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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OECD국가 대비 항생제 처방률 높고 정신보건영역 개선 필요”[한의신문]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대비 항생제 처방이 많으며 정신보건영역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아 발간한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5’에 수록된 보건의료 질 지표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의료 질 현황을 분석・발표했다. 총 6개 영역(①급성기 진료, ②만성질환 입원율, ③외래 약제처방, ④정신보건, ⑤통합의료, ⑥생애말기돌봄)에 대해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회원국의 현황을 비교·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의료 질 수준은 대부분의 지표에서 과거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성질환 입원율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였으며, 뇌졸중 입원 후 30일 치명률은 회원국 중 최저 수준으로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항생제 처방률은 2021년까지 감소 추세였으나 2022년 이후 급격히 증가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았으며, 정신보건 영역의 질 지표는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분야별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외래 약제처방 영역에서 외래 항생제 총 처방량은 일평균 약제처방인구 1000명당 25DDD(Defined Daily Dose·의약품의 소비량을 측정하는 표준단위)로 2022년 이후 크게 증가해 OECD 평균 16DDD 대비 높은 수준이었다. 65세 이상 성인의 벤조디아제핀계 약제 장기 처방률은 65세 이상 약제처방인구 1000명당 11.5명으로 OECD 평균 27명보다 낮았으나, 장시간 지속형 벤조디아제핀계 약제 처방률은 65세 이상 약제처방인구 1000명당 98.3명으로 OECD 평균 42명보다 약 2.3배 높은 수준이었다. 벤조디아제핀계 약제는 노인이 장기간 복용할 경우 인지 장애, 낙상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이 커져 주의가 필요한 약물, 특히 장시간 지속형은 과도한 진정 작용으로 인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오피오이드(신경계 진통제) 총 처방량은 일평균 약제처방인구 1000명당 0.87DDD로 OECD 평균 17DDD 대비 낮았으며,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65세 이상 환자의 항정신병약 처방률(65세 이상 약체처방인구 1,000명당 45.9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OECD 평균 54명보다 낮았다. 정신보건 영역에서는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 환자의 사망률이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4.3배, 조현병 진단 환자는 4.9배 높아 OECD 평균을(각 2.7배, 4.1배) 상회했다. 정신질환자의 퇴원 후 1년 내 자살률도 인구 1,000명당 6.9명으로 OECD 평균 3.4명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급성기 진료 영역의 허혈성 뇌졸중 30일 치명률(입원 시점 기준 30일내 사망 비율)은 3.3%로 OECD 평균 7.7%의 절반 이하를 유지하며, 일본·노르웨이와 함께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급성심근경색증 30일 치명률은 8.4%로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개선됐으나, OECD 평균 6.5% 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만성질환 입원율 영역에서는 천식 및 만성 폐쇄성 폐질환 입원율이 인구 10만 명당 141건, 울혈성 심부전 입원율이 인구 10만 명당 76건으로 OECD 평균(천식 및 만성 폐쇄성 폐질환 155건, 울혈성 심부전 210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당뇨병 입원율은 인구 10만 명당 159건으로 2008년 319건 이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였으나, OECD 평균 111건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당뇨병 관리의 장기적인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하지 절단율은 인구 10만 명당 12건(대절단 3건, 소절단 9건)으로 OECD 평균 23건보다 낮아 예방 관리의 성과는 비교적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의료 영역에서는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가 다양한 보건의료 제공자에게 효과적이고 연속성 있는 진료를 받았는지에 대한 지표를 측정한다.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퇴원 후 1년 내 사망률은 15.5%로 OECD 국가 평균(15.0%)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또한 허혈성 뇌졸중의 이차예방을 위한 퇴원 후 항고혈압제 및 항혈전제 처방률은 병원과 지역사회 간 통합의료의 질적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각각 73.8%, 90.8%로 나타나 OECD 평균(각 78%, 73%)보다 높았다. 생애말기돌봄 영역에서는 사망 전 적절한 완화의료를 제공하고, 환자와 가족의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덜어주는 측면에 대한 지표를 측정한다. 생애말기돌봄의 질 수준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지표인 사망자 중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비율은 38.6%로 OECD 평균 49%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
한의학과 첨단 뇌과학의 공존 방안 ‘모색’[한의신문] 통합뇌질환학회(회장 박성욱)는 23일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별관 차후영홀에서 ‘뇌질환의 통합적 접근: 전통에서 미래 첨단 과학까지’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 한의학이 첨단 뇌과학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박성욱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다양한 뇌질환에 대한 기초 및 임상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의학을 중심으로 한 통합의학적 뇌질환 치료기술 개발과 체계화를 위해 매진해 왔다”며 “더불어 한의학적 통찰을 첨단과학과 접목하는 시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가운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뇌과학·인공지능(AI)·정밀의료가 교차하는 최전선의 논의를 함께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그동안 통합뇌질환학회가 임상 현장 중심의 통합진료체계 구축에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결합된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한의학이 첨단 뇌과학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나가려 한다”며 “이 자리가 임상 현장은 물론 연구자에게도 실질적인 영감을 얻어갈 수 있는 뜻깊은 학술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대규모 의생명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정밀의료 기반 정신질환 연구 사례(정재균 서울대학교병원 연구교수) △고령 뇌신경질환 환자의 노쇠와 다약제사용 문제에 대한 한의진료(권승원 경희대 한의대 교수) △Therapeutic Strategies for Neurodegenerative Diseases via Neuroinflammation Suppression: Precision Modulation of Microglial Activation(박건혁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 △A NeuroAI approach to normative principles of the brain(김창업 가천대 한의대 교수) △급변하는 AI시대, 뇌 영상기반 진단의 미래: 뇌 신호 파운데이션 모델(홍석준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등이 발표됐다. 