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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병원·한의사, 국가 디지털헬스케어 육성에 데이터 주체로 진입 중[한의신문] 한방병원이 국가 의료데이터 연구·활용 거점인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정 대상에 포함되는 입법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됐다. 한의의료기관에 축적된 임상정보를 디지털헬스케어 연구로 연결하는 한편 쟁점인 보건의료정보 처리 심의 과정에도 한의사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대표발의한 ‘디지털헬스케어진흥법 제정안(의안번호 20797)’이 16일 복지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소위원장 서영석)에 상정돼 논의됐다. 이날 소위에서는 전 의원안과 함께 한방병원을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정 대상에 명시한 권칠승 의원의 ‘디지털헬스케어진흥법 제정안(의안번호 2219646)’을 비롯해 △서영석 소위원장의 ‘디지털헬스케어정보법 제정안(의안번호 2214515)’ △안상훈 의원의 ‘디지털헬스케어촉진법 제정안(의안번호 2205134)’을 일괄 상정, 심사 결과 ‘계속심사’로 처리됐다. ◎ 한방병원, 진료데이터 넘어 연구거점으로…국가 지원 근거 마련 전진숙 의원은 이번 제정안을 통해 AI 전환과 초고령사회에 대응해 보건의료정보와 지능정보기술을 질병의 예방·진단·치료,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와 연구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에 한방병원을 명시했다. 제10조(의료데이터 중심병원)를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보 관리·활용 역량이 뛰어난 병원을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대상에는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전문병원과 함께 한방병원과 치과병원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법안이 제정되면 보건의료정보 관리·활용 인력과 연구시설·장비, 연구실적 등 일정 요건을 갖춘 한방병원도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으로 지정받을 수 있게 된다.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은 소속 연구인력의 보건의료정보 활용 연구를 지원하고 관련 사업을 위한 정보 수집과 자료 제공 등에 협력하게 된다. 국가는 필요한 비용을 예산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으며, 지정 유효기간은 3년으로 평가를 거쳐 재지정할 수 있다. 이에 한의의료기관의 EMR 등에 축적된 임상정보를 표준화해 연구개발에 활용하는 통로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참여를 위해서는 한의 임상데이터의 표준화와 상호운용성 확보, 데이터 기반 연구를 수행할 전문인력과 인프라 구축 등이 과제로 꼽힌다. ◎ 한의사, 의료데이터 ‘활용의 문’ 심의한다 보건의료정보를 심의하는 과정에는 ‘한의사’도 명시됐다. 제정안은 보건의료정보의 가명처리 근거를 마련하고, 그 적정성과 가명정보의 안전성 등을 심의하는 ‘기관 보건의료정보 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제13조(기관위원회의 구성)에 따르면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5명 이상으로 구성하며, 의료법상 한의사·의사·치과의사를 포함토록 했다. 개인정보 보호 분야 전문가와 보건의료정보주체 또는 그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다. 이에 한의사는 보건의료정보의 가명처리와 연구 활용 과정에서 적정성과 안전성을 검토하는 심의체계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한의 임상정보의 특성과 진료체계에 대한 전문적 판단을 데이터 활용 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법률에 명시되는 것이다. 국민이 자신의 보건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본인과 개인보건의료정보 관리전문기관에 대한 ‘전송요구권’을 도입하고, 새로운 디지털헬스케어 제품·서비스·기술을 의료현장에서 검증하기 위한 시범사업과 ‘디지털헬스케어 특화 규제샌드박스’도 신설한다. 또 EMR의 표준화·인증 절차와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의 설립 근거를 마련하고, 디지털헬스케어 및 보건의료정보 실태조사와 정책지원센터 지정 등에 관한 내용도 담았다. 한편 이번 제정안에는 전 의원을 비롯해 김정호·복기왕·서미화·서영석·이수진·이인영·이정문·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정춘생 의원(조국혁신당)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이번 후반기 복지위에서 복수의 디지털헬스케어 제정안이 함께 심사되고 있는 가운데 한방병원의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정 근거가 향후 병합심사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
예방접종관리법, 한의사 신고 대상 ‘이상반응→이상사례’ 확대[한의신문] 현행 ‘감염병예방법’은 한의사가 진료 과정에서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난 환자를 진단하면 이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가 예방접종 제도에서 접종과의 인과관계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증상이나 질병도 한의사의 신고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예방접종관리법 제정안’은 한의사의 기존 보고·신고 절차를 유지하면서 신고 대상을 ‘이상반응’에서 보다 넓은 개념인 ‘이상사례’로 확대했다. ‘이상사례’란 예방접종 후 나타난 의도하지 않은 증상이나 질병을 말하며, 접종 때문에 발생했는지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포함한다. 즉 접종과 증상의 인과관계를 먼저 판단해 신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접종 후 나타난 이상 증상을 폭넓게 신고해 국가가 원인을 확인·감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당 내용은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안과 통합·조정된 위원회 대안에도 반영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만희)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예방접종관리법 제정안(위원회 대안)’을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했다. 앞서 복지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소위원장 백종헌)는 지난 15일 서미화 의원(의안번호 2220138)과 한지아 의원(의안번호 2218501)이 각각 대표발의한 제정안을 병합 심사해 대안을 마련한 바 있다. 제정안은 코로나19 이후 생애주기별 예방접종의 중요성과 접종 후 안전관리 필요성이 커진 데 따라 현행 ‘감염병예방법’에 규정된 관련 제도를 별도의 법률로 분리한 것으로 △접종 실시부터 △백신 수급 △이상사례 감시·역학조사 △피해보상까지 예방접종 전반을 하나의 법체계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 이상 증상 신고, 국가가 원인을 확인 및 감시 특히 서미화 의원안에 담겼던 한의사의 이상사례 신고 근거가 대안에 그대로 반영됐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은 한의사·의사·치과의사가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자를 진단하거나 그 시신을 검안한 경우 소속 의료기관의 장에게 보고하고,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경우 관할 보건소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정안은 이러한 신고체계를 독립된 제정안으로 옮기면서 신고 대상을 ‘이상사례’로 확대했다. 제35조(의사 등의 예방접종 후 이상사례 신고 등)는 한의사·의사·치과의사가 예방접종 후 이상사례가 나타난 사람을 진단하거나 그 시신을 검안한 경우 소속 의료기관의 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경우에는 관할 보건소장에게 직접 신고해야 한다. 