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이 본과 3학년 ‘의료와 사회(의료의사소통)’ 수업에 AI 가상환자 페르소나(Virtual Patient Persona) 기반 임상수행 시뮬레이터를 도입했다.
㈜7일(김현호 대표)이 개발한 ‘Scriptary AI’를 활용한 이번 수업은 15일을 시작으로 향후 5주간 진행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표준화된 가상환자와의 반복 훈련으로 의료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우는 한편 일차의료 현장의 핵심 안전 역량으로 꼽히는 ‘위험 징후(Red Flag)’에 대한 인식까지 졸업 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됐다.
Scriptary AI는 진료 및 교육 지원 기능을 함께 탑재한 인공지능 솔루션으로, 이번에 활용된 교육지원 기능은 학습자가 가상환자 페르소나와 문진·상담 진료를 수행하고, SOAP 노트를 차팅하는 전 과정에서 임상추론을 보조하고 형성평가까지 일관되게 지원한다. 또한 학습 피드백은 학생에게 개별 전달되며, 모든 수행 기록은 학습 포트폴리오로 누적된다.
기존 임상 실습에선 △제한된 환자 풀 △표준화환자 운영에 따른 고비용 구조 △학생별 경험 증례 및 피드백 편차 등이 구조적 한계로 지적돼 왔으며, 특히 반복 노출을 통한 숙련도 향상이 어려운 점이 오랜 과제로 남아 있었다. 이에 Scriptary AI는 반복 가능한 시뮬레이션과 표준화된 임상 시나리오를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표준화된 반복 훈련으로 환자 안전과 임상추론 ‘동시에’
이민정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기존의 강의식 수업이나 롤플레잉은 학생마다 경험의 편차가 크고 개별 피드백을 전달하기에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면서 “반면 가상환자 페르소나와의 대화는 학생들이 실제 상황에 몰입해 학습 내용을 직접 적용해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아울러 학생들의 실습 대화와 기록에 대해 맞춤형 피드백을 가능하게 해,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실질적인 교육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희대 한의대는 5주간의 시범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누적한 뒤, 학습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번 도입에서 교육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기능은 ‘Clinical Safety Awareness Support’로, Scriptary AI는 실시간 감지 기능을 통해 학생이 진료 과정에서 응급 또는 상급 의료기관 의뢰가 필요한 위험 징후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담당할 의사·한의사에게 위험 징후 감지 능력은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역량이다. 즉 갑작스러운 신경학적 결손이나 야간통, 설명되지 않는 체중 감소, 야간 발열, 마미증후군 의심 증상 등은 일반적인 근골격계 호소 속에 묻혀 있을 수 있지만, 놓칠 경우 환자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처음 마주할 때 경험 부족으로 인한 누락 위험이 적지 않은 만큼, 졸업 전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한 충분한 사전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의학교육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학생들 “진료 루틴 만들고 문진 습관 점검”
수업에 참여 중인 학생들도 새로운 학습 방식에 대해 흥미와 자기 성찰이 함께 담긴 반응을 전했다.
김도아 학생은 “학교 수업시간에 가장 아쉬웠던 점은 실제 환자와 마주해 이야기해볼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는데, Scriptary는 언제든 실제 환자를 마주하는 것처럼 실습할 수 있어 정말 혁신적이라고 느꼈다”면서 “실습을 통해 나만의 진료 루틴을 만들어볼 수 있었고, 신경 써야 했지만 놓친 부분을 각종 어시스트 기능으로 짚어주기 때문에 지금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실습을 시작하자마자 느낀 점은 내가 생각보다 환자에게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힌 이수윤 학생은 “질환에 대한 지식은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상환자와 대화를 시작하니 어떤 질문부터 해야 할지 막히는 순간이 있었다”며 “질문의 순서나 표현 방식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달라진다는 점도 새롭게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실습이 좋았던 이유는 정답을 맞히는 느낌보다 내 문진 방식 자체를 점검해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면서 “가상환자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부담을 덜고 질문을 바꿔보거나 더 자세히 물어보면서 내 말투와 질문 방식을 실험해볼 수 있었는데, 이런 경험이 쌓이면 실제 환자를 만났을 때 훨씬 덜 긴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교 교육뿐 아니라 졸업 후 교육으로도 확장 가능
이와 함께 김현호 대표는 Scriptary의 교육지원 기능이 대학 현장뿐 아니라, 실제 임상현장을 마주하는 초기 경력 한의사의 진료 트레이닝 도구이며, 네트워크 한의원, 임상 스터디 그룹 등 공통된 진료 프로토콜을 공유·정착시키고자 하는 집단에 특히 유효한 졸업 후 교육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Scriptary의 교육지원 기능에 구성원 간 합의된 표준화환자 정보를 입력하기만 하면 가상환자 페르소나를 쉽게 구축할 수 있어, 별도의 시뮬레이션 인프라 없이도 표준화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며 “또한 단순한 문진·상담 대화에 그치지 않고 혈액·영상·이학적 검사 등 다양한 검사 결과를 멀티모달 형태로 제시해 임상추론까지 함께 훈련할 수 있어, 학회 차원의 진료 가이드라인 보급, 네트워크 한의원의 진료 표준화, 임상 스터디 그룹의 증례 중심 학습 등에 폭넓게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7일은 Scriptary의 진료지원 기능도 연내에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교육지원 기능에 포함된 △차트 기반 변증, 처방, 침구법 및 KCD 검색 △실시간 질의 추천 및 위험징후 모니터링 △열린 질문에 대한 근거기반 AI 어시스턴트 외에도, 임상 진료 현장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자연어 및 음성 기반 자동 차팅 △환자별 맞춤형 설명서 생성 등이 개발 완료됐다.
특히 ㈜7일은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잘못된 정보가 환자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검증된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답변이 출력돼서는 안된다는 판단 아래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Trustworthy AI)’을 핵심 개발 철학으로 삼고 업무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김현호 대표는 “최근 일선 의료현장에서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러한 서비스는 특히 한의학 데이터에 특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임의로 생성된 허위를 사실처럼 출력하는 ‘환각(hallucination)’ 위험이 본질적으로 내재돼 있다”면서 “의료 영역에서 검증되지 않은 서비스의 결과물을 무비판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환자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Scriptary의 응답에는 출처(Reference)가 함께 제시돼 근거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환각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면서 “실제 Scriptary AI는 다수의 전통의서와 6만 종 이상의 처방, 최근 30년간 출판된 국내 한의학 학술 논문,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KCPG) 56종, 영국 NHS Guideline 기반 Red Flag 지식 등 전통지식과 최신지견을 아우르는 지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증례 논문 기반 가상환자 페르소나도 3000건 이상 구축·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