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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 의료서비스로 어르신 건강 증진한다”고양특례시 일산동구보건소는 지난 10일 ‘2023년 일산동구보건소 한의약건강증진사업 운영 방안’ 논의를 위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주최한 한의약건강증진사업 컨설팅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일산동구보건소는 고양시한의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관내 동 경로당·행정복지센터·복지관 등을 방문해 한의무료진료 및 운동·건강교육 등을 진행,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에 맞춘 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컨설팅에서는 한의약건강증진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2023년 한의약건강증진사업 운영방안 및 사업 방향성 논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한의약건강증진 표준 프로그램 안내 등이 진행됐다. 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한의약 사업에 관심을 가져주고 있는 일산동구보건소에 감사하다”며 “앞으로 한의약 사업 활성화를 위해 보건소와 함께 힘쓰겠다”고 전했다. 이에 일산동구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던 한의약건강증진사업을 재개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번 컨설팅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보다 전문적인 한의약건강증진사업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
적극 치료하면 삶의 질 향상되는 ‘배뇨장애’, 60대 이상이 60%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직무대리 현재룡)은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17년부터 ‘21년까지 배뇨장애의 건강보험 진료현황을 발표했다. 배뇨장애란 비뇨기계 기관(콩팥·요관·방관·요도)의 소변 저장기능 및 배뇨기능을 담당하는 기능적 단위인 배뇨근, 방광경부, 외요도 괄약근의 기능저하로 인해 소변을 볼 때 생기는 여러 가지 이상증상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이에 따르면 진료인원은 ‘17년 57만4889명에서 ‘21년 74만6059명으로 29.8% 증가했고, 연평균 증가율은 6.7%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은 19만5557명에서 29만729명 48.7%가, 여성은 37만9332명에서 45만5330명으로 20.0% 증가했다. ‘21년 기준으로 배뇨장애 환자의 연령대별 진료인원 구성비를 살펴보면, 전체 진료인원 중 60대가 22.6%로 가장 많았고, 70대 21.8%, 80세 이상이 15.6% 등의 순이었으며, 남성과 여성 모두 60대가 21.7%, 23.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박재원 교수(비뇨의학과)는 60대 환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노화에 따른 배뇨근 수축력이나 방광용적의 감소, 당뇨와 같은 기저질환, 배뇨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일부 약물 등 다양한 원인이 있으며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남성에게는 양성전립선비대증 또한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더불어 노인층 중 비교적 젊은 60대의 경우 사회생활, SNS 등 다양한 정보의 공유를 통해 배뇨장애를 인지해 비뇨의학과에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구 10만명당 배뇨장애 환자의 진료인원을 연도별로 보면 ‘21년 1451명으로 ‘17년 1129명 대비 28.5%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남성은 765명에서 1129명으로 47.6%가, 여성의 경우에는 1495명에서 1774명으로 1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배뇨장애 환자의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17년 1563억원에서 ‘21년 2478억원으로 ‘17년과 비교해 58.6%(915억원) 증가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12.2%로 나타났다. ‘21년을 기준으로 성별 배뇨장애 환자의 건강보험 총 진료비 구성비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0대가 23.1%(574억원)로 가장 많았고, 70대 22.0%(544억원), 80세 이상이 15.7%(388억원) 등으로 순으로 나타나는 한편 성별로는 남성은 70대가 23.3%(237억원), 여성은 60대가 23.3%(34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진료인원 1인당 진료비를 5년간 보면 ‘17년 27만2000원에서 ‘21년 33만2000원으로 22.2% 