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뤄졌던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추진에 대한 논의가 재시동되는 한편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시범사업 추진 여부를 묻는 회원투표가 발의되는 등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는 지난 9일 ‘첩약 급여화 건강보험 시범사업 추진 계획안’을 단독 의안으로 상정하고, 열띤 논의를 진행한 가운데 ‘심층·변증진단 진찰료’ 부분에 대한 다소간의 이견으로 인해 이날 소위원회에서는 의결을 못했지만, 최대한 이른 시간 내로 협의를 마치고 건정심 본회의에 안건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날 정부가 제시한 시범사업안에 따르면 대상기관은 한의원 및 약국의 선택적 참여로 제시했으며, 한의의료기관의 경우에는 1단계는 한의원 중 참여를 신청한 기관에 한해서 실시되고, 한방병원은 2단계부터 재정상황을 고려해 한방병원(외래) 참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약국의 경우에는 한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조제할 수 있는 한약사(또는 한약조제약사)가 근무하는 약국이며, 단 한약사·한약조제약사의 한약조제지침서에 따른 직접 조제는 급여화하지 않는다.
대상질환은 대상 연령층, 치료 효과성, 재정 등을 고려해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후유증 △월경통 등 3개 대상 질환으로 시행 후 향후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알러지비염·슬관절염 등의 질환 추가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수가체계는 한의진료의 특성을 반영해 첩약 처방 및 조제시 시행하는 변증, 방제기술 등 소요시간을 고려하고, 환자의 체질 및 상태 등에 따른 처방이 가능하도록 약재비는 질환별 상한액 범위 내에서 실거래가를 적용한다는 기본방향 아래 첩약 처방·조제 관련 행위를 크게 변증·방제, 조제·탕전, 약재로 구분해 항목별 묶음수가로 책정했다. 이에 따라 첩약 10일분의 총 수가는 사용 약제에 따라 달라지며, 월경통의 경우에는 상한 약재비 기준으로 15만선(초진진찰료 포함)이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이하 한의협)은 건정심 소위원회 종료 이후 같은날 곧바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것에 대한 찬성 여부를 묻는 회원투표를 공고하는 한편 최혁용 회장은 이와 관련된 담화문 발표를 통해 회원투표 공고 배경 및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최 회장은 담화문을 통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현재의 준비단계로 올 때까지 한의계 내부에서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와 함께 외부에서도 약사회와 한약사회, 의사협회의 끊임없는 반대가 있는 등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아직까지도 정부는 재정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고, 협회는 재정 예측에 대한 답을 줘야만 했지만, 이제 회원님들의 뜻을 물어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 회장은 “지금 준비된 시범사업안이 최종 결과는 아니며, 시범사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실한 수행을 통해 대상질환을 확대하고 처방일수를 늘려 나가는 등 각종 제한을 없애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첩약급여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시범사업은 그 시작일 뿐이며, 지금의 시범사업에서 시작해 차츰 영역을 넓혀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회장은 “저와 43대 집행부는 한의약의 발전을 위한 명확한 의지를 가지고 첩약 건강보험을 추진해 왔고, 이제 그 구체적인 사업안을 받게 됐다”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수용 여부는 이제 전적으로 회원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으며, 찬성의 결과가 나온다면 성공적인 시범사업이 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사업 설계와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고,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더 이상의 첩약 급여화 사업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의약과 한의사의 미래에 대한 회원들의 현명한 선택을 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이와 관련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주요 업무를 담당했던 김경호 부회장은 “그동안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두고 많은 우려 및 폄훼들이 있어왔다. 그럼에도 첩약 건강보험 추진은 한의계의 또 하나의 숙원사업이 되고 있으며, 많은 회원들의 노력과 응원, 지지 덕분에 그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며 “타 직능이 건강보험 보장성으로 인해 나날이 경영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먼 발치에서만 지켜보던 한의계로서는 지난해 추나요법 급여화에 이어 또 한번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아직도 지난 2013년 당시만을 회상하며, ‘그때 됐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만을 곱씹으며 후회하는 시간이 돼서는 결코 안된다”며 “이 같은 뼈아픈 역사를 교훈 삼아 회원투표에서 첩약 건강보험 추진을 위한 회원들의 명확한 의지와 뜻을 모아 한의계의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