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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마주한 통증의 얼굴들[한의신문] 낯선 라오스어로 첫 인사를 건네며 진료실 문을 열었던 날이 떠오른다. 짧은 봉사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현장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환자들의 눈빛과 온기는 떠올릴수록 더 그리워지는 기억이다. 봉사 기간 동안 총 1,399명의 환자분들이 진료소를 찾았고, 저는 그중 286명의 환자를 직접 만나며 그들의 아픔을 듣고 한의진료를 했다. 이번 봉사는 저에게 단순히 의료를 베푸는 시간을 넘어, 한의사로서 환자를 대하는 자세와 진정한 치료의 의미를 다시금 고민하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먼 곳에서 찾아온 환자들, 진료실에서 마주한 현실 진료소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더 먼 곳에서 온 이들의 간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엔티안 현지 주민들뿐만 아니라, 저 멀리 방비엥에서 기차를 타고 달려온 분들, 심지어 태국에서 국경을 넘어 찾아온 분들도 계셨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내원한 환자들의 질환군은 한국에서 접하던 패턴과 조금 달랐다. 추간판탈출증이나 퇴행성 관절염, 협착증 같은 근골격계 질환도 당연히 많았지만, 지간근이 굳어 손 전체가 뻐근하게 아프다고 호소하는 시장의 할머니들,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계 질환 환자들도 유독 많았다. 특히 뇌졸중 환자 한 분의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몸 한쪽이 마비되었지만, 당장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일을 멈출 수 없어 제대로 된 검사나 치료 없이 5년을 버텨왔다는 분이었다. "5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나아지지 않나요?"라고 묻는 그분의 눈빛 앞에서 저는 깊은 먹먹함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뇌졸중 원인 평가(Stroke source work-up)나 예방을 위한 약물 복용, 체계적인 재활 치료의 기회조차 그들에겐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의료의 빈자리에서 마주한 환자들의 삶 발달 지연과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어린 아기를 안고 찾아온 부모를 만났을 때는 속상한 마음에 "왜 이렇게 될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두셨냐"며 다그치듯 묻기도 했다. 하지만 진료를 이어가며 이내 제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았다. 그들에게는 하루하루 삶을 살아내는 것 자체가 이미 버거운 투쟁이었고, 병원에 가는 것보다 그저 살아가는 것이 더 우선이었을지도 모른다. 환자의 처지를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조급했던 저 자신을 돌아보며 나지막이 미안한 마음을 삼켰다. 한 편으로는 엑스레이나 MRI 필름을 소중하게 봉투에 넣어 들고 다니면서도, 정작 자신의 병명이 무엇인지, 왜 아픈지조차 전혀 듣지 못해 답답해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그들이 가져온 필름을 하나씩 햇빛에 비춰보며 한국어학과 통역사를 통해 차근차근 설명해 드렸다. "척추가 탑처럼 차곡차곡 쌓여있고, 그 사이에 디스크라는 쿠션이 있는데 그것이 눌려서 다리가 저린 것입니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기에 오히려 쉽고 직관적인 표현을 고민하게 되었고, 내 몸의 상태를 드디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밝아지는 환자들의 표정에서 깊은 보람을 느꼈다. 느린 진료 속에서 다시 배운 한의사의 역할 현장의 여건상 진단 기기는 없었지만, 그것은 도리어 한의학의 기본인 망문문절(望聞問切)에 집중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질의응답 하나를 주고받는 데 통역을 거치며 두세 배의 시간이 걸렸고, 때로는 질문과 다른 답이 돌아와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느린 기다림의 시간 동안 저는 환자의 얼굴빛을 유심히 살피고, 맥을 잡고, 혀의 상태를 보고, 체형과 걸음걸이를 관찰했다. 때로는 청진기를 대고 진찰하며 환자의 몸이 보내는 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다. 치료 반응은 정직했다. 허리가 덜 아파서 오늘은 걸어왔다는 할머니, 운전할 때 어깨가 아프지 않다는 아저씨부터, 어제보다는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간다는 벨마비 환자분까지, 양손을 맞대며 연신 "콥짜이(고맙습니다)"를 외치던 환자분들이 떠오른다. 침 치료와 함께 증상에 맞춰 처방해 드린 귀비탕을 복용하고 "처음으로 밤에 잠을 편안하게 잤다"며 환하게 웃으시던 환자분, 보중익기탕을 드시고 "입맛이 돌아 밥을 한 숟가락 더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고마워하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진료실에서의 피로를 씻은 듯 날려주었다. 현지의 물리치료사들과 의사들 역시 한의학적 치료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제가 놓는 침 자리나 부항 치료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사진을 찍어가는가 하면, 왜 이곳을 치료하는지 열정적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단기 봉사의 특성상 침 치료 한 두 번만으로는 만성 질환을 완전히 뿌리 뽑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치료 효과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 속 자가 관리'에 공을 들였다. 한국에서 챙겨간 필라테스 밴드를 활용해 진료 보조 선생님들과 함께 치료가 끝난 환자들에게 스트레칭과 운동법을 하나하나 가르쳐 드렸다. 벽면에 붙여둔 라오스어 운동 포스터는 어느새 현지 주민들이 줄을 서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가는 진료소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스스로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자그마한 씨앗을 심어주고 온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마음을 나눈 의료봉사, 지속가능한 연대를 꿈꾸며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진료소 문을 나설 때, "콥짜이(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던 환자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며칠만 더 머물렀다면 이분들의 통증을 조금 더 덜어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마지막 날 단장님께서 말씀해주신 "마음을 전하는 것이 봉사의 본질"이라는 구절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의료봉사는 단순히 약을 주고 침을 놓아주는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라, 서로의 체온과 마음을 주고받는 따뜻한 교감이라는 것을 깊이 배웠다. 라오스에 두고 온 마음의 온기가 쉽게 식지 않기를, 그리고 이 작은 동행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더 길고 지속가능한 연대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라오스에서의 날들은 앞으로 제가 한의사로서 걸어갈 길에 오래도록 따뜻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 34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윌리엄 오슬러(William Osler)는 “의학은 불확실성의 과학이자 확률의 예술이다”고 했다. 이 '확률의 예술'을 관통하는 수학적 원리 중 하나가 바로 18세기 토머스 베이즈(Thomas Bayes)가 제시한 '베이즈 정리'다. 베이즈 정리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을 때 기존의 확률을 갱신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임상 진료에서 의사는 환자의 병력과 증상, 신체검진 등을 종합하여 질병에 대한 '사전 확률(Pre-test Probability)'을 추정한다. 이후 혈액 검사나 영상 검사 등 진단 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얻은 새로운 증거가 기존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우도비(Likelihood Ratio)’를 통해 평가하여, 질병의 가능성을 '사후 확률(Post-test Probability)'로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즉, 진단기기는 스스로 답을 내는 마법 지팡이가 아니며, 검사의 의미와 결과가 갖는 임상적 가치는 검사 시행 전 임상적으로 추정한 사전 확률과 함께 해석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유튜브와 AI로 검색해 보니, 제 증상이 이상근 증후군과 비슷한 것 같아요.” 좌측 둔부와 다리로 이어지는 극심한 방사통으로 내원한 58세 외국인 남성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서며 건넨 첫마디였다. 그는 이미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스스로 병명을 확신하고 있었다.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청취하며 임상 추론을 시작했다. 환자는 평소 업무 중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허리 통증이 잦았으며, 높낮이 조절 책상을 사용할 정도로 허리 상태 관리를 위해 노력해 왔다. 내원 한 달 전, 공항에서 수화물을 들던 중 급성 요통으로 증상이 시작됐다. 이후 중국과 튀르키예를 오가는 장시간 비행은 증상을 더 악화시켰다. 