증가했으며, 성별로 구분해보면 남성은 25만4000원에서 35만원으로 37.6%, 여성은 28만1000원에서 32만1000원으로 14.2% 증가했다. ‘21년 기준 진료인원 1인당 진료비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0대가 37만6000원으로 가장 많았고, 성별로는 남성은 80세 이상이 41만2000원, 여성은 40대가 38만2000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한의협, 이종배 국회의원에 감사패 전달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11일 ‘한의약육성법 개정안’ 발의 등 한의약 발전 및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이종배 의원(국민의힘·충북 충주시·3선)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종배 의원은 지난해 5월 각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인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는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의 추진실적 및 평가결과를 만들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명시했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를 ‘한의약육성발전심의위원회’에 상정하도록 함으로써 지자체의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 수립·시행을 직접 관장토록 했다. 이날 홍주의 회장은 “늘 한의학 발전과 국민건강 증진에 힘써 주시는 의원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도 한의약이 한층 더 발전하여 국민의 건강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관심과 지원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이어 “충북 청주시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에 한의약의 새로운 도약을 목표로 한의약 임상연구 시설 부지를 마련했다”면서 “첨단화된 한의의료기기를 개발하고,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 나가는 데 중요한 기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임상연구센터 건립에도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홍 회장은 또한 “금융감독원의 표준약관 변경으로 인한 자동차보험의 제도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전 제도에서의 데이터를 근거로 한의진료권을 축소시키려는 시도에 적극적으로 공정한 의견을 개진해 주신 데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종배 의원은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그동안 한의 난임치료 지원, 치매예방 지원 사업 등을 통해 한의학의 우수성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미국에서도 양방진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 부담 완화와 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대체의학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한의계 사업과 한의약 연구가 활성화되도록 국회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겸임교수 및 외래교수 위촉장 수여식(11일) -
홍주의 회장, 이종배 국회의원에게 감사패 전달(11일)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11일 국회의원회관 이종배 의원실에서 국민 건강 증진과 ‘한의약육성법 개정안’ 발의 등 한의약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이종배 의원(국민의힘, 충북 충주시 3선)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496)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劉昌烈 先生(1926∼?)은 인천광역시 출신으로서 경희대 한의대를 1기로 졸업한 후 봉천동에 한성한의원을 개원하여 활동했다. 그는 1970년 대한한의사협회 중앙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한방군의관을 추진하는 사업을 주도했다. 1954년 국방부에 건의해 몇 명의 한의사가 임용되기도 했지만 1956년 폐지돼 다시 부활시킬 것을 건의하기 위해서였다. 훗날 1987년 한방군의관제도는 협회의 노력으로 정식 시행되게 된다. 1988년 간행된 『醫林』 제185호에는 「疎經活血湯 응용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유창렬 선생의 논문이 수록돼 있다. 그는 이 처방이 치료하는 증상은 통풍, 산후혈전, 동통, 요통(야간동통이 심한 것), 부인신경통, 좌골신경통, 류마티즘, 하지동통, 반신불수, 고혈압, 류마티즘성 자반병, 근육 류마티즘, 장액성 류마티즘 등이라고 한다. 