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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24)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조선 의학사에서 조선 후기 국왕들의 치병 기록은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당대 한의학 학술 이론의 수용과 실천 양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승정원일기』 영조 15년(1739) 11월 27일의 입진 기록은 영조와 약방 삼제조, 그리고 御醫들이 나눈 대화를 통해 氣와 血, 陰과 陽을 바라보는 조선 의관들의 정교한 변증론치를 생생하게 전한다. 이날 연석의 핵심 화두는 영조의 탕약 선택이었다. 어의들의 맥진이 겨울철의 정상적인 沈脈을 두고 엇갈린 견해를 보이자, 도제조 김흥경은 편차를 바로잡을 탕제를 물었다. 이에 영조는 스스로 醒心散과 滋陰降火湯의 복용 가능성을 타진했다. 성심산은 心火를 내리고 담을 삭이는 응급 처방이며, 자음강화탕은 陰虛로 인해 虛火가 위로 치솟을 때 腎水를 자양하고 화를 가라앉히는 대표적인 養陰降火의 방제다. 영조는 과거 경술년(1730) 어지럼증과 痰癖 증세로 이를 복용했던 경험에 기대어 허화의 제어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수의 김응삼을 비롯한 어의들의 시각은 달랐다. 성심산은 일시적인 대증 처방에 불과하고, 자음강화탕 역시 찬 성질의 지모와 황백 등이 들어 있어 노경에 접어든 임금의 脾胃를 상하게 할 우려가 있었다. 여기서 김응삼은 補中益氣湯과 滋陰健脾湯을 대비해 거론한다. 李東垣의 脾胃論을 대표하는 보중익기탕은 중초의 비위 기운을 올려 升陽益氣하는 溫補의 묘약이며, 朱丹溪 계열의 자음강화탕은 음을 길러 下降시키는 약제다. 온보와 청량, 승양과 강심이라는 서로 상반된 두 축의 병리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어의들은 이 양극단의 대립 속에서 절묘한 절충안으로 자음건비탕을 강력히 건의했다. 당시 영조는 춘추가 40대 중반을 넘어서며 기혈이 모두 쇠약해진 데다, 어지럼증과 痰飮이 겹친 상태였다. 자음강화탕의 寒凉함도, 보중익기탕의 지나친 升發과 건조함도 완전한 해법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백출, 진피, 반하로 비위를 건실하게 하여 담을 삭이고, 숙지황, 당귀, 백작약으로 혈과 음을 자양하는 자음건비탕이야말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기와 혈을 아울러 보하는” 중용의 방책이었다. 여기에 김응삼은 담음을 열고 정신을 맑게 하는 석창포 3푼을 가미하여 만전을 기할 것을 청했고, 영조는 이를 흔쾌히 윤허하여 5첩을 지어 올리도록 명했다. 『古今醫鑑』에서 정리한 자음건비탕이 조선 어의들에 의해 임상 현장에서 얼마나 유연하고 엄밀하게 취사선택되었는지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동시에 연석에서는 왕세자(훗날 사도세자)를 위해 腎水를 보하는 六味元의 복용 여부와 무[菁]의 금기 문제를 세밀하게 논구했다. 이처럼 1739년 초겨울 시민당에서 펼쳐진 문답은 단순한 진료가 아니었다. 이동원의 溫補脾胃와 주단계의 滋陰降火라는 한의학의 두 거대한 조류를 주체적으로 조율하며, 군주와 세자의 체질에 최적의 처방을 찾아낸 조선 한의학 변증의 수준 높은 실천을 보여준다. 이동원의 온보비위와 주단계의 자음강화라는 동아시아 한의학의 양대 조류를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환자의 연령과 맥후, 계절적 맥락에 맞추어 주체적으로 조화시켰다. 중국의 이론을 흡수하면서도 임상 실정에 맞게 체화하여 독자적인 변증 체계를 구축해 낸 조선 의학의 학술적 깊이와 실용적 진면목이 이 기록 속에 담담히 묻어나고 있다. -
질병청, 내년 예산 1조4347억원 편성…전년比 7.4% 증액[한의신문]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이 신종감염병 대응과 국가예방접종, 만성·희귀질환 관리 및 보건의료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2027년도 예산안으로 1조4347억원을 편성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올해 예산 1조3359억원보다 988억원(7.4%) 증가한 규모다. 내년도 예산안은 △상시 감염병 예방·관리 체계 강화 △신종 감염병 위기관리체계 고도화 △만성·희귀질환 및 건강위해 관리 강화 △AI 전환 및 미래 건강위협 대비 보건의료 연구 역량 제고 등에 중점을 뒀다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만성·희귀질환 관리 확대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기존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를 ‘만성질환 통합관리센터’로 개편하고 운영 지자체를 19개 시·군·구에서 29개로 확대한다.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 등 관련 예산은 올해 84억원에서 내년 103억원으로 늘어난다.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도 11개소에서 13개소로 확대한다. 희귀질환자의 진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의 연간 검사 수요를 반영한 연중 상시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지원 규모를 1150건에서 2713건으로 확대한다.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도 기존 19개에서 21개로 늘린다.