한의학, 정밀의료에 최적합한 의학 정재균 교수는 발표를 통해 “정밀의료라는 패러다임이 대두되면서 기존 임상시험으로는 한계가 있어,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정밀의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기존 임상시험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바이오마커 확보를 위한 별도의 기존 연구 필요 등의 단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정밀의료 임상시험의 어려움을 보완할 수 있는 임상시험 시뮬레이션 체계를 연구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이어 50만 여명의 데이터가 구축돼 있는 ‘UK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활용한 전향적·후향적 연구모델을 제시, 우울장애 환자들의 운동을 통해 신체기능이 개선되는 효과 및 유전자형 특이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한의사 출신인 정 교수는 “정밀의료 관련 임상시험에서는 바이오마커 등이 활용되고 있는데, 유전자 정보 외에도 다양한 지표들이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한의계에서도 한의학의 특성을 반영한 바이오마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항상 정밀의료에 최적화된 의료가 바로 한의학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앞으로 한의 분야에서도 더 나은 연구결과의 도출을 위해 인공지능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권승원 교수는 “기성 한약처방을 지금까지 지탱하게 한 핵심은 바로 ‘역사성’과 ‘유효성’에 있다”며 “한약처방도 처음에는 처방이 만들어지면 소규모로 활용하다가 효과가 확인되면 다수 의가의 활용을 통해 많은 의서에 등재되면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권 교수는 이어 “한약처방도 현대에 활용되면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적응증이 발견되는 등 계속해서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히며, 최근 대두되고 있는 주요 개념인 ‘노쇠’에 활용할 수 있는 ‘인삼양영탕’의 근력, 인지, 호흡기, 소화기 기능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이 확인된 다양한 연구결과를 공유했다. 다약제사용 개선, 통합의료적 접근 모색해야 최근 다약제사용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하나의 한약처방으로 복합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한약의 장점을 강조한 권 교수는 “실제 다약제사용 뇌혈관질환 환자에게 한의치료를 포함한 통합의학적 접근은 사망률 감소를 비롯한 전체 예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며 “초고령사회에서 다약제사용 역시 의료를 통해 해결해야 할 부분인 만큼, 한약을 포함한 통합의료적 접근을 활용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건혁 박사는 ‘동의보감’에 경련·경직에 대한 효능이 기술된 ‘선퇴’에 대한 세포 및 동물 실험을 통해 파킨슨병 치료 효능과 그 기전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연구를 소개했다. 또한 발표에 나선 김창업 교수는 “Neuro AI에 대해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크게 신경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AI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과 역으로 AI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뇌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으로 나눠볼 수 있다”면서 “인간의 뇌를 모방해 AI를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 흔히들 ‘비행기와 새의 날개짓’에 비유를 하곤 하는데, 즉 비행기에 기대하는 목적이 승객이나 물건의 운송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새의 날개짓을 연구할 필요가 없지만, 비행기의 보다 효율적인 비행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새의 날개짓에 대한 연구 또한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히며, 모든 것을 모방할 필요는 없지만 필요한 만큼은 모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LLM, ‘Brain network model’ 될 수 있어 김 교수는 이어 “인간의 뇌를 흉내내며 발전한 AI를 들여다봄으로써 뇌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의문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열역학이나 전자기학 등 도구의 발명이 과학적 발전을 이끄는 사례는 과학사에서 흔한 패턴”이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대규모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자연어 이해와 생성 작업에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 모델인 ‘LLM(Large Language Model)’은 세상에 대한 높은 수준의 상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복잡한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Brain network model’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그동안 이를 활용해 자신이 수행했던 연구 내용을 공유했다. 더불어 홍석준 교수는 “뇌 데이터의 복잡성과 방대함이 폭증함에 따라 특정 질병 진단에 특화된 기존 AI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뇌 신호 파운데이션 모델’이 등장했다”며 “2023년부터 뇌 영상 파운데이션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더 이상 학문적 호기심이 아닌 실제 임상 적용을 목표로 하는 주류 연구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뇌가 본 이미지의 재구성 및 미래 뇌 신호 예측과 관련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자신의 연구 내용을 소개한 홍 교수는 “뇌 이미지 재구성 모델의 강점은 강력한 Prior를 활용해 적은 신호로 풍부한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또 예측모델의 경우에는 뇌의 작동 원리를 학습해 미래 반응과 상태를 예측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70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11월 괴담’이라는 게 있다. 유명한 가수들의 죽음이 우연히 11월에 집중되어 있어서 그 쪽 계통 종사자들의 사건 사고가 두어개라도 연달아 터지면 “올해도 어김 없이 11월 괴담이 현실화되는 걸까요?”로 시작되는 뉴스가 들려온다. 11월 괴담설의 이면에는 연말이 본격화되는 12월 바로 직전이라 별다른 기삿거리가 없어서 뭐라도 끌어와서 사건화·기사화 시켜야 하는 절박함에 내몰린 기자들이 만들어낸 억지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느닷없고 어이없는 사건들이 끊임없는 발생하는 ‘A whole new world’에 ‘11월 괴담’이 희미해질 날도 멀지 않았다. 증상의 발병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연의 반복을 징크스로 규정하거나 정신적인 충격을 포비아로 과장하고 트라우마나 PTSD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자신만이 온전하게 경험했고 관련된 기억 또한 또렷하다며 그래서 그들이 쌓아올린 개별적인 병인론은 꽤 설득력도 갖추고 있다. “행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두를 신고 출근하는 날이면 꼭 발을 밟혀요. 그것도 자주 삐끗했던 왼쪽 발이요. 구두가 불편해서 민첩성이 떨어지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른 구두 신을 때는 안 그러거든요. 징크스가 된 것 같아요.”, “술 마시고 자전거 타면 안 되는거 알면서 몇 주 전에 진짜 딱 한 잔 마셨거든요. 가벼운 마음으로 자전거로 퇴근하는데 앞바퀴가 이상하다 싶은 순간 전봇대 들이박고 안경 날아가고. 이제 로드 바이크 포비아가 생길 지경입니다.” 트라우마, 징크스·포비아와 달리 쉽게 다뤄져선 안돼 희박한 인과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징크스나 특정한 상황에만 과도한 공포감을 느끼는 포비아와 달리 트라우마는 한 번이든 반복적이든 분명한 원인으로서의 사건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결과로서 뇌와 몸에 깊게 각인된 상처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 그 범주가 넓고 무거우며 그래서 쉽게 다뤄져서는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자주 접하는 트라우마는 신체적 질환에서 유발된 만성 통증 환자들이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는 큰 사고 이후의 화병, 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일 것이다. 