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사전 시장분석과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필요
교민 상대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특화 진료 및 영어소통 중요
정부의 지속가능한 한의학 브랜드화 전략 및 한의사 지위 확보 노력 있어야
한․뉴 FTA 타결에 따른 한의사 진출 설명회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성공적인 뉴질랜드 진출을 위해서는 진출 목적을 분명히 하고 특화된 서비스로 타겟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달 29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에서 제9회 한의약 글로벌헬스케어 정책포럼을 개최, 한․뉴 FTA 타결에 따른 한의사 진출방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이날 이상범 에이치앤컨설팅 실장에 따르면 뉴질랜드에는 한의사의 자격 및 면허범위와 정확하게 연결되는 직군이 없으며 유사직군으로 침구사(Acupuncturist)가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중의사들이 진출하면서 새로 생겨나게 된 것.
침구사는 현재 뉴질랜드 보건의료시스템에 포함돼 있지 않아 의료인으로 분류되고 있지 않으며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어 침술 및 동양의학관련 용어들이 혼용되고 있는 실정이기는 하다.
하지만 사회․경제발전이 가속화되고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됨에 따라 뉴질랜드 의료서비스 시장도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총 보건의료비용은 2011년부터 4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14년에는 2011년 대비 약 14%나 증가했으며 뉴질랜드 재무부에 따르면 정부지출 보건의료비용은 현재 GDP의 7%에서 2060년에는 약 11%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뉴질랜드에서 주민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차 진료의원에 등록(한 곳 이상 등록 않됨)을 해야 하며 만약 다른 클리닉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본인이 부담해야 할 진료비가 높아지게 되는 주치의 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1차 의료기관의 처방전 및 치료제의에 따라 2차 의료기관(공공병원 또는 사립병원)이나 대체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게 되는데 대체의학에는 크게 약 13개 정도가 있으며 이중에 ‘중의학’과 ‘침구학’ 등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뉴질랜드 인구는 2015년 기준으로 약 463만명이며 아시아계가 약 56만5000명, 중국인 약 17만명, 한국인 약 3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는 침구사는 뉴질랜드침구사협회 등록 기준으로 약 500명 정도이며 주로 중국, 한국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중 85명 정도가 한국인(오클랜드 60명, 애밀턴 13명, 크라이스트처치 3명 등)으로 추정되며 한인업소로 등록된 한의원 수는 2016년 기준으로 총 94곳이다.
침구사는 뉴질랜드 침구대학(2곳)을 통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침구사의 수입은 연간 2600만원에서 8000만원(NZ$33,000~$100,000)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침구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클리닉에 취업했을 때 수입은 약 3150만원(NZ$40,000) 정도다. 직접 개원한 경우에는 시간당 NZ$60~$120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각각의 지역과 개인의 능력에 따라 급여 수준과 전체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수입의 약 60~70%가 ACC(사고보상공사 : Accident Compensation Corporation)로부터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대부분의 침구원과 한의원이 ACC 자격을 갖고 있음을 기관 외부에 비치할 만큼 환자 유치에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ACC 환자를 받으려면 침구사협회(NZRA)에 등록을 해야 하며 침구사협회를 통해 자격증과 함께 매년 갱신을 해야 한다. 침구사협회 등록은 자율이지만 대부분이 등록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뉴질랜드 현지인이 설립하고 정부의 정식 승인을 받은 협회는 NZASA(New Zealand Acupuncture Standards Authority)와 NZRA(New Zealand Register of Acupuncturist) 두곳이다.
이같은 뉴질랜드에 진출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유학 후 취업을 통한 진출 △개원을 통한 진출 △취업을 통한 진출 등 3가지다.
각 시나리오별로 갖고 있는 장․단점이 있고 개인적인 상황과 여건이 다를 수 있으니 목적과 타겟에 맞는 적절한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유학을 통한 진출은 장기적 관점에서 뉴질랜드 정착을 위해 진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뉴질랜드에는 침구학을 교육하는 대학이 2군데 있으며 이 학교에서 침구학 과정을 이수하려면 약 4년이 소요된다.
단, 한국에서 한의대를 졸업한 경우에는 이수과목에 따라 마지막 1년만 수엽을 들으면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수업을 이수한 후 Post-Study Work Visa를 취득할 수 있으며 고용주의 Job offer(일자리 제의)를 받아 워크비자 또는 영주권 신청도 가능하다.