튀르키예 현지 병원에서는 척추 질환을 의심하여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와 근육이완제를 처방했고, 이후 일시적인 통증 경감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예약된 CT 검사는 시행하지 못했다. 허리 중앙부에서 시작된 통증은 점차 좌측 엉덩이와 허벅지 뒤편으로 퍼져 나갔다. 환자는 진통제와 온찜질을 통해 증상을 조절했을 뿐, 추가 진료를 통한 검사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렇게 약 3주 동안의 해외 일정을 마친 후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본원에 내원했다. 병력 청취를 통해 추정한 사전 확률을 정교하게 평가하기 위해 신체 및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했다. 좌측 하지직거상검사(SLRT)에서 수동으로 45도까지 거상했을 때 기존의 좌측 둔부 및 하지 방사통이 뚜렷하게 재현됐다. 반면, 이상근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한 각종 유발 검사(Active piriformis, Beatty, FAIR Test 등)는 모두 음성이었고, 오직 Pace test에서만 미약한 양성(trace) 반응이 관찰됐다. 병력과 신체검진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환자의 증상은 이상근 증후군보다는 제5 요추-제1 천추(L5-S1) 분절의 추간판 돌출에 의한 S1 신경근 병증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다음 단계로 현대 과학의 도구인 진단 의료기기를 활용해 임상적으로 추정한 ‘사전 확률’에 검사 결과를 반영하여 ‘사후 확률’로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감별 진단을 위해 영상의학과에 요추 자기공명영상(L-spine MRI) 검사를 의뢰했다. 진료의뢰서에는 '요추 통증에 대한 MRI 검사 요망’이라고 간단하게 적는 대신 ‘L5-S1 분절의 추간판 탈출증(HIVD)이 강력히 의심되나, 환자가 우려하는 이상근에 의한 좌골신경 자극(piriformis syndrome)의 가능성도 감별하기 위해 대좌골절흔(Greater sciatic notch) 주변의 이상근 및 좌골신경 주행을 확인해 달라’고 명시했다. 임상의가 명확한 임상적 의문과 감별진단을 제시할수록 영상의학과 전문의 역시 해당 부위를 중심으로 영상을 보다 집중적으로 판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MRI 판독 결과는 나의 임상 추론을 뒷받침했다.(그림 1) T2 강조 축상면 및 시상면 영상에서 L5-S1 좌측 중심성 추간판 돌출과 이에 동반된 좌측 제1 천추(S1) 신경근의 경도 압박 소견이 관찰됐다. 반면, 환자가 스스로 의심했던 이상근은 관상면 영상에서 좌우 대칭적인 형태를 보였으며, 비정상적인 신호강도도 관찰되지 않았다. 판독상 이상근은 특이 소견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림 1. 요추 및 골반 자기공명영상(MRI) 소견 (A) 제5요추-제1천추(L5-S1) 분절의 추간판 돌출(disc protrusion)을 보여주는 T2 강조 시상면 영상(T2-weighted sagittal image, 화살표). (B) 좌측 제1천추 신경근의 경도 압박(mild compression of the left S1 nerve root)을 동반한 좌측 중심성 추간판 돌출(left central disc protrusion)을 보여주는 L5-S1 분절의 T2 강조 축상면 영상(T2-weighted axial image, 화살촉). (C) 좌우 대칭적인 형태와 비정상적인 신호강도가 관찰되지 않는 양측 이상근(bilateral piriformis muscles)을 보여주는 T2 강조 관상면 영상(T2-weighted coronal image). 환자가 스스로 의심했던 이상근 증후군은 병력, 신체검진 및 영상검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주요 감별진단에서 우선순위가 낮아졌다. 확인된 영상의학적 소견과 이를 종합한 임상적 판단을 환자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침구 치료, 약침 치료, 한약 치료 등을 집중적으로 시행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도 수개월 동안 허리 통증이 지속되고 해서, 이곳을 소개해 주었어요.” 치료가 진행되며 환자의 방사통은 점차 호전됐고, 자신의 증상이 왜 발생했는지와 현재 상태를 명확히 이해한 환자는 치료 과정에 강한 신뢰를 보였다. 바야흐로 AI 혁명의 시대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가 AI의 힘을 빌려 자신의 증상을 해석하고 질병을 추정한 뒤 진료실 문을 두드릴 것이다. 의학에서 진단은 흔히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비유된다. 파편화된 증상 몇 가지를 인터넷 검색창에 넣으면 AI는 그럴듯한 병명들을 나열해 주지만, 이는 코끼리의 코나 꼬리만을 만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의사의 임상 추론은 이러한 파편들을 모아 질병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의 상당 부분은 첨단 진단기기가 아닌,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병력 청취와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신체검진이라는 '기본 진료'에서 완성된다. 특히, 환자의 이야기를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거기에 다시 질문을 던지며, 직접 신체를 진찰하고, 서로 다른 가능성을 비교하여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의사의 핵심적인 역할이다. 초음파, X-ray, CT, MRI와 같은 진단기기나 혈액검사와 같은 진단검사의 결과만으로 임상적 의미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 결과가 갖는 임상적 의미는 임상의가 문진과 신체검진을 통해 추정한 '사전 확률'과 함께 해석될 때 비로소 제대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AI가 수많은 가능성을 제시하는 시대일수록, 그 가능성 가운데 무엇이 실제 환자에게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기본 진료'의 가치는 오히려 커질 것이다. 전체론적 관점(整體觀念)을 바탕으로 환자의 증상 하나에만 매몰되지 않고 생활습관, 병력, 신체 전반의 변화를 함께 살피는 한의학적 진료는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임상 추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동서양의 교차로 사마르칸트, 한의학으로 마음을 잇다[한의신문] KOMSTA(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는 1993년 설립 이후 정부의 지원과 대상국 정식 의료 허가를 받아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한 지속적인 의료봉사 및 질병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단체이다. 이번 제185차 WFK-LKC KOMSTA 봉사단은 17명(한의사 6명, 학생단원 11명)으로 구성되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 칸트 주립 의과대학에서 봉사활동을 수행했다. 4일 동안 초진/재진 포함 총 836명의 환자들이 진료소를 방문하였으며, 침·부항·한약·외용 연고 등 다양한 한의 약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학생 단원들은 접수 및 안내, 진료보조, 약재 제공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동서양의 교차로, 사마르칸트에서 한의학으로 마음을 잇다 사마르칸트는 예로부터 실크로드의 중심에서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던 도시로, ‘문화의 교차로’라 불려온 곳이다. 도시 곳곳의 모스크와 유적들은 푸른색과 하늘색 타일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고,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처음 마주한 사마르칸트의 모습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번 제185차 KOMSTA 의료봉사를 통해 과거 수많은 문화와 사람들이 오갔던 이곳에서 한의학을 매개로 현지 주민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사마르칸트 주립의과대학 관계자분들은 우리 봉사단을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그동안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의료봉사가 주로 타슈켄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사마르칸트 주민들 역시 이러한 의료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첫날은 현지 병원이 쉬는 날이었고 아직 봉사 소식을 접하지 못한 주민들도 있어 비교적 한적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첫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가족과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하면서 둘째 날부터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날에는 잠시 앉아 있을 틈조차 없을 정도로 진료실이 붐볐다. 첫날 치료를 받은 뒤 몸이 한결 편해졌다며 다음 날 가족이나 지인을 데리고 다시 찾아오는 환자들도 많았다. 처음 통역을 사이에 두고 환자를 진료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낯설었다. 한국에서 늘 하던 문진과 치료도 말이 통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새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디가 아프세요?”, “조금 따끔합니다”, “편하게 계세요”와 같은 기본적인 현지 표현을 하나둘 익히고, 통역가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점차 환자들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진료실에는 허리와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가장 많았다.