정신과 몸을 한 순간에 경직시키는, 그래서 잘 해소되지 않는 만성 통증과 다양한 불편감의 끊임없는 습격과 반복. “교통사고후유증이 이렇게 길게 갈지 몰랐어요. 다들 나이롱 나이롱 하죠. 진짜 나이롱 아니라니까요. 뼈만 안 부러졌지, 지금도 악몽을 꾸고 자다 깨면 한동안 목을 좌우 어디로도 움직이지도 못하고요. 가위눌림을 한 30분 당해보세요. 낮잠을 자도 가위 눌릴까봐 제대로 못 자요. 밤에는 더하고요.” 한방병원에 입원 중인 교통사고 환자들 모두를 경증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 보좌진들을 가까이에서 자주 접하다보니 의원과의 성향 차이로 의원실을 옮기는 일이 꽤 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의원님이 분노가 예상치를 벗어난 수준이라거나 기존 의원실 직원들과의 갈등이 심각한 경우 그 때 느끼는 고립감이나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다들 입을 모아 말한다. 의도적으로 몇 달의 간격을 두고 새 의원실로 근무를 개시했는 데도 직전 근무했었던 의원실 문앞만 지나가도 혹은 그 의원 이름 세 글자만 봐도 뒷목이 굳어오더라는 등의 공포심을 호소하며 “이거이거 000의원 트라우마 맞죠?”라고 질문을 해오면 즉각적으로 그들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해주기는 어려웠다. 대신, 정신적 스트레스가 몸의 통증으로 세력을 확장하여 자리를 잡으면 이번에는 몸의 통증이 정신을 갉아먹을 수도 있으니 그 단계까지 가면 안 된다고 몇 가지 솔루션을 제시하는 선에서 대화를 마무리하곤 했다. 심신의학이라는 용어는 환자들의 살아숨쉬는 스토리 속에서 구체화되고 현실화된다. 몸은 맘이다. 맘은 몸이다. 몸과 맘은 하나이다. 트라우마는 통증을 유발하고 통증은 트라우마를 강화한다. 이는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뇌과학으로 읽는 트라우마와 통증』 (스티브 헤인스, 푸른지식, 2016년 7월) - 우리는 삶의 날카로움에 자주 상처를 입는다. 이들이 마음에 남으면 트라우마가 되고, 신체에 새겨지면 통증이 된다. - 일상의 스트레스는 삶의 항해에서 바람과 같은 존재인 반면, 트라우마는 마음의 항해를 뒤흔드는 폭풍이다. - 트라우마의 정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전부 일정 시간 이상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는 경험이 쌓이는 것으로 규정된다. -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은 스트레스 요인 그 자체보다 피해를 많이 일으킬 수 있다. - 무심코 인생 초기의 사건에 첫 대응을 어떻게 했는지가 미래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정하는 기본값이 된다. 사람의 두뇌는 이처럼 단순하다. - 트라우마로 촉발되는 강렬한 기억을 제어하는 것뿐 아니라,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어 몰두하고 헌신하며 직접 작용하는 힘을 회복하는 데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조직병리학이 만성 통증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증거는 압도적이다. 『몸은 기억한다』 (베셀 반 데어 콜크, 을유문화사, 2020년 10월) - 서양의 주류 정신의학계와 심리학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치료 과정에서 자기 관리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 서구 사회가 약물과 면담 치료에 의존한 반면, 전 세계 다른 문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마음챙김과 운동, 리듬, 활동에 중점을 두었다. - 회복의 핵심은 자각이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감각 속에서 살아간다. - 오늘날 정신과 의사들은 공장 조립 라인처럼 구성된 병원 진료실 안에 앉아서 환자들과 채 15분도 대화를 나누지 않고는 통증이며 불안감, 우울증을 완화시켜 주는 약을 나눠 준다. - 정신적 외상을 입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건 너무 적게 기억하고 어떤 건 너무 과하게 기억하는 특징이 동시에 나타난다. -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느끼는 일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는 가해자보다 자신의 신체 감각이 훨씬 더 무서운 적이 된다. - 트라우마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지만 정서적 뇌는 희생자가 겁먹고 무기력해지게 만드는 감각을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 - 신체의 지각은 시간 감각도 변화시킨다. 트라우마는 무기력하게 두려움을 느끼던 상태가 영원히 굳어 버린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최악을 극복하는 힘』 (엘리자베스 스탠리, 로크미디어, 2021년 7월) - 트라우마 사건의 기억은 강렬한 감정, 기괴한 행동, 참을 수 없는 신체감각, 이미지, 파편화된 생각 등 작은 조각들로 나뉜다. -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속에서도 잘 살아가며 효과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길은 결국 자기 계발보다는 자기 이해에 있다. - 만성 스트레스는 면역계에 후생유전학적 변화를 초래해 심신 체계에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 - 사고 뇌와 생존 뇌의 대립 관계를 치유하는 첫걸음은 그 존재를 자각하는 것이다. 신경생물학적 역할을 이해함으로써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 뇌가 완전한 회복을 이루고 양 뇌의 대립 관계가 소멸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 충분히 좋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관계의 유연성과 회복탄력성뿐 아니라 자기 조절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 자동차 사고를 당한 5.0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해온 신경학자 로버트 스캐어는 결국 채찍 증후군이 생기는 사람과 이전 발달 및 관계 트라우마 사이에서 강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 우리는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 때문에도 만성 스트레스와 관계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다. - 도전을 경험하고 난 후에 완전히 회복하는 것은 생존에 이롭다. 회복탄력성을 얻으려면 고난과 도전, 때로는 실패까지 경험해야 한다. 몸을 사려서는 회복탄력성을 얻을 수 없다. 『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폴 콘티, 푸른숲, 2022년 6월) - 인간의 회복력은 보통 상당하지만, 많은 사람은 상상 이상의 방식으로 오랜 기간 동안 트라우마로 인한 변화로 고통을 겪는다. - 트라우마에 갇히면 자신의 가치, 꿈, 재능, 염원을 잊게 되는 것이다. - 만성 트라우마는 한 번의 큰 사건이 아닌, 해로운 상황과 사람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발생한다. - 우리 내면을 차지하고 있는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트라우마를 미리 저지하는 것이다. -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환경이 문제가 되는 상황인데도 여기에 대한 개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채 환자는 병원만 왔다 갔다 한다. - 사회가 의료 서비스 시스템을 제대로 고치지 않는 한, 이 시스템은 사회를 절대로 고쳐줄 수 없다. 또 거세지는 트라우마의 물결도 막아낼 재간이 없다. - 트라우마는 우리의 정서를 바꾸고, 바뀐 정서는 우리의 결정을 지배한다. 『트라우마의 도』 (알레인 던컨, 캐시 케인, 삶과 지식, 2024년 12월) - 2006년 정신과 의사이자 침술 전문의인 마이클 홀리필드는 PTSD를 치료하기 위한 침술의 잠재력에 대한 첫 번째 연구를 발표했다. - 침술 및 동양의학을 PTSD 치료에 통합하면, 치료자는 전신의 균형과 조절, 시스템 간의 역동적인 조화를 중시하게 된다. - 우리의 접근 방식의 근본은 인간의 뇌와 몸, 마음과 영혼의 회복탄력성과 유연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 트라우마에 의한 스트레스는 음과 양이 제공하는 필수적인 조절을 중단시킨다. - 다행히도 신경과학은 침술 및 동양의학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즉, 치유는 언제나 가능하다. 