보고를 받은 의료기관의 장은 해당 사실을 관할 보건소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특히 ‘이상사례’는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경우에 한정되지 않는다. 제정안은 이를 예방접종 이후 발생한 의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의도되지 않은 모든 증상 또는 질병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과성이 최종 규명되지 않은 단계에서도 한의사가 진단한 접종 후 이상사례가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이상반응 확인을 위한 검사 의뢰 근거도 별도로 규정했다. 제37조(예방접종 후 이상사례에 대한 검사)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장이 국가예방접종 또는 임시예방접종 후 일반 의료기관에서 검사가 어려운 이상반응 의심자를 진단한 경우 질병관리청장에게 확인 검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질병관리청장은 의뢰받은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상사례에 대한 역학조사 절차도 마련했다. 질병관리청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신고 또는 관련 기록 등을 통해 이상반응이 의심되고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관계 기관·단체 등에 필요한 자료나 정보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 예방접종 전 과정 국가 관리체계로 일원화 예방접종 정책 전반도 독립적인 국가 관리체계로 재편된다. 질병관리청장은 5년마다 예방접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이에 연계한 지역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에는 예방접종위원회를 설치해 접종 대상 질병과 실시기준, 백신 구매·비축·공급, 효과평가, 이상반응 대응 및 국가보상 등을 심의하도록 했다. 예방접종 기록 관리도 강화된다. 접종을 실시한 사람은 관련 기록을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에 등록해야 하며, 질병관리청은 접종률 감시와 면역도 조사, 백신 효과평가 등을 실시할 수 있다. 통합관리시스템은 교육·유아교육정보시스템, 통합전자민원창구,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 등과 연계할 수 있다. ◎ 백신 수급 국가책임 강화…접종 피해보상도 체계화 백신 수급에 대한 국가의 관리 권한도 구체화했다. 질병관리청장이 예방접종약품을 지정해 구매·비축할 수 있도록 하고, 국내 공급이 부족할 경우 제약사에 필요한 물량을 생산하도록 할 수 있다. 기존 백신만으로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개발 중인 백신의 구매·공급 계약도 가능하다. 예방접종 피해에 대한 국가보상 체계도 규정했다. 국가예방접종이나 임시예방접종으로 질병·장애·사망이 발생한 경우 진료비와 간병비, 장애 일시보상금, 유족 일시보상금 및 장례비 등을 지급한다. 보상 여부는 신청일부터 원칙적으로 120일 이내 결정하며, 결정에 대해서는 이의신청할 수 있다. 이번 제정안은 감염병 신고 주체였던 한의사의 역할을 예방접종 안전관리 영역까지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진료 현장에서 접종 후 이상사례를 신고하고, 필요시 확인 검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 감시체계에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며,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71)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93년 벽두를 뒤흔들었던 한약분쟁은 단순한 직역 간의 이해 다툼이 아니었다. 이는 해방 직후인 1953년 약사법 제정 당시 일제강점기 한약종상을 구제하기 위해 덧붙였던 모호한 법 조항 이래, 수십 년간 누적되어 온 한의약 법규의 구조적 모순이 민주화라는 시대적 격변 속에서 일거에 분출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1980년 약사의 한약 임의조제를 억제하고자 신설되었던 약사법 시행규칙 제11조 제1항 제7호의 ‘재래식 한약장’ 조항을 1993년 3월 보건사회부가 일방적으로 삭제·공포하면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한의계는 이를 약사의 한약 취급을 전면 공인하는 개악으로 규정하며 면허증 반납 결의로 배수진을 쳤고, 전국 한의과대학생 3000여 명은 수업 거부에 돌입하며 대규모 집단 유급의 기로에 섰다. 당시 KBS 〈여의도 법정〉을 비롯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한약은 한의학적 진단과 방제 이론에 따라 다루어져야 한다는 한의계의 입장을 압도적으로 지지했음에도, 정부는 자의적 법 해석과 정책 번복을 거듭하며 중재자로서의 권위와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권위주의 시대에 미봉책으로 덮어두었던 보건의료 모순이 폭발하면서 관료조직의 신뢰가 붕괴된 이른바 국가 기능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었다. 보건의료 인력 수급의 파국이 눈앞에 닥치고 국가 행정이 마비되었을 때, 이 첨예한 갈등의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나선 주체는 바로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었다. 경실련은 1993년 6월16일 공청회를 열어 파국의 위기에 처한 한의대생 유급 사태 해결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였고, 마침내 9월20일 역사적인 중재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경실련 중재안은 3년 이내 한방 의약분업 원칙 명시, 약대 내 한약학과 설치를 통한 독립적 한약사제도 신설, 그리고 기존 약사에 대한 한약조제시험을 통한 한시적 기득권 인정 등을 골자로 하였다. 비록 합의 이후에도 직역 간 반발과 약국 휴업 등 극심한 진통이 뒤따랐으나, 정부와 국회는 경실련 안을 전폭 수용하여 1994년 1월7일 약사법 개정을 단행했다. 이는 국가 관료제가 신뢰를 잃고 당사자 간 대화가 단절된 극한의 교착 상태에서, 공익적 시민사회가 쌓아 올린 ‘사회자본’을 통해 비영합 게임(Non-zero-sum Game)의 상생 타협안을 도출해낸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경실련의 중재로 매듭지어진 약사법 개정은 이후 대한민국 한의약 제도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경희대와 원광대, 우석대에 한약학과가 신설되어 정규 학부 과정을 거친 전문 한약사 배출 체계가 확립되었다. 또한 한의약의 표준화와 과학화를 전담할 국책 연구기관으로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이 설립되었으며, 보건복지부 내에 국장급 한방정책관(현 한의약정책관)이 신설되어 한의약 행정의 독립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나아가 공중보건한의사 제도의 정착과 한의약육성법 제정으로 이어지며 한의약은 비로소 공공의료와 국가 정책의 중심부로 도약하게 되었다. 의사학(醫史學)적 맥락에서 1993년 한약분쟁과 경실련의 중재 과정은 일제강점기 이래 지속된 왜곡된 법체계를 바로잡고 한의약의 학문적 독자성을 제도화한 결정적 분수령이었다. 아울러 민주화 이행기 속에서 발생한 가장 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관료적 통제가 아닌 시민사회의 자율적 조정 역량과 사회자본의 힘으로 극복해 낸 값진 역사적 성취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