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많았고, 장시간 운전으로 목과 어깨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또한 한국에서 접했던 것보다 다양한 내과적 질환에 대해 한의학적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침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거부감은 예상보다 훨씬 적었고 이미 침 치료를 경험해 본 환자들도 많았다. 어린 환자들도 종종 진료실을 찾았는데, 옆 진료실에서는 첫날 침이 무서워 하나만 맞겠다고 했던 아이가 날이 지날수록 침의 개수를 늘려 마지막 날에는 열 개가 넘는 침을 맞고 돌아가는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한약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한 환자분은 처방받은 한약을 먹은 뒤 평소 잘 이루지 못했던 잠을 편안하게 잤다며 돈을 낼 테니 약을 더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물론 의료봉사로 가져온 의약품인 만큼 판매는 어렵다고 설명드렸지만, 이런 경험들을 통해 현지 주민들이 한의학을 생각보다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지 의료진과의 교류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진료실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진료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수시로 확인해 주었고, 현지 의사가 시행하는 수기치료를 직접 체험하면서 한국의 추나치료와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느껴볼 수도 있었다. 반대로 현지 의료진들 역시 우리가 시행하는 침과 부항 치료에 큰 관심을 보였다. 서로 다른 의료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각자의 치료법에 관심을 갖고 경험해 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지팡이 없이 다시 찾아온 환자 이번 봉사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은 다발성 요추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던 60대 환자분이었다. 병원에서 촬영한 MRI와 검사 자료를 들고 지팡이에 의지한 채 허리를 많이 굽힌 모습으로 진료실에 들어오셨다. 검사 자료와 증상을 확인한 뒤 침과 부항 치료를 시행했다. 치료를 마치고 침대에서 일어나셨을 때 처음보다 허리가 눈에 띄게 펴진 모습에 나뿐만 아니라 통역가와 진료실에 있던 사람들도 놀랐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다음 날이었다. 전날 지팡이를 짚고 오셨던 환자분이 이번에는 지팡이 없이 진료실을 다시 찾아오셨다. 환자분은 나흘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치료를 받으러 오셨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 역시 매일 그분이 진료실에 들어오실 때마다 오늘은 얼마나 더 편해지셨을지 궁금하고 기다려졌다. 마지막 날에는 이런 치료를 계속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으셨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지속적으로 한의학 진료를 하고 계신 송영일 원장님을 안내해 드렸다. 환하게 웃으며 거듭 고맙다고 인사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큰 보람을 느꼈다. 언어는 달라도 마음은 통한다 진료가 이어지면서 통역가분들과의 호흡도 자연스럽게 맞아갔다. 재진 환자에게 전날 치료 후 상태를 묻고 한약에 관해 설명하는 일이 반복되자, 마지막 날쯤에는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통역가분이 무엇을 물어볼지 알고 먼저 설명해 주기도 했다. 특히 어려운 의학용어를 별도의 스크랩북에 정리해 공부하고, 정확한 의미를 다시 물어가며 통역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봉사단을 이끌어주신 팀장님과 대리님을 비롯한 여러 단원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진료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주시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셨기에 팀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며 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오랜 대기시간에 지쳐 굳은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오던 환자들도 진료를 마치고 나갈 때는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고 환하게 웃으며 “라흐마트”라고 인사해주었다. 어떤 분은 러시아어로 “스파시바”, 영어로 “Thank you”, 심지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사용하는 언어는 모두 달랐지만 그분들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는 통역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번 봉사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처음에는 언어의 장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에서는 언어만큼이나 환자를 대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환자를 향한 따뜻하고 세심한 진료와 이에 미소와 감사로 화답하는 환자들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장벽이 없었다. 마지막 날, 첫날부터 꾸준히 치료를 받으러 오셨던 환자들과 작별하며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며칠간의 기억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사마르칸트를 떠나면서 우리가 이곳에 머문 시간은 짧았지만, 우리의 진료가 조금이나마 이분들의 건강과 삶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과 이제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이 함께 밀려왔다. 오래전부터 서로 다른 문화와 사람들이 만나고 이어졌던 동서양의 교차로 사마르칸트에서, 이번에는 한의학을 통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났다. 그곳에서 나는 언어는 달라도 사람을 향한 마음은 충분히 전해질 수 있다는 것과 한의학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제185차 사마르칸트 의료봉사는 내게 첫 KOMSTA 활동이자 첫 해외의료봉사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의사로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올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KOMSTA 의료봉사에 참여하고 싶으며, 해외의료봉사를 고민하는 주변 동료 한의사들에게도 이 특별한 경험을 권하고 싶다. -
사마르칸트에서 만난 인연과 배움들[한의신문] KOMSTA는 1993년 한의사들에 의해 설립되어 세계 보건복지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이다. 매년 해외에서 의료혜택으로부터 소외된 현지인들을 위해 의료봉사활동, 질병예방교육, 건강증진 캠페인 등을 수행한다. KOMSTA는 8월 20일부터 8월 27일까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제185차 WFK-LKC 해외의료봉사를 진행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활동하는 봉사단원 모집공고를 보고 호기롭게 지원했으나, 출국일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앞섰다. 우선 공중보건의사 신분으로 참가 허락을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일주일 가량 자리를 비우는 것에 대해 근무처에 양해를 구하고, 국외여행 허가를 받기 위해 여러 주무관청과 수차례 연락한 끝에 간신히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외국인 진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컸다. 국내에서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인 환자를 진료해 본 적은 있었지만, 언어도 통하지 않고 한의치료를 접해 본 적이 없는 외국인이 온다면 이들을 어떻게 문진하고 어떻게 치료과정을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느껴졌다. 복잡한 심경을 안은 채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낯선 땅에서 마주한 한의학, 그리고 걱정의 해소 출국 전의 걱정은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소되었다.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한 뒤 가장 첫 번째 일정은 우즈베키스탄 공화국 전통의학 과학임상센터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이곳에는 KOICA에서 설립한 한의학 교육-훈련 센터가 자리하고 있으며, KOICA의 글로벌협력의사로 송영일 원장님께서 근무하고 계셨다. 송영일 원장님은 현지에서 환자 진료와 더불어 해외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국 한의학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신다고 하셨고,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5개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의학 여름 캠프를 진행하셨다고 소개하셨다. 송영일 원장님으로부터 센터 설명과 KOICA의 한의학 관련 사업 내용들을 들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한의학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현지인들이 한의치료에 대해 신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한결 가볍게 다잡고 봉사지인 사마르칸트로 가는 기차를 타러 기차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타슈켄트 기차역에 도착해서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역무원이 우리의 짐이 너무 많다며 탑승을 제지한 것이다. 