우리의 뇌는 가소성이 있으며 순응성이 있고 변화하고 치유될 수 있다. - 특정한 체질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생각은 동양의학의 기반에 널리 퍼져 있다. - 트라우마 생존자를 치료할 때 침술 사례 연구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일관되고 예측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 긴장된 외상성 스트레스의 비활성화는 종종 경락 경로를 따라 미세한 반짝임이나 파동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움직임을 침, 뜸 또는 지압으로 지원하는 것은 더욱 깊은 해방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10월26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정신병원 내 한의과 설치법’이 통과되었다. 의료법 제43조(진료과목 등) “병원·치과병원 또는 종합병원은 한의사를 두어 한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조문에 ‘정신병원’이 추가된 것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정신병원에 한의과를 설치하여 정신질환 분야에서 의과-한의과 협진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과연 한의사를 고용하여 한의과를 설치할 기존의 정신병원이 많을까? 여기저기에 꾸려지는 트라우마 센터에 한의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의료법 개정안이 정신질환의 협진에 어느 정도의 실효를 거두었는지 평가할 날이 과연 올까? 미약하지만 일단은 법안 통과의 상징성에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이 오늘의 최선일 듯하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상처 조용히 들여다 보는 시간 필요” 심리인지치료학 석사에 상담심리사 2급을 취득하신 한의사 선배님 한 분을 알고 있다. 심리공부와는 별도로 ‘기승전턱’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턱관절을 통해 전신질환을 진단, 치료하는 분이다. 스스로가 턱치료로 만성 두통과 비염을 해결했고 그 체험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치료 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해가고 계신다. 환자들에게 식생활, 올바른 자세, 턱관절의 중요성에 관하여 조근조근 잔소리하기를 멈추지 않으시는 모습에 ‘이토록 환자의 전신 그리고 심신을 동시에 개선시키는 통합의학적 접근을 끈질기게 유지하는 임상가가 또 있을까?’라고 감탄을 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환자들을 이렇게까지 상담하고 거기에 근본적인 치료를 해낼 수 있는 건 오직 한의사만 할 수 있는 거야!”라는 선배님의 자신감은 내게 부러움과 동시에 든든함을 안겨준다. 지난 11월16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는 의협 집행부 포함 500여 명의 의사들이 모여 ‘국민건강수호 및 의료악법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물러나지도 굴복하지도 않겠다며 발표한 결의문에는 한의사의 X-ray 허용 움직임에 대한 강력한 반대도 포함되어 있다. “X-ray 영상 판독과 방사선 안전 관리는 현대의학의 고유 영역이며, 비전문가인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방조하며,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입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입법 강행시 총력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았다. 전 정부에서의 의정갈등이 현 정부에서는 또 어떤 갈등으로 이어질까? 그 안에서 한의사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는 또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의-한 갈등은 결론 없는 평행선을 수십년째 유지 중이고, 정신 차려보면 이러한 갈등의 후유증을 집단적으로 떠안고 버텨야 하는 건 늘 한의사들의 몫이었다. 이제 막 개원했다는 후배, 제자들의 소식이 가끔 들려온다. 잘 된다는 수준과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환자 보는 것도 즐겁고, 내 공간에서 내 돈 버는 것도 재미있다”는 소식이 가장 반갑다. “죽을 맛이다. 환자가 없다, 하루 종일 논다”는 불평은 부디 엄살이기를 바란다. 우리가 상처를 감싸지 않으면 상처가 우리를 감싸게 되는 법이다. 나를 감싸고 있는 상처를 조용히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 올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
서울시민 72.1%, 지난 1년간 정신건강 어려움 경험[한의신문]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서울센터)가 ‘2025년 서울시민 정신건강 인식 및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서울시민 10명 중 7명(72.1%)이 지난 1년간 1개 이상의 정신건강 어려움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민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과 관련 서비스 이용 현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2007년부터 격년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올해에는 정신건강 문제의 실태를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함께 진행됐다. 서울시민이 인식하는 정신건강 수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 조사 결과 시민 다수가 정신적 부담을 체감하고 있어 서울시민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시민이 자신의 주관적 정신건강 상태를 ‘좋은 편’으로 응답한 비율은 ’21년 63.1%에서 ’23년 59.8%, ’25년에는 53.4%로 감소하고 있으며, 신체건강 또한 ’21년 44.9%에서 ’25년 39.7%로 떨어지며 시민의 전반적 건강 인식이 하락세를 보였다. 서울센터는 “정신건강과 신체건강 모두에서 주관적 인식이 낮은 편으로 나타나 일상 속 피로감과 심리적 부담이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민의 72.1%는 지난 1년간 불안, 우울, 수면 문제 등 한 가지 이상의 정신건강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평균 우울 점수는 5.8점으로 ‘가벼운 우울’ 수준에 해당하며, 중간 이상 수준의 우울을 경험한 시민도 전체 응답자의 19.5%에 달했다. 이는 정신건강 문제가 특정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시민 다수가 일상적 수준 이상의 정서적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신질환 대한 인식은 개선…낙인은 ‘여전’ 시민 다수가 정신질환을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도움을 요청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대처 방식으로는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한다’(45.6%)가 가장 많았고, ‘가족·지인에게 이야기한다’(41.8%), ‘전문기관 도움을 받는다’(18.8%)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서울센터는 “정신건강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여전히 외부 지원을 주저하는 시민이 많아 낙인 완화를 위한 사회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형성 요인으로 ‘뉴스·신문 등 대중매체’(89.9%)와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88.3%)가 가장 높게 꼽혔으며, 정신건강 관련 정보를 얻는 경로 역시 ‘인터넷 커뮤니티·블로그·소셜미디어’(37.5%)가 1위를 차지했고, ‘정보를 얻는 곳이 없다’는 응답도 17.3%로 나타나 시민의 정신건강 인식이 여전히 미디어 노출과 온라인 정보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소년기와 청년기, 정신건강 지원이 가장 필요한 시기 정신건강 관련 기관 인지도는 ‘자살예방센터’(92.4%)가 가장 높았으며, ‘정신건강복지센터’(75.1%)와 ‘사설 심리상담기관’(73.7%)이 뒤를 이었다. 