“노인외래정액제의 조속한 개선을 촉구합니다!!”[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가 의료 현장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조속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노인외래정액제’ 개선을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노인외래정액제란 노인 의료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지난 1995년부터 도입된 제도로, 65세 이상 환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경우 총 진료비가 1만5000원을 넘지 않으면 1500원의 정액 본인부담을 적용하는 것이다. 1만5000원을 초과하는 진료비에 대해선 2018년 제도 개편 이후 구간별로 본인부담 비율을 높여나가는 계단식 정률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2만5000원을 초과하면 진료비의 30%를 본인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액 본인부담의 상한금액은 2001년 1만5000원으로 인상된 이후 25년째 동결된 상황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수가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해왔음을 고려한다면 노인의료비 부담 완화라는 노인외래정액제의 도입 취지가 달성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의료현장서 불필요한 마찰과 혼란 지속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매년 증가하는 수가를 반영하지 않아 정액수가를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 본인부담금이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비용 지불을 둘러싸고 의료인과 환자간 불필요한 마찰과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노인 환자의 이용이 많은 한의의료기관에서는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는 등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불만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으며 의료기관 운영에도 많은 지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한의협에서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의료계 공동 건의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하는 한편 국회의원 선거정책 공약 제안, 대한노인회와의 면담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런 가운데 한의협은 노인외래정액제의 조속한 제도 개선을 위해 오는 9월18일까지 ‘노인외래정액제 개선을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 기간 동안 취합된 서명운동 서명지는 10월2일 노인의 날 이전에 정부와 국회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서명운동에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 당부 서명운동에 참여하고자 할 경우 서명지를 작성한 후 한의협 보험정책국으로 이메일(bohum@akom.org) 또는 팩스(02-6007-1122)로 제출하면 된다. 한의협 관계자는 “그동안 노인외래정액제는 노인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이용을 보장하는 등 고령층의 의료비 완충 장치 역할을 해왔지만, 정액 본인부담의 상한금액은 25년간 동결된 반면 매년 수가가 인상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제도의 제정 취지가 역할을 해나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최대한 많은 동의가 필요한 만큼 한의원 방문 환자는 물론 보호자, 가족과 지인 등 보다 많은 국민이 서명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안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2024년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연구보고서를 통해 노인외래정액제의 합리적인 개선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정액구간 상한이 23년째 동결돼 정책효과성이 저하되는 한편 이로 인한 재정 지출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노인외래정액제의 합리적인 개편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의원·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개선 필요성 강조 이를 위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에는 노인외래정액제 개편 관련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지만, 본인부담 합리화와 건강보험의 재정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노인외래정액제의 개편을 위한 논의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면서 “노인 의료비 부담 완화라는 제도 도입 취지가 충실히 달성될 수 있도록 정액·정률 구간과 금액기준을 수가 상승 등에 맞춰 조정하되, 소득 및 의학적 필요도를 고려해 본인부담을 차등화하는 등 세부적인 조정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2024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은 “한의진료에 대한 어르신의 접근성을 제고하고, 한의약산업을 육성하고자 한의과 노인외래정액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총액상한액에 한방의약품이 묶여 한의진료 환산지수 수가 인상에 따라 한방약품비 비율도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며 “정작 노인 환자에 필요한 한방의약품이 아닌 값싼 한방의약품을 처방·투약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히 “무엇보다 한의과 노인외래정액제를 개선해 환자에게 필요한 한방의약품을 투약처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남 의원은 “한방의약품 보험약가 단독 인상만으로는 노인외래정액제 총액상한액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요양기관에서 한의사가 진료비 총액에 좌우되지 않고, 진찰에 따라 환자에 맞는 처치, 환자에게 꼭 필요한 한방의약품을 처방·투약할 수 있도록 한의과 노인외래정액제 개선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
한의약 정책 확대 위한 현안 과제 점검[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 의무위원회(위원장 이준호·이하 위원회)가 11일 ‘제4회 전국 의무이사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군 관계자들을 위한 ‘우대 한의원 제도’ 추진과 의원 대상 감염관리 실태조사 추진 등 의무업무 전반을 논의했다. 감염관리 실태조사 대비…한의원 현실 담아 정책 개선 먼저 위원회는 ‘2주기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감염관리 실태조사’ 추진 경과 내용을 보고했다. 질병관리청이 주관해 3년 주기로 진행하는 감염관리 조사는 지난 ’21~’23년에 1주기 조사가 진행됐고,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이번 2주기 조사의 경우, 대상 기관 선정·안내는 7~8월, 본 실태조사는 8~12월로 예상된다. 현재 한의협은 △한의계 연구위원(공동위원장, 통계지원팀, 현장조사지원팀, 연구보조원) 추천 △한의원 용 설문지 작성 △현장조사 지원팀 추천 △실태조사 대비 감염관리 점검사항 및 실무가이드 제작 △원내 활용위한 감염관리 교육자료·보수교육 안내 등 지속적으로 실태조사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회의에서 의무이사들은 한의계가 가능한 범위에서 조사에 적극 참여해 현장의 현실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했다. 또한 한의원의 실제 운영 여건과 어려움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조사 기준과 내용을 지속적으로 조율해 나가는 한편, 참여 한의원들에게 제공될 보상 방안 및 조사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고민키로 했다. 군 관계자 우대한의원 사업 후속계획 점검 이어 한의협과 국방부가 지난 5월28일 체결한 ‘군 관계자 건강증진 및 의료복지 향상을 위한 한의의료 지원 업무협약’의 후속 추진계획을 검토했다. 