이 시나리오는 어학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현지 네트워크 구축이 비교적 수월할 뿐 아니라 취업을 통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유학 후 이민과정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반면 시간과 비용(한국보다 물가가 비싸 3, 4년의 학비와 현지 생활 등을 포함할 경우 1억~2억원 이상 필요)이 상당히 소요되며 졸업 후 1년 동안 취업이 가능하지만 최저 시급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취업을 통한 진출은 중단기적으로 현지에서의 취업을 통한 시장조사, 소비자 파악 등을 위해 좋은 방법으로 스페셜비자 및 워킹홀리데이 등을 통해 가능하다.
이번 한․뉴 FTA 타결로 한의사도 스페셜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스페셜워크비자의 경우 최대 3년까지 근무가 가능(3년 미만을 받을 시 추가 연장 가능)하며 동반가족 모두 체류 가능하다.
다만 3년 이후에는 기술이민비자, 사업비자 등과 같은 형태로 전환해야 하며 동일한 비자를 재신청하기 위해서는 3년 간 해외 체류 후에만 가능하다.
또 한번에 스페셜워크비자를 받을 수 있는 최대 인원은 200명이며 각 직종별(한의사, 한국어 강사, 태권도 강사, 한국인 여행가이드, 멀티미디어 디자이너, 생명의학 공학자, 삼림과학자, 식품공학자, 수의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최대 쿼터는 50명으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다른 직종에서 200명이 채워지면 나머지 직종에서는 스페셜워크비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다.
이를 통한 진출은 뉴질랜드에서 침구원을 개원하기 전에 취업을 통해 정확한 현지 사정 파악이 가능하며 네트워크 구축도 가능할 뿐 아니라 뉴질랜드 내에서 비자 전환이 가능해 사업취업비자 또는 투자자비자로 자신의 침구원을 개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침구원이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Job offer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뉴질랜드에서 침구사는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보다 처우가 좋지 않고 진료 범위 또한 제한적이고 워크비자로 침구원에 취업 시 최저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아 가족들과 뉴질랜드에 온 경우 최저임금을 받고 생활하기는 쉽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개원을 통한 진출은 장기적으로 뉴질랜드에 정착을 원하는 경우 빠르게 진출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뉴질랜드에서는 사업자 등록만으로 개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취업비자 및 투자자비자를 통해 한의원 개원이 가능하며 개원 후 일정시간을 충족하면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다.
사업취업 비자는 3년 후 기업이민카테고리로 영주권 신청이 가능해 지며 투자자비자는 투자기간이 끝나면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시장조사, 현지조사 등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형태로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보다 수입은 적지만 더 나은 생활환경과 자녀들의 자유로운 교육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한의사는 뉴질랜드에서 경쟁력이 있어 실력이 뒷받침 된다면 현지 정착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뉴질랜드 침구사 시장은 현재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특화된 과목이 아니면 정착이 쉽지 않고 영어 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경우 현지 커뮤니티 정착이 쉽지 않은 점도 있다.
이 실장은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 한의학과 중의학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한의학 브랜드 전략을 실행하고 뉴질랜드에서 한의사의 명확한 지위를 확보 및 뉴질랜드 진출 인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뉴질랜드에 진출하고자 할 때 △뉴질랜드의 거시적 환경과 진출하려는 지역 환경 △진출할 지역에서의 경쟁상대 △본인의 핵심역량은 무엇이고 뉴질랜드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지 여부 △진출 방식 △현지 네트워크 혹은 파트너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이 실장은 “성인 10명 중 7명이 비만으로 성인병이 늘고 있는 만큼 비만과 관절 분야가 유망해 보인다”며 사전에 시장분석을 꼼꼼히 하고 뉴질랜드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영어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션컨설팅 류정한 변호사 역시 “한국이 재미있는 지옥이라면 뉴질랜드는 재미없는 천국으로 비유할 수 있다”며 한국과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으니 가족과 충분히 의견을 나눠보고 결정할 것을 제언했다.
류 변호사는 이어 뉴질랜드는 럭비가 인기종목이다 보니 물리치료를 많이 받는데 침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한의학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함께 뉴질랜드에서는 계약서가 없으면 불이익을 당해도 보상을 받을 수 없어 고용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데 최근 이를 악용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악덕업자가 늘어나고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으며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에서는 비자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비자 문의는 뉴질랜드 변호사에게 문의하고 필요 구비서류 및 소요시간 등의 이유로 한국에서 비자를 받고 들어가는 것을 권장했다.
한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동우 단장은 “한의도 글로벌 분야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그동안 미국 등 개인차원에서 진출해 개원하고 진료를 하고 있는 한의사들이 많은데 FTA 타결로 뉴질랜드도 한의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길이 열렸으니 개인차원에서 나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고 뉴질랜드 시장의 현황은 어떠한지 정확한 정보를 얻고 더 나아가 한의의료기관이 해외에 진출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