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 대상 선정 과정에서는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재산 기준을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우선 극희귀·기타염색체질환 및 간병비 지원 대상 질환을 중심으로 적용하고, 2028년부터 전체 희귀질환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희귀질환자 지원사업 관리 예산은 55억원에서 83억원으로 증액된다. 고령층의 노쇠 예방·관리를 위한 ‘국가 노쇠관리 표준 평가체계 구축’ 사업도 1억6000만원 규모로 새롭게 추진한다. 폭염과 한파 등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약 530개 응급실을 대상으로 온열·한랭질환 감시사업 운영비를 지원하고, 온열질환 발생 예측 모델 고도화와 실시간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국가예방접종 확대·백신 전환 먼저 출생아 증가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해 접종 대상 규모를 현실화하고, 일부 백신을 차세대 백신으로 전환해 예방접종의 보장성을 강화한다. 12세 이하 국가예방접종 실시 예산은 올해 2067억원에서 내년 2522억원으로 확대된다. 65세 이상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예산도 1228억원에서 1354억원으로 늘어난다. 청소년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대상은 기존 14세 이하에서 15세 이하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청소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예산은 올해 82억원에서 내년 125억원으로 증액된다. HPV 예방접종 예산은 올해 302억원에서 내년 409억원으로 늘어난다.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폐렴구균 국가 지원 백신도 기존 다당백신에서 단백접합백신(PCV)으로 전환한다. 질병청은 이를 통해 폐렴 예방 효과와 면역 지속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관련 예산은 올해 136억원에서 내년 418억원으로 크게 확대된다. 의료관련감염·항생제 내성 관리 강화 의료관련감염 관리도 강화한다.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목(CRE) 감염증 감소전략 사업 대상 지역을 기존 3개 시·도에서 6개 시·도로 확대하고, 다제내성균 특화병원 6개소를 신규 지정·운영한다. 의료관련 감염관리 및 감시체계 운영 예산은 올해 57억원에서 77억원으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추진 예산은 20억원에서 37억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아울러 대국민 항생제 사용 인식개선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고, 현장 맞춤형 인프라 확충을 통해 항생제 내성 감시망의 사각지대를 보완한다. 신종감염병 대응 역량 확충 신·변종 감염병과 호흡기 감염병의 조기 감지를 위해 급성호흡기감염증 병원체 감시 대상 기관을 기존 100개소에서 130개소로 확대한다. 요양병원을 포함해 감염 취약계층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국산 탄저백신의 품목허가 유지·갱신을 위한 후속 연구에도 28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지역별 대규모 검사가 가능하도록 ‘우수 감염병병원체 확인기관’도 기존 수도권 9개소에서 전국 15개소로 확대한다. 민간 감염병 진단검사 관리체계 구축에도 3억원을 신규 투입한다. 국내 첫 감염병전문병원인 호남권 감염병전문병원(조선대학교병원)의 2027년 상반기 개원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은 올해 172억원에서 184억원으로 확대한다. 국가 감염병 병상 운영관리 사업에는 69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감염병 위기 시 의료진 등 대응요원 보호를 위한 개인보호구 구입·관리에는 50억원, 신종인플루엔자 등 발생 시 환자 치료와 추가 확산 억제를 위한 항바이러스제 비축에는 255억원을 각각 신규 투입한다. AI·mRNA 등 미래 감염병 R&D 투자 확대 AI 전환과 미래 감염병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도 확대한다. 질병청의 주요 데이터를 AI 전환(AX)하고 정책에 통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질병데이터ON’ 플랫폼 구축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한다. 관련 사업에는 2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팬데믹 발생 시 신속한 백신 개발이 가능하도록 mRNA 백신 플랫폼 투자도 확대한다.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 예산은 올해 264억원에서 내년 405억원으로 늘어난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병원체 분석부터 항원 설계, 임상 진입까지 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한국형 팬데믹 대비 엔진(K-AI PPX)’ 구축에도 80억원을 신규 투입한다. 미래감염병 mRNA 항체치료제 개발 지원사업도 새롭게 추진하며 15억원을 편성했다. 이와 함께 미래 정밀의료 실현을 위한 ‘코호트 기반 멀티모달 헬스케어 인공지능 연구개발’ 사업에 46억원을 신규 편성하고, 국가보건의료연구인프라 구축 예산도 올해 171억원에서 187억원으로 확대한다. -