사무국 선생님과 통역 선생님의 끈질긴 설득 끝에 우리는 한 객차당 2개의 짐만 실을 수 있다는 허락을 겨우 받았고, 여러 객차로 뿔뿔이 흩어져 기차에 탑승했다. 열차가 정차하는 짧은 시간 동안 짐을 싣고 내리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어떤 단원들은 자기 몸보다 큰 짐을 질질 끌면서 기차에서 내렸고, 어떤 단원은 자기 캐리어에 박스를 2개나 얹은 채로 플랫폼의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걸어갔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낯선 타지에서 끙끙대며 짐을 나르는 고된 상황이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모두가 힘을 합쳐 일사불란하게 짐을 옮기며 단원들 사이에는 끈끈한 전우애가 싹텄다. 다음날은 진료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봉사를 진행할 현지 병원에 방문했다. 병원 시설은 깔끔하였고 잘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현지 관계자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우리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장비들을 옮겨 주셨다. 진료실을 여러 개로 나눠서 운영하기로 했던 터라 준비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릴 줄 알았으나, 단원들이 모두 맡은 구역을 신속하게 정리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빠르게 배분하여 예정보다 훨씬 빠르게 세팅을 마칠 수 있었다. 침 한 번에 쌓인 신뢰…문화의 차이 속에서 배운 진료 진료 첫날 아침, 긴장된 마음으로 진료소에 들어섰다. 가장 염려했던 소통 문제는 통역사분들 덕분에 완벽히 해소되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를 공부하셨거나 한국학을 전공한 통역사분들은 환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주셨고, 어려운 의학용어들은 검색을 통해 확인까지 하면서 환자분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진료를 받으러 찾아오는 환자분들은 한국의 여느 한의원에 오시는 환자군과 대체로 비슷했다. 주로 노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고,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며 성장 상담을 받고자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또 대가족 중심의 부모 봉양 문화가 자리 잡은 우즈베키스탄 특성상,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의 고부갈등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실수를 한 적도 있었다. 체중이 많이 나가 고민이라는 노인 환자에게 ‘술을 많이 드시나요?’라고 물어보았는데, 통역사분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보니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술이 금기시되어, 술을 먹는지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되는 행동이었던 것이었다. 다행히 통역사분의 중재 덕에 오해 없이 넘어갔지만, 진료 중 무심코 건네는 질문 하나에도 현지 문화를 깊이 배려해야 함을 뼈저리게 배웠다. 진료 둘째 날에는 첫날에 비해 환자가 큰 폭으로 늘기 시작했다. 첫날 진료를 받고 호전되어 온 가족을 데리고 온 환자도 있었고, 우리의 진료 모습을 본 병원 관계자들이 그들의 지인들에게 소개하여 찾아온 환자들도 많았다. 어떤 환자들은 먼 지역에서 택시를 타고 방문하기도 하였다. 그들 중에는 한의학 치료가 처음인 환자들도 있었으나 이전에 침을 맞아본 적이 있다고 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의아해하며 어디서 침을 맞았는지 물어보았는데, 대부분 수년 전에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로 일하면서 한국 한의원을 방문하였거나 외국인 대상 의료봉사활동에서 침을 맞았다고 답했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았어서 수년 만에 침을 맞으러 찾아왔다는 환자들을 보면서, 새삼 한국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한의사분들께 감사함과 존경심이 느껴졌다. 쉴 새 없이 들어오는 환자들에게 “Ozgina kuting(잠시만 기다려주세요)”를 외치며 정신없이 침을 놓던 중간에 문득 밖을 보았는데, 복도에 가득 찬 환자들 사이에서 고생하는 예진과 안내 단원들이 보였다. 사실 나는 진료실 안에만 있었던 터라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잘 몰랐는데, 끊임없이 몰려드는 환자들 속에서 순서를 안내하고 한국어와 우즈베키스탄어를 섞어가며 예진하는 단원들을 보면서 나 또한 더 열심히 봉사에 임했던 것 같다. 내원하는 환자들 중에는 본인의 척추 MRI 촬영 필름을 들고 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실제로 통역사분의 설명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에는 라마단 같은 종교적 관습이나 육류 위주의 식습관 탓에 과체중 환자가 많고, 그로 인해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의 의료 환경이나 환자들의 여건상 수술 치료를 받기는 쉽지 않은데, 이로 인해 비수술적으로 치료받기를 희망하는 환자가 많으나 실제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비율은 낮다고 한다. 현지에서 한의학 진료가 좀 더 보편화되어 한의학이 강점을 보이는 비수술적 근골격계 질환 치료 등이 더 활성화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날까지의 진료를 무사히 마치고 어느덧 마지막 진료일이 되었다. 마지막 날에는 계획된 일정상 오전 진료만 예정되어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환자분들이 혹여라도 진료를 못 받을까 봐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병원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한 손에 번호표를 쥐고 우리에게 인사를 해주는 주민분들을 보면서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찾아온 환자분들을 돌려보내지 않기 위해 우리는 식사시간까지 미뤄 가면서 마감 직전까지 한 명이라도 더 정성껏 진료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료하며 받은 감사의 깊이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컸다. 어떤 환자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며 다음에 우즈베키스탄에 오게 되면 꼭 연락을 달라고 하였고, 어떤 환자는 고맙다며 직접 농사지은 포도를 박스째로 주시기도 하였다. 또 어떤 환자는 침을 맞으면서 치료 효과도 좋았지만 자신이 한국에서 일했던 젊었을 때가 생각났다면서 그때의 즐거웠던 추억들을 회상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가셨다. “봉사는 절대 혼자 힘으로 이뤄질 수 없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출발할 때와는 사뭇 다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후회를 남기지 않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팀장님 말씀대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봉사를 했을까? 혹시 내가 실수를 해서 찾아오는 분들은 더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을까? 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한국과 한의학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을까? 같은 생각들을 하면서 나는 왜 한의사가 되었고 한의사로서의 소명과 지향점을 깊이 고민했다. 무엇보다 일주일간 우즈베키스탄에서 생활하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봉사는 절대 혼자 힘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단원들 중 누군가가 짐 관리를 소홀히 하다 기차에서 짐을 분실했다면, 밀려오는 환자들 속에서 예진을 꼼꼼히 하지 않았더라면, 봉사지를 세팅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농땡이를 피웠다면 결코 성공적인 봉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봉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봉사 기간 내내 팀원들을 잘 이끌어주신 김상균 팀장님과, 현지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송영일 원장님, 환자 보느라 고생하신 윤희영, 김태규, 설승민, 정광호 원장님,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 순간 묵묵히 최선을 다해준 고다은, 고서현, 김나연, 박도원, 서은해, 송지영, 이민호, 이수형, 이현경, 진희수, 최현경 단원, 통역 모히라 선생님, 그리고 누구보다 큰 도움을 주신 KOMSTA 권수연 대리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봉사를 가기 전 여러 가지 걱정과 고민을 안고 떠났지만 이제는 누군가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대답해 줄 수 있다. KOMSTA에 꼭 지원하라고. -