협약의 골자는 양 기관이 사업 참여 한의원이 군 장병과 군 관계자를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비 일부를 자율적으로 감면하는 ‘군 관계자 우대한의원’ 제도를 도입해 군관계자들의 한의의료 서비스 이용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위원회는 사업 홍보를 위해 군 복지 플랫폼인 ‘밀리패스’와 국방부 인트라넷 등 다양한 홍보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국방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또 이번 사업을 군 의료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한의의료의 우수성을 알리고 정책 확대의 계기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의 이용 실적과 만족도, 치료 효과 등이 축적되면 향후 국방 분야뿐 아니라 한의의료 지원 정책 확대와 홍보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의 난임치료 표준화 추진…참여 확대 방안 논의 또 위원회는 한의 난임치료지원사업(이하 지원사업) 표준화 추진을 위해 일선 한의원을 대상으로 한 한의난임정보시스템 참여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한의협은 제도화에 필요한 대규모 난임 데이터 표준화의 필요성이 한층 강화됨에 따라, 현재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수행 중인 ‘한의 난임치료 확대 및 모니터링 평가지원 사업’의 한의난임정보시스템을 적극 활용키로 한 바 있다. 김동환 위원은 “지금까지는 사업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대규모 데이터가 부족해 정책 건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향후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해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한 정책 활동의 근거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특히 학술논문과 달리 정책 추진에는 대규모의 데이터가 요구되는 만큼, 전국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무이사들은 동일한 내용을 여러 차례 입력해야 하는 부담이 큰 만큼 참여 한의원의 부담을 줄이고 참여율을 높일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올해는 참여 의원들에 참여 독려 수준으로 운영하고, 2027년부터 참여 의원에 대한 지원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참여 의료기관의 입력부담 감소 방안 △난임 관련 데이터 수집 증대 방안 △남성 난임 차트 개발 필요 요청에 관해 여러 의견을 나눴다. 또한 한의 난임치료의 정책적 확대를 위해 시·도지부 의무이사들이 지역의 참여 한의원들에 협조를 독려하고, 현장의 불편사항과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제도 개선에 적극 반영키로 했다. ‘소아비만’ 국정과제 발맞춰…한의협, 선제적 대응 나서 아울러 위원회는 국정과제에 ‘소아비만 국가관리체계 구축’이 포함된 만큼 정책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향후 관련 수가나 시범사업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어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교의사업 관련 추진계획’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한의협은 ‘교의사업용 소아비만 예방관리 표준 강의안’을 교의사업 현장에서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할 계획이며,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표준화된 데이터도 수집해 향후 정책 제안의 근거로 활용할 방침이다. 더불어 위원회는 이 사업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참여, 건강보험 수가 개발 등 보다 큰 정책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전국 시도지부 의무이사들이 지역 교의사업 참여를 적극 독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앞으로 중앙회가 소아비만 예방관리 표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전국 시도지부와 협력해 사업을 확대하면서 객관적인 근거자료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근거자료는 향후 정부 정책과 시범사업 참여를 위한 핵심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지자체 한의약 정책·예산 확보 전략 마련…중앙·지부 협력 강화 또 위원회는 현재 지자체가 시행 주체인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한의학육성법에 의거)’과 ‘제9기(2027~2030년) 지역보건의료계획(지역보건법에 의거)’의 수립에 중요한 시기인 만큼 각 시도지부와의 업무연계를 강화해 사업 추진과 예산 확보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중앙회가 사업 추진 과정과 전략을 회원들과 더 긴밀하게 공유하고, 지역에서 먼저 사업을 기획하고 지자체에 제안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아울러 지자체마다 행정 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이 서로 다른 만큼, 지역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과 대관 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또한 이미 구축된 한의약 정책 플랫폼을 활용해 우수 사업을 참고하고, 예산 확보를 위한 설득 논리와 추진 절차를 함께 지원하는 한편, 중앙회를 비롯한 각 시도지부의 대관업무의 노하우를 공유키로 했으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있을 경우 중앙회와 함께 논의하며 중앙회는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24한상윤 원광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교육학회 회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원광대 한의과대학 한상윤 교수(한의학교육학회 회장)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코너를 통해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교육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대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집중한다. 어떤 내용을 교육과정에 포함할 것인지, 어떤 교수법을 사용할 것인지, 무엇을 평가할 것인지가 교육 논의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의학교육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왔다. 학생들은 정말 우리가 가르치려는 것만 배우는가. 의학교육에서 ‘숨은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이라는 개념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Hafferty라는 학자가 의학교육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제기한 이 개념은 공식 교육과정과 별개로, 조직 문화와 제도, 인간관계 속에서 암묵적으로 전달되는 가치와 규범을 의미한다. 그는 숨은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전문직 사회화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쉽게 말해, 교육자가 의도적으로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학생들이 학교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의료인이 되어야 하는가’를 학습 의학교육에서 숨겨진 교육과정을 분석한 최근 연구들은 학생들이 공식 강의보다 실제 교육 현장의 분위기와 상호작용 속에서 전문직업성을 강하게 학습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공감 능력, 의사소통 능력, 윤리적 민감성, 팀워크, 임상적 판단 태도와 같은 요소들은 공식 교과목보다 숨은 교육과정을 통해 더 강하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 JMIR Medical Education에 게재된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에서도 숨은 교육과정은 단순한 비공식 학습이 아니라 학생들의 전문직 정체성 형성(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 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환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학생은 단지 의학 지식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의료인이 되어야 하는가를 환경 속에서 학습한다는 뜻이다. 