이용 의향은 ‘정신건강복지센터’(67.2%)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가장 높은 인지도를 보였던 ‘자살예방센터’의 이용 의향은 39.6%에 그치며 정신건강 관련 기관의 실제 이용의향은 낮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센터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인식은 높지만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접근성과 상담 연계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신건강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생애주기로는 ‘청소년기’(42.5%)와 ‘청년기’(25.9%)가 전체의 2/3 이상을 차지하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치료 연계 및 치료비 지원, 전문 상담 강화가 시급하다고 응답했으며, 장기적으로는 홍보·교육 활동, 자가검진 도구 제공 등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이승연 서울센터 부센터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예방 중심의 정신건강 서비스 확충과 인식개선 캠페인을 강화하고, 연령대별 맞춤형 지원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서울시민이 일상 속에서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느낄 때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 기반의 연계사업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돌봄통합지원법’ 개정 추진…정신질환 대상자·주거 지원 추가[한의신문] 내년 3월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을 ‘의료·요양’ 중심에서 ‘지역사회 기반 통합돌봄’으로 전환하고, 정신질환자까지 통합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한편 보건의료·영양·주거·일상생활 서비스가 연계된 맞춤형 지원체계로의 개정이 추진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돌봄통합지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돌봄 개념의 명확화와 현행법의 미비점을 보완하도록 했다. 남 의원에 따르면 돌봄의 개념에는 의료·요양·보건·복지·주거 등이 포함되는데, 현행 법 제명이 현장과 학계에서 오히려 개념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인구정책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장애인·정신질환자·노인 등 다양한 돌봄 대상자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지방정부, 민간 돌봄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별도의 독립적 심의기구인 ‘돌봄보장위원회’를 설치해 통합지원 기본계획을 총괄·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또한 통합지원 대상자(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장애인 등)를 위해 가정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에는 한의사·의사·치과의사, 간호사, 약사뿐만 아니라 의료기사와 영양사 등 다양한 직역이 협력하는 다학제 연계 서비스가 필요하다. 현행 통합지원 기본계획에선 대상자가 ‘살던 곳에서’ 지속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통합지원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주거지원에 관한 세부 내용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남인순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돌봄보장위원회의 설치 근거와 주거지원서비스의 구체적 내용을 법률에 명시함으로써 제정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돌봄통합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법 제명을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로 변경(약칭은 그대로 ‘돌봄통합지원법’)해 그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또한 통합지원 대상자를 기존의 ‘노인’과 ‘장애인’에서 ‘정신질환자’를 추가하도록 했다. 아울러 통합지원 기본계획에는 전문인력의 양성뿐 아니라 ‘종사자 처우 개선’을 추가하고, 기본계획을 심의하는 기관을 기존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국무총리 소속 ‘돌봄보장위원회’로 변경하도록 했다. 통합지원 대상자에게 제공되는 보건의료 서비스와 관련해선 △‘의료기사법’에 따른 의료기사 등의 보건의료서비스 △‘국민영양관리법’에 따른 영양사의 영양관리서비스 △‘장애인 건강권법’에 따른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을 추가하도록 했다. 또한 통합지원 대상자에 대한 △주택 개조 지원 △주거 이전 지원 △가사활동 지원서비스가 결합된 주거지원서비스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남인순 의원은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돌봄통합지원법’을 차질 없이 추진해 노쇠·장애·질병·사고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과도한 시설 입소나 병원 입원 중심에서 벗어나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건의료·건강관리·장기요양·일상생활돌봄·주거 등 개인 맞춤형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이른바 ‘현대판 고려장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김남희·김문수·김윤·박지원·박희승·서미화·오세희·윤종군·이광희·이수진·이재관·이주희·이훈기·임미애·정일영·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
“국민 안전 책임지는 소방관, 소방관 건강 담당하는 한의약”[한의신문] 화재 등 재난현장에서 항상 위험에 노출된 소방관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에 서 있지만 정작 그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국내 최초로 건립되는 국립소방병원은 개원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국립소방병원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의사’가 아닌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한의진료의 통합적 접근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한의계는 물론 소방관 당사자와 국회·충북도의회로부터 국립소방병원에서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한의진료과를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충북 음성군에 들어서는 국립소방병원은 24개 진료과목, 300병상 이상 규모로 설계된 지역 거점 공공병원으로, 소방복합치유센터에서 ‘국립소방병원 설립법’ 통과를 계기로 승격됐으나 진료과목 중 한의진료과는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12월 개설 예정인 국립소방병원은 의사인력 충원 실패로 개원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을 맡아 2026년 3월 외래 시범진료, 6월 정식 개원을 목표로 했으나 의사 인력을 채우지 못한 채 계획이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 병원 개설 허가를 위해서는 최소 7개 진료분과에 의사 7명 이상 확보가 필수 요건이지만 채용 공고 결과, 의사들은 지방이라는 입지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근무 여건을 이유로 들며 지원을 꺼리고 있어 인력 유치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 ‘한의과 미설치’에 ‘개원 무산’까지 국감에서 드러난 ‘허점’ 먼저 지난달 1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립소방병원 내 한의진료과 부재 문제가 제기됐다. 박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에게 “소방공무원들은 직무 특성상 근골격계 질환과 정신적 트라우마가 많고, 국립소방병원이 고령층이 많은 충북에 위치한 만큼 지역 특성을 고려한 한의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공감한 김승룡 직무대행은 “한의과 설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으나 이후 개원마저 흔들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서울대병원이 국회에 “개원에 차질이 없다”고 보고한 것과 달리 뒤늦게 “의사 7명 중 2명 마저 확보 불가하다”는 입장을 번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행안위 종합국정감사에선 이광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립소방병원 의사인력 미확보로 인한 개원 무산 위기를 우려하며 “서울대병원과 소방청의 직무유기가 소방대원들과 지역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 소방관 주요 호소 증상과 다빈도 한의진료 일치…84% 한의과 설치 희망 소방공무원은 현장 업무 특성으로 인해 타 직종보다 근골격계·정신질환·피로성 질환의 발생률이 높은데, ‘소방공무원의 직무 관련 질환 조사(’13년)’에 따르면 주요 질환은 △근골격계 질환 △전신피로 △두통 △수면장애 △소화불량 △우울 및 불안장애 순으로 나타났다. 