‘한의학을 위한 의학사 강의’,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한의신문] 차웅석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한국의사학회 회장)와 김동율 경희대 청강한의학역사문화연구소 연구원이 출간한 ‘과학의학이 담지 못한 동아시아 의학사: 한의학을 위한 의학사 강의’가 2026년도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주관으로 선정되는 ‘세종도서’는 우수 학술 분야 출판활동 고취와 국가 지식사회 기반 조성을 위해 매년 진행되는 사업이다. 올해는 지난해 5월1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 국내 초판 발행된 학술도서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10개 분과에서 총 2194종이 접수돼 345종이 최종 선정돼 향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통해 전국 공공도서관 및 대학도서관에 보급될 예정이다. ‘과학의학이 담지 못한 동아시아 의학사: 한의학을 위한 의학사 강의’는 한국 한의학사(韓醫學史)의 전개와 세계 전통의학의 세계사를 한 데 엮어낸 책으로, 과학의학의 시대에 비주류인 한의학이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답이자 과학의학의 시대에 한의학의 의미를 탐구하는 역사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동아시아 한자문화권 의학의 분화과정을 구조적으로 정리한 비교사적 관점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한의학사 연구의 개념적 틀과 방법론적 기반을 정립, 향후 연구 의제를 제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기초 연구서로도 활용되고 있다. 차웅석 교수는 “먼저 이 책이 세종도서에 선정되는 데 애써준 모든 분들, 그리고 제 이야기가 부족하지 않도록 각자의 영역에서 충실하게 노력을 쌓아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특히 차 교수는 “항생제도 없었던 나이브한 시대의 ‘제중원’이 조선 최초의 서양식 의료기관이라고 하면서, 마치 그때서야 우리가 제대로된 의학을 하게 됐다는 말이 늘 불편했다”면서 “이 책은 순수하게 한의학의 눈으로 보는 역사 이야기로, 즉 과거의 한의학, 그리고 현대 한의학을 바라보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책 내용 중 ‘조선의 여제’를 예로 든 차 교수는 “‘여제’란 전염병이 돌면 왕이 제사를 지냈던 내용으로, 종종 이 사실을 끄집어내면서 우리 선조들은 병이 나면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식의 미개한 수준이었다고 주장할 때 종종 등장하는 아이템”이라며 “하지만 이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지금도 대형 자연재해나 사고가 났을 때 정치인들이 방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조 때 서울에서 홍역이 대유행했을 때를 보면, 여제 이후 국가에서는 전의감과 혜민서가 서울의 구역을 나눠 환자를 담당하고, 의료진 확보 및 약재 조달, 왕진 수단 마련, 내의원 소속 의료진의 사적 진료 허용, 당직제 운영 및 의료진에 대한 보상 등의 구체적인 방역계획을 수립·시행하는 한편 치료한 환자 수를 기록하고 정기적으로 상부에 보고했다. 차 교수는 “당시의 감염병에 대책을 보면 현재의 국가응급의료체계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은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지금의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살 듯이, 그 시절의 선조들도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
강우규의사기념사업회, 강우규 의사 의거 107주년 기념식 개최[한의신문] (사)강우규의사기념사업회(회장 장원호)가 2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강의실에서 ‘왈우 강우규 의사 의거 107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강우규 의사는 한의사 출신 독립운동가로, 1919년 9월2일 남대문역(현 서울역)에서 사이토 마코토 신임 조선 총독 일행에게 폭탄을 투척해 암살 시도를 했다. 우리나라 침략자를 처단하여 진정한 자유를 찾고자 했던 강우규 의사의 의거는 단순한 일제 침략에 대한 응징을 넘어, 불의와 침략 압박에 맞서 세계 평화를 지키려 했던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준 쾌거였다. 비록 암살에는 실패했지만 강우규 의사의 의거는 을사늑약이 우리 민족이 원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세계 여론을 기만하던 일제의 흉계를 전 세계에 폭로하고, 대한민국의 자주독립 의지를 천명하는 계기가 됐다. 강우규 의사는 순국 이후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에 추서된 바 있다. 이날 기념식은 강우규 의사를 비롯한 조국 광복을 위해 희생, 헌신한 독립 의사, 열사들을 함께 기억하기 위해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고초를 겪고 희생당한 서대문 형무소에서 올바른 역사 인식과 평화 통일의 길을 걷고자 마련됐다. 