의학적 지식만 갖춘다고 의료인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숨은 교육과정이 중요하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 동료와 협력하는 방식,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자세 같은 것들은 교과서 몇 장이나 수업만으로는 익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교육 환경 속에서 오랜 시간 체화된다.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 학생 문화를 형성 그러나 숨은 교육과정은 긍정적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연구에서 숨은 교육과정은 위계적 문화, 질문을 억제하는 분위기, 감정 소진을 당연시하는 문화, 냉소적 직업관을 재생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숨은 교육과정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겉으로는 환자 중심 의료를 말하면서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환자를 질환명으로만 지칭한다거나 효율적 처리의 대상으로 다룬다면,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면서 학생의 질문을 번거로운 것 혹은 수업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학생들은 어떤 태도를 내면화하게 될까. 협업을 강조하면서 다른 직역에 대한 편견 섞인 언급이 자연스럽게 오간다면, 학생은 그것을 현실의 규칙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예민한 관찰자라 할 수 있다. 교수의 강의 내용을 받아 적는 동시에, 그 강의 내용이 실제 행동과 일치하는지를 본다. 환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지, 학생의 서툰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다른 직역을 언급할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존중을 잃지 않는지를 지켜본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종종 강의 내용보다 더 오래 남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숨은 교육과정이 교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학생들끼리 공유되는 문화 역시 강력한 교육적 힘을 가진다. 2015년 『의학교육논단』에 실린 「의과대학의 잠재적 교육과정과 학생문화」에서는 숨은 교육과정을 단순히 교수 개인의 무심한 태도로만 보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 학생 문화(student culture)를 형성하며, 그 안에서 선배의 행동을 모방하고 집단의 암묵적 규칙을 내면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식적으로는 협력과 성찰을 강조하더라도 실제 학생문화가 경쟁과 침묵을 장려한다면,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전혀 다른 가치일 수 있다. “이 과목은 이렇게 공부하면 된다”는 학습 전략뿐 아니라, “질문은 괜히 튀는 행동이다”, “실수는 들키지 않는 것이 낫다”, “힘든 것은 원래 참는 것이다” 같은 암묵적 메시지들도 학생 문화 속에서 전해진다. 공식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가치와 학생 문화가 충돌할 때, 학생들은 종종 후자를 더 현실적인 규칙으로 받아들인다. 숨은 교육과정은 한의학교육에 중요한 화두 이러한 숨은 교육과정은 한의학교육에도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된다. 한의학은 인간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환자의 개별적 맥락을 중시하는 철학 위에 서 있다. 그 발전 과정에서 진단과 치료의 기술만이 아니라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의료인의 품성 또한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그렇다면 한의학교육은 이러한 가치를 학생들에게 충분히 전달하고 있을까. 더 정확히 말하면, 공식 교육과정뿐 아니라 숨은 교육과정을 통해서도 그러한 가치가 일관되게 전달되고 있을까. 교육자는 흔히 강의안을 통해 교육을 설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오로지 강의를 통해서만 배우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무심코 보인 태도, 조직이 용인하는 문화, 선배 집단이 공유하는 규칙까지 모두 교육이 된다. 한의학교육이 정말 인간 중심 의료와 전문직업성을 지향한다면, 우리는 교육과정 개편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교육 문화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만큼, 학생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를 묻는 일이 필요하다. 강의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지만, 교육 환경 속에서 학생이 반복적으로 경험한 태도와 문화가 더 강한 교육 효과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숨은 교육과정은 이름 그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영향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교육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우리가 가르치지 않았던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 -
“현상 뒤에 숨은 기전(機轉)을 읽다: 온병의 시각으로 다시 보는 본질과 변증”[한의신문] 대한동의방약학회는 10일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온병(溫病)의 날: 두 거장 薛生白, 趙紹琴’을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총 2개의 파트로 진행됐으며, 오전에는 ‘설생백의 습열조변을 통한 임상 응용(이원행 회장)’이, 오후에는 ‘조소금 온병학술사상을 통한 임상 응용(정규석 원장)’을 주제로 각각 강연됐다. 텍스트를 넘어 임상의 이미지로 본과 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치열하게 학문에 매진해왔지만, 지식이 쌓일수록 오히려 실전 응용에 대한 막막함은 커져만 갔다. 책 속의 문장들은 파편화되어 떠돌았고, 복잡한 병기를 마주할 때면 어디서부터 사고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그러던 중 지난 겨울, 대한동의방약학회의 학생 대상 강의를 통해 모호했던 지식들이 머릿 속에서 이미지화되어 비로소 체계적으로 정합되는 경험을 했다. 학회 원장님들께서 임상 현장에서 쌓아오신 경험의 결과물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시는 모습에 깊은 감명과 흥미를 느꼈고, 기회가 닿는 대로 그 값진 가르침을 직접 듣고 식견을 넓히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 감사하게도 이번 정기학술대회에 학생 스태프로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고,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깨달음이 나를 설레게 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펜을 쥐었다. 본(本)을 향한 통찰: 습열의 층을 뚫어야 병이 낫는다 첫 강의를 맡으신 이원행 회장님께서는 태양, 온병, 습열이라는 세 가지 축에 대한 설명으로 강의를 시작하셨다. 