한계이고 당사자에게는 책임이 없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접근했는데 낫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몸에 병이 있어 고생하는데, 어느새 내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을 받는 것이다.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여길수록 환자는 ‘밝게 있으라’는 요구를 받는다. 환자의 주위 사람들에게는 무척 편리한 요구다. 환자는 병에 걸렸다는 슬픈 사건의 한복판에 있는 건 변함이 없는데도, 밝게 행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울고 싶은데 웃으라는 것이다. 그런 성격이라 그런 병에 걸린 것이 아니다. 그런 병이니까 그런 성격이 된 것이다. 병에 의해 형성된 성격인데 병에 걸린 뒤에 보고 그 병에 걸릴 만한 성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지만, ‘병에서 마음이 비롯된다’고도 할 수 있다. 낫지 않는 병에 걸리고 놀란 점 중 하나는 “낫지 않는 병이에요”라고 말해도 “아뇨, 나을 수 있어요”라고 부정당한다는 것이다. 병이 낫지 않는 경우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계속 비일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병에 걸리면 행복의 기준이 매우 낮아진다. 일의 성과니 경쟁이니 하는 것들이 훨씬 하찮아진다. 요즘은 각각의 진료과가 전문적이기 때문에 각 진료과가 맡은 책임만 완수하려 한다. 그 때문에 책임 외의 증상에 대해서는 의외일 만큼 봐주지 않는다. 조심해봤자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예 조심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최악의 컨디션으로 떨어진다.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지만 어쩔 방법이 없다. 제어 불가능이라는 사실만 알 뿐이다. 아픈 사람이 이상한 치료법에 빠져들면, 서양의학으로는 병이 낫지 않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스스로 제어하는 느낌을 되찾고 싶다는 바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제어할 수 있어요.”이런 말은 정말 강하게 아픈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환자의 그런 절실함을 모르면 이상한 치료법에서 돌아오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도 한약치료 가능』(동아일보, 2016년 2월 15일), 『크론병, 한의학적 치료법 믿지 않아 10여 년간 연구하고 논문으로 증명』(민족의학신문, 2020년 2월 6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난치성 장질환에 관한 한의학적 연구도 가끔 보고는 된 적 있다. 다만 난치질환 환자들로 구성된 환우회에서는 정통 의료계에서 잘 치료되지 못하는 분야에의 한의학계의 도전이나 성과를 무조건 폄훼하고 비난하기 일쑤라서 자칫 ‘주술적 사고’나 ‘이상한 치료법’ 취급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의치료가 환자들에게 진실로 인정받는 방법은? 한의학이야말로 관해를 유지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안전한 치료방법이라는 인식이 일반론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미 성과를 많이 쌓은 개원가는 물론이고 관련 학계의 기초연구와 임상보고를 지속적으로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환우들에게 쇼닥터들의 광고는 절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오직 찐으로 효과를 본 체험기와 비광고성 정보만이 조심스레 공유될 뿐이다. 2022년 12월의 영화계는 13년만에 개봉한 『아바타2』 이야기뿐인 듯하지만 11월 말에 개봉한 영화 『올빼미』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2022년과 헤어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역사적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제작된 사극 스릴러물인 『올빼미』는 맹인 침술사(천경수, 류준열분)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영화이다. 낮에는 잘 안 보이다가 밤이면 훤히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주맹증(day blindness)을 앓고 있다는 설정에 대해서는 안과 의사의 자문을, 류준열이 침 놓는 장면에서는 한의사의 자문을 얻었다고 한다. 초반의 쫄깃한 긴장감은 좋았으나 중반으로 가면서 개연성은 희박해지고 환타지가 가속화된다. 극중 주인공은 허벅지에 대량출혈의 상처를 입고도 절뚝거림 없는 전력 질주가 가능했고, 인조(유해진분)의 왼손 필체를 알아내기 위해 오른손에 마비를 일으키는 침을 놓았으며 세자가 죽은 후 4년이 지나 병세가 악화된 인조 앞에 다시 나타나 침 시술을 통해 결국은 인조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어느새 영화는 사극의 외피를 입은 류준열의 히어로물이 되어 있었다. 동원 가능한 모든 진단기기와 검사를 통해 ‘A가 A이고 B는 B이다’라고 명명백백하게 판정가능한 질환만 있다면 의사도 환자도 지금보다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 그러나 꽤 많은 질환들은 표준화된 검사를 거치고도 간단하게 진단되지 않는다. 이런저런 오류로 인하여 가끔 오진도 발생하며 의사별 병원별 각기 다른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도 다반사이다. 암흑 속에서 벽을 더듬어 길을 찾는 것과 같은 간절함과 신중함을 보여야 하는 영역도 적잖게 존재한다. 한의학의 시대적 소명은 영화에서의 주맹증이라는 설정처럼 밤이라는 틈새에서의 한정된 그러나 중요한 역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한의원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파이어족으로 합류한 지인들의 소식이 한두명씩 들려온다. ‘난 언제 파이어족이 되어보나? 