장원호 회장의 내·외빈소개를 시작으로 진행된 이날 기념식에서 이승우 서울지방보훈청장은 권오을 국가보훈부장관의 기념사 대독을 통해 “강우규 의사님을 비롯한 선열들의 헌신으로 우리 민족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으며,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이룩할 수 있었다”며 “오늘의 이 자리를 통해 강우규 의사님의 의지를 받들어 더욱 강건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의 기념사를 대독한 정유옹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은 “강우규 의사는 한의사로서 사람의 병을 치료했고, 또한 교육자로서 학교를 세워 민족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을 가르치고 길러내셨다”며 “아울러 독립운동가로서 나라와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셨다”고 말했다. 또한 정 수석부회장은 “대한한의사협회 3만 한의사들은 강우규 의사를 한의계의 자랑스러운 선배이자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시대의 어른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의계도 많은 역할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정경조 평안남도지사가 각각 영상기념사와 기념사를 통해 강우규 의사의 업적을 기리고, 보훈 문화의 확산과 발전을 위해 기여할 것을 다짐했다. 이어진 기념식에서는 △해방 후 강우규 의사 추모사업(황영인 덕천군민회장) △강우규 의사 독립정신 탐색(이종후 시민운동가) △독일 시민들의 독립운동 투쟁사(이광 재독화가) 등을 주제로 한 시민 발언대 시간을 통해 강우규 의사의 의거 및 독립운동 활동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한혜선‧이일규‧박은정 국악인이 ‘발탈 팔도유람-독립운동가 강우규 의사를 만다다’를 주제로 강우규 의사의 의거와 일대기를 신명나는 국악과 함께한 발탈공연을 통해 보여줘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비수도권 지역의 의료패널 자료 활용·연구 활성화 지원[한의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강청희·이하 건보공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신영석·이하 보사연)은 오는 9월3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6년 한국의료패널 지역 자료설명회’를 공동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설명회는 비수도권 지역의 한국의료패널 자료 활용과 연구 활성화 지원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연구자와 대학원생 및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며, 한국의료패널 자료의 특징과 구성, 활용 시 유의사항 등에 대한 주제별 설명과 패널자료 분석을 위한 연구방법론 특강 등 2부로 진행된다. 1부에서는 △만성질환 이환과 의료서비스 이용(박은자 보사연 연구위원) △지출, 일반의약품 및 의료관련 지출(유상희 건보공단 주임연구원) △건강생활습관, 건강수준, 의료접근성, 상용치료원(윤강재 보사연 연구위원) △민간의료보험, 장기요양 및 돌봄(손동국 건보공단 부연구위원) △경제활동, 소득, 부채 및 자산(장소현 건보공단 주임연구원) 등을 주제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어지는 2부에선 △패널자료 분석을 위한 반복측정자료 분석(이환희 고려대 교수) △처치시점이 다른 패널자료에서의 비교군 설계와 인과효과 추정: Rolling Entry Matching을 중심으로(임유나 보사연 부연구위원)을 주제로 연구방법론 특강이 진행된다. 참여 희망자는 오는 9월1일까지 사전 신청할 수 있으며, 기관 및 사전 초청 인원을 제외한 일반 참가자 5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현장 등록의 경우에는 사전 신청 후 잔여 인원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참석이 확정될 경우 개별 안내할 계획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보건의료 정책 수립을 위한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한국의료패널 자료를 생산하여 제공해 왔다”며 “이번 부산지역 자료설명회를 통해 한국의료패널 자료를 활용한 연구가 전국적으로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료패널은 보건의료비용과 의료비 지출 수준의 변화를 파악해 보건의료정책 및 건강보험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건보공단과 보사연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조사로, 올해는 제1기(2008∼2018년)와 제2기(2019∼2024년) 한국 의료패널 연간데이터를 제공한다. -