이 처방은 숙지황 7.5g, 당귀, 백작약, 천궁, 도인, 위령선, 방기, 강활, 방풍, 용담초, 진피, 백지, 감초 각 4.0g, 생강 3, 창출 6g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슬관절통에는 의이인微炒 12g, 목과, 황백 각 4.0g을 가하고, 발목 염좌에는 목단피, 목과, 목통, 황백 각 4.0g, 의이인 미초 12g을 가한다. 또한 맹화섭 선생의 『방약지침』에서는 백작약酒炒 1.5전, 창출, 당귀酒洗 1.2전, 생지황酒洗, 우슬 酒洗, 진피, 도인去皮, 위령선酒洗, 천궁, 방기酒洗, 강활, 방풍, 백지 각 0.6전, 용담초 0.7전, 감초炒 0.5전, 생강 3片, 忌生冷濕物이라고 했다. 여기에 痰이 있으면 남성, 반하를 1전, 身上 및 臂의 痛에는 薄桂를 0.3전 가하고, 下身과 手足의 통증에는 목통鹽 1.0전, 황백, 의이인 1전을 가한다. 만약 氣虛라면 인삼, 백출, 구판을 0.7전, 血虛에는 四物湯을 배로 하여 薑汁, 酒浸炒한 紅花를 0.5전 넣는다. 유창열 선생은 관절 류마티즘을 급성관절 류마티즘과 만성관절 류마티즘으로 구분했다. 급성관절 류마티즘은 원인이 홍혈성 연쇄상구균의 감염이며, 증상은 인후감기로서 편도선염으로서 40도 전후의 고열이 나서 전신이 땡기는 통감을 호소하고, 결국은 어깨, 팔뚝, 고관절, 무릎, 다리 등의 관절에 국한하여 적색으로 붓고 열감이 있다. 만성관절 류마티즘은 관절이 좌우대칭적으로 침입하고 통감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서 일진일퇴의 상태로 만성의 경과를 취한다. 한의학적 치료에서는 류마티즘은 풍, 습, 한으로 일어나는 체질병이라고 하여 風을 제거시키는 계지, 갈근, 마황, 방풍, 濕을 제거하는 복령, 백출, 방기, 寒을 溫하게 하고 신진대사 기능을 높이는 부자 등을 배오해서 거기에 진통, 완화의 작용이 있는 감초, 작약을 가하는 처방을 체질에 응용하는 증치에 입각해서 사용하면 된다고 했다. 약재 하나하나씩 작용을 본초학적으로 살펴본다면 우슬은 驅瘀血劑, 방기는 利尿劑, 강활은 發汗, 鎭痛劑, 위령선은 利尿劑, 整腸劑, 백지는 진정, 진통제, 의이인은 이뇨, 소염, 배농, 진통제, 도인은 소염성 진통, 구어혈제, 木瓜는 이뇨제로서 각기, 류마티즘에 쓴다. 방풍은 발한, 해열제로서 신체동통에 쓴다. 용담초는 소염, 건위제, 황백은 소염, 건위, 수렴제로서 분말을 타박상 등에 외용으로 쓴다. 목통은 소염, 이뇨제, 천궁은 溫性驅瘀, 보혈강장제로서 빈혈성 어혈에 쓴다. 창출은 이뇨제로서 신체번동, 胃內停水, 현훈, 下痢 등에 쓴다. 백작약은 완화, 진통제로서 근육의 경련 등을 완화하는 것에 쓴다. 桂枝는 溫性發汗, 발열, 진통, 흥분제로서 上衝에 쓴다. 당귀는 溫性驅瘀血劑로 진통, 강장제로서 빈혈성 어혈에 쓴다. 육두구는 방향건위제, 목단피는 소염, 구어혈제, 감초는 완화진통, 矯味劑로서 급박증상을 완하는데 쓴다. 생강은 矯味劑, 건위제, 胃內水毒除去, 水毒에 의한 구토, 오심, 해수, 애기에 쓴다. 生薑汁은 일층 효력이 강하다. 숙지황은 보혈, 강장, 진통제, 초과는 건위, 소화제, 두충은 강장제, 진통제, 백복령은 이뇨제로서 위내정수, 심계항진, 두현, 번조, 근육의 間代性 경련 등에 쓴다. 진피는 건위진해거담, 鎭嘔劑로서 吃逆에도 쓴다. -
인류세의 한의학 <19>김태우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한의원의 인류학 : 몸-마음-자연을 연결하는 사유와 치유> 저자 정(正)하지 않은 봄 환절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5월 초까지, 긴 환절기를 경험하고 있다. 환절기는 절기[節]가 바뀌[換]는 마디의 기간인데, 환절기가 길어지니, 마치 그 자체가 하나의 계절이 된 듯한 느낌이다. 장기간의 환절기 속에서 봄이 봄답지 않다.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니고, 이 계절을 불러야 할 적당한 이름이 없는 것 같다. 뭔가 섞여 있고, 뒤죽박죽이다. 일교차가 15도, 20도나 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초겨울 기온부터 이른 여름 기온까지를 하루에 경험한다. 기온뿐만 아니라, 날씨에 봄기운이 없다. 날씨는 솜씨, 맵씨, 마음씨처럼 “씨”를 사용하여 그날의 기운의 모양새를 의미하는, 일기(日氣)의 우리말 표현이다(이전 연재글 <인류세의 한의학> 3 “기후의 의미” 참조). 우리가 사람들을 대하며 그 마음“씨”의 질적 양상을 느끼듯이, 일기에도 느껴지는 그 날의 기운의 모양새가 있다. 긴 환절기의 이 봄에는, 하루의 기의 모양새에 생(生)하는 기운이 없다. 오히려 수렴하고 저장하려는 모양새의 기운이 주가 되어 있다. 가을 같은 봄이다. 입하가 지나도록 봄다운 봄이 없다. 돌아보면 올봄은 평상시 봄과 많이 다르다1). 초봄에 뜻하지 않은 고온으로 꽃들이 때 없이 만발하였다. 벚꽃 축제를 준비하던 지자체 중에는, 때를 놓쳐 벚꽃 축제를 취소한 곳도 있었다. 벚꽃 개화시기에 잡아 놓은 축제 기간에 벚꽃이 이미 다 져버린 것이 이유였다.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었던 꽃 축제들이 올봄에는 이미 낙화한 꽃들 때문에 취소되기도 한다. 꽃들은 일찍 피었다지고, 다시 긴 환절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올봄의 날씨들이다. 올봄의 날씨는 단지 기후만의 문제는 아니고, 몸의 문제이기도 하다. 긴 환절기에 감기가 유행하고, 아픈 사람들이 많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많이 아프다. 봄은 봄답지 않고, 사람들은 아프다. 답지 않다는 것은 때에 맞는[正] 흐름을 이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正)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봄은 정하지 않고 사하다. ‘삿되다’라는 표현이 적절한 상황이다. 