그런 날은 오나?’하며 그들의 크고 작은 성공이 부러운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부럽다. ‘아니야, 올해도 큰 사고없이 잘 살아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넌 이 일을 좋아하쟎아!’라며 정신승리를 하려고 애도 써본다. 그랬던 내게 짧은 글귀로 위로를 준 사람이 있다. 바로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이다. 삶의 모토를 낮밤으로 구분하여 낮의 모토는 “정신은 건조하다”, 밤의 모토는 “잘 숨어서 산 인생이 잘산 인생이다”라고 말했다. 30년간의 건조한 낮밤을 반복한 결과 루만은 『사회의 사회』라는 최후의 저작을 남겼고 지금까지도 사회학 이론의 영역에서 난공불락의 성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순간의 유명세보다 건조한 꾸준함은 위대함을 남긴다. 2022년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오늘의 나에게 ‘건조한 꾸준함’이라는 모토를 선물로 주고 싶다. 유명해지지 않은 채로 그리고 건조하기 짝이 없는 삶을 오늘까지도 잘 유지하고 있다면 대단한 작품을 설사 남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삶은 그런대로 괜찮은 삶인 것으로 인정받아 마땅하다. “2023년, 한의학이 보다 진화·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 지난달 사촌 오빠가 췌장암 진단을 받은 지 2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제 겨우 52세이다. 소화불량 이외의 증상은 거의 없었고 신문 건강섹션에 자주 등장하는 등통증도 거의 없었다고 들었다(『등 아프면 췌장암일까.. 다른 증상 함께 봐야 한다』매경헬쓰, 2022년 10월 25일,『이런 등 통증은 췌장암 의심해 보세요』헬쓰조선, 2022년 11월 7일). 평소와 다른 수준의 상복부 통증과 체중감소로 정밀 검진을 받게 되었고 진단을 받았을 때는 이미 췌장암 말기로 전신에 전이가 된 상태였다. 가족력도 뚜렷할 게 없었고 술, 담배도 적당했으며 운동으로 평소 건강관리도 잘해 왔었던 사촌 오빠는 그렇게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났다. 암진단 자체를 받아들이고 말고 할, 본인의 심리를 추스릴 겨를도 없었다고 한다. 지난 2015년에는 암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불운(bad luck)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Cristian Tomasetti, Bert Vogelstein, "Variation in cancer risk among tissues can be explained by the number of stem cell divisions", Science 2 January 2015: Vol. 347 no. 6217 pp. 78-81, DOI: 10.1126/science.1260825). 존스홉킨스 키멜 암센터의 과학자들은 통계모델을 만들어, 인체의 다양한 조직을 대상으로 하여, 주로 줄기세포가 분열할 때 발생하는 무작위 돌연변이로 인한 암의 비율을 측정했다. 그 결과, 모든 조직에서 발생하는 성인의 암 중에서 2/3는 주로 불운(不運), 즉 발암 유전자의 무작위 돌연변이 때문에, 나머지 1/3은 환경요인과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흡연이나 불량한 생활습관도 발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의하면, 상당수의 암들은 생활습관이나 유전요인과 무관하게, 주로 불운(즉, 발암유전자의 무작위 돌연변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암들을 뿌리뽑는 최선의 방법은 조기검진이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로 치료할 수가 있다”라고 보겔스타인(Bert Vogelstein) 박사는 말했다. 암도 난치성 장질환도 운이 없어서 발병한 것이라면 너무 억울하고 허무하다. 그러나 모든 질병의 발병은 누구에게나 그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기에 가끔 또 자주 두려워진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진 스스로에게 끝까지 유지해야 할 마음가짐은 겸손과 감사 뿐이다.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가끔 친구들과 커피 한 잔 하러 들르는 파주의 명소이다.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책들도 할인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상설, 비상설 전시회도 7천원이면 관람이 가능하다. 내년 1월까지 열리는 이번 겨울의 전시 주제는 『틈의 풍경 between, behind, beyond』이다. 『틈의 풍경』을 관람하며 “과거와 현재 사이에 끼여서(between) 늘 존재의 애매함을 과시하는 한의학은 시대에 뒤처진다는(behind the times) 비판을 자주 받아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현대의학을 넘어서는(beyond) 특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나만의 해석을 덧붙여 보았다. 2023년에도 한의계의 모든 구성원들이 ‘건조한 꾸준함’을 변함없이 유지하면서도 영화 『올빼미』의 류준열처럼 구경꾼에서 이야기의 주도자로 진화, 확장될 수 있기를 응원하는 바이다. -