“전남·광주 전통의약사 연구의 장을 열다”[한의신문] 광주광역시한의사회(회장 최의권)가 주최하고 동신대학교 한의과대학(학장 정현우)이 주관한 ‘제1회 전남광주 전통의약사 학술대회’가 27일 광주광역시한의사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달 1일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의 통합을 기념해 지역 한의계와 연구자들이 뜻을 모아 마련한 자리로, 그동안 축적된 지역 전통의약사 연구의 성과와 현황을 돌아보고, 최근 새롭게 발굴된 지역 자료를 소개하며 전남·광주 지역 전통의약사의 역사적 의미와 연구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최의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제1회 전남·광주 전통의약자 학술대회 개최를 매우 뜻깊게 생각하며, 전남·광주는 오랜 세월 다양한 전통의약사들의 임상 경험과 학문적 성과가 축적돼 온 지역”이라며 “오늘 학술대회는 지역에 전해지는 귀중한 전통의약 자료를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뜻깊은 자리인 만큼, 이번 행사가 선현들의 지혜를 계승하고, 지역 한의학 연구와 학술교류를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정현우 학장은 축사에서 “전남·광주에는 아직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의약문헌과 가문 전승 자료, 지역 의가들의 흔적이 다양하게 남아 있으며, 이러한 자료를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일은 한의학의 뿌리를 이해하고 학문적 가치를 넓히는 중요한 작업”이라며 “오늘의 발표와 논의가 전통 의약자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미래 연구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며, 지역 한의학 연구와 학술교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진 학술대회에서는 △전남·광주지역 의약사 연구 현황과 과제(이재혁 동신대) △나주 남파고택 소장 의약 자료 소개(김덕진 광주교대) △장흥고씨 양진재 소장 필사본 두역경험방 연구(김상현 대전대) △조선 후기 민간 의약 지식의 축적: 경험수문록 연구(오재근 대전대) △20세기 초 지방 유학자의 전통 양생론: 이흠의 물약방을 중심으로(박훈평 동신대) 등의 주제가 발표됐다. 이어 전남연구원 김만호,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정현, 목포대 나영훈, 한국학호남진흥원 권수용 연구자가 지정토론자로 참여해 발표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이번 학술대회를 기획한 박훈평 동신대 한의학과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김덕진 명예교수님이 발굴한 귀중한 자료가 있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며 “자료를 발굴하고 소개해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동안 전통의약사 연구가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지만,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전남·광주지역 의약사 연구가 더욱 활발하고 심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 2차, 3차 학술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더 많은 지역 자료를 발굴하고 학계에 소개하고자 하며, 장기적으로는 여러 지역 연구자들과 함께 전남·광주 의약사를 체계적으로 집필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화성행궁 한의학 체험’ 부활…세계유산에 ‘K-MEDI’ 입힌다[한의신문] 세계적인 K-컬처 열풍 속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을 무대로 한의학의 가치와 우수성을 국내외 관광객에게 알리는 체험의 장이 부활한다. 특히 정조대왕의 애민 정신이 깃든 화성행궁에서 역사·문화·한의학을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연결해 K-MEDI의 경쟁력을 직접 체험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수원특례시한의사회(회장 강서원·이하 수원시분회)는 수원특례시와 오는 10월 4일부터 9일까지 화성행궁 집사청에서 ‘화성행궁 전통한의학 체험행사’를 공동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중단됐던 화성행궁 한의약 체험 프로그램을 다시 선보이는 자리로, 수원특례시의 행정·재정적 지원과 수원시분회 제33대 집행부의 지속적인 협의를 바탕으로 재추진됐다. 수원의 대표 역사문화 자원과 한의학을 결합한 지역 특화 콘텐츠로 정착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맥진·경혈지압부터 한방차까지…‘보고 즐기는 한의학’ 체험관은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이 한의학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참여형 프로그램 중심으로 꾸려진다. 