춘천시한의사회, AI 기반 뇌 건강 분석 한의의료 현장에 도입[한의신문] 춘천시한의사회(회장 류헌식)가 인공지능(AI) 기반 의료영상 분석 기술을 한의의료 현장에 접목하는 시범사업에 나선다. 특히 MRI 영상을 AI로 정밀 분석해 뇌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한의원의 환자 관리와 연계하는 새로운 지역사회 건강관리 모델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춘천시한의사회는 9일 주식회사 휴런과 ‘AI 기반 의료영상 분석 및 지역사회 건강증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AI 의료영상 분석 기술의 한의의료 현장 적용 가능성을 공동 모색키로 했다. 이번 협약은 한의사의 임상적 판단과 휴런의 AI 기반 의료영상 분석 기술을 연계해 뇌 건강과 관련된 위험요인을 조기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진료 및 의료기관 이용 안내 등 지역주민의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치매와 기억력 감퇴 등 뇌 건강에 대한 AI 기반 정밀 분석 프로그램을 한의의료 현장에 시범 적용한다. 이는 AI 기반 의료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한 뇌 건강관리 모델을 한의계에 도입하는 첫 시도로, 한의의료와 첨단 디지털 기술의 접목 가능성을 실제 임상현장에서 점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MRI 촬영부터 AI 분석, 한의원 환자관리까지 연계 휴런 측이 제시한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 따르면, 먼저 한의원의 문진과 상담에서 시작된다. 기억력 저하, 인지기능 변화, 파킨슨병·치매 등이 우려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의사가 문진과 상담을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협력 이미지센터에 MRI 검사를 의뢰한다. MRI 촬영과 영상검사는 한의원에서 직접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 이미지센터를 통해 진행된다. 촬영된 MRI 영상은 휴런의 AI 분석 시스템으로 전달되며, AI는 뇌의 구조와 위축 정도 등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객관적인 분석자료를 생성한다. 이후 분석 결과가 한의원으로 전달되면 한의사는 이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임상적 판단을 토대로 한의학적 치료와 생활관리, 경과 추적관찰 등 장기적인 환자관리에 활용하게 된다. 즉, AI가 MRI 영상에서 확인되는 뇌의 구조적 변화를 객관적인 수치와 분석자료로 제공해 한의사의 진료와 상담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 휴런의 프로그램은 한의원이 AI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사용하는 데 별도의 비용 부담이 없도록 운영된다. 환자 역시 의료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 MRI 촬영 및 AI 분석에 따른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며, 환자의 검사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본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의사의 임상 경험에 AI 객관적 분석 더할 것”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AI 기반 의료영상 분석 도구의 한의의료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시범 활용에 나선다. 아울러 춘천시한의사회 회원을 대상으로 제품 설명과 활용 교육, 기술자료 및 운영 지원을 제공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해 서비스의 편의성과 활용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상담과 뇌 건강 관련 위험요인의 조기 확인, 필요한 경우 적절한 의료기관 진료 안내 등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협력한다. 휴런 신동훈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한의원을 찾는 어르신 가운데 치매나 기억력 저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호소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이번 프로그램은 MRI 영상을 바탕으로 뇌의 위축 정도 등을 분석해 환자의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의료인의 판단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분석에 걸리는 시간이 15분 이내로 짧고 비용 부담도 낮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춘천시한의사회와 함께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현장 활용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류헌식 춘천시한의사회 회장은 “AI 기반 의료영상 분석 프로그램을 한의의료 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회원들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AI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의의료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류 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한의의료가 지역사회에서 건강지킴이로서 역할을 확고히 하고, 더 많은 건강 관련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번 협약을 추진하고 양 기관의 실무적인 협력을 조율할 황병율 춘천한의원 원장(더율랩 대표)은 이번 사업의 의미를 지역사회 건강관리 측면에서 강조했다. 황 원장은 “춘천에서 전국 최초로 어르신들의 치매와 기억력 저하 등 뇌 건강과 관련된 AI 기반 분석 프로그램을 한의의료 현장에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AI 기반 의료영상 분석 기술과 한의사들의 임상 경험 및 전문적인 판단을 연계한다면 지역주민의 뇌 건강 위험요인을 보다 일찍 확인하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로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황 원장은 “특히 한의원의 진료 역량에 AI 기반의 객관적인 분석자료가 더해지면 환자의 상태를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진료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시범사업이 지역사회 건강서비스에서 한의계의 역할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치매 예방 및 관리사업 등 지역사회 보건사업에서도 한의계의 전문성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협력 모델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협약은 서명일로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구체적인 사업 대상과 기간, 운영 범위, 비용 및 세부적인 추진 방법 등은 양 기관의 별도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춘천시한의사회와 휴런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AI 기반 의료영상 분석 기술이 한의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향후 지역주민의 뇌 건강 관리와 예방 중심의 건강서비스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
내년부터 연간 외래진료 300회 초과시 본인부담 90% 적용[한의신문] 내년부터 연간 외래진료 300회 초과 시 본인부담률 90%를 적용하되 아동·임산부·중증·희귀질환자 등은 현행대로 제외하고, 오는 12월24일부터 진료현장에서 환자의 의료이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관보 게재를 거쳐 공포될 예정이며,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및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도 같은 날 함께 공포된다고 밝혔다. 이번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복지부는 꼭 필요한 진료는 충분히 보장하면서, 과도한 외래이용으로 인한 반복·중복 진료와 환자 안전 위험을 줄이고 한정된 의료자원을 보다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는 한편 의료기술 변화에 맞춰 건강보험 급여·비급여 관리체계도 명확히 정비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먼저 ’27년 1월1일부터 연간 외래진료가 300회를 초과하면 301회째 외래진료부터 본인부담률 90%를 적용하도록 기준을 조정한다. 연간 300회는 주당 약 6회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수준이다. 다만 질병 치료상 잦은 외래진료가 불가피한 환자에 대한 보호장치는 현행대로 유지돼 아동, 임산부, 산정특례 대상 중 중증장애인과 중증·희귀·중증난치질환으로 해당 질환의 치료를 받는 환자 등은 제외되며, 이러한 제외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 과다의료이용심의위원회가 의학적 필요성 등을 심의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아울러 중증·희귀난치질환 등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에 대한 보장성 강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올해 6월30일 지급 기준으로 ’25년 외래진료 이용자 약 4840만명 중 연간 300회를 초과해 이용한 사람은 7765명이었다. 이들은 연평균 약 344.7회 외래진료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한 연간 1775회를 이용하는 등 매우 잦은 외래이용사례도 확인됐다. 복지부는 “지나치게 잦은 외래이용은 한정된 의료자원이 꼭 필요한 진료에 쓰이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고, 동일·유사 검사나 치료의 반복 등으로 환자 안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에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에 대한 보호장치는 충분히 유지하면서, 고빈도 외래이용 실태와 환자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용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요양기관이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요양급여 이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의 구축·운영 기반을 마련한다. 