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쟁점과 과제는?

서창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이슈와 논점’ 통해 신속한 한의-의간 협의체 구성 및 협진 활성화 등 제안

[한의신문=강환웅 기자]최근 손용근 변호사(한양대학교 석좌교수)가 법률신문 판례평석 글을 통해 한의사의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전향적으로 고려해 달라진 의료환경에 맞는 입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관심이 또 다시 확산되는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이 같은 문제는 한의학뿐 아니라 의료계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큰 만큼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하는 ‘이슈와 논점(제1320호)’에서 서창식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쟁점과 과제’라는 글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 4월24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초청 보건의료정책 토론회에서 현대 의료기기의 사용을 한의사에게 허용하는 문제를 두고 각 후보측이 엇갈린 반응을 보임에 따라 현대의료기기를 둘러싼 의-한의간 쟁점이 새 정부에서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운을 뗀 서 입법조사관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2003년 한의약육성법 제정 이래 의-한의 양 직역간 이견으로 현재까지 그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보건의료 분야의 대표적인 현안”이라며 “표면으로 드러난 쟁점은 국민의 건강권 보호지만, 그 이면에는 특정 의료기기의 사용 여부에 따라 진료영역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서 입법조사관은 “의료기기를 품목별로 구분해 사용자를 직접 규제하는 의료관계법은 없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기기의 품목 허가시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적합성만을 고려하고 기능에 따라 사용자를 구분해 품목 허가를 하고 있지는 않다”며 “이에 따라 특정 의료기기 사용이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범위와 연결되는 경우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 또는 판례를 통해 사용자의 범위가 정해지고 있으며, 이는 기기 사용 자체보다는 해당 의료기기를 활용해 시술한 행위의 이론적 근거와 접근방법이 무엇인지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글에서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쟁점으로 양 직역의 학문적 원리 및 인식 차이와 함께 의료일원화 논의와 맞물려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 입법조사관은 “판례에서는 의-한의간 의료기기의 사용범위를 판단할 때 각 영역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했는지’를 일관된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즉 의사와 한의사가 상호 영역에서 활용해 왔던 의료기기를 치료에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이라면 허용될 수 있지만 상대 의학에 이론적인 근거를 두고 치료행위를 할 경우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 입법조사관은 “최근 들어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학문 영역 자체가 교류·융합되면서 학문적 원리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짐에 따라 판례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실제 2013년 헌법재판소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범위와 관련해 이전의 사법적 판단과 경향이 다른 판결을 내림에 따라 의-한의간 학문적 원리와 진료영역에 대한 논란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다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기존의 판례와 달리 과학기술의 발달로 국민건강 위해성이 없고 한의사들이 충분히 교육을 받았다면 자격있는 의료인에게 의료기기의 사용권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서 입법조사관은 또 다른 쟁점인 의료일원화와 관련해서는 “큰 틀에서는 양 직역간 공감대가 얼마간 형성된 것으로는 보이지만, 한의학계는 상호 존중의 원칙 아래서 교육과 면허제도를 포괄하는 점진적인 논의를 전제로 하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의학계는 현대의학을 중심으로 한의학을 보완하는 흡수통합 방식을 주장하는 등 접근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의사와 한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일원화에 대한 의견조사 분석결과에서도 의료일원화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찬성하는 편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근본적인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상호간 이해를 제고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로 의-한의간 상시적인 협력기반 구축과 함께 협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 입법조사관은 “(이 문제에 대해)현재 한의학계와 의학계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대화가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양 직역은 물론 정부와 국회 어느 곳에도 문제 해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통의학을 미래 핵심 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중국과 비교해 볼 때 이 같은 갈등은 한의학뿐 아니라 의료계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우선 한의계와 의료계의 현안을 논의할 협의체 구성이 시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협의체 구성시에는 정부는 정책의제를 제시하고 이끌기보다는 지원조직의 역할에 그칠 필요가 있으며, 더불어 협의체 논의 의제도 공동 논의기구 운영방안이나 수가 개발 등의 ‘제도’ 분야 및 협진이 유효한 병증에 대한 연구, 공동학술대회 등의 ‘연구’ 분야로 구분해 진행하되 상호 공통 관심사부터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서 입법조사관은 “2009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한의사와 의사의 협진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지만 제도적 지원체계의 미비로 본래의 의미를 살린 협진은 부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이를 개선키 위해서는 한의과와 의과의 현재 교육체계와 면허체계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두 직역간의 발전적인 관계모형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협진체계를 보다 세밀하게 정리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글에 따르면 2012년 12월 복지부가 발표한 ‘협진 실태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협진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애요인은 협진시 적용할 매뉴얼의 부재로 나타났다. 즉 현재 개별 의료기관에서 자생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협진의 경우 협진의 절차와 한계, 의료진간 소통방법, 협진에 부합하는 질환 또는 중점질환, 의료사고시 책임범위 등에 대한 지침이 전무해 협진에 참여하는 의료인뿐 아니라 환자들도 혼란을 겪게 돼 결국 제도의 연계성과 지속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서 입법조사관은 “현재 국립의료기관 중 한의과가 설치돼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재활원 등 6개 의료기관을 협진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관련 연구를 체계적으로 지원해 매뉴얼화된 ‘협진모형’의 마련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현재 동일상병으로 의-한의 진료를 동시에 받은 경우 중복진료로 간주돼 후행 치료에 대해서는 전액 비급여로 적용되기 때문에 진료비 상승을 초래하고 있어, 이를 개선키 위해서는 협진에 부합하는 질환 등 일부 치료행위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일정 부분 협진을 유인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서 입법조사관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국민의 보건위생과 관련한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지만 이 같은 논의가 법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 전문성이 고도로 보호·인정받고 있는 의-한의계가 주체가 돼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분쟁이 있을 때마다 법원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커다란 문제”라며 “이 같은 소극적 대응은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운 의료기술과 의료기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첨단 의료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고, 결국 의료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유념해 양 직역은 속히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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