한의의료기관 건강보험 외래 청구 기준 다빈도 질환 상위 10개 중 8개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는 침·추나·한약 치료가 이미 근골격계 질환의 대표적 치료법임을 보여준다. 화재 진압 중 발생하는 화상 후유증에 대해 한의학적 치료는 부작용 없이 피부재생을 촉진, 미국화상학회 국제학술지에서도 침·한약연고 효과가 입증된 바 있으며,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환자에게 침 치료를 병행할 경우 약물치료 단독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고, 부작용이 적다는 메타분석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전국 23개 시도의 소방공무원 8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선 소방공무원 84%가 국립소방병원 내 한의과 설치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86%는 “한의과가 설치될 경우 치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국립소방병원에 한의과 설치를 희망하는 이유에 대해선 △기존 한의치료 경험 △한·양방 병행 치료 시 효과성 기대 △기존 양방치료의 아쉬움 △소방공무원의 업무 특성을 고려한 진료 순으로 응답했다. 이는 곧 사업을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됐는데, 서울특별시한의사회가 서울소방재난본부와 함께 추진 중인 ‘소방공무원 찾아가는 한방의료서비스’는 지난해 10개 소방서에서 시범 운영된 데 이어 올해 15개 소방서로 확대되고, 예산도 2억 2000만 원으로 증액될 만큼 소방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업에선 목·허리·어깨 통증, 두통, 소화불량 등 근골격계·내과질환을 중심으로, 침·부항·뜸·추나 치료 등이 진행됐다. 지난 2023년 첫 사업 결과 총 714명이 참여, 1572회의 진료가 이뤄는데 △통증지수(NRS) 85% 감소(82%는 2점 이상 개선) △진료만족도 평균 9.16점 △재이용 의향은 9.37점에 달했다. 사업에 참여한 조철수 서울강서소방서 행정과장은 “하루 5~10회씩 출동, 업무 특성상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슬관절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해 장기간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아왔으나 차도가 없었던 와중 침·부항 치료, 추나요법뿐만 아니라 운동요법 지도까지 받아 크게 다시 희망을 찾게 됐다”면서 “전국적으로 소방 공무원 대상 한의진료가 확대되길 바라며, 이에 대한 거점으로 국립소방병원에 한의과가 설치된다면 동료대원들도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 “한의진료과, 국립소방병원 정상화의 열쇠” 한편 이번 국정감사 이후 국립소방병원의 개원 불발 우려와 함께 한의진료과 신설을 통한 의료인력 보완 및 통합치유체계 구축의 당위성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는 올초 ‘국립소방병원 한의과 설치를 위한 국회토론회(한의약정책연구원 주관)’를 개최한 데 이어 최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국립소방병원 내 한의진료과 설치를 정상 개원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한의협은 “소방공무원은 근골격계 질환·화상 후유증·PTSD 등 다각적 건강문제에 노출돼 있으며, 이를 한의진료가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다”면서 “한의계는 이미 공공기관과 협력해 통합의료모델을 실현하고 있으며, 국립소방병원 한의과 설치 시 필요 인력과 임상 전문성을 즉각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윤성찬 회장은 “화재와 재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분들이 이제는 국가로부터 몸과 마음의 치유를 받을 차례”라며 “한의약은 근골격계 질환, 화상 후유증, PTSD 등 소방관들이 겪는 복합적 증상을 통합적으로 돌볼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이어 “한의협은 언제나 소방공무원들의 든든한 건강 파트너로서 곁에서 함께할 것”이라며 “정부는 ‘소방관이 건강해야 국민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국립소방병원 내 한의진료과 설치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1월 9일 ‘소방의 날’, 이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이들을 위해 국가가 먼저 치유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울리고 있다. -
‘화병’ 임상적 특징 과학적 근거 제시[한의신문]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기준(DSM-5-TR)에 실려 있는 ‘화병’의 정신병리적 임상 특징이 과학적으로 규명, 그동안 문화적·상징적 질환으로만 인식되던 화병을 객관적 임상 연구의 틀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부산대학교는 한국 고유의 문화적 배경에서 발생하는 심신질환으로 인식돼 온 ‘화병(Hwabyung)’의 정신병리적 임상 특징을 규명한 연구 논문이 최근 국제학술지 ‘BioPsychoSocial Medicine’ 온라인판 10월30일자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Biopsychological pattern underlying the psychosomatic symptoms of patients with Hwabyung from a universal perspective(화병 환자의 심신증상에 내재된 보편적인 생물심리 프로파일의 분석)’이라는 제목의 이번 논문은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채한 교수 연구팀과 경희대 한의과대학 김종우 교수팀 및 경성대 심리학과 이수진 교수팀과의 다학제 연구로 진행됐다. ‘화병’은 사회적 순종을 강조하는 전통적 유교 문화와 한국인의 정서적 특질인 ‘한(恨)’이 결합해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질환으로, 장기간 해소되지 못한 스트레스와 감정 억압으로 인해 몸 속에 열이 쌓이며, 분노·불면·우울·대인관계 곤란 등 정신적 증상과 함께 열감·홍조·두통·가슴 답답함·호흡곤란 등 신체적 증상을 동반한다. 그동안 고유한 발병 기전과 정신병리적 특징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한국 문화권에서만 나타나는 불분명한 증후군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에는 젊은 세대와 국내 외국인환자에서도 발생 빈도가 늘고 있어, 진단·예방·관리에 대한 과학적 근거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화병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한의학의 음양심리 이론을 표준화한 ‘사상성격검사(SPQ)’를 활용, 심신 증상과 생물심리학적 프로파일을 분석했다. SPQ는 △행동 태도(SPQ-B) △인지 양식(SPQ-C) △정서 반응(SPQ-E) 등의 세 가지 하위척도를 측정하는 도구로, 양적 심리는 활성화·자극을, 음적 심리는 억제·억압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화병 환자에게서 △높은 SPQ-B(행동적 과민성·충동성) △낮은 SPQ-C(인지적 경직성·비관주의) △낮은 SPQ-E(정서적 고립·취약성)이라는 특징적 패턴이 확인됐다. 이러한 프로파일은 화병 환자의 심리 증상 26.0%, 신체 증상 14.3%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구진은 낮은 SPQ-C와 SPQ-E가 스트레스의 내면화와 신체화로 이어지고, 높은 SPQ-B가 간헐적 분노·불안·우울과 같은 전형적 증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채한 교수는 “마치 지문처럼 화병만의 독특한 정신병리 프로파일을 발견함으로써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과 손쉽게 구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사상성격검사가 사상체질의 과학적 임상 진단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신질환의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종우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화병의 악화 기전도 처음으로 제시했다”며 “감정 억압 단계에서 시작해 가슴 답답함과 열감 등 신체화 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넘어 사소한 자극에도 분노가 폭발하는 단계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수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화병 심리치료 지침을 제시했다”며 “SPQ-B를 낮춰 안정적 행동을 유도하고, SPQ-C와 SPQ-E를 높여 긍정적 인지와 정서적 공감을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신질환 진료할 한방 병·의원 전국에 6곳[한의신문] 정신병원에 ‘한의과’를 둘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정신질환을 진료하는 한의약 관련 병의원의 인프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공개돼 관심이 쏠린다. 