가장 먼저 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은 “눈에 보이는 열(熱)과 독(毒)에 매몰되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흔히 불긋불긋한 아토피 환자를 보면 황금이나 황련과 같은 청열약을 떠올리지만, 그것이 온열(溫熱)이 아닌 습열(濕熱)일 경우 청열약의 남용은 오히려 습을 응체시켜 기기 소통을 방해하고 병태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셨다. 특히 ‘입은 마르나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것(口渴不欲飮)’과 ‘흉비(胸痞)’가 단순한 열증이 아닌 습의 결정적인 지표라는 설명은 변증의 정교함을 일깨워주었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과 처방을 1:1로 매칭하는 단편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환자 내면의 습을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예비 한의사로서 가져야 할 매우 중요한 태도였다. 이어 습열증의 병기가 ‘허(虛)→습(濕)→울(鬱)→열(熱)→독(毒)’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은 복잡한 질병의 전개 과정을 한 줄의 실로 꿰어주었다. 환자가 한의원을 찾을 때는 이미 열(熱)이나 독(毒)의 양상이 드러난 상태인 경우가 많지만, 그 출발점은 결국 ‘습’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의 핵심은 단순히 열을 끄는 것이 아니라, 습을 열어 울체를 소통시키는 ‘기기소통(氣機疏通)’에 있다. “습열을 풀면 여러 병이 한 번에 풀리고, 한 병을 풀려고 해도 습열의 층을 뚫지 못하면 낫지 않는다”라는 회장님의 말씀은 강의 내내 내 머릿 속을 맴돌았다. 본(本)이 습인 상황에서 섣불리 쓴 고한(苦寒)한 약들이 오히려 기기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은 임상의 엄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었으며, 결국 눈앞의 증상이라는 함정 뒤에 숨은 습열의 층을 정확히 읽어내고 뚫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의 시작임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습열 치료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진액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셨다. 습을 말리고 열을 내리는 과정에서도 ‘위진(胃津) 살리기’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습열 치료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이었다. 진액이 버텨주지 못하면 환자는 약력을 감당할 수 없기에 산약, 맥문동, 오미자, 계내금 등의 약재는 단순한 보조가 아니라, 치료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주요한 지점임을 깨달았다. 회장님께서는 “습열 치료는 요리와 같다”는 비유를 들어주셨다. 김치찌개에 필수 재료가 있듯, 습열 처방에도 ‘개상(開上)-창중(暢中)-삼하(滲下)’라는 뼈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다시 바라본 ‘곽향정기산’은 새로웠다. 주로 위장 관계 질환이나 외감 증상에 다용하는 처방으로만 이해했던 곽향정기산이 상초의 습을 치료하는 데 집중하고 하초의 힘을 뺀, 삼초 변증의 전략적 산물임을 이해하게 되자 처방이 입체적인 이미지로 다가왔다. 삼인탕과 엮어 삼초의 균형을 조절하는 치법의 원리를 배우며, 약을 이미지화하여 떠올릴 수 있게 되었고, 이를 응용한 처방들에 대해서도 사고를 확장해나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선폐(宣肺), 기화를 위한 필연적인 선택 이어진 정규석 원장님의 강의는 온열병과 습열병의 체계에 대한 분석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중 특히 “습열 치료의 출발점은 선폐(宣肺)에 있다”는 명제가 가슴 깊이 와닿았다. 습(濕)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몸 안의 기화(氣化) 작용이 원활해야 하고, 그 기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당연하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핵심이었다. 기의 흐름이 막힌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정체될 뿐이다. 결국 ‘기기선창’을 목표로 폐기를 먼저 열어주는 것이 습열 치료의 첫 단추임을 깨달았다. 나아가 이번 강의를 통해 온열과 습열이라는 두 변증 체계의 공통 분모가 결국 ‘기기의 소통’에 있음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막힌 기기를 소통시키는 것이기에, ‘기기선창’이라는 핵심 키워드 아래 풍약(風藥)과 량혈약(凉血藥)을 조화롭게 배합하는 기전은 임상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열증에 풍약만 쓰면 화기(火氣)를 부채질할 위험이 있고, 반대로 량혈약만 쓰면 기기가 응체되어 어혈이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을 배합함으로써 풍약이 기기 소통을 유지시켜 한응(寒凝)을 방지하고, 량혈약이 풍약의 조열을 억제하여 “통달 속의 청량”을 구현해낸다는 설명을 통해 처방의 구조를 명확하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원장님께서 제시해주신 의안들은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교훈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특히 1년 넘게 만성 설사를 하며 안색이 황색이고 기운이 없는 언뜻 보기에 ‘비허(脾虛)’인 환자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겉모습만 보면 보약을 써야 할 전형적인 허증 같지만, 맥을 짚어보니 활삭유력(滑數有力)하고 설태는 황니(黃膩)한 ‘습열 울결의 실증’이었다. 이 환자에게 섣불리 보약을 썼다면 오히려 실사(實邪)를 도와 병을 키웠을 것이다. 오히려 풍약으로 기의 문을 활짝 열어 약이 작용할 환경을 만든 후 량혈화어(凉血化瘀)하는 처방이 정답이었다. 만성 설사조차 허증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은, 예비 한의사로서 맥과 설을 통해 병기를 끝까지 추적하는 집요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게 했다. 강의를 듣는 내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아토피를 앓고 있는 동생의 모습이었다. 그동안 나는 피부가 매우 건조하고 가려움이 심하니 당연히 ‘혈허풍조(血虛風燥)’일 것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강의를 통해 배운 내용을 대입해보니 새로운 사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식습관, 왕성한 식욕, 그리고 평소 틈날 때마다 보았던 붉고 건조한 혀와 힘 있는 맥은 혈허가 아닌 ‘혈열(血熱)이 치성하여 진액을 손상시키고 풍사가 날뛰는 상태’를 가리키고 있었다. 건조함이라는 결과값에만 매몰되어 혈허로 피부를 영양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나를 되돌아보며 이렇게 또 한 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 순간이었다. 장막을 걷어내고 치유의 본질을 향하여 이번 학술대회는 단순히 효과적인 처방을 배우는 자리를 넘어, 환자의 삶과 증상 이면에 숨겨진 병기의 실상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살피는 한의사의 진중한 태도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아직은 배움의 초입에 서 있는 학생이지만, 선배님들께서 전해주신 통찰은 앞으로 내가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이어가야 할지 알려주는 든든한 기준점이 되어주었다. 강의실 문을 나서며, 단편적인 정보에 안주하지 않고 환자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정진하겠노라 다짐해 본다. 이날 마음에 새긴 치료의 원칙들과 임상의 엄중함을 소중한 자양분 삼아, 언젠가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따스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결실을 맺고 싶다. 