시스템 구축·운영 업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고, 확인 대상 항목과 방식 등은 심평원에 설치되는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한다. 이를 위해 심평원에서는 지난달 대한한의사협회 등 의약계와 시민사회단체, 보건의료 전문가 등 15명으로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개최한 바 있으며, 최근 불필요한 중복 촬영으로 환자 안전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전산화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첫 관리항목으로 심의한 바 있다. 심평원은 향후 환자별 의료이용 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시스템을 운영함으로써 의료진의 적정진료를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불필요한 검사·시술 등을 줄여 잠재적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는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해도 한 기관에서 다른 기관의 진료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워 동일·유사 검사와 치료가 반복될 수 있는 가운데 이번 제도는 진료·처방 시점에 필요한 의료이용내역을 확인하도록 해 반복·과다 진료에 따른 환자 안전 위험을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은 법 시행일인 오는 12월24일부터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에 우선 적용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다른 항목에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신규 시스템은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과 연계해 처방 시점에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구축해 의료기관의 행정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의료기술 변화에 맞춰 급여·비급여 관리체계를 명확히 정비하기 위해, 이미 요양급여 또는 비급여 대상으로 고시된 의료행위·치료재료라도 안전성·유효성, 경제성, 급여 적정성 등이 달라진 경우 적시에 재검토할 수 있도록 직권 조정 사유를 명확히 규정한다. 구체적으로는 △고시된 행위·치료재료의 재분류가 필요한 경우 △경제성 또는 급여 적정성 등이 변경된 경우 △신의료기술 재평가 결과 안전성 우려가 있거나 임상적 유효성 등이 변경된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요양급여 대상 여부 등을 조정할 수 있다. 이는 의료기술과 임상환경의 변화를 급여체계에 신속히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공포한 날부터 시행된다. 이밖에 ‘약사법’에 따라 품목허가·신고된 약제 중 요양급여 대상으로 결정되지 않은 약제가 비급여 대상임을 법령에 명확히 규정한다. 이는 약제를 새로 비급여로 전환하거나 급여범위를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법적 분류를 명확히 하여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공개 과정의 법령 해석상 혼선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유주헌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이번 개정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는 충분히 보장하면서 반복·과다 의료이용에 따른 환자 안전 위험은 줄이고, 국민이 보다 적정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험료 정산 과정의 일시 납부 부담과 사업장 신고 부담도 함께 줄이는 만큼 국민이 변화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사항별로 시행시기가 다른 만큼 가입자와 의료기관이 자신의 의료이용 현황과 적용기준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사전 안내를 강화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현장 편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
몽골, 한의학 기반 척추·관절 치료에 높은 관심[한의신문] 자생한방병원(병원장 이진호)은 4일부터 6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와 달란자드가드에서 열린 ‘2026 몽골 한국 의료관광 로드쇼’에 참가, 한의학의 치료 원리와 임상적 강점을 소개하며 K-의료의 외연을 넓혔다.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몽골 현지에서 한국 의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몽골은 최근 방한 의료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지난해 3만5586명으로 국가별 7위를 기록했으며, 최근 3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27.4%에 달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 의료기관과 의료관광 유치업체 20여 곳이 참가했으며, 이 가운데 한의의료기관으로는 자생한방병원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자생한방병원 관계자들은 먼저 울란바토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진행된 ‘한-몽 의료업계 간 트래블마트’에서 현지 여행·의료업계 관계자들에게 한의학의 특징과 척추·관절 질환 한의통합치료에 대해 소개했다. 또한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검사를 통한 정밀 진단 후 한의통합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하는 척추·관절 한양방 협진 체계를 설명했다. 현지에선 몽골 무역개발은행(TDB)의 프리미엄 카드 고객을 비롯한 현지 소비자들이 상담 부스를 잇따라 찾는 등 한의학에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으며, 특히 개인별 증상에 따른 치료 가능 여부를 비롯해 한국 방문 시 진료 절차와 치료 과정 등 실제 의료서비스 이용과 관련된 구체적인 문의로 이어졌다. 이후 몽골의 광산산업 거점인 달란자드가드로 이동해 진행된 행사에서는 광산업 종사자와 가족,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척추·관절 질환 관련 상담을 진행했다. 해당 지역은 광산업 종사자들의 장시간 중장비 운전, 반복적인 육체노동 등으로 근골격계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 현장에서도 척추·관절 질환의 비수술 치료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현지의 한 상담객은 “한국 의료라고 하면 그동안 건강검진이나 성형을 먼저 떠올렸는데, 한의학을 기반으로 척추·관절 질환을 치료한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며 “진료부터 치료까지 단계별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고,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직접 한의통합치료를 받아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진호 병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한의통합치료에 대한 몽골 현지 의료·관광업계와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에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환자 유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축적된 임상 경험과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한의학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는 데 더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생한방병원은 해외 의대생 및 의대 진학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한 ‘자생메디컬아카데미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을 비롯해 지난달에는 미국 인디애나 의대와 공동으로 ‘자생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한의학과 통합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침·한약이 뇌 변화를”…대만 중의대생이 경험한 K-MEDI[한의신문] 대만 자제대 중의대 학생들이 상지대 한의대를 찾아 침·추나·사상체질의학부터 한의진단기기와 신경영상 연구까지 한국 한의학의 교육·임상·연구 현장을 경험했다. 상지대 한의대(학장 박해모)는 방학기간 약 2주간 대만 타이베이 자제대학병원 오현창(吳炫璋, Hsien-Chang Wu) 교수를 비롯한 학부생 6명을 초청해 글로벌 교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대학 견학뿐만 아니라 학부 교육부터 한방병원 임상현장, 진단·치료기기 실습, 최신 연구성과까지 연계해 한국 한의학의 교육·연구·진료체계를 두루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참가 학생들은 첫날 상지대 한의학관과 CPX·OSCE 시설을 둘러본 뒤 연수에 들어갔다. 이후 A·B조로 나눠 △침구과 외래 △추나의학 △소아 침·추나치료 △내과·침구·재활의학과 레지던트 교육 △중풍환자 및 레이저침 치료 등을 순환 실습했다. HRV(심박변이도)를 활용한 평가와 근육이완·명상법, K-PRISM을 활용한 사상체질검사도 교육과정에 포함됐다. 특히 맥진기·설진기·생혈액검사 등 한의진단기기를 비롯해 초음파·안면성형침, CO2레이저·스킨부스터·피부관리기·피부진단기 등을 체험했다. 약제과와 탕전실, EMR 운영체계를 살펴보고 기린탕전원을 방문하는 등 한약 조제·관리 과정도 둘러봤다. 