정신건강 관련 기관은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정신건강증진시설과 정신건강증진 사업을 수행하는 지역사회 재활기관으로 구분한다. ‘정신건강증진시설’에는 정신의료기관, 정신요양시설, 정신재활시설이 있으며, ‘지역사회 재활기관’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자살예방센터가 있다. 기관별 정의와 주요 역할은 아래와 같다. ‘정신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중, 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진료를 목적으로 「정신건강복지법」 제3조제5항의 정신병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설치된 정신건강의학과, 동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적합하게 설치된 의원을 뜻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최근 공개한 ‘국가 정신건강현황 동향 보고서 : 2019년~2023년도 「국가정신겅강현황」을 중심으로’ 보고서의 ‘전국의 정신건강 관련 기관 설치 현황’을 보면 한방병원 정신과는 ’21년 4곳, ’22년 4곳, ’23년 4곳이고, 한의원 정신과는 ’21년 2곳, ’22년 1곳, ’23년 2곳이었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한방병원 및 한의원 정신과가 수도권에 모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한방병원 정신과는 ’21년 2곳, ’22년 1곳, ’23년 1곳, 한의원 정신과는 ’21년 2곳, ’22년 1곳, ’23년 2곳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한방병원이 ’21년 2곳, ’22년 2곳, ’23년 3곳이었고, 충남은 ’22년 1곳이 있었으나 이듬해부터 사라졌다. ‘기관·권역별 정신건강 관련기관 유형 및 권역에 따른 상근 인력의 직역 현황’을 보면 한방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21년 8명, ’22년 6명, ’23명 7명, 사회복지사는 ’21년 6명 이후 한 명도 없고, 간호사는 ’21년 33명, ’22년 21명, ’23명 71명이었으며, 기타인력(간호조무사, 보호사, 행정인력 등)이 ’21년 34명, ’22년 39명, ’23년 70명이었다. 한의원 정신과의 경우엔 기타인력만 소수 있었다. 또한 한방병원 정신과에서 치료받은 ‘환자(입원 및 외래)의 주요 진단 현황 및 인구 10만명 당 치료 받은 수’를 보면, 치매를 제외한 F코드(정신 및 행동장애) 전체는 ’21년 539명, ’22년 608명, ’23년 600명이다. 이어 중증정신질환은 ’21년 331명, ’22년 351명, ’23년 343명,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 장애는 ’21년 263명 ’22년 258명, ’23년 239명, 제1형 및 제2형 양극성 장애는 ’21년 28명, ’22년 44명, ’23년 44명이었다. 아울러 주요 우울 장애는 ’21년 74명, ’22년 86명, ’23년 111명, 물질관련 및 중독장애 ’21년 80명, ’22년 136명, ’23년 125명, 신경증성, 스트레스-연관 및 신체형 장애 ’21년 34명, ’22년 43명, ’23년 38명으로 조사됐다. -
비만·우울증 공병 환자, 한의학이 답할 수 있을까?[한의신문] 50대 여성이 한의원에 내원했다. 예전에 비만치료로 자주 내원했던 환자이다. 세 달 전 직장 내 갈등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했다. 현재 정신과에서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복용 중이며, 처음엔 약으로 조금 나아지는 듯했지만 최근 다시 불안과 무기력이 심해졌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걷기 운동을 즐겼으나 지금은 외출조차 힘들다. 퇴근 후엔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바라보다가 배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찾는다. 폭식 후에는 죄책감과 함께 가슴이 답답하고, 불면으로 새벽까지 뒤척인다. 체중이 다시 늘면서 자존감이 무너졌고, 거울 앞에서는 자신이 낯설게 느껴진다. “살이 찌니까 더 우울하고, 우울하니까 또 먹게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처럼 비만과 우울증이 동반될 때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비만과 우울증의 상관관계 및 한의학적 접근 필요성 우울증과 비만 모두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하고 시급한 공공 보건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3년 8억 9천만명이 비만으로, 지난 40년간 폭증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2억 8천만명 이상이 우울증이며 정신장애 중 질병부담이 가장 크다. 비만과 우울증 모두 1990년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수치다. 2023년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국내 전체 비만 유병률은 37.2%로, 특히 20∼30대 비만율이 지속 증가 중이다. 최신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 국내 우울증 환자는 2018년 75만 2976명에서 2024년 110만 6744명으로 불과 6년 만에 거의 50%나 증가했고, 진료비는 약 2배 증가했다. 우울증은 중독 및 자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고, 비만에 의한 다양한 합병증은 사망률 증가와 높은 질병부담의 중요한 원인이다. 두 질환이 중복되면 치료가 어렵다. 비만은 한의원에서 활발하게 진료하는 질환이며 통합적인 접근을 사용하는 한의학의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질환이다. 한의학 치료는 1990년대부터 한의 의료현장에 적용되어 많은 성과들이 누적됐으며 비만 한의임상진료지침은 2016년에 이미 개발됐다. 우울증 또한 한의원에서 자주 접하는 질환이다. 우울증 환자는 피로, 식욕저하, 불면, 통증과 같은 신체증상을 자주 호소하는데 이는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대표적인 주소증 들이며, 우울증은 만성질환과 흔히 동반되므로 고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한의원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우울증에 한의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는 많이 축적됐으며 2016년에 우울증 한의임상진료지침이 개발되며 2024년에 우울증과 비만 지침 모두 같은 시기에 업데이트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비만과 우울증의 관계가 양방향성이라는데 동의하며, 비만과 우울증은 서로 생물학적, 심리사회적 발병 메커니즘이 비슷하다. 우울증은 식욕, 체중, 수면, 활동과 같은 생체리듬을 변화시켜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비만 환자가 가진 부정적 신체상, 낮은 자존감, 역기능적 인지와 사고는 우울증과 유사하며 우울증의 위험요인이기도 하다. 메타분석 결과 주요 우울장애환자는 정신질환이 없는 환자에 비해 비만이 될 위험이 무려 71%나 증가했다. 또한 비만환자는 정상체중에 비해 우울증이 발생할 위험이 32% 높았다. 비만과 우울증은 생물학적으로 서로 어떻게 연결될까? 먼저,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복부비만이 증가할수록 코티솔 분비가 증가하며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ypothalamus-Pituitary-Adrenal, HPA) 축을 예민하게 만든다. 코티솔이 증가하면 지방세포과 과형성되어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우울증 환자에서 혈중 코티솔 농도가 높으며 코티솔이 높은 우울증 환자에서 복부지방이 증가했다. 코티솔은 해마나 시상하부와 같은 감정에 중요한 뇌부위에도 다량 분포한다. 둘째,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뇌에 작용하여 식욕억제, 기분 조절, 비만 감소 역할을 한다. 렙틴이 저하되면 식욕억제가 어려워지는데, 당뇨병의 인슐린 저항성처럼 비만환자에서 렙틴 저항성이 유발되어 중추신경계 렙틴 기능이 저하되어 비만이 될 수 있다. 렙틴 농도저하는 우울증 발병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슐린은 신경발생 및 기분조절에 영향을 주며 비만환자에서 인슐린저항성이 생기면 우울증 위험성이 크게 증가한다. 셋째, 비만은 전신 만성 염증 상태로 침윤한 대식세포 및 T세포가 축적되어 염증을 발생시킨다. 비만 환자에서 시상하부에 신경염증이 발생하여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비만과 우울증은 HPA 축 기능이상, 렙틴, 인슐린, 전신염증 등과 같은 동일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공유하며 서로 연결된다. 