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김태호 기자]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대응 한의약 활용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포럼’에서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은 비대면진료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급성병에서 만성병 중심으로 전환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며,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통해 가능성이 입증된 만큼 향후 제도 도입시 반드시 한의학·한의사제도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성병은 우선 병에 걸리면 일상생활에서 이탈돼 치료가 끝날 때까지 병원에서 환자를 완치해야 끝나지만, 만성병의 경우는 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서도 완치된 상태라고 할 수 없다”며 “우리 국민의 70%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만성병은 급성병 중심의 보건의료 정책으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일차의료를 강화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대면진료를 도구로 활용하자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 도구를 잘 쓰면 일차의료의 강화뿐만 아니라 공공의료·전달체계 강화를 통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비대면 진료를 대면진료의 대체로만 접근하면 직접 진단을 받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대면진료를 함과 동시에 비대면진료를 병행한다면 분명 효과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환자를 위해 최초접근성, 포괄성 등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것이 뉴노멀시대에 필요하다”며 “또한 일차의료 강화에 한의약, 한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야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회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에 비대면진료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몸소 느끼게 됐으며, 일차의료에서 한의약의 효과, 한의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증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까지 우리 국민들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단 및 치료를 받았다. 그것이 가장 노멀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코로나가 발생하고 나니 열나는 사람이 생기면 병원이 문을 닫고, 1339에 전화하거나 보건소를 찾으라는 말만 하고 마땅한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안으로 추진된 것이 한시적 비대면진료 허용이었고,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3월 9일부터 지금까지 약 4개월 간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이하 한의진료센터)’를 운영하며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의 20%에 해당하는 약 2300 명의 환자에게 전화진료 및 한약 처방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현재의 급박한 상황에 한정지어 한의 비대면진료를 고려하는 것보다 보편적으로 감염병 기본 관리 프로토콜에 한의약이 편입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이익집단의 갈등으로 인해 한의약과 한의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앞으로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만성병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사는 한의사, 그리고 통합의사
이날 최 회장은 비대면진료에 한의약과 한의사가 포함된다면 공공의료·일차의료 강화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질병관리를 함에 있어 의사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으로, 병원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으로, 독점적 치료 중심이 아닌 다각제적 협력중심으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예로 장애인주치의사업을 언급하며 “장애인주치의사업을 시작하면서 한의사가 통합의사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적어도 최초접근성, 포괄성 관점에서 주치의, 일차의료 담당자는 한의든 양의든 모두 제공할 수 있어야 국민들의 건강이 증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방문진료를 통한 주장애 관리가 장애인주치의 사업의 핵심이라 판단했는데 실제 사업에 참여해보니 장애인들에게 필요했던 부분이 일반건강관리였던 것이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주장애를 해결하고 있었지만 아주 기본적인 질환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민간의료보건단체에서 시행하는 장애인주치의사업에 한의사들이 투입된 후, 결과적으로 한의사에 대한 주치의 만족도가 전체 평균보다 10%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최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머리에 통증을 호소하자 침을 놓았고, 복통을 호소하자 뜸 치료를 했다. 추나요법을 통해 장애인을 직접 접촉하면서 근육을 푸는 마사지를 하고 뼈를 바로 잡았더니 항생제를 처방해주는 의사가 아닌 한의사를 찾기 시작했다”며 “일차의료 영역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였으며, 그런 의미에서 일차의료는 통합의사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제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이 아프면 무조건 병원에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새로운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라며 “우리사회에 주어진 새로운 질서에서 한의학 그리고 한의사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일차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지속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