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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2025 한의혜민대상’ 수상[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가 주최하고, 한의신문사가 주관한 ‘대한한의사협회 창립 127주년·한의신문 창간 58주년 기념식 및 2025한의혜민대상 시상식’이 11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개최된 가운데 영예의 한의혜민대상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한약이 간 건강에 효과적임을 입증한 원성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수상했다. 이날 윤성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광복 8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맞아 우리 한의계도 한의약의 진정한 광복을 위해 힘겨운 여정의 한복판에서 내일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한의사의 X-ray 사용 합법화의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한 해”라고 운을 뗐다. 윤 회장은 또 “한의계에는 자동차보험에서의 한의진료권 확보, 장애인 주치의제·노인주치의제 등의 추진을 통한 통합돌봄 서비스에서의 한의 영역 확대, 한의약 보장성 강화, 한의사 인력을 활용한 지역의료 공백 해소 등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앞으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의료체계 확립과 한의사의 정당한 권리 회복을 위해 흔들림 없이 전진하고, 또 전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축전을 통해 “대한한의사협회는 국민 곁에서 전통 한의학의 가치와 우수성을 지켜내며 건강 증진과 의료 공공성 강화에 기여해왔으며, 한의학은 이제 민족의학을 넘어 세계로 뻗는 K-의료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힘쓰는 의료로 자리잡길 기대하며, 제도 개선과 연구 기반 강화에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나경원·서영교·진성준·김영배·김형동·윤종군 국회의원, 신준수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 정태길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 등이 함께 하며 앞으로 한의학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통합의료와 돌봄, 고령사회의 건강관리에 더욱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며,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바쁜 일정으로 직접 참석하시는 못했지만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 주호영·이학영 부의장,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 남인순·전현희·이수진·임오경·전진숙·김남희·한창민 의원이 동영상을 통해, 장종태·김문수·조지연 의원은 축전을 통해 국민건강 증진의 최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는 한의사 회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함께 할 의지를 전했다. ▲대상 원성호 교수(사진 왼쪽)와 각 수상자들 한창 한의협 총무·의무이사와 방송인 장영란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정유옹 한의혜민대상 심사위원장(한의협 수석부회장)은 수상자 발표를 통해 원성호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가 선정됐음을 밝혔다. 정 위원장은 심사평을 통해 “원성호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67만 여명에 이르는 환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약인성 간 손상 인과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며 “이를 토대로 한의의료기관의 한약 처방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한약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고 소개했다. 대상을 수상한 원성호 교수는 “그동안 질병의 원인 인자 규명, 약물부작용 효과 규명 등 주로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한의약에 대한 지식은 많지 않은데, 한의혜민대상이라는 큰 상을 수상하게 돼 감사드린다”며 “이번 연구를 진행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이상헌 교수님과 양태현 연구원, 안주희 교수님에게 감사드리며, 이 연구 결과가 향후 한의계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의혜민대상 특별상’은 국민건강 증진 및 한의약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친 △김봉현 경상북도한의사회장 △조옥현 전라남도한의사회 기획이사 △김영옥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김용성 경기도의회 의원 △고호연 세명대 한의과대학 교수가 각각 수상했다. 