정하지 않은 기후와 아픈 몸 행동이 바르지 못한 것을 말할 때 사용되곤 하는 ‘삿되다’라는 표현에는, “사기(邪氣)”, “정기(正氣)” 할 때의 사를 사용한다. 사(邪)에는 기울어져 있다는 뜻이 있다. 쏠려 있다는 뜻이 있다. 사기는 정(正)하지 않고 기울어지고 쏠려있는 기운이다. 그러므로 정기와 반대다. 봄이 봄다운 봄은 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봄기운이 봄기운 답지 못한 기운은 삿되다고 말할 수 있다. 기운이 반듯하지 못하고 쏠려있으니, 거기에 사기(邪氣)가 자리를 잡는다. 정한 봄이 아니니, 우리 몸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봄 기후는 정하지 않고, 몸은 아프다. 기후위기도 기본적으로 정하지 않은 기후의 문제다. 고온의 시기가 일찍 시작되고 오랫동안 지속된다. 길어진 열기의 시간만큼 증대한 뜨거운 기운은 땅을 마르게 한다. 때 아닌 가뭄이 나타난다. 가뭄이 되는 속도도 전에 없이 빠르다2). 땅을 마르게 한 습기는 다시 모여서, 지역을 옮겨 다니며 폭우로 내린다. 한 나라의 국토 1/3이 빗물에 잠기기도 한다. 정(正)하지 않은 기후에 몸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발표된 유엔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종합평가보고서는 기후변화에 수반된 건강문제를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다(이전 연재글 <인류세의 한의학>18 “몸의 기후학 II” 참조). 기후위기 속 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기후 따로 몸 따로의 논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기후는 기후고, 몸은 몸이라면,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몸을 몸 밖과 열심히 분리하는 생각의 방식은 기후위기를 영속하게 한다. 근대 이후 몸은 주체가 기거하는 장소로서 더 열심히 바깥과 분리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몸은 언제나 몸 밖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한의학의 논리를 통해 몸과 기후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책이 최근에 출간되었다. 『딸에게 들려주는 바람(風) 이야기』(김홍균 2022, 한국한의학연구원)는, 풍(風)과 한(寒)을 중심으로 기후와 몸이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음을 다년간의 연구와 임상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러한 논의는 단지 외감만의 주제가 아님을 그 책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사회와의 관계 속에 몸의 상황이 존재하며 그 상황에서 외감에 노출되는 몸의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즉, 우리가 기거하는 사회적 환경과 몸, 그리고 외감이 철저한 연결 속에 있고 그 와중에 다양한 생리 병리 현상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특히, 외감이 외감으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지적은 반드시 되새겨 보아야 할 내용이다. 즉, “어떤 사기가 몸에 오래 머물면 그것과 싸우기 위한 몸의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 그 에너지의 소비는 다시 정기의 손실을 가져오게”(p.55) 되는 방식으로 외감과 몸은 깊은 연관 속에서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코로나 후유증을 통해 보고되고 있다. 『상서론(傷暑論)』이 요구되는 시대 환절기는 길어지고 일교차는 크다. 최고, 최저 기온의 차이가 크니(심하게는 20도까지 되니) 바람도 쎄다. 바람에 접하는 시간이, 날들이 길어진다. 낮 동안의 온기를 생각하고 얇게 입은 옷은 바로 저녁에, 밤에 한기에 노출되게 한다. 풍한이 가까이 있다. 환절기는 길어지고 사람들은 아프다. 정하지 않은 봄의 와중에 기대하지 않은 외기에의 노출은 사람들을 아프게 한다. 한의학이 집중하는 것은, 바이러스든 사기든, 그것이 몸과 만났을 때이다. 몸 밖의 육기보다는, 몸에 들어와서 드러나는 기운에 의료적으로 더 관심을 가진다. 한의학에서 육기를 인식하는 것도 이미 몸에 들어왔을 때, 특히 육음으로서 병리적 현상을 드러낼 때이다(김홍균 2022). 서양의학은 바이러스의 종류에 더 관심이 많겠지만, 한의학은 사기들이 몸에 들어왔을 때, 그때부터가 중요하다. 『딸에게 들려주는 바람(風)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듯이, 그 기운들이 몸에서 드러나는 정황에 관심을 가진다. 또한, 그 기운들이 변화하는 전변의 과정이 중요하다. 이와 같이 몸 안에서 드러나는 기의 상황(즉, 기후(氣候))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이 한의학의 접근 방식이다. 한의학이 가진 관심의 방향성은 기후위기 시대에 적지 않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를 통해 미증류의 열기가 지구상의 생명들에 닥쳐오고 있다. 