“유튜브 통해 피부질환 이겨낸 환자들의 댓글 볼 때 가장 큰 보람”구재돈 한의사 [편집자 주] AKOM TV에서는 인플루언서 한의사들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인을 대상으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 초대 손님으로는 ‘묘한의사’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바른샘한의원 구재돈 대표원장을 초청, 한의학적 피부질환 치료 및 피부 관리법에 대해 들어봤다. Q 유튜브 채널명을 ‘묘한의사’로 한 이유는? 그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데, ‘묘한+의사’ 혹은 ‘묘+한의사’ 이렇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사실 한국에서 한의사의 위치가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다. 보통 모임에 가서 한의사라고 밝히면 주변인들이 ‘저는 한의학 믿어요’라며 믿음의 영역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의학이 종교도 아닌데 믿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형외과를 가면 ‘치료를 받았는데 잘 나았습니다. 결과가 만족스럽습니다’라고 하지 ‘정형외과를 믿어요’라고 하지 않는다. 아플 때 한의원을 가면 되는데 믿음을 가지고 가야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묘한 포지션의 의사라고 해서 ‘묘한의사’라고 정했다.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결과가 만족스럽다면 사실은 ‘묘’자를 빼서 그냥 ‘한의사’가 돼야 한다. 결국은 묘하지만 묘하지 않아야 된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갖고 만든 것이 ‘묘한의사’ 채널이다. Q 유튜브를 시작한 동기는? 주로 치료하는 분야가 피부질환인데, 대부분 난치성 피부질환 환자들은 본인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별로 없다. 사실 양방 피부과적으로는 정말 치료가 어렵다. 한의사라서 하는 이야기 아니라 거의 희망이 없다. 그래서 환자들이 1∼4년 치료해도 낫질 않으니, ‘관리’라는 의미로 접근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치료도 안 되는데 관리법도 잘 모르고 있다. 우리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 원칙이 있는데, 치료가 잘되는 사람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한다. 그래야 가이드라인을 따랐을 때 치료결과가 더 우수해지고 재발률도 줄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방피부과적으로 보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치료결과가 좋기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한의치료는 치료결과가 정말 좋고 탁월해 치료결과, 생활관리, 재발관리까지 일목요연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수 있어 (유튜브를)시작하게 됐다. 유튜브에서는 강의영상 혹은 환자들의 사연영상 그리고 어떻게 호전되는가에 대한 문제들을 모두 다루고 있다. 스토리텔링식으로 전달하다보니 환자들이 ‘아! 치료가 되는 병이다’라는 희망을 가진다. 또한 관리뿐만 아니라 치료에 대한 희망도 생기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의미로 시작하게 됐다. Q 피부질환 치료를 주로 하게 된 이유는? 유튜브 채널에 저의 피부질환 사연에 대한 스토리를 올리기도 하는 등 나 자신이 지루성 피부염으로 고통을 받았고 정말 삶의 문턱 앞까지 왔다 갔다 했었다. 지금의 결과만 보고 환자들이 사실 거짓말인 줄 알 정도인데, 과정은 그렇지 않았다. 피부질환을 스스로 극복했고, 그 스토리를 환자들에게 이야기해주고 극복되는 과정을 치료로써 보여주고 싶었다. 피부질환을 치료해보면 사실 한의치료가 굉장히 결과가 좋다. 눈에 딱 보이는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드라마틱한 감동이 있고, 치료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치료경과를 환자와 같이 공유하는 것도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Q 피부질환 치료에 있어 한의약의 장점은? 한의치료가 피부질환에서 갖는 최대 장점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매커니즘적으로 원인을 치료해준다. 양방피부과적으로 난치성 피부질환은 원인불명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원인을 모르니 치료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한의학적으로 보면 원인이 대부분 만들어져 있다. 완성된 건 아니고 미완된 부분이 있는데, 그걸 교정해주면 원인이 잡혔다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루성 피부염이 생기면 대부분 원인은 ‘열’이다. 하지만 양의사한테 열이 원인이라고 하면 이해를 못한다. 체열 측정을 하면 지루성 피부염 있는 환자들은 얼굴에 열이 굉장히 몰려 있고, 스스로도 얼굴이 뜨겁다, 화병 났다, 얼굴이 터질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열이 많다는 걸 환자 본인은 아는데 의사는 안 들어준다. 이때 한의사가 열을 내려주는 치료를 하면 열이 내려간다. 원인을 치료해주기 때문에 좋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두 번째는 한약이 천연물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에 안정적이면서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한약이 간에 안 좋다거나 중금속 덩어리라는 말이 있는데, 굉장히 안정적인 물질이고 장기간 복용을 해도 상관이 없다. 한약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피부와 몸을 동시에 치료해준다는 점이다. 한의사라면 대부분 알겠지만 ‘귀경’이라고 소화기를 치료해주며 피부를 동시에 치료해주는 약이 있다. 동시에 치료해주는 약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 중 한약밖에 없다. 그런데 양약은 피부로 가는 약은 피부로만 가고, 몸으로 가는 약은 몸으로만 가는 단일 기전으로 발동하기 때문에 복합적인 피부질환 같은 경우에는 치료하기 굉장히 어려운 단점이 있다. Q 피부건강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준다면? 