또한 비만과 우울증은 행동 및 사회심리학적 요인들이 공통적으로 작용한다. 여성 및 소득수준이 낮은 경우 비만과 우울증의 동반 이환 위험성이 높았다. 특히 비만 환자에서 사회적 편견과 낙인, 신체상에 대한 불만, 폭식 행동과 같은 부정적 심리행동적 특징이 우울증의 취약성을 증가시키며, 우울증 환자에서 나타나는 자기 관리능력 저하, 부정적 사고, 사회적 지지 부족, 낮은 치료순응도는 비만으로 연결될 수 있다. 비만·우울증 공병(comorbidity) 임상 장면에서 비만과 우울증 공병 환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비만·우울증 환자가 항우울제 치료를 받을 때 경과가 좋지 않다. 또 많은 항우울제에서 체중증가가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두 질환의 공병 환자에서 체중감소가 우울증 호전을 도울 수 있고, 반대로 우울증 호전이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비만환자에서 우울증 동반 여부, 우울증 환자에서 비만 여부를 평가하고 치료 목표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환자들에서 과식이나 폭식 같은 두 질환에 모두 영향을 주는 섭식 관련 요인들을 평가하고 치료에 반영해야한다. 현재까지 비만과 우울장애에 대한 개별 가이드라인은 많지만 공병 상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며,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도 별도의 권고안은 없다. 최근 발표된 두 리뷰 논문은 이에 대한 예비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먼저, 비만과 우울증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들이 겪을 수 있는 이중 낙인을 임상의들이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들에서 죄책감, 수치심, 절망감이 흔해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려 하지 않는다. 환자들의 이중 낙인을 인식하고 정신적 문제뿐 아니라 신체적‧대사적 건강상태에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논문에서 제시하는 임상의를 위한 제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체계적인 스크리닝이 필요하다. 많은 임상의가 환자의 비만에 대해 말하는 걸 꺼린다. 또 환자의 기분을 나쁘게 할까 걱정하여 우울증에 대해 묻지 못한다. 정기적으로 환자의 비만을 스크리닝하고, 비만환자에서 우울증을 스크리닝해야한다. 대사 문제, 생활습관 평가, 정신과적 평가, 인구학적 및 정신사회적 위험요인 평가가 필요하다. 쿠싱증후군,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기타 질환 등 기저 질환을 배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둘째, 우울증 환자에서 비만, 대사이상, 나쁜 생활습관, 체중증가가 있는지 지속적 모니터닝이 필요하다. 나쁜 식습관(특히 단순당이나 가공식품 섭취가 많은 사람)은 체중증가와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높인다. 감정적 폭식(Emotional eating) 또한 흔하고 해로운 대처법이다. 이런 환자들에서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우울 증상과 대사 건강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환자가 복용하는 항우울제를 체크해야 한다. 많은 항우울제들이 체중증가가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오직 5개 약물만 그런 부작용이 없거나 체중이 감소한다. 실제 임상에서 많은 환자들이 체중증가 부작용이 있는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넷째, 통합적인 치료전략(심리치료, 항우울제, 운동요법, 영양상담, 대사증후군 약물)이 필요하다. 비만과 우울증 모두 다양한 신체, 심리, 사회, 행동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므로 단일 치료만으로 효과를 나타내기 어렵다. 다섯째, 비만환자 특히 여성 환자에게 아동기 트라우마 과거력을 물어봐야한다. 어린 시절 성적 트라우마 경험시 성적 매력을 낮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비만이 되었을 수도 있다. 수많은 연구들에서 트라우마와 비만의 연관성이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중증도가 심한 경우 해당 전문진료를 의뢰해야 한다. 중증 우울증 환자는 정신과적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하고, 매우 심한 비만 환자는 위 절제술과 같은 비만수술을 먼저 시행해야 할 수도 있다. 한의학 치료는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비만환자의 경우 심리적 고통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비만 한의임상진료지침에서는 심리적 요인에 대한 평가를 통해 필요시 한의상담요법 병행을 언급한다. 둘째, 비만과 우울증의 공병 상태에 다양한 한의비약물·비심리치료법을 활용할 수 있다. 비만과 우울증 한의지침 모두 침, 이침, 전침 등을 진료에 권고하고 있다. 공통 혈위 및 각 질환에 적합한 혈위를 추가 취혈하여 두 증상에 대처할 수 있다. 우울증 지침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비만진료에 사용되는 약침, 뜸, 부항, 추나 등도 우울증 환자의 다양한 신체적 증상 개선에 많이 활용된다. 셋째, 한약은 복합 성분으로 여러 타깃에 작용하여 다양한 증상들을 동시에 대처할 수 있다. 환자의 주호소 증상에 따라 비만 지침의 처방(방풍통성산, 대시호탕, 육군자탕, 온담탕, 평위산, 태음조위탕)과 우울증 지침의 처방(귀비탕, 시호소간산, 소요산/단치소요산, 월국환, 반하후박탕, 시호가용골모려탕)을 합방하거나 각 처방의 군약을 가감하여 대처할 수 있다. 특히 육군자탕 및 온담탕은 비만뿐 아니라 우울증에도 활용할 수 있는 처방이다. 또한 간울형 비만에 권고되는 대시호탕의 군약 시호는 우울증 처방에서도 핵심적인 약제이다. 비만에 많이 활용되는 방풍통성산은 실험연구에서 항우울 및 항스트레스 효과가 밝혀졌다. 넷째, 비만에 대한 처방 시 마황 사용에 주의한다. 환자가 불면, 두근거림, 불안, 과긴장, 안절부절못할 때 다른 처방을 고려한다. 다섯째, 우울증의 경우 자살과 같은 심각한 정신과적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 환자의 자살사고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위험이 높을 경우 전문의 협진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두 질환이 공병 될 때 충분한 기간의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 -
정신질환 치료자 5년 새 63만명 증가…“정신건강 주의보”[한의신문] 정신질환 진료를 받은 환자가 최근 5년 사이 약 63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대한민국 국민의 정신건강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5일 국립정신건강센터가 5일 2019∼2023년 동안 최근 5년간의 국가 정신건강현황(국가 승인통계)을 분석한 ‘국가 정신건강현황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보고서는 국가 정신건강현황의 국가통계포털(KOSIS) 48개 통계표를 중심으로, 정신건강 예방 및 조기개입, 정신질환 치료, 정신건강 지원체계 등 3개 영역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 진료를 받은 ‘수진자’(실인원) 수는 2019년 약 205만명에서 2023년 약 268만명으로 63만명 증가했다. 외래환자는 같은 기간 약 198만명에서 262만명으로 64만명 증가한 반면, 입원환자는 약 14만명에서 12만명으로 2만명 감소했다. 또 정신질환 환자의 퇴원 후 한 달 이내 외래방문율은 2019년 67.7%에서 2023년 66.1%로 1.6% 하락했으며, 퇴원 후 한 달 이내 같은 병원에 다시 입원한 비율은 같은 기간 18.6%에서 16.1%로 2.5% 줄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주요 우울장애 수진자는 많이 늘어난 반면 조현병은 소폭 감소해 진단별 양상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정신건강 지원체계에서는 정신건강 관련 기관이 2019년 2562개소에서 2023년 2949개소로 15.1% 증가했으며, 인구 1인당 지역사회 정신건강 예산은 2019년 5389원에서 2023년 8710원으로 61.6% 늘었다. 정신건강 관련 종사자 수도 꾸준히 늘어 인구 10만 명당 상근 인력은 2019년 45.2명에서 2023년 60.4명으로 15.2명 증가했고, 인구 10만 명당 전문인력(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및 정신건강전문요원)은 2019년 17.6명에서 2023년 20.3명으로 2.7명 늘었다. 특히, 보고서에는 사례관리자 1인당 등록자 수는 2019년 34.2명에서 2023년 23.3명으로 감소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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