기후변화 속 장기간 동안의 고온의 열기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의료의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동아시아의학에서 『상한(寒)론』이 지금까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상서(暑)론』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요구되는 시대다. 『상한론』이 단지 “한”만을 다루지 않듯이, 『상서론』 또한 서만을 위한 논변이 아닐 것이다. 기후위기 속 열기가, 가뭄[燥]과, 홍수[濕]와 생각하지 못했던 강한 태풍[風]을 만들 듯이, 여타 육기와의 관계 속에서, 변화 속에서, 『상서론』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기후위기의 시대는 지구사와 인류사가 만나는, 전에 없던 시대라고 한다. 이 만남을 인지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기후위기의 핵심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구사와 인류사는 몸을 매개로 연결될 수 있다. 몸 안팎을 넘나드는 동아시아의 기후, 육기 개념이 이에 기여할 수 있다(이전 연재글 <인류세의 한의학> 13 “육기의 관계” 참조). 몸의 문제는 기후의 문제다. 기후의 문제는 몸의 문제다. 지구사와 인류사를 연결하는 것은 단지 학문적 논의의 문제는 아니고, 일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구사와 인류사를 연결하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관념적인 일만도 아니다. 지금 당장 살기 위해 연결해야 하는 과제다. 지금 세대의 말년과 미래 세대에 기후 재앙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 꼭 연결해야 하는 과제이다(다음 연재 글, “몸의 기후학 IV”에서 계속). 1) “평상시 봄”이라는 말을 쓰기가 조심스럽다. 봄이 봄 같았을 때가 언제였던가? 기후위기 시대의 뉴노멀이라고도 할 수 있을, 봄답지 않은 봄이 일상이 된 형국이다. 2) 기후학자들에 의하면 “급속 가뭄(flash drought)”이라고 불러야할 가뭄이 일반화 되고 있다고 한다. 다음 기사 참조. “As World Warms, Droughts Come on Faster, Study Finds” (뉴욕타임즈 4월 13일 기사) -
‘학폭의 상처’를 치유하는 정신건강 한의학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과정 넷플릭스 한국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이 “나는 살면서 단 하루도 학폭을 잊어본 적이 없어!”가 남긴 ‘몸과 마음’의 트라우마는 세계 모든 시청자들에게 아직까지도 ‘심금의 파장’으로 진행 중이다. 정부는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 주제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확정한데 이어 우울증, 트라우마, 조울증 등 자살위험군 환자들을 개원가 ‘정신건강의학과’와 연계해 자살율을 낮추기로 하고 이와 함께 학폭을 대입정시에 반영토록 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어찌 보면 사람은 누구나 적건 크건 트라우마를 겪지만 자발적 대사력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결과는 확연히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즉, 외인이든 내인이든 형신에 이상변이가 일어날 때 자발적 자기대사를 통해 혼백이 제대로 돌아와야 비로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질서 속에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한의학은 형신(形神)의 기층부로써 신체면에서 생·장·화·수·장의 ‘생’은 발생기능(목)이고, ‘장’은 추진기능(화)이며, ‘화’는 통합기능(토)이고, ‘수’는 억제기능(금)이며, 장은 침정기능(수)이다. 또한 정신면에서 혼·신·의·백·지 역시 발생기능은 ‘혼’이라 하고, 추진기능은 ‘신’이라 하며, 통합기능은 ‘의’라고 하고, 억제기능은 ‘백’이라 하며, 침정기능은 ‘지’라고 한다. 근·현대과학을 바탕으로 한 패러다임이 생성, 발전, 쇠퇴를 거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정확성, 사실적 실증으로 새로이 정의하는 과학이 바로 정상과학(Normal Science)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한의학은 오기능을 토대로 수천 년 간 임상으로 실증을 얻어 확실성을 견고케 하였으며 이러한 구조역학적 동의생리이론은 패러다임이 바뀌어도 항상 정확성, 객관성, 타당성, 확실성에서 정상과학의 선봉에 설수 있게 하는 힘이다. 임상사례 초조한 모습의 부부가 시무룩한 표정의 30대 딸과 내원했다. 어머니는 “딸이 밤에 잠도 못 자고, 우울증으로 대학병원에서 항정신약을 15년 동안 복용해 봐도 별 차도가 없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에 환자를 망문문절 진찰 후에 대화를 나눴다. 한의사: (눈을 맞추며) 건강이 많이 안 좋네요. 환 자: 요즘은 한숨도 못 자며 자꾸 나쁜 생각만 들곤 해요. 한의사: 나쁜 생각이라면 자살을 말하는 건지. 혹시 시도한 적도 있나요? 환 자: 네. 20대에...손목을 긋고 의식을 잃었는데, 마침 부모님이 발견하시고 병원으로 급히, 지금도 여기 손목에 흉터가 있어요. 한의사: 저런...큰일 날 뻔 했네요. 환 자: 그 후로 폐쇄병동에 오랫동안 입원해 있었어요. 