사상체질에서 방문진료까지…대만이 마주한 한의학의 확장 상지대 교수진이 참여한 학술교육에서는 한의치료의 최신 연구성과와 한국의 한의의료 제도를 공유했다. 권보인 교수는 면역질환의 한의약 치료 연구성과를, 여수정 교수는 파킨슨병 침 치료를, 김용주 교수는 최신 한약 방제 연구동향을 각각 다뤘으며, 유준상 원장(상지대 부속한방병원)는 사상체질의학의 이론과 임상적 특징을 설명했다. 윤해창 교수는 ‘한의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주제로 지역사회로 확장되고 있는 한의방문진료 모델과 운영체계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 학생들과의 교육 교류도 이뤄졌다. 대만 학생들은 한국 학생 30명이 참여한 맥진 실습을 참관했으며, 각 진료과 교수와 수련의가 참여한 임상실습·토론을 통해 양국의 한의학·중의학 교육 및 진료방식을 비교했다. 침·한약의 ‘뇌 변화’에서 임상근거까지 특히 이번 연수에선 한의학의 임상경험을 객관적 연구근거로 연결하는 신경영상 교육도 진행됐다. 이동혁 해부학교실 교수는 ‘한의학에서의 신경영상-뇌 신호에서 임상근거까지’를 주제로 한의치료의 전통적 치료 논리를 검증 가능한 생물학적·임상적 근거로 전환하기 위한 신경영상 연구의 방법론과 임상적 활용 가능성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신경영상을 △질환에 따른 뇌 구조·기능·관류·신경화학적 변화 규명 △침·한약의 특정 신경계·뇌 네트워크 조절 여부 확인 △신경계 변화와 임상증상 개선 간 기전 검증 △치료반응·예후 예측지표 발굴로 이어지는 단계적 연구수단으로 설명했다. 구조 MRI·확산텐서영상(DTI)·기능적 MRI(fMRI)를 비롯해 ASL·MRS·PET·SPECT·EEG 등 주요 신경영상기법의 원리와 장·단점도 다뤘다. 편두통 연구에선 침 치료가 전대상피질(ACC)·섬엽·전전두엽 등 정서·인지적 통증처리계와 시상·체성감각피질 등 감각계, 중뇌수도관주위회색질(PAG) 등 하행성 통증조절계를 포함한 ‘분산된 통증 네트워크’를 조절하는 양상이 보고되고 있음을 소개했다. 한약 분야에선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 환자 84명을 대상으로 가미귀비탕과 위약을 24주간 비교한 이중맹검 무작위대조시험 사례를 제시했다. 구조 MRI와 과제·휴지기 fMRI, 신경심리검사, 혈액 바이오마커를 평가한 연구설계를 통해 한약의 임상결과와 신경생물학적 변화를 연결하는 다중모달 연구방법을 설명했다. MRI로 들여다본 침·한약…치료기전의 객관화 신경영상의 해석상 한계도 강조됐다. 이 교수는 특정 뇌 부위의 활성이나 연결성 변화가 관찰됐다는 사실만으로 환자의 임상적 호전이나 특정 경혈의 고유한 효과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며, 뇌 변화와 증상의 상관관계 역시 곧바로 인과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경혈이나 표재성 자침을 사용하는 ‘가짜침(sham acupuncture)’도 체성감각 자극을 유발해 생리학적으로 완전히 비활성인 대조군으로 보기 어렵다는 ‘가짜침 딜레마’를 소개했다. 치료에 대한 기대와 치료환경 역시 신경생물학적 반응에 관여할 수 있는 만큼 침 자체의 특이적 효과와 치료 맥락에 따른 효과를 구분하는 정교한 연구설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향후 한의학 신경영상 연구는 치료반응과 예후를 예측하고 임상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임상 바이오마커(Clinical Biomarker)’ 개발로 이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한 과제로는 △다기관 연구 △영상 프로토콜 표준화 △머신러닝 기반 치료반응자 예측 △영상·오믹스·임상정보 통합 △국제 공동연구를 통한 재현성 확보 등을 꼽았다. “같은 뿌리, 다른 진료”…2주간 마주한 한국 한의학 참가 학생들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한의학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고 평가했다. 팽사헌(彭士軒·Justin) 학생은 “약침요법과 한의 미용치료가 특히 인상 깊었고, 사상체질의학과 현대 진단기기를 활용한 진단법 등 한국 한의학만의 독창적인 진료방식을 직접 볼 수 있었다”며 “이번 교류를 통해 한국과 대만의 의료보험 체계와 임상적 추론 과정, 치료 접근법의 차이를 훨씬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상지대 한의대에서 보낸 2주는 앞으로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경험”이라며 “교수진과 전공의들의 적극적인 교육과 토론, 한국 학생들의 세심한 배려까지 더해져 뜻깊은 한·대만 교류가 됐다”고 전했다. 유준상 원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강의 중심의 단기 국제교류에서 벗어나 대만 학생들이 한의대 교육과 한방병원 진료, 의료기기 활용, 최신 연구와 지역사회 방문진료까지 연계해 경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양국 전통의학의 공통된 기반 위에서 서로 다른 교육·임상·연구체계를 공유하며 학생·연구자 간 교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환자 치료에 西醫·中醫 따로 없다”…中 상급병원의 이명 통합진료[한의신문] 중국 상하이의 대형 종합병원에서 서의(西醫)와 중의(中醫)의 경계를 넘어 이명·어지럼증 통합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검사·약물·수술·음향자극·AI 전정재활은 물론 중성약과 중약 배방과립까지 환자 상태에 맞춰 활용하는 방식이다. 한국이명학회(회장 황재옥)는 지난달 17·18일 상하이교통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신화병원(上海交通大学医学院附属新华医院)을 찾아 이비인후두경부외과(책임교수 양준) 진료를 참관하고 양국의 이명·어지럼증 치료기술을 공유했다. 1958년 설립된 신화병원은 중국 최고 등급인 3급 갑등(三级甲等) 종합병원이다. 이비인후두경부외과는 병원 설립과 함께 개설돼 중국 ‘국가임상중점전과(国家临床重点专科)’와 상하이시 중점 임상학과로 지정됐으며, 연간 약 5000건의 수술과 20만명 이상의 외래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이과(otology)·이신경학(neurotology)에 강점을 두고 청각센터·청각생리실·난청분자생물학실 등을 운영하며 난청·인공와우·청신경종양·내이질환 등을 폭넓게 연구하고 있다. 임상에선 ‘청력·어지럼증·이명 전문외래’를 통해 메니에르병·이석증·돌발성난청·청신경종양 등을 집중적으로 진료한다. ◎ 양준 교수, 약물→수술→AI 재활까지 단계적 접근 양준(杨军) 교수팀은 정밀검사를 토대로 청력·전정기능과 중증도를 평가해 치료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이며, 발작 억제와 잔존청력 보존, 삶의 질 개선을 함께 추구한다. 치료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중심 약물요법 및 급성기 단기 전정억제제 △고실 내 스테로이드·저용량 젠타마이신 주입 △내림프낭 감압술·내림프관 결찰술·세반고리관 폐쇄술 등 청력보존수술 △난치성 환자의 전정신경절제술·미로절제술 등으로 이어진다. 실제 진료실에선 귀 내부 병변을 확인하고 MRI 등 영상검사와 각종 검사결과를 토대로 진료가 이뤄졌다. 연구원(수련인력)도 양 교수 곁에서 환자 기록과 검사결과 확인, 처방 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과·신경이과 전문의, 청각사, 전정재활치료사 등이 협업하는 구조가 눈에 띄었다. 특히 양측성 고도·심도 난청을 동반한 말기 메니에르병에선 세반고리관 폐쇄술과 인공와우 이식술을 동시에 시행해 어지럼증 제어와 청력 재건을 병행한다. 수술 이후에는 VR·태블릿PC를 이용한 가정훈련과 의료진 모니터링을 결합한 AI 기반 원격 전정재활도 치료경로에 편입했다. 양 교수는 “내·외과 통합진료를 통해 더 나은 균형과 평형을 향해 함께 나아간다”며 정밀진단부터 약물·수술·재활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진료체계를 강조했다. ◎ 이명 주파수까지 맞춘 ‘개인별 음향자극’ 김옥련(金玉莲) 교수는 청력장애·어지럼증 진료센터 및 이내과(耳内科)를 맡아 소아·성인의 이명·난청·어지럼증과 인공와우 전후 청각·평형기능 평가 등을 진료하고 있다. 특히 이명 환자에게는 실제로 느끼는 이명의 주파수와 강도, 청력 상태를 측정해 자극조건을 개별화하는 비침습적 음향자극 치료를 적용한다. 청력검사와 이명 주파수·강도 매칭, 이명장애지수(THI)·불안(SAS)·수면(PSQI) 평가를 거쳐 병원에서 약 30분간 음향자극을 시행해 반응을 확인한다. 이후 모바일 이명치료기기로 하루 3∼4회·회당 30분의 가정치료를 시행하고, 3개월간 매월 추적해 자극조건을 재조정하는 ‘평가→이명 매칭→병원 내 검증→가정치료→추적관리’ 체계다. 난청이 뚜렷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개인별 음향자극을,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난청이 있으면 청력증폭과 음향자극을 병행한다. 김 교수는 “음향자극은 평가와 청력관리, 가정치료, 추적관찰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西醫 대학병원 진료실에서 ‘중약’ 처방 특히 이번 참관에서 눈길을 끈 것은 현대의학 중심의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진료 안에 중약 치료가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소아 환자 등에서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선택지를 넓히고자 표준화된 중약(中药)인 ‘오령교낭(乌灵胶囊·Wuling Jiaonang)’을 활용해 큰 효과를 누리고 있었다. 오령교낭은 오령균분(乌灵菌粉)을 주성분으로 하는 제제로, 약용진균인 오령삼(乌灵参)에서 분리한 균주를 발효·배양한 균사체를 이용한다. 중의학적으로는 보신건뇌(补肾健脑)·양심안신(养心安神)의 효능을 표방한다. 어지럼증에서도 중의학적 치료가 연결된다. 신화병원 중의센터(TCM CENTER)의 중의사 조제를 통해 ‘배방현운과립(配方眩晕颗粒)’이라는 중약 배방과립을 활용하고 있다. 중의학에서는 현훈을 획일적인 질환으로 다루기보다 △간양상항(肝阳上亢) △담습중조(痰湿中阻) △기혈휴허(气血亏虚) △신정부족(肾精不足) 등으로 변증한다. 이에 따라 천마·구등 등 평간식풍 계열과 반하·백출·복령 등 화담건비 계열 약재가 임상에서 활용된다. ▲(왼쪽부터)맹유숙 학술이사, 황재옥 회장, 김옥련 교수 ◎ “서의·중의 경계 넘어 환자 치료로”…한·중 이명치료 교류 확대 참관 기간 중 한국이명학회는 ‘한·중 학술교류 세미나’를 통해 추나·한약·침·약침 등 한의치료와 소리·전정재활을 결합한 이명 통합치료와 질환명보다 환자의 증상 패턴과 변증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어지럼증 치료전략을 소개했다. 