이와 함께 이날 행사에서는 손주희(가천대)·박재웅(대전대)·소유진(우석대) 학생에게 장학금이 전달됐으며, 한의대생으로 구성된 대한한의사협회 앰배서더 가운데 활발한 활동으로 한의약의 가치를 널리 알린 진다연(동국대)·이주은(원광대)·노한별(부산대)·조유준(대구한의대) 학생에게 감사패가 전달됐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임채윤 대한한약사회장, 성관호 서울약령시협회장, 최형일 한의약산업발전협의회 총회 의장, 박상태 대한한약협회 부회장, 이종안 한의협 대의원총회 부의장, 장준혁 한의협 감사, 정준택 한의협 시도지부장 협의회장(인천시한의사회장), 박성우 서울시한의사회장, 이용호 경기도한의사회장, 이원구 대전시한의사회장, 최도영 대한한의학회장, 박완수 가천대 한의대 학장, 이병욱 동국대 한의대 학장, 김성철 원광대 한의대 학장, 안병수 대한약침학회장, 김주영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 부단장, 이만희 대전대 한의대 총동문회장, 유지환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법제이사, 배성한 한국CTS 대표 등이 참석해 시상식 개최를 축하했다. -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➓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의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한약의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설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겐아민의 작용을 통해 본 부자의 현대적 기전 부자(附子)는 전통 한의학에서 온리약의 대표로 꼽히며, 고전적으로 회양구역(回陽救逆), 온신장양(溫腎壯陽), 온중거한(溫中祛寒), 온심통양(溫心通陽)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설명되어 왔다. 병태 자체는 각각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심장·혈류·대사 기능의 반응성이 저하된 상태”라는 하나의 중심 축을 회복시키는 약이라는 점에서 서로 이어진다. 즉, 부자는 단순히 몸을 덥히는 약이 아니라 기능이 한계점 아래로 떨어진 생리 회로를 ‘다시 켜주는’ 약이며, 이 작동의 첫 스위치가 바로 하이겐아민(higenamine)이다. 이 연재에서는 부자의 본질을 해부하듯 하나씩 짚어보려 한다. 첫 글은 하이겐아민을 통해 부자의 온리약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보고, 이후 글에서는 포제가 부자의 본질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부자가 어떤 병태에서 적중하는지, 어떤 병태에선 부담이 되는지, 부자와 육계·파고지의 차이, 부자의 안전성·용량 설정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부자는 독성이 강한 약이어서 조심해야 하는 약이 아니라, “정확히 쓰면 누구보다 정밀하게 작용하는 약”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이 연재 전체의 목표이다. 하이겐아민은 어떤 성분인가 — 부자의 온리약성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조절자 하이겐아민은 벤질아이소퀴놀린(benzylisoquinoline) 계열의 알칼로이드로, 부자·오두를 비롯한 Aconitum 계열에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로 들어 있다. 연꽃의 씨앗, 서장경, 소엽 등 다른 식물에도 검출되지만 그 양은 극히 낮아 약리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 부자에서 하이겐아민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부자에 존재하는 아코니틴 유도체·다당류·페놀류와 결합하여 온리약성을 관통하는 ‘반응성 회복 기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이겐아민 단일물질을 투여했을 때보다 포제부자에서 얻어지는 하이겐아민-알칼로이드-다당류 복합체의 작용이 훨씬 넓고 정교하다는 점이 여러 실험에서 확인되고 있다. 하이겐아민은 β-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자극하는 물질로, 생리적으로는 심장 수축력·심박수 증가, 말초·중심부 혈류 개선, 대사 반응성 증가 등의 작용을 나타낸다. 이 작용은 전통 문헌에서 부자에게 부여된 네 가지 온리 효능—회양구역, 온신장양, 온중거한, 온심통양—모두에 대응되는 기전이다. 전통의 언어로는 ‘양기 회복’, ‘한을 몰아낸다’, ‘신양을 도와준다’라는 표현이지만, 현대 약리학의 언어로는 “심장·혈관·대사 축의 반응성을 다시 정상 범위로 끌어올리는 약리”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이겐아민이 부자에서만 강력하게 의미를 갖는 이유 — 포제가 만들어주는 ‘약성이 드러나는 환경’ 하이겐아민은 구조적으로 비교적 순한 자극 성분이지만, 생부자 상태에서는 아코니틴·메소아코니틴·하이포아코니틴 등 강력한 독성 알칼로이드에 의해 그 작용이 사실상 가려져 있다. 생부자는 강한 신경독·심장독 때문에 생리 회로가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므로, 하이겐아민의 조절성 작용은 거의 발현되지 않는다. 