피부는 사실 유전이 90% 이상 타고 나는게 가장 크다. 그래도 얼굴 피부에 관련해 꿀팁 하나를 소개하자면 얼굴은 무조건 쿨링만 해주면 된다. 피부관리숍을 가도 마지막에 항상 모델링 마스크팩을 해주는데, 그게 사실 쿨링이다. 피부질환 주된 이유가 거의 95%가 열에 의해 생기는 것인 만큼 얼굴을 식히기만 해도 개선될 수 있다. 이때 쿨링이 가장 중요한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고무 모델링 마스크팩을 해준다거나 시트팩 중에서 저자극성 마스크팩 해주면 된다. 그래서 1일 1팩이 효과가 좋을 수도 있는 점이 팩의 효과보다는 사실은 쿨링효과가 더 크다. 하다못해 물수건을 시원하게 해서 5분에서 10분 정도만 식혀줘도 얼굴 피부가 굉장히 맑아지고 깨끗해지고 트러블이 절반 이하로 줄 수 있다. Q 채널을 운영하면서 보람된 순간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쌍방향 소통이다. 환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데 진료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못다 한 이야기들을 환자들한테 전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바로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소통하고 싶었다. 가장 보람있던 순간은 심한 피부질환을 이겨낸 환자들의 댓글을 읽어볼 때이며, 굉장히 뿌듯하고 가장 기쁜 순간이기도 하다. 심한 아토피 피부질환 환자들은 집 밖을 잘 못나간다. 집 밖을 못 나간지 몇 년된 환자, 얼굴을 가리고 다닌지 오래된 환자 등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많은데 그런 환자들이 유튜브 채널을 보고 관리를 했더니 피부가 좋아진 예들이 실제로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제 환자들 중에 치료한지 5년, 10년 오래된 분들이 유튜브를 보고 ‘구원장님도 유튜브하시네요’ 댓글 달아주실 때 큰 보람을 느끼곤 한다. -
“개인적 성취보다 아픈 이들과 교감하는 삶이 좋아”김수오 늘푸른경희한의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대한한의사협회 창립 124주년·한의신문 창간 55주년 기념식 및 2022년 한의혜민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김수오 늘푸른경희한의원장으로부터 수상 소감을 들어봤다. “개인적인 연구개발의 성취감을 추구하는 엔지니어로서의 삶보다 아픈 이들과 교감하며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한의사로서의 삶이 좋아 선택한 만큼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다양한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하다보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습니다.” ‘2022 혜민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김수오 늘푸른경희한의원장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김 원장은 84학번으로 전자공학과에 입학, 졸업 후 엔지니어로 연구소에서 6년간 근무하다가 94학번으로 한의대에 입학해서 늦깎이 한의사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만성위염과 비염을 내내 달고 지냈습니다. 숱하게 병의원을 드나들면서 환자의 입장에서 바라는 의료인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내 몸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한의학을 알게 됐고 한의학의 원리에 매료돼 한의사가 됐죠.” 그에게 있어 의료봉사는 보다 어려운 여건에 있는 환자들과 교감을 나누는 것은 물론, 한의사로 인생 전향을 결심했던 당시의 초심을 일깨워주고 재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가 라오스, 미얀마 등 콤스타 활동을 비롯해 제주 평화대행진, 오사카 재일제주인 한방의료봉사단에 꾸준히 참여해 온 이유다. ◇ 다양한 해외 의료봉사에 참여하셨다.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환자는? 평소 콤스타의 해외의료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고 지내다가 2015년에 라오스 비엔티엔 지역과 2017년 미얀마 양곤 지역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두 지역 모두 의료여건이 열악한 지역인데다 모처럼의 의료 활동이라 수많은 환자들이 줄지어 진료를 받으러 오셨다. 특히 라오스에서 모든 환자분들이 두 손 모아 감사를 표하는 모습들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특히 병약한 노모를 모시고 먼 길 마다해 방문한 자녀분의 간절한 눈동자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순박한 눈매로 다소곳이 두 손 모으던 어머니와 아들의 순박한 모습은 의료인으로서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만들어준다. ◇제주평화대행진 참여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제주평화대행진은 십년전부터 해마다 여름이면 전국에서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서 일주일에 걸쳐 도보로 제주를 한바퀴 순례하는 행사인데, 수년째 한의진료팀을 꾸려서 저녁마다 행진단 숙소로 찾아가 진료해오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로 파괴된 강정마을 공동체를 위로하고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행사에 한의사들도 적극 연대하는 모습은 기후위기 시대에 한의계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코로나로 3년 만에 오사카 의료봉사가 재개됐다. 베스트셀러를 드라마화한 ‘파친코’의 배경인 오사카의 한인지역에 계신 재일교포들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해마다 다녀오고 있다. 