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통합돌봄시대가 성큼 다가온 가운데 통합돌봄 체계에서는 다직종간 협력이 무엇보다 요구되고 있다. 특히 다직종 협력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직역간 역할 분담을 넘어, 제도적 한계와 구조적 요인에 대한 논의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돌봄에 실제로 참여한 다양한 보건의료인을 대상으로 한의사의 역할, 다직종 협력에 대한 인식 및 경험 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논문이 ‘대한한의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의사 및 보건의료인 인식조사에 기반한 돌봄에서 한의사의 역할(동신대 한의과대학 김동수·진한빛·안은지,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유지은)’이란 제하의 논문에서는 향후 돌봄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탐색하는 한편 앞으로의 보완 및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2024년 11월19일부터 12월2일까지 문자를 통해 Google Form을 이용하여 구성된 설문조사 사이트 링크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최종 유효 표본은 대한한의사협회 소속 한의사 389명과 일차보건의료학회에 등록된 보건의료인 51명 등 총 440명이다.
다직종 협력에 대한 인식은?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다직종 협력에서 한의사의 주치의 또는 협진의 역할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직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공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의사의 경우 다직종 협력의 개념을 ‘안다’는 비율이 26.0%, 실제 협력 경험도 36.8%에 불과해 인식과 경험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는 한의사가 주로 한의원 중심의 단독진료 체계에 속해 있었던 진료 구조와 함께 다직종 협력 교육 및 제도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들은 협력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으며, ‘대상자의 다양한 욕구 해결’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는 점은 포괄적 돌봄 실천에서의 한계와 역할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의료인 응답자의 54.9%가 한의사와의 협력경험이 있으며, 94.1%가 협력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은 의사 중심의 의료체계 안에서도 다직종 협력에 한의사의 참여가 요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인식과 실제 실천간 괴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의사 주치의의 가능성과 한계는?
한의사가 주치의로 적합하다는 질문에 대한 응답(‘주치의만 적합’ 또는 ‘주치의와 협진의 모두 적합’)은 한의사 92.3%, 보건의료인 66.7%로 나타난 가운데 관리하기 적합한 질환 및 증상에 대한 인식은 두집단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항목에서 3.5∼4.0점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보건의료인 중 29.4%는 ‘한의사는 협진의만 적합하다’고 응답한 반면, 한의사 중에서는 해당 응답이 7.2%에 불과해 양 집단 간 인식 격차가 뚜렷했는데, 이 같은 차이는 한의사의 단독 주치의 수행에 대한 제도적 제약, 협력 경험 부족에서 기인한 심리적 장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추측된다.
또한 주치의 역할 수행 가능성에 대한 평가도 대부분의 항목에서 3.3∼4.0점의 수준으로, 이는 리커트 척도상 ‘조건부 수용’ 또는 ‘부분 가능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중 복용약 조절 및 생애말기 돌봄과 같이 의료적 판단과 의약품 조정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가 부여됐는데, 이는 한의사의 의료행위 범위가 약물 처방 등에서 제한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밖에 다직종 협력을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 한의사와 보건의료인 모두 ‘법적·제도적 근거 마련’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응답했고, ‘교육과정 개발’, ‘매뉴얼 및 지침 개발’의 필요성 등이 뒤를 이었다.
다직종간 협력 강화 위해 필요한 것은?
연구진들은 이번 조사 결과 통해 돌봄에서 한의사의 역할은 아직까지 개념적·제도적으로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임에 따라 향후 다직종간 협력 강화를 위해선 다양한 직종간 협력이 제도적으로 가능하도록 뒷받침하는 정책과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연구진들은 “돌봄에서 한의사의 역할 정립을 위해서는 한의계 내부의 자발적이고도 근본적인 성찰과 준비가 선행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한의사의 돌봄 인식 제고를 위한 한의사협회 등 유관 단체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고려해야 한다”며 “실제 돌봄 현장에서는 한의사들의 다직종 협력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인 가운데 한의 일차의료라는 큰 틀에서 한의사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론적 토대와 구체적인 실천적 전략을 마련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이 전략 아래 돌봄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구진들은 단기적으로는 △한의 다직종 협력 모형 개발 및 적용 △다양한 임상현장의 사례 축적 등이, 또한 중장기적으론 △한의 일차의료 전문가 양성 △한의학의 일차의료에서 만성질환 효과 평가 △정책적 논의 활성화 등을 포함하는 다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연구진들은 “한의사가 주치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필요한 다직종 협력을 위해선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이는 단지 한의사의 법적 직무범위에 대한 고려를 넘어, 다양한 직종 간의 협력이 제도적으로 가능하도록 뒷받침하는 정책과 제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전했다.
각 직종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필요
이와 함께 연구진들은 이같은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성과 대안도 제시했다.
먼저 각 직종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 및 상호 이해 증진이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즉 한의사가 주치의로서 환자의 포괄적 건강 문제를 관리하고 타 직종과의 협력을 조정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의사를 포함한 각 직종의 진료 범위, 특히 약물 처방과 같이 타 직종과 연계가 필요한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직종 간 상호 이해를 증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
더불어 다직종 협력 촉진을 위해 참여하는 의료기관 및 의료인에게 수가 신설, 협력 기반 시설 및 인력 지원 등과 같은 재정적·행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협력을 장려하고 활성화해 나간다면 한의사가 다직종 팀 내에서 주치의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과정 개발, 직종간 이해도 향상에 도움
또한 직종간 이해를 높이고 효과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교육과정 개발’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서 한의사들은 다직종 협력의 개념이나 실제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전 연구에서는 보건의료인들이 어떤 경우에 한의사와 협력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존재한 만큼 이는 협력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예비 보건의료인 대상 다직종 협력에 대한 교육은 물론 현장 실무자를 위한 직무 기반 교육 및 사례 기반 워크숍 등의 교육 모델 개발을 통해 이같은 장벽을 허물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현장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지침 개발이 이뤄져야 하며, 특히 한의사의 참여가 포함된 다직종 협력 지침은 팀 기반 의사결정, 사례회의 운영 방식, 정보 공유 프로토콜 등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통해 현장실무자들이 참조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