한의사: 환자분도, 부모님도 놀라고 고생 많았겠네요.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환 자: 하필이면 고종사촌에게 다단계 당해 돈 뜯기고, 중학교 때의 학교 폭력에, 초등학교 때의 왕따 등, 또 거기다 아버지는 오빠만 좋아하고, 술 마시고 들어와선 저한텐 야단만 치시고...제 인생이 그렇죠, 뭐. 한의사: 늘 화나고 억울하겠어요. 환 자: 지금도 그 때 기억들이 수시로 떠올라요. 제가 너무 바보 같아서... 한의사: 그럼, 부모님은 그런 일을 아셨나요? 환 자: 다행히 엄마가 ‘다단계 큰 빚’을 해결해주셨어요. 아버지는 얼마 전에야 아셨고요. 한의사: 아버지 성격상 가만히 계시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환 자: 엄마한테 “왜 진작 말 안했냐?”고, 길길이 뛰며 고모한테 전화해서 노발대발하시자 고모가 “10년도 더 지난 옛날 일 갖고 지금 왜 그러냐?”고 대드셨어요. 그러자 “내 딸이 고통 받은 일이니, 시간이 얼마나 지났든 내게는 현재의 일이다. 너희 모녀 둘 다 내 딸한테 직접 사과해라”고 난리 난리... 그 일이 있고 난 후 결국 전화로 사과는 받았지만 그래도 분이 풀리진 않아요. 한의사: 무서운 아버지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는 뭐든지 다 하실 수 있는 분이네요. 환 자: (잠시 생각하는 듯)네, 참 든든했어요. 엄마는 “지난 일이니 다 잊으라”고 하셨는데 말대로 그게 잊어지나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술만 드시면 엄마랑 싸우고. 저는 걱정 끼치지 않으려고 뭐든지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는데... 한의사: 요즘도 아버지가 술을 드시나요? 환 자: 제가 싫어하니 얼마 전부터 그 좋아하시던 술마저 딱 끊으셨어요. 한의사: (눈을 맞추며) 아버지는 마음을 바로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강직한 분이시네요. 일한다고 바쁘셔서 그렇지, 그런 일들을 진작 아셨더라면 딸을 지키기 위해선 아마 뭐든지 하셨을 거예요. 환 자: (얼굴이 편안해지며) 네, 맞아요. 한의사: 이제부터라도 부모님과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해보면 어떨까요? 환 자: (살짝 웃으며) 네, 좋아요. 선생님과 진지한 상담을 하니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네요. 혼신의백지는 생명에너지대사의 한의학리 그 부부는 “엄마, 아빠와 딸의 교감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 몰랐다”라며 “선생님과 의 상담에서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게 돼 답답한 마음이 좀 풀리고, 이제부터는 딸에게 사랑과 이해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겠다”면서 딸의 완쾌를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복약 세 달 후 내원한 환자는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도 하고 부모님과 대화도 많이 한다”면서 “요즘은 잠도 푹 잔다”고 미소 지었다. 위 사례에서 보듯 ‘다단계 사기, 학교폭력, 왕따’ 등의 트라우마와 ‘부모님과의 소통부재’로 어려움을 겪어 왔던 환자에게 필자는 간기울결, 신경쇠약, 불면증으로 변증진단하여 이를 이정변기요법, 지언고론요법, 오지상승위치, EFT요법 및 침구시침과 가감향부자안신탕을 방제하여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치유했다. 즉, ‘아버지의 야단치는 큰 목소리’에 위축되었던 환자에게는 혼·신 기능을 강화하였고 ‘급한 성격’의 아버지에게는 의·백 기능으로 안정시켜 온 가족이 사랑으로 연결되는 상생의 ‘헬퍼스-하이’로 자발적 대사력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가 센터 및 대학 한방병원에서 축적된 임상데이타에 대해 정상과학에 맞춘 종적 연구(Longitudinal Study)를 적용하여 형신의 생명력을 구조역학적 한의학리로 다루고 있는 것도 상기와 같은 맥락이다. -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전하는 임상치험례 <17>여자 36세, 2021년 05월 25일 초진 내원. 【形】 168cm/52kg, 黑瘦人, 側面 발달. 약간의 突出성향. 혈허유화. 【色】 面黑, 윤기 없음. 【脈】 76/72 脾-膀胱. 【腹診】 無. 【生活歷】 전문직. 【旣往歷】 出産 2, 流産 2, 어려서 胎熱 있었고, 말이 늦어서 腎氣丸 복용. 초진시 임신 6주차 소파 이후 진통소염제 복용 중이었음. 【症】 주소: 소양감과 진물을 동반한 피부질환(화폐상습진). - 습진이 좌측 팔 內側에서 시작되어 우측 팔로 넘어옴(양팔 內外側에 심함). - 左手 4指에는 진물도 나타남(이전까지 진물은 없었음). - 전신이 다 가렵긴 한데, 몸통이나 다리 부위는 증상이 미미하다. - 2021년 4∼5월 경 내원했는데, 상태가 심하진 않았고, 당귀음자·갈근해기탕으로 치료해 9월까지 상태가 괜찮다가, 10월 들어서면서 갑자기 악화됨. 10월 중순 피부과에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外用하였음. - 2021년 11월 내원시 소양감이 심하고(NRS 9∼10), 피가 나게 긁고 딱지가 앉았다가 딱지가 벗겨지며 진물이 난다. 처음으로 좌측 손등에도 물집이 올라오고 온몸이 가렵다. ①수면: 잠은 드는데,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렵다. ②땀: 운동시 약간 나는 정도. ③소화: 별 문제 없는데, 최근 명치 이하가 약간 불편. ④소변: 소변 자주 봄. 