오사카는 일제 강점기부터 제주에서 정기여객선이 운행한 덕분에 제주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고, 1948년 제주 4.3 당시 군경의 학살을 피해 오사카로 피신한 뒤 70여년 세월을 이국땅에서 지내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다. 민족차별을 견디며 고향을 위해 애써 일하며 번 돈을 보내주다 이제 팔순이상 노년의 세월을 맞은 어르신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손을 꼭 잡아 드렸다. 어쩌면 한두 번의 치료보다도 그간의 힘든 세월을 보내며 그토록 그리던 고향에서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 것 자체로 큰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의료봉사를 비롯한 한의사의 사회 참여에 대한 견해는? 한의대에 다니던 중 이른바 한약분쟁으로 인해 전국 모든 한의대생이 유급을 불사할 정도로 한의계가 고군분투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 열악한 한의계의 역량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우호적인 여론이 큰 힘이 되었다. 당시에는 민족의학 사수라는 대명제로 일반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지금은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한의사들의 참여와 기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주지역에서 한의사로서 의료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나가려 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사진작가로서 사진작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제주 4.3 75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오사카에 계신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고운 모습을 사진에 직접 담아드리고 싶다. 수십 년 전 아픔을 안고 떠나 고향을 그리는 당신들에게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사진도 건네 드리고 싶다. -
“K-메디신, 국가적 지원과 한의계의 노력이 함께 필요”박태순 한국한의약진흥원 미래사업육성팀장 올해 ‘제2회 한의약 미래 신제품·신기술 경진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경진대회는 한의약 산업의 미래 발전 및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한의약의 세계시장 진출을 이끌어 나갈 신제품·신기술을 발굴, 육성해 한의약의 과학화·산업화를 촉진하는 것이 취지다. 전국에서 40건의 한의약 신제품·신기술이 출품되었고, 전문성과 공정한 평가 등을 통해 본선에 8개 팀이 진출했다. 최종 결과는 퇴행성 뇌질환 치료용 한약제제 ‘메카신’을 선보인 원광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김성철 교수팀이 1등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2등 우수상은 한의약 소프트웨어 한방 통합 솔루션 ‘허브링커’의 메디케이시스템, 3등 장려상은 한의약 신소재 건강식품 ‘청기백기’의 아이앰더블유가 선정됐다. 특히 이번 본선대회는 전국민이 함께 시청할 수 있도록 방송을 통해 소개되어 오늘날 더욱 발전된 한의약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경진대회 성료, 도약의 시작 우수한 한의약 신제품·신기술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면 이제부터는 잠재력 있는 우리 한의약 신기술이 세계 시장에서도 더욱 경쟁력 있게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본선에 오른 8개팀은 이후 진흥원이 추진하는 선진화 지원, 창업·실증 지원 사업 등에 참여할 때 인센티브를 받게 돼 산업화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진흥원이 그동안 축적해온 연구 성과, 인프라 및 우수 연구인력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이번 본선 진출팀 가운데 3개팀은 한의약진흥원이 운영하는 해외홍보관에 입점하여 해외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영업과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경진대회 입상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며, 차회 진행될 대회에 더 많은 한의약 기업들이 관심 갖고 참여하는 선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전통의약 시장, 한의약 전망은? 전통의약은 세계적으로 차세대 의료산업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전통의약 시장 규모도 2030년 3천억 달러, 2050년에는 5천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세계 전통의약시장은 국가경제 발전의 새로운 기회의 장이 분명하지만, 아직 한의약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아쉬운 수준이다. 