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의계의 코로나19 대응 성과와 향후 신종 감염병 대응 방향을 제시하는 ‘2020 한의약 코로나19 백서’가 지난 9일 출간됐다. 이에 코로나19 백서의 내용을 토대로 감염병 관리에 있어 한의약이 거둔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한의과 대학의 교육 방향 또한 개선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역학조사와 검체 채취 등 감염병 대응에 대한 한의사의 역할을 두고 논란이 야기됐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할 신종 감염병 대응에 있어 한의계가 국가 보건의료인으로서 제 몫을 다하려면, 한(韓)-의(醫) 갈등 해결과 함께 한의과대학 내 감염병 관련 교육에 있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사진= 개티이미지뱅크]
대구시·정부의 한의사 활용 보류
대구광역시는 지난해 2월 대구 지역에 환자가 급증하자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 의료진을 모집했다. 이에 공중보건한의사 70여명은 지원봉사에 지원하며, 선별진료센터 파견과 검체 채취 업무 수행을 요청했으나 특별한 이유 없이 결정은 보류됐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와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 역시도 역학조사와 검체 채취와 같은 선별검사를 의사만의 영역으로 판단하고 방역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감염병 예방관리법(제11조)과 시행령(제15조)은 한의사도 의사와 마찬가지로 감염병 환자를 진단한 경우 신고 의무가 있고, 인체 검체 채취 및 시험을 할 수 있는 역학조사반원으로 활동할 수 있어 법적인 문제는 없다.
그 예로 경기도에서는 공중보건한의사 4명과 공중보건치과의사 2명을 역학조사관으로 임명하고 역학조사 업무를 맡겼다. 6명의 한의사·치과의사가 역학조사 업무를 차질 없이 진행하게 되면서 이후 경기도 내 역학조사관 한의사·치과의사는 59명까지 증원됐다.
경기도에서 한의사가 역학조사를 충분히 담당할 수 있는 것을 본 주변 지자체에서도 그러자 한의사를 역학조사 업무에 투입하기 시작했고, 경기 광주, 김포, 여주, 과천, 인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한의사가 검체 채취 업무까지 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주기 감염관리 체계 교육 강화
이 같은 원인에 대해 백서에서는 한의사가 역학조사와 검체 채취와 같은 선별검사를 수행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우리나라가 의사, 한의사의 면허범위를 배타적으로 구분하는 이원화된 면허 체계를 갖추면서 한의사, 의사 간의 역할 분쟁은 지속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통합의료에 대한 수요도가 높음에도 직역 간 갈등으로 인해 의료통합의 합의점은 현재까지도 요원한 상태.
이에 백서에서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감염예방-감염병 진단-치료-후유증·재발 관리로 이어지는 전주기 감염관리 체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는 예방접종과 원내감염 예방교육, 역학조사와 집단 선별검사 교육, 신종 감염병의 한의약적 치료 사례 및 후유증, 재발 방지 사례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현재에도 예방의학, 소아과, 내과 등의 과목에서 감염병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각 과목별로 해당 내용이 중복되거나 나뉘어져 있어 학습 효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즉, 감염병과 관련해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기존 중복, 분절적 내용을 전주기적 관리 형태로 통합·연계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염관리 관련 실습 활성화
현재 전국한의과대학과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공통적으로 예방의학 과목을 통해 집단 선별검사와 역학조사에 대해서 의과와 유사한 시수로 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예방의학실습은 학교별 차이가 있어 일부 학교의 경우 역학조사와 집단 선별검사에 대한 실습이 이뤄지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도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국한의과대학, 한의학전문대학원의 예방의학 공통 실습서를 개발하고 역학조사와 집단 선별검사를 여기에 포함해 향후 배출되는 모든 한의사가 학부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실습을 거쳐 배출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또 근거중심의학이 보편화 되면서 한의협이 ‘COVID-19 한의진료 권고안’과 ‘COVID-19 한의 전화진료가이드’를 제작해 사업을 추진한 것처럼 진료 가이드, 지침, 권고안 등을 중심으로 개인적인 경험, 환자 상태 등을 고려해 최선의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근거중심의 진료 능력 배양할 필요가 있다.
협진·통합 진료를 위한 교육 강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서 치료 및 관리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의과와 의과의 협진이 필요하다. 실제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에게 중서의 협진을 환자치료의 기본원칙으로 삼았고, 전체 환자 중 90%에게 한약을 병용 투여해 높은 치료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 한의협은 한방병원을 입원기관으로 활용하고, 의과-한의과 협진을 제안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한의협에서 자체적으로 대구한의과대학 한방병원 내에 진료센터를 설치했고, 이후 서울 한의협회관 내 추가적으로 진료센터를 설치해 확진자들을 돌봤다.
이 과정에서도 생활치료센터에서 한약 반입을 금지하거나 일부 의사들은 코로나19 치료 과정에서 한약 복용을 금지시켜서 협진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향후 감염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기존 의과 치료와 더불어 한의약적인 처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사전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비대면 진료와 방문 진료 등 다양한 형태의 진료 능력도 배양시킬 필요가 있다고 백서는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전화 상담과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러한 비대면 진료 방식은 감염병 치료에 있어 기본 프로토콜이 될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해 도입한 간병간호사 제도가 감염병 관리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향후 감염이 의심되는 질환의 경우에는 대면진료가 아닌 전화·온라인 상담, 진료, 처방이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가 격리자나 생활치료센터와 같은 곳으로 한의사나 의사가 방문해 진료를 하는 형태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비대면 진료, 방문 진료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진료를 위한 능력 교육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