물 마시면 곧 소변보러 간다. ⑤대변: 1일 1회. 양호. ⑥피부: 전체적으로 건조한 편. 【治療 및 經過】 【考察】 증례 환자는 피부가 검고, 체중 변화가 없는, 마른 체형으로 血虛有火形으로 볼 수 있다. 三陽經이 발달했고, 突出 성향도 보인다. 눈코가 내려온 太陰의 모습도 있다. 처음에 피부질환으로 내원했을 때는 증상이 그다지 심하지 않았고, 피부가 건조하면서 진물은 없었으며, 血虛증상들을 동반했었기에 當歸飮子, 葛根解肌湯을 쓰면서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되었다. 이후 2021년 11월 재발해 내원하였을 때, 마치 불에 덴 듯한 물집처럼 보여서, 화적창으로 보고 解毒瀉心湯을 썼는데, 그다지 호전이 없었다. 이에 증례환자가 側面이 발달했고, 약간의 突出성향도 보였고, 溫毒을 먼저 제거해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平血飮을 쓰면서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溫毒이란 外感이 오래되어 변질되거나 傳經 되었을 때 남아있는 毒인데, 이때 發熱이나 上熱感과 함께 두드러기가 생길 때, 荊防敗毒散을 쓰고, 熱이 심하면 升麻葛根湯, 葛根解肌湯 등을 쓴다고 하였다. 요새 같이 감기나 독감, 코로나 등 각종 外感질환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피부질환에도 溫毒을 고려해야 한다. 환자가 平血飮을 3개월 정도 쓰면서 많이 호전되어 약 복용없이 2022년 3월 중순부터는 비교적 괜찮다가, 2022년 8월 중순 정도부터 다시 습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해서 平血飮을 다시 처방했는데, 효과가 없었다. 이 시기 환자가 거주 지리상 바다 근처에, 날씨도 장마가 지고 濕할 때라 外濕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어서, 이때는 溫毒을 치료하는 平血飮에는 그다지 반응이 좋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다시 처방을 再考하였는데, 증례환자가 눈코가 내려온 太陰形이라 濕이 생기기 쉽다는 점, 피부가 진물나는 것이 濕을 끼고 있다는 점, 그리고 外濕 영향도 크다고 보아, 內外濕을 치료할 수 있는 加味不換金正氣散을 처방하여 유의한 효과가 있었다. 形象醫學의 창시자 芝山도 “계절에 따라 약 쓰기를 달리해야 한다. 主氣에는 한도가 있다. 한도를 넘었을 때는 鍼과 藥을 다른 것으로 바꾸게 된다”라고 하여, 節候나 날씨에 따라서 처방을 다르게 써야 한다고 하였다. 피부는 外氣를 직접 받는 부위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약에 대한 부작용은 딱히 없었다. 그러나 본 증례는 환자 1례에 국한되었고, 증상이 호전되었으나, 화폐상습진의 예후상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보이며, 향후 지속적인 임상보고 및 치료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환자가 지리상 멀리 거주했기에 지속적인 맥진과 관찰이 불가하여, 주로 사진과 전화상으로 진료하여 한계가 있었다. -
인문학도에서 한의사로···“인간에 대한 이해가 근본”고성희 원장(부천 고성희한의원) [편집자주] 고성희 원장(부천 고성희한의원)은 지난달 ‘제51회 보건의날’을 맞이해 지역사회 한의난임사업에 이바지한 공로로 부천시장상을 수상했다. 자신이 터득한 기술로 남을 돕는 삶을 택한 고성희 원장은 문학도 출신으로 지난 2005년 원광한의대에 편입한 늦깎이 한의사다. 그동안 허준봉사단, 대한여한의사회 의무이사 등 봉사활동과 한의 난임치료 지원을 통해 인간 내면 세계를 들여다봤다는 그를 만나 수상 소회 등을 들어봤다. Q. 인문학도에서 한의사가 됐다. 원광대 한의대를 늦은 나이에 들어가 한의약에 입문하게 됐지만 앞서 연세대 노어노문학과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였다. 인문학도의 길을 걷다가, 30대 초반에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라는 본질적인 내적 물음을 구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답을 구하다가 ‘내가 터득한 기술로 타인을 돕는다면 멋진 삶이 되겠다’는 깨달음과 함께 결국 한의학의 길을 찾게 됐다. 어릴 때부터 아픈 곳이 많아 병원을 전전긍긍했을 당시 침과 한약으로 호전된 신기한 경험을 떠올려 한의대를 다시 들어가게 됐다. 인문학, 특히 동서양철학, 문학, 심리학 등을 공부했던 게 한의학 임상을 펼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는 한의학이 사람을 이해하는 근본 위에 세워진 학문이기 때문일 것이다. Q. 난임치료 공로로 시장상을 수상했다. 