주요 프로그램은 △맥진 체험 △한방차 시음 △경혈 지압 체험 △한방 비누·향낭 등 전통 한방 소재 체험키트 배포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다국어 K-MEDI 콘텐츠 등으로, 한의학의 진단·치료 원리와 생활 속 한의약 문화를 직접 체험하도록 구성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한의학을 단순히 동양의 전통문화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전통의학이자 현대적으로 발전한 K-MEDI로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수원시분회는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 기간에 맞춰 행사가 열리는 만큼 수원시민은 물론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 찾는 관광객에게 한의학의 독창성과 치료 가치를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팝·드라마·푸드로 확산된 K-컬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K-MEDI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수원시와 화성행군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수원시분회 세계유산 수원화성에 한의학 접목…관광 콘텐츠 확장 특히 정조대왕의 개혁·애민정신이 깃든 화성행궁에서 한의학 체험을 진행, 역사적 공간성과 한의약 콘텐츠를 결합한 스토리텔링형 프로그램으로 차별화한다. 현장 의료진과 운영 인력은 조선시대 어의(御醫)와 의녀(醫女)를 모티브로 한 복장을 갖춰 방문객을 맞으며, 전통 복식과 한의학 체험을 결합해 현장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수원시분회는 경기도간호조무사회와도 협력해 한의사·간호조무사 등 전문인력을 현장에 배치, 체험 프로그램 운영과 방문객 안내를 지원한다. 수원시분회는 수원화성 관람과 한의학 체험을 연계해 기존 관람형 관광을 체류·체험형 콘텐츠로 확장하고, 관광객의 체류시간과 지역 소비를 늘려 주변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수원화성·정조대왕이라는 지역 고유의 역사자산과 한의학을 결합한 수원만의 문화관광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수원시분회는 수원특례시의회(의장 김미경)와의 간담회를 갖고 올해 재추진되는 화성행궁 한의약 체험행사의 안정적·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행정·재정적 지원과 홍보 확대 필요성을 전달한 바 있다. 향후 단발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지역 한의약 문화관광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복안이다. 강서원 회장은 “수원특례시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 덕분에 정조대왕의 애민 정신이 살아 숨 쉬는 화성행궁에서 K-MEDI의 진가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수원화성문화제를 찾는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들이 한의학을 보다 친숙하게 접하면서 역사와 전통, 건강의 가치를 함께 느낄 수 있는 풍성한 체험의 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은 우리 고유의 의학인 한의학의 가치와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화성행궁 전통한의학 체험행사가 수원을 대표하는 K-MEDI 문화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체험관 운영에는 강서원 회장을 비롯해 정태영 수석부회장(영통구회장), 성지함 총무이사, 최광혁 기획·재무이사, 최민기 학술이사, 허근녕 의무이사, 김유라 장안구회장, 이승현 권선구회장, 나종인 팔달구회장 등 수원시분회 임원진이 참여한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23)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인공지능(AI)과 첨단 디지털 기술이 문명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오늘날,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수백년 전 역사 속 지식인이었던 ‘儒醫’들의 발자취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필자는 일찍이 『한의학에 미친 조선의 지식인들 - 儒醫列傳』(2011년, 들녘출판사)을 통해 조선 지식인들이 왜 醫學에 침잠하였으며, 그들이 추구했던 학문적 지향점이 무엇이었는가를 탐색한 바 있다. 유의란 유학적 理性과 修己治人의 도덕성을 바탕으로 의학의 이치를 궁구했던 지식인 醫家들이었다. 이들은 단순히 기술로서의 醫業에 머물지 않고, 格物致知의 학문적 엄밀함과 活人救民의 실천적 박애주의를 결합하여 한의학을 체계적이고 이성적인 학문으로 정립해 냈다. 우리가 중인 계층이라고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았던 허준, 이제마 뿐만 아니라 유학자이면서 의학 연구에 매진한 정약용, 류성용 같은 인물들이 바로 ‘유의’의 범주에서 논의해야 할 한의사집단이다. 기계가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신하고 빅데이터가 질병을 예측하는 AI 시대에, 유의의 정신은 현대 한의학이 나아갈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이정표를 제시한다. 첫째, AI 데이터 분석을 통한 ‘新儒醫的 한의학체계’의 정립이다. 조선의 유의들은 『東醫寶鑑』, 『醫方類聚』, 『鄕藥集成方』 등 방대한 문헌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당대의 경험지식을 집대성하여 독창적인 의학 체계를 구축했다. 현대의 한의학은 수천 년간 축적된 고전 의서와 임상 醫案을 AI 알고리즘과 데이터 마이닝으로 구조화해야 한다. 이는 옛 유의들이 수많은 의방을 절충하고 요점을 간추려 새로운 표준을 만들었던 지적 작업의 디지털적 계승이다. 