부자의 포제는 단순한 독성 제거가 아니라, 이러한 독성 알칼로이드를 벤조일아코니틴·벤조일메소아코니틴 등 저독성·조절성 구조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다. 이 전환이 이뤄져야만 하이겐아민의 심혈관·대사 조절 작용이 본래의 의미를 가지며, 부자가 온리약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생리적 환경이 형성된다. 즉, 하이겐아민의 작용은 생부자에서는 위험성이 더 크지만, 포제부자에서는 “저반응성 회복”이라는 치료적 의미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하이겐아민이라는 물질이 부자의 약성을 만들고 있지만, 이 물질이 단독으로 약처럼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포제로 조정된 전체 성분 구조 안에서 약성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포제가 없으면 하이겐아민은 약이 아니라 수많은 독성 신호에 묻힌 미약한 자극일 뿐이다. 포제는 하이겐아민을 활성화시키는 과정이며, 부자를 부자답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생약학적 공정이다. 하이겐아민의 약리 기전 — 부자의 온리 효능 네 가지를 관통하는 하나의 생리학적 축 하이겐아민의 첫 번째 작용은 심장이다. β1-수용체를 자극하면 심근 수축력과 반응성이 증가하여 회양구역·온심통양 효과의 토대가 된다. 한의학에서 ‘심양이 쇠한 상태에서 기운을 끌어올린다’고 표현하는 병태들이 현대적으로는 “심장의 반응성이 저하된 상태에서의 기능 회복”과 대응된다. 두 번째는 혈관 반응성이다. β2-수용체 자극을 통해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혈류가 개선된다. 이 과정은 냉성 통증 완화, 복부·사지 냉감 감소, 근육 긴장 완화와 연관되며, 온중거한·산한지통이라는 전통적 표현을 현재의 생리학에 맞게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세 번째는 대사 활성이다. 하이겐아민은 미토콘드리아의 산화적 인산화를 촉진하고 ATP 생산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양허·노쇠·저대사 상태에서 떨어진 기초대사량을 회복시키는 작용이며, 온신장양의 핵심 기전을 현대적으로 설명해준다. 전통에서 말하는 ‘신양의 회복’은 호르몬 축·대사 축·심장 반응성의 통합 회복에 가깝다. 이 세 가지는 각각 다른 작용이지만, 최종적으로는 “반응성이 떨어진 생리 회로를 다시 작동 가능한 레벨로 끌어올리는 약성”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구조로 모인다. 부자를 단순히 ‘뜨겁다’고 설명하는 것은 본질의 극히 일부만 설명하는 것이며, 실제 본질은 ‘저반응성 회복’이다. 부자는 모든 사람에게 잘 듣지 않는다 — 소음인에게 유난히 잘 맞는 이유 임상에서 부자는 특정 환자에게는 극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만, 어떤 환자에게는 부담이 되거나 체감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약의 강도가 아니라 ‘반응성 병태의 차이’이다. 부자가 잘 맞는 병태는 공통적으로 저대사·저혈류·저반응성 상태이며, 이는 한의학적으로 소음인의 병태와 가장 밀접하게 겹친다. 소음인은 기본적으로 대사 기능이 낮고, 추위에 약하며, 심박 반응성이 둔하고, 아침 피로가 심하고, 복부 깊은 구조물이 차가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생리적 구조는 하이겐아민이 가진 “작동 스위치” 역할과 매우 잘 맞아떨어진다. 반면 교감신경이 과흥분되어 있거나, 염증성 열이 지속되거나, 태양·소양처럼 반응성이 높은 체질에서는 부자의 β자극·혈류 자극이 불필요하거나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때의 불편감은 “부자가 독해서”가 아니라 “병태와 맞지 않아서” 생긴다. 부자는 강한 약이 아니라, 맞는 사람에게만 정밀하게 작동하는 약이며, 그 판단의 핵심이 바로 ‘기초 반응성’이다. 하이겐아민과 도핑 금지 — 부자의 힘을 보여주는 현대 생리학적 증거 하이겐아민은 2017년 이후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금지 성분으로 분류됐다. 이유는 β-아드레날린 자극으로 운동능력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부자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자가 심혈관·근육·대사 기능을 실제로 끌어올릴 수 있는 생리적 힘을 가지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단, 이것은 반응성이 높은 운동선수에게 과자극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고, 반대로 반응성이 낮아진 양허·저대사 환자에게는 조절적 치료작용이 된다. 같은 물질이 병태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부자는 특히 병태 판정이 중요한 약이다. 결론 — 부자의 온리약성은 하이겐아민을 중심으로 한 ‘반응성 회복’이다 부자의 네 가지 온리 효능—회양구역, 온신장양, 온중거한, 온심통양—은 각기 다른 상황에서 쓰이지만, 결국 하나의 병태, 즉 저반응성 생리 상태를 회복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축을 이룬다. 이 축의 첫 작동, 즉 “생리적 점화(ignition)”를 담당하는 것이 하이겐아민이며, 포제로 조정된 부자의 성분 구조 안에서 비로소 치료적 의미로 드러난다. 이번 글에서는 하이겐아민의 약리와 부자의 온리약성을 이루는 중심축을 다루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포제가 왜 부자의 본질을 만드는 과정인지, 부자가 적중하는 병태와 금기 병태는 무엇인지, 부자와 육계·파고지의 차이는 무엇인지, 현대 임상에서 부자를 어떤 기준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의 내용으로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부자는 강한 약이 아니라, 올바른 병태에서만 강하게 정밀하게 작동하는 약이며, 그 본질을 이해하면 그 어떤 약보다 쓰임이 명확한 약이다. -