최근 늦어지는 혼인과 함께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생식능력이 저하되면서 난임을 호소하는 난임부부들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난임은 개인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야기하며,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아이를 갖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 시험관시술 사례도 증가하고 있지만 본 시술은 너무나 고통스러우며, 적은 시행으로 성공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 특히 실패 시 당사자가 부담해야 할 절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성공적인 임신을 위해서는 먼저 건강한 자궁환경을 만들고, 착상률을 높여 임신을 유지시키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런 단계들은 일률적이지 않고, 개개인의 체질과 나이, 증상, 병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자연 치료율을 위한 침술, 한약 등이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많은 난임부부들에게 건강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한의치료와 한약 처방은 비용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전국 시도지부 한의사회에서는 몇 해 전부터 한의난임사업을 추진하고, 한의사와 난임부부들을 일대일로 매칭해 치료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 수상하게 된 계기는 시에서 추진하는 한의난임사업을 SNS 등에 올리는 등 지역 난임부부들에게 열심히 홍보하고, 이와 더불어 잦은 유산으로 힘들어하는 난임 여성의 마음을 여한의사로서 이해하고, 토닥거려줘서 인 것 같다. 한의사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인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Q. 한의난임사업에 대해 설명한다면? 현재 부천시한의사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의난임사업은 부천시에 거주하는 부부를 대상으로, ‘상세불명의 불임진단’을 받은 여성과 배우자 남성의 정액 검사상 4가지 항목중 1가지 이상이 기준 미달 시 참여가 가능하다. 임신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한의약 치료 지원을 통해 매칭된 부부들에게 침치료, 한약치료(3개월)를 실시했다. 부천시 보건소에서도 신청하는 난임부부 수가 늘어나 올해 예산을 확장해 보다 많은 난임부부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Q. 기억나는 환자는? 처음 난임사업을 시작해 배정받은 30대 난임부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기가 없어도 상관없지만 한명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평범하게 사는 게 쉽지는 않다’고 웃으며 말하는 아내와 퇴근시 한의원에 들려 아내를 보살피는 남편…참 예쁜 부부였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주일 1~2회 침치료 받으러 오면서 ‘제 자신을 위한 힐링 공간이 있어서 기뻐요’라고 말해 저 또한 아이가 생기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임신진단 테스트 결과 양성이 됐다고 전화해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이후 안타깝게도 임신 중 유산됐다고 연락이 왔다. 유산 후 한약을 복용하던 그는 ‘예전보다 건강해졌다. 감사하다’며 한의난임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말해 감동받았던 기억이 난다. Q. 취약계층 및 한의약을 위한 제도적 개선점은? 한의대를 졸업하고 처음 임상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부천시 소사동에 위치한 소사보건소에서 근무할 때였다. 보건소에서 독거노인 방문진료를 하며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KOMSTA, 열린의사회, 부천한의사회 허준봉사단, 대한여한의사회 등 의료봉사가 필요한 곳이면 기회가 되는대로 찾아다니게 됐다. 특히 대한여한의사회에는 올해로 11년째 의무이사로서 의료봉사를 맡고 있다. 여한의사회 의무이사로 오래 있으면서 주로 미혼모, 이주여성, 성폭력피해자, 탈북 청소년 보호단체를 통해 의료봉사를 실시하며 보호받아야 할 취약계층이면서도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부천시한의사회 허준봉사단의 일원으로서 부천시내 경로당 의료봉사를 다니다보면 꾸준한 한의약치료로 관리 받는 것만으로도 어르신들의 건강이 유지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다.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우리 사회가 바이러스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깨달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종을 거치는 일종의 ‘외감(外感)’이며, 바이러스라고 일컫는 외감에 대한 한의약 치료야 말로 후한시대 장중경의 ‘상한론’ 이후 통사적으로 발전되어 온 한의약 역사 자체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며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에게 한의약의 제도적 지원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시대가 왔다. 요즘 지역에서 한의약 관련 조례안 등이 잇달아 발의·통과되고 있는데 한의약의 보장성을 대폭 확대해 보다 다양하고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