귀한 임상의 정수를 아낌없이 나눠주신 이원행 회장님과 정규석 원장님, 그리고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이 특별한 장을 마련해 주신 대한동의방약학회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18)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최근 한의학계의 학술 동향을 살펴보면, 진단과 치료에 있어 정밀한 의료기기를 활용하고 근거 중심의 임상 테크닉을 다루는 강좌와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상 현장의 객관성을 높이고 치료의 재현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현대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당연하고도 중요한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술과 술기(術技)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될수록, 한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품고 있는 거대한 사유의 숲을 거니는 본연의 학습이 다소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은 아닌지,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로서 깊은 상념에 잠기게 된다. 한의학은 단순한 의료 기술의 집합체가 아니다. 인간과 자연, 생명과 질병의 관계를 통찰해 온 거대한 인문학적 축적물이다. 진정한 醫道를 세우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천을 읽어내는 醫史學, 다양한 학파의 치열한 논쟁과 철학을 담은 各家學說, 그리고 역사를 수놓은 한의학 인물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東醫寶鑑』과 『方藥合編』 같은 불멸의 한의학 서적들, 선배 의가들이 남긴 치열한 고민의 흔적인 醫案과 개인 경험방, 나아가 민간의 삶과 함께 호흡해 온 의료 문화와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었던 궁중의료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탐구하고 학습해야 할 ‘한의인문학(韓醫人文學)’의 핵심 자산들이다. 그렇다면 이 방대한 한의학의 바다를 어떻게 항해할 것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도구를 주목해야 한다. AI를 단순히 최신 유행 기술이나 서양의학의 전유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한의학의 본질에 더 깊이 다가가고 지식을 확장하기 위한 강력한 ‘학습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AI의 기초적인 작동 원리를 살펴보면, 최근 각광받는 거대언어모델(LLM)이나 딥러닝 기반의 자연어 처리(NLP) 기술은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순식간에 학습하고 그 안에서 유의미한 패턴과 맥락을 찾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과거에는 한자(漢字)와 고문에 대한 깊은 조예, 그리고 평생에 걸친 독서가 있어야만 가능했던 문헌 간의 교차 검증과 개념의 연결이 이제는 AI의 보조를 통해 훨씬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방대한 고문헌 속에서 내가 원하는 지혜를 찾아내 줄 지치지 않는 ‘디지털 書童’을 곁에 두는 것과 같다. AI를 활용한 효과적인 한의학 학습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까? 첫째, 문헌의 입체적이고 융합적인 독해다. 예를 들어 특정 병증을 학습할 때, AI 프롬프트를 활용하여 『동의보감』에 나타난 철학적 병리기전과 『방약합편』의 실용적 투약 지침을 동시에 비교 분석하게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한의학이 어떻게 실용적으로 변화해 왔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둘째, 숨겨진 지식의 발굴과 치료술의 재발견이다. 과거 문집이나 야사 속에 흩어져 있는 조선 시대의 의안들이나 궁중의료의 기록, 그리고 명의들의 개인 경험방 데이터들을 AI에 학습시키고 분석하면, 육안으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웠던 특정 본초의 배합 비율이나 숨겨진 치료술의 패턴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이는 곧 죽어있는 활자를 살아있는 임상 지식으로 치환하는 과정이다. 셋째, 대화형 AI를 통한 한의인문학적 사유의 확장이다. AI는 질문하는 만큼 답을 준다. 특정 각가학설이나 한의학 인물의 학술적 계보에 대해 AI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답을 주고받다 보면, 학습자는 단순한 암기를 넘어 스스로 질문을 정교화하게 된다. “조선 후기 실학의 발달이 의학 인물들의 사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와 같은 거시적인 질문을 던지고 AI와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곧 한의학적 사고력을 기르는 훌륭한 훈련이 된다. 첨단 진단 기기가 우리의 눈을 밝게 해준다면, 의사학과 한의 문헌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은 그 진단을 해석하고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중심(中心)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기술의 발전이 한의학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미처 다 읽어내지 못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더욱 선명하게 밝혀주는 등불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AI 시대, 한의학의 위기는 기술에 뒤처지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유한 인문학적 사유의 깊이를 잃어버리는 데서 올 것이다. 후학들이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지혜롭게 활용하여, 파편화된 지식을 넘어 한의학의 거대한 숲을 조망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융합형 인재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이 눈부신 기술의 시대에 한의학이 생명력을 잃지 않고 더욱 찬란하게 진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
“한의약 기반 전문의약품 관련 제도 개선 시급”[한의신문]한의약 기반의 전문의약품을 한의사가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가 7일 청주 소재 오스코에서 의료제품과 관련해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를 비롯한 전문가, 기업 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식의약 정책이음 열린마당(의료제품편)’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한의협 강민정 약무/보험이사는 한의약 기반의 전문의약품을 한의사가 처방하는 과정에서 보험 적용이 충분히 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이사는 “한의학적 지식과 한약재를 기반으로 개발된 전문의약품을 한의사가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 지속 중”이라며 “식약처에서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의사는 천연물의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천연물 유래 전문의약품 중 일부(구 천연물신약)는 양의사만 건강보험 급여 인정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의사는 급여 약제로 사용할 수 없고 환자 부담 가중 문제로 적극적인 사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제도적 불평등의 한 원인은 과거 천연물신약 허가 당시 식약처가 해당 의약품을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인 생약제제로 판단했기 때문인데, 식약처가 한약재 기반 의약품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한의학적 원리를 활용했음을 명시하고 한의사에게도 양의사와 동일한 보험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강 이사의 주장의 핵심이다. 