현재는 중국 주도로 세계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중국의 국가 중의약 시스템’에 따르면, 중국의 중의약 분야 대부분 지표가 9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폭풍 성장을 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자국 전통의학 중의약에 대한 전폭적인 진흥 정책성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 헌법 제21조에는 중의약 진흥과 관련한 내용이 있고, 2016년에는 중의약 진흥을 담은 중의약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중의약 정책지원이 집중되면서 중의의료기관, 의료인력, 병상 수 등 중의 분야 전 지표가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동 기간 한의약은 제자리걸음을 유지해 온 것을 생각해볼 때 국가적인 지원책이 더욱 절실한 것도 사실이다. K-메디신 안착을 위해 한국한의약진흥원은 세계 전통의약 시장에서 한의약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를 선도하는 한의약’이라는 목표로 한의약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의약의 해외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한의약 고유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고 세계인이 공유하는 한의약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한의약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및 외국인환자 유치를 위해 국가별로 의료 환경과 문화에 최적화된 마케팅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표준화와 과학화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전통의약시장의 공통적인 문제이며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다. 진흥원은 세계 한의약 시장에서 표준화와 과학화의 기준을 만들고 있다. 한약재 소재 발굴, 한의약 개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등을 통해 한의약의 치료 원리를 과학적으로 밝히고 있다. 2021년에는 WHO본부로부터 전통의학협력센터로 지정되어 세계 전통의약 동향을 분석하고 국제 교류협력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K팝, K푸드 등 K-열풍이 전 세계에 불고 있는 가운데 한의약도 ‘K-메디신’ 열풍의 대열에 서게 될 것이다. 맞춤의료로서 질병 예방에 탁월한 한의약이 본질을 간직하면서도 서양의학과 동등한 시스템과 전문성을 갖춘 만큼 세계 전통의약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대법원의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합법 판결 환영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에 따라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한한의사협회는 2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활용해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는 합법’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정의로운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한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위해 현대 진단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의협은 “한의학은 수 천 년 동안 관찰된 임상 경험을 이론화한 것으로, 한의학의 과학화는 한의학이 새로운 의료로 탈바꿈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 발전의 자연스러운 단계”라고 밝혔다. 또한 “한의학이 현대 과학의 발달에 발맞춰서 현대화 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수차례 실시된 국민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한의학의 과학화·현대화는 국민의 요구이자 의료인으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책무”라고 덧붙였다. 또 “한의학의 과학화와 현대화에 필요한 도구인 현대 진단기기의 대다수는 양의사들이 발견하고 연구한 것이 아니라, 현대 문명 발달의 산물이며, 이를 각자 진료에 활용하여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관찰하고 최상의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은 현대를 사는 의료인에게 마땅히 보장된 권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의협은 “지금까지 한의사에게 채워져 있던 현대 진단기기 사용 제한이라는 족쇄를 풀어줄 단초가 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국민의 건강증진과 보건향상이라는 당면한 국가정책을 해결하고, 국민의 진료선택권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한한의사협회 2만 8천 한의사 일동은 이번 정의로운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교육과 연구, 학술에서부터 임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포함한 현대 진단기기를 활용하여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인 한의약 치료로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국민을 볼모로 한 특정이익단체의 눈치를 보지 않는 보건당국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후속조치를 촉구한다”면서 “나날이 발전되고 있는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해 한의학의 표준화와 객관화 등을 통한 한의학 발전을 이뤄내 세계시장에 한의학을 알리고 국부를 창출하는 데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대한한의사협회 2만 8천 한의사 일동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료인으로서의 숭고한 책무를 완수하는데 가일층 노력할 것이며, 초음파 진단기기를 비롯한 현대 진단기기를 진료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최상의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