이를 통해 한의학 고유의 辨證論治를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데이터 모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계적 추산을 경계하고 ‘인간 중심의 진료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다. 『草窓訣』을 지은 儒醫 尹東里는 運氣學說을 임상에 적용하면서 기계적인 추산을 경계하고 반드시 환자의 개별 증상을 살피는 辨證을 중시했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처방 알고리즘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心醫’의 윤리와 인간에 대한 전인적 통찰은 오직 사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다. AI는 진단의 도구로 삼되, 치료의 주체로서 환자와 교감하고 생명을 보살피는 유의의 도덕적 책무를 한의사가 온전히 견지해야 한다. 셋째, 利用厚生과 K-컬처를 융합한 한의학의 글로벌화 및 지역 문화 활성화이다. 홍만선의 『山林經濟』나 서유구의 『林園經濟志』가 보여주듯, 유의의 의학은 일상생활 속에서 생명을 기르는 養生과 食治 중심의 실용주의였다. 이러한 유의의 생활의학 전통을 현대 K-웰니스(Wellness) 및 푸드, 문화 콘텐츠와 결합해야 한다. 나아가 상주 ‘存愛院’과 같은 유의들의 공동체적 애민 의료 유산을 지역 축제 및 치유 관광 자원과 연계함으로써, 지역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살리고 한의학의 가치를 세계인과 나누는 K-컬처의 새로운 축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학문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으로 귀결된다. AI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기 속에서 전통 유의들이 품었던 냉철한 지성과 따뜻한 활인의 마음을 되살려낼 때, 한국 한의학은 미래 의료와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다. -
김호철 교수, 중국서 ‘한국 약선의 한의학적 전통과 AI 연구’ 발표[한의신문]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가 14일부터 16일까지 중국 충칭에서 열린 세계중의약학회연합회(WFCMS) 약선식료연구전문위원회 제14차 학술연차대회에 참석해 축사와 함께 ‘한국 약선의 한의학적 전통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새로운 연구 방향’을 발표해 큰 관심을 받았다. 세계중의약학회연합회 약선식료연구전문위원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최종 섭취물 관점에서 본 한국 약선의 특징과 인공지능 연구 프레임워크’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조선 세종대 전순의가 편찬한 식치 전문 의서 《식료찬요(食療纂要)》와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소개하며 한국의 오랜 식치와 한의학적 전통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식치는 특별한 약선 요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밥과 반찬, 국·탕, 나물, 생식, 구이, 발효음식과 계절음식 등 일상적인 식생활 속에 폭넓게 이어져 왔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이어 약선을 현대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원재료 자체뿐 아니라 찌기·삶기·발효 등 조리와 가공을 거쳐 사람이 실제로 섭취하는 ‘최종 섭취물’을 연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전통 한의학의 성미·귀경·효능 등의 지식과 현대과학의 성분·표적·통로·임상 데이터를 지식그래프와 AI를 통해 연결하는 연구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20여 년간 연구해 온 천연물 소재 HT042와 최근 WHO의 Health & Heritage Innovations(H2I)에 전 세계 1,175건 가운데 21개 사례 중 하나로 선정된 성과도 소개하며, 전통지식이 표준화와 과학적 검증을 거쳐 현대적 혁신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김 교수를 포함해 한국의 약선·식치 분야 전문가 총 8명이 참석해 중국을 비롯한 각국 전문가들과 약선 연구 및 교육 분야의 교류를 이어갔다. 김호철 교수는 “중국에는 매우 풍부하고 체계적인 약선 이론이 있고, 한국에도 전통지식을 현대 과학적 근거로 전환해 온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며 “앞으로 AI가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동시에 한국과 중국의 약선 연구를 연결하는 새로운 연구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75년, 켜켜이 쌓인 시간을 펼치다”[한의신문] 지난 6월 마지막 날, 부산 동구 수정동을 다시 찾았습니다. 부산광역시한의사회(이하 부산시회)에서 준비 중이던 다큐 촬영을 위해 방문한 지 4개월 여 만이었습니다. 2월 방문 때, 잠깐 들렀던 문서고에서 찾았던 자료들로 그 사이 연구가 진행되어 결과물이 나오는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부산행도 또 어떠한 자료가 있을까 하는 기대와 설레임으로 계획 세우기부터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앞으로 2박3일, 온전히 자료들과 씨름하려니 책 덕후에게는 이보다 좋은 시간이 있을까요. 1950년대 부산은 한의계에서 매우 중요한 공간이었습니다. 