맹유숙 학술이사는 “신화병원은 검사부터 진단·치료까지 역할을 세분화해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특히 서의 의료진이 수술이나 기질적 치료를 우선하면서도 중의학을 별개의 영역으로 배척하지 않고, 환자에게 필요하다면 전통의학적 치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명학회도 한의치료의 기능 개선 효과와 강점을 적극적으로 보여줘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재옥 회장은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을 낫게 해주는 의사가 서의인지 중의·한의인지가 중요하지 않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중국 의료진 역시 학문적 경계를 앞세우기보다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고민하고, 서로의 기술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가 모르는 치료는 배우고, 한의학이 더 나은 부분은 아낌없이 공유하면 된다”며 “결국 의료의 기준은 서양의학이냐 동양의학이냐가 아니라 환자를 얼마나 잘 치료하느냐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옥련 교수는 “이번 한·중 세미나에서 침·소리 치료 등을 활용해 오랫동안 청각장애를 겪은 환자의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는 한국 한의사들의 임상적 접근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서의에서는 장기간 난청을 겪는 환자에게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을 권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다른 치료법을 이해하고 연구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한국이명학회 한의사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치료 경험과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서로의 의학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겠다”고 전했다. 신화병원의 진료는 서의(西醫)의 진단·수술과 중의(中醫) 치료를 병행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치료수단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번 참관은 이명·어지럼증처럼 원인이 다양하고 만성화되기 쉬운 질환에서 서의와 중의라는 의학체계의 구분보다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필요한가’를 우선하는 중국의 중서의결합(中西医结合) 임상현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이에 양측은 각 영역을 넘어 환자 회복을 우선한다는 공통된 신념을 바탕으로, 임상·학술 협력으로 확대해 이명·어지럼증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이번 상하이 일정에는 황재옥 회장을 비롯해 한국이명학회 이경윤 수석부회장(이내풍한의원 강남점 원장)·백승태 부회장(안양 백승태한의원장)·맹유숙 학술이사(이내풍한의원 강남점 원장)·김태현 총무이사(하남 은율한의원장)·김태겸 IT이사(제천 명의촌한의원 부원장)·문현우 재무이사(인천 다나음한방병원 진료과장)·김영은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 한·중 학술교류 세미나 보기(클릭) https://www.akomnews.com/68111 -
“듣는 학술대회서 직접 익히는 학술대회로” 전국한의학학술대회 중부권역 성료[한의신문] 대한한의학회가 임상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과 참여형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전국한의학학술대회의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한의학회(회장 이재동)가 23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2026 전국한의학학술대회 중부권역’이 한의사 회원 6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일차의료 중심, 한의학!’을 대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실제 진료현장에서 요구되는 진단과 치료, 환자 관리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특히 실제 증례를 바탕으로 한 패널토의와 임상 시연, 초음파 및 레이저 의료기기 핸즈온 등 ‘보고 직접 익히는’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됐다. 경추 질환, 진단부터 치료·재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번 학술대회의 중심에는 종일 진행된 메인세션 ‘경추 질환의 모든 것’이 자리했다. 특정 치료법 하나를 소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가 처음 진료실을 찾은 순간부터 검사와 감별진단, 치료법 선택, 재활에 이르는 전체 임상 흐름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은정 교수(대전대학교)는 경추 질환의 개요와 이학적 검진을 통해 진단과 감별의 출발점을 제시했으며, 신민섭 원장(척유침구과한의원)은 MRI·X-ray·CT 등 영상의학 검사의 임상 활용을 다뤘다. 이어 박연철 대한한의학회 학술이사가 진행한 패널토의에서는 실제 임상 증례를 중심으로 연자들이 각자의 진단 과정과 치료 방향을 제시하며 다양한 임상적 판단을 공유했다. 오후에는 진단에서 치료와 재활로 논의가 확장됐다. 이승훈 교수(경희대학교)는 ‘경추 질환의 침치료 전략: 표면해부학에서 초음파 유도 시술까지’를 주제로 한 강연과 함께 초음파를 활용한 시연을 선보였다. 또한 이원행 원장(새길한의원)은 한약치료, 김우석 원장(명근당한의원)은 추나치료의 임상 적용을 각각 다뤘으며, 오재근 교수(한국체육대학교)는 운동치료와 재활 전략을 제시했다. 이처럼 이학적 검진과 영상검사에서 출발해 침·한약·추나치료와 운동재활까지 이어지는 구성으로, 경추 질환을 개별 치료기술이 아닌 환자 진료의 연속적인 과정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만족도 조사에서도 “패널토의로 진행된 증례 토론이 좋았다”, “임상에 도움이 되는 강의 위주여서 좋았다” 등 임상 활용도가 높은 교육에 대한 회원들의 수요가 확인됐다. 추나·사상체질의학도 ‘실제 환자 진료’에 초점 메인세션뿐 아니라 주관학회 세션에서도 실제 진료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임상교육이 이어졌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는 ‘두경부 기능장애에 대한 추나 임상 ABC’를 주제로 근막에서 상부흉추와 늑골, 두개골과 턱관절, 경추까지 두경부 기능장애를 폭넓게 살펴봤다. 송윤경 교수(가천대학교)가 상부교차증후군을 중심으로 근막적 접근을 소개했으며, 기성훈 원장(누리담한의원)은 상부흉추와 늑골이 두경부 및 상지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이어 송경송 병원장(마포척한방병원)은 두개골과 턱관절까지 평가 영역을 넓혔으며, 남항우 원장(남항우한의원)은 이를 실제 경추 추나 임상으로 연결했다. 이와 함께 사상체질면역의학회 세션에서는 초고령사회와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는 의료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모색했다. 이준희 교수(경희대학교)는 통합돌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상체질별 대표 병증과 치료전략을 소개했으며, 이의주 교수(경희대학교)는 어지럼증 환자의 초기 평가부터 맞춤형 치료계획, 지속 관리와 전정재활운동까지 임상한의사가 활용할 수 있는 통합돌봄 전략을 제시했다. 아울러 유준상 교수(상지대학교)는 수족냉증의 치료전략을, 오승윤 교수(우석대학교)는 암환자의 체질별 특성을 고려한 통합돌봄 전략을 각각 공유했다. 이를 통해 사상체질의학의 활용 영역을 체질 감별과 처방에 국한하지 않고 노인성·만성질환 관리와 재택의료, 통합돌봄, 암환자 관리 등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강연장에서 실습실로... 초음파·레이저 ‘핸즈온’ 관심 더불어 강연에서 배운 내용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핸즈온 프로그램도 마련, 사전등록자를 대상으로 경추 초음파 유도하 침술과 피부미용 레이저 3종 시술 실습이 진행돼 참가자들이 의료기기를 직접 다뤄보고 임상 활용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한의학회가 지난 4년간 지속해 온 핸즈온 프로그램은 새로운 의료기술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원들이 직접 경험하고 임상 적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가자들도 만족도 조사를 통해 “임상 위주의 실습을 늘려달라”, “실습을 확대해 달라”, “다양한 실습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제시, 실습형 교육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도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대한한의학회는 이번 중부권역 학술대회에서 확인된 임상·실습교육에 대한 높은 수요를 향후 권역별 학술대회 운영에도 적극 반영해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동 회장은 “한의학 고유의 전통과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의학 및 최신 과학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미래 한의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번 학술대회가 임상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배움의 장이자, 일차의료로서 한의학의 강점과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한의학회는 앞으로도 실제 진료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임상 중심 콘텐츠와 참여형 실습교육을 강화해 전국한의학학술대회를 회원들의 임상역량을 높이고 한의학의 미래 경쟁력을 모색하는 대표 학술의 장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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