김영우 동국대 한의대 교수, 한의학 세계화·표준화에 기여[한의신문]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김영우 교수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마카오에서 개최된 ‘한약(생약)규격국제조화포럼(Forum for the Harmonization of Herbal Medicine, 이하 FHH)’ 2분과 회의에 위원장(한국대표)으로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발제를 진행했다. FHH는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서태평양지역 6개국(한국·중국·일본·홍콩·베트남·싱가포르)의 천연물 의약품 관련 정부 보건 당국자 및 학계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국제 회의로, 최근 미국(USP), WHO, 스위스(HPTLC 협회), 마카오, 태국 등도 참여해 한약 및 한약(생약)제제 정책 및 관리의 국제조화를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2021년 의장국을 맡으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FHH를 주도했으며, 2021년부터 김영우 교수가 2분과 위원장(한국대표)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최근 ‘반하 ATLAS 표준도감’이 식약처 주도로 FHH 정식 표준으로 선정됐는데, 이러한 선정 절차에도 적극 기여했으며, 해당 연구는 김영우 교수가 주저자로 국제 SCIE journal에 투고해 심사 중이다. 이번 회의는 마카오 대학교에서 개최된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10여개 국이 참여했으며, 김영우 교수는 위원장으로서 전체 회의를 주재하고, Atlas 표준도감 반하 후속 품목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한약 감별 표준도감 및 FHH 누리집 운영성과 등을 발표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연구소에서 ‘AI를 활용한 의학 연구’를 수행 중인 김영우 교수는 “이번 국제 회의가 한국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최근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AI는 한의학의 강점인 환자 맞춤의학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앞으로 한국의 표준화된 우수 한약을 AI 기술과 접목해 한의학의 국제 표준화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약재 수급조절제 부실 운영…개선 시급”[한의신문] 한약재 수급조절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서울송파구병·보건복지위)은 지난달 30일 “한약재 수급조절위원회 운영 업무가 2021년 보건복지부에서 한의약진흥원으로 이관되면서 부실 운영에 따른 민원과 특혜 의혹이 지속 제기되고 있어 운영규정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이와 관련 복지부에 서면 질의했다. 남 의원실에 따르면 한약재 수급조절제도는 국산 한약재 생산기반을 보호하고, 유통 한약재의 품질 및 가격안정을 위해 수입량과 배정량을 관리하는 제도로, 수급조절 대상 한약재는 국내에서 상당량이 재배되거나 국내 생산량이 소요량을 초과하는 것으로 품질이 우수한 한약재인 총 11품목(구기자, 당귀, 맥문동, 산수유, 오미자, 일당귀, 작약, 지황, 천궁, 천마, 황기)이라고 설명했다. 남 의원은 “한의약진흥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 수입량 배정 기준과 관련 배정산식, 수매실적 인정품목, 증빙서류 등의 항목이 운영규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며 “관련 업계와 전문가 등 현장 의견을 수렴해 ‘한약재 수급조절위원회 운영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 의원은 “2024년도 천궁 수입배정량은 100톤으로, 천궁 배정을 신청한 32개 신청업체 중 18개 업체는 배정하지 않고 14개 업체에 배정했는데, 씨케이(주)에 천궁 수입배정량 100톤 중 48톤을 몰아주기로 배정한 특혜 의혹에 대해, 한의약진흥원은 수급조절 제도운영에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특정 업체에 상식 밖으로 높은 비율의 한약재가 배정된 것은 문제며, 공정한 배정이 이뤄지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남 의원은 “한약 제조업체들은 