국민의료법의 제정과 오인동지회(五人同志會)의 활약, 부산동양의학전문학원(釜山東洋醫學專門學院) 운영과 검정시험의 실시, 한의협의 결성 그보다 앞선 부산시회와 경남도회의 결성까지…. 그 시간과 공간이 없었다면 현재 한의사의 위상과 모습은 크게 달라졌을 만한 큼직한 일들의 연속이었죠. 부산시회는 1950년대 초량동에 첫 보금자리를 한 이래로, 1970년 회관 신축 이전도 있었지만 초기의 자료를 그대로 보존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문서고는 그 사이 75년 여 시간을 품고 켜켜이 쌓아왔던 셈이죠. 그러기에 부산시회 문서고 조사는 단순히 부산시회의 역사를 알아가는 일일 뿐 아니라 한의사의 뿌리를 알아가는 일이었습니다. 이금희, 전현지 두 명의 학부 연구생과 함께 문서고 서가를 하나씩 열람하면서 정리해 나갔습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자료도 때로는 잡동사니 같은 자료도 만났지만, 어쩌면 삶의 순간들이 늘 감탄을 빗는 일들만 아니듯, 반복적인 일상의 일들이 쌓여서 다음 전환을 위한 계기를 마련되기도 하는 법이죠. 이전에 부산동전 연구를 진행하면서, 부산동전이 문을 닫으면서 소장하던 장서들을 부산시회에 기증했다는 기록을 보았는데, 이번에 그 실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부산동전 구(舊) 장서는 1930년대, 1940년대 만주, 중국, 일본,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10종이 조사되었습니다. 해부학 교재도 2종이 있어서 해부학이 한의사들의 주요한 학습 분야였음도 재확인되었습니다. 장서에 남은 부산동전 직인과의 만남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1960년대 이전의 자료들은 특히 의미 있게 봤습니다. 부산시회 회지를 철한 '재건의보', 부산시회 초기 규정집인 '제규정집' 등…. 특히 국민의료법 통과에 관한 경과보고 등 자료에는 1951년 당시의 생생한 흔적들도 남아 있어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서울시한의사회가 1962년부터 발행한 회지 '새소식'과 1963년부터 한의협에서 간행한 협회보 합본도 눈에 띄었습니다. 1962년 면허 신고에 의하여 만들어진 '각 년도별 회원 신상 신고서'에서는 초기 한의사들의 친필 서명들도 보였습니다. 면허 4번(1974년 1번으로 갱신)인 이우룡 선생을 비롯한 선배 한의사들이 생생하게 살았던 흔적이었습니다. 또 1950년대부터 부산 동대신동에서 동주한의원을 운영했던 하재관 원장님은 이번 조사에서 인상을 깊게 남긴 분입니다. 그 분은 중국의서인 '백병변증록'을 번역한 '백병변증록요역' 원고를 서가 한 칸 남겼더군요. 원고지 등에 자필로 빼곡히 채워둔 번역 문장들. 그 분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지만, 평생을 의서를 번역하면서 씨름했을 노고가 전해져 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문서고에 목판본 자료는 많지 않았습니다. 조선후기의 '편주의학입문', '동의보감' , '의종손익' 완질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수집용 도서가 아닌 지부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기증되거나 들어왔던 자료들로 문서고가 채워졌던 까닭이겠죠. 부산시회 문서고의 시간은 앞으로도 계속 흘러갈 것입니다. 미래의 어느 연구자는 이번 조사의 흔적도 과거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하겠죠. 근대 한의학의 발자취를 들여다보고 싶은 이는 이곳을 찾아 새로운 발굴을 할 수 있겠죠. 문서고 열람 기회를 주시고, 조사기간 동안 환대해 주신 송상화 회장님, 김영호 부회장님 등 여러 부산시회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끝으로 조사에 함께한 학부생들의 소감을 덧붙입니다. ☞ 이금희(동신대 한의대 본2) 한의학의 역사가 이어져 온 흐름 속에 학생의 신분으로 함께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습니다. 특히 '동의보감'과 '편주의학입문'을 비롯한 고서를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세월의 흔적이 남은 종이 위에서도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는 글자들을 통해 기록이 지닌 힘과 가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귀중한 자료들이 앞으로도 잘 보존되기를 바라며, 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주신 교수님과 부산시한의사회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전현지(동신대 한의대 본2) 부산시한의사회 문서고를 정리하며, 부산 한의학이 지나온 역사와 그 흔적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교수님과 함께 부산동전에서 기증한 고서들을 발견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기록을 보존하고 사료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 한의학의 역사를 이어가는 중요한 일임을 느꼈으며, 좋은 기회를 주신 교수님과 부산시한의사회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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