이어 강 이사는 “한의학 기반 천연물 원료의 약리 메커니즘과 임상적 특성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국내 유사 사례를 분석해 현행 의약품 분류 체계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구축하도록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이하 천연물연구원)의 역할이 확장돼야 한다”며 “연구원이 국내 천연물 의약품에 맞는 새로운 규제 과학의 기반을 세우는 전략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현재 의약품 평가 체계는 단일 성분 기준에 맞춰져 있어 한약 처방 고유의 특성인 다성분 타겟 효과를 충분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구원이 한약과 케미컬 성분 합성에 대해 연구하고 한의사들이 실제 임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사례를 분석 연구해 천연물 관련 의약품에 대한 한의학 기반과 처방 원리를 반영한 품질 안전평가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강 이사는 “천연물연구원은 한의학 천연물 분야 융합형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규제 기관과 산업계, 한의학계 간의 소통 역량을 높이고 천연물 의약품의 연구개발에서부터 임상 활용까지 전 주기적 생태계를 지원하는 허브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오유경 처장은 “천연물연구원에서 초대 원장과 함께 향후 기틀을 잘 잡을 것이라 기대하고, 한약이나 생약제제의 전 주기적 안전품질 관리는 데이터로 실행되는 만큼 약리학적 기전과 여러 데이터를 쌓아 규제 과학적인 연구를 많이 할 것”이라며 “특히 연구원은 한의대, 의대, 약대, 식품공학, 화장품 등 다학제로 구성돼 한약과 생약제재의 규제 과학적 연구와 더불어 신소재 식품, 화장품까지 협업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한약재의 품질관리 시험장비 마련의 인적·비용적 부담 해소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을 묻는 질의와 관련해 오 처장은 “그동안 한약재 관련 개방형 시험실은 서울에만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았지만 천연물연구원에 개방형 실험실을 마련해 한약재의 품질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을 지원하려 한다”며 “개방형 실험실의 구축에 좀 더 속도감를 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업계는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의약품 포장재 수급문제 해소를 위해 현행 연간 제조 수입량의 10%를 소포장으로 공급해야 하는 의무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식약처는 소포장 공급 의무 완화와 관련해 대상과 규모, 소포장을 사용하는 국민들과 대포장 전환 시 남을 재고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업계 및 관련 협회와 협의를 진행해 협의안을 도출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는 학계와 업체들이 의약품과 화장품을 개발하고 제품화하기 위한 과정을 돕기 위해 원스톱으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상담 전화(1551-3655)를 안내했다. -
溫病의 날, 설생백·조소금 두 거장의 학술사상 집중 조명[한의신문] 대한동의방약학회(회장 이원행)는 10일 은행회관빌딩 국제회의실에서 ‘온병(溫病)의 날: 두 거장 薛生白·趙紹琴’을 주제로 2026년 대한동의방약학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 온병학의 대표적 두 축인 설생백(薛生白)과 조소금(趙紹琴)의 학술사상을 현대 임상에 접목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한의사 회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오전에는 이원행 회장이 ‘설생백의 습열조변을 통한 임상 응용’을, 오후에는 정규석 원장이 ‘조소금 온병학술사상을 통한 임상 응용’을 주제로 각각 강연에 나섰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는 고전 온병학을 단순한 외감 열병 치료론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난치성 피부질환 △만성 장질환 △감염 이후 후유증 △반복되는 피로와 두면부 불청 △습열·화울·기기울체가 얽힌 내상잡병까지 확장해 읽는 데 초점을 맞춰 병명 중심 접근보다 병기와 처방 구조를 읽는 임상 훈련에 방점을 두고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설상백의 ‘습열조변’, 하나의 임상 지도로 재구성 이날 이원행 회장은 강의를 통해 청대 설생백의 ‘습열조변’ 46조 전체를 하나의 임상 지도처럼 재구성했다. 강의는 ‘원문 강독’보다 ‘조문이 놓인 자리’를 읽는 데 중점을 두고, 1조 총강에서 시작해 8조 막원, 9·10·11조 삼초 분치, 12·13·14조 설진 감별, 후반부의 상역·하리·영혈·서병·이질 감별까지 이어지는 전체 구조를 설명했다. 또한 습열을 양명·태음의 병으로 파악하고, ‘허→습→울→열→독’으로 전개되는 병리 흐름 속에서 개상(開上)·창중(暢中)·삼하(滲下)의 치료 공학을 제시했다. 아울러 삼인탕과 곽향정기산의 구조, 막원과 달원음의 의미, 갈근·마황·산약을 둘러싼 태음인 용약법과의 접점도 함께 다루며 ‘습열조변’을 현대 외래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진단·처방 알고리즘으로 풀어냈다. 특히 이 회장은 구갈이 있어도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구갈불인음(口渴不引飮)’, 설태와 흉비, 신중, 대소변 양상 등 습열 진단의 실제 지표에 대해 강조하는 한편 습열 치료에서 자음제 오용, 발한 일변도, 청열 과다, 오래된 이질의 성급한 온보를 주요 오치로 제시하고, 모든 공격축의 마지막 방어선은 위진 보존이라고 설명했다. 온병학이 내상잡병으로 확장되는 논리 제시 이어진 강의에서 정규석 원장은 조소금의 기기선창(氣機宣暢)·기기조창(氣機調暢) 사상을 중심으로 온병학이 내상잡병으로 확장되는 논리를 제시했다. 그는 조소금 학술사상의 핵심을 △기기선창 △화울관(火鬱觀) △혈기유통관(血氣流通觀)으로 정리하고, 외감 온병과 만성 내상잡병이 병인은 달라도 ‘사기가 기기를 저해하고 열이 울체되며 기혈이 통하지 않는 상태’로 귀결될 때 같은 치법을 공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 원장은 위기영혈 변증을 단순한 병위 단계론으로 보지 않고, 사기가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는가의 문제로 재해석하는 한편 습열 치료의 대원칙으로 ‘치습열필선치습(治濕熱必先治濕), 치습필선화기(治濕必先化氣), 화기필당선폐(化氣必當宣肺)’를 제시하며, 선폐·개상·창중·삼하의 순서가 임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와 함께 풍약을 단순 해표약이 아니라 기기를 열고 현부와 주리를 통하게 하며, 청양을 올리고 습을 움직이는 다기능 도구로 해석하면서, 형개·방풍·백지·독활 등 풍약과 생지유·적작·단삼 등 양혈화어약의 배합을 통해 기분과 혈분을 동시에 조정하는 기혈쌍조의 처방 구조도 소개했다. 이밖에도 △만성 설사 △불면 △피부소양 △건선 △말초 순환장애 △중증 아토피 △반복 코피 △소아 틱 △다낭신장병 등 다양한 의안과 임상 응용례를 제시한 정 원장은 “만성병에서 피로·무력·부종·안색불량이 보인다고 곧바로 허증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면서 “깊은 맥과 설태·설질, 열감과 배출 양상을 함께 보아 실사가 만든 허상을 감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원행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상한·온병·사상의학을 분리된 학파로만 보지 않고, 실제 임상에서 병기를 해석하고 처방을 구성하는 통합적 언어로 재배열하는 학술 방향을 제시했다”면서 “이를 통해 온병학의 고전적 깊이를 실제 외래의 진단·처방 감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회장은 “앞으로도 대한동의방약학회는 고전 처방의 문헌적 이해와 현대 임상 적용을 연결하는 심화 교육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며 “한의사 회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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