수급조절품목 한약재를 신청할 때, 실제 배정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통상 11개 수급조절 품목을 고루 신청하는데, 씨케이는 수급조절위원회 운영 업무가 한의약진흥원으로 이관되기 전에는 수급조절품목 11개 품목을 모두 신청했으나 이관 후 신청 품목을 선택적으로 줄이는 정황을 보였다”며 “2024년도 국산 한약재 전체 수매 실적 727톤 중 씨케이의 수매 실적은 69톤으로 9.5% 비중임에도 천궁 전체 배정량의 절반 가량을 배정받아, 배정 기준의 형평성과 합리성에 심각한 의문이 들고 있어 수입 배정량의 30% 가량을 신청업체에 고루 배정하며, 특정 품목을 특정업체에 몰아주기 배정을 하지 않도록 상한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남 의원은 “씨케이의 경우 hGMP 한약 제조업체임에도 ‘작약’이 아닌 ‘작약두’, ‘작약미’ 등과 같은 저품질 원료를 수매했으며, 규격품 한약재 원재료로 사용하지 않고 ‘농산물’로 공급했음에도 불구, 국산 한약재 수매 실적으로 인정해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남 의원은 지난달 15일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씨케이 김동락 대표에게 “씨케이가 제출한 한약재 수매 실적 증빙서류에 작약두가 포함돼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문의하니 작약두를 작약으로 제조·판매할 경우 품질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데, 문제가 없다고 보나”라는 질의했다. 이에 김 대표는 “작약두, 작약미 등 한약재가 생약규격집에 적시된 품질 기준, 관능 기준에서는 부적합해 규격품 한약재로는 제조할 수 없지만 한약 제제, 생약 제제를 만드는 엑기스 업체에 공급된 것이 관례”라고 답변했다. 남 의원은 “‘대한민국약전(KP)’에 수재된 한약재는 작약이며, 작약두와 작약미 등은 수재돼 있지 않다”면서 “작약의 1근당 도매가격은 약 7500원인데, 작약두는 1근당 2000원, 작약미는 1근당 1500원의 저품질 원료”라고 꼬집고 “씨케이가 2023년 4차례에 걸쳐 총 2만6760근, 즉 1만6056kg의 작약두를 수매한 사실이 확인돼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약사감시를 한 결과 씨케이가 작약두를 수매해서 규격품 한약재를 제조하지 않고 전량 농산물로 한방제약사 등에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규격품 한약재가 아닌 농산물 공급용을 한약재 수입량 배정 기준인 국산한약재 수매 실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국산 한약재 수매 실적 인정품목에 대한 세부 기준 및 의약품 용도 외 사용 방지를 위한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 의원은 국산 한약재 수매 실적 증빙자료 인정 기준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한의약진흥원에서는 국세청 홈텍스를 통해 발행한 전자계산서 외 생산자증명서, 원산지증명서 등을 국산한약재 수매량 인정 증빙자료로 허용해 왔으나, 실제 거래 여부와 세금신고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수매실적을 인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증빙자료 세부 인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국산 수매 실적의 경우 국내 한약재 자원 보고 등 제도 취지에 따라 대한민국 약전에 포함된 한약재는 부위 구분 없이 인정하고 있다”며 “한방 제약회사의 한약재 수급조절 품목 배정과 간련해 관련 협회의 의견 수렴과 위원회 논의 등을 통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
한의약의 글로벌화를 향한 발걸음(下)안상영 박사 (한국한의약진흥원–WHO 본부 파견) (한의사 최초 WHO 본부 파견)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소속으로 2016년 2월부터 3년 동안 WHO 본부 전통보완통합의학 부서에서 파견 근무를 수행했습니다. 이 파견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MOU를 체결했던 ICD 담당 부서가 우리나라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이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WHO 본부 전통보완통합의학 부서와 새로운 MOU를 체결하게 되면서 이루어진 기회였습니다. 중국인 과장 아래에서 중국, 일본, 인도 출신의 동료들과 함께 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첫 해에는 여러 제안이 거절되기도 했지만, 마지막 6개월 동안은 중국인 과장의 대리를 맡아 책임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의 영향력이 워낙 커서, 어느 날 퇴근길에는 문득 “여기가 제네바인지, 북경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경희대학교) WHO 본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ICD-11 전통의약 챕터 개발에 우리나라 전문가가 참여하고 계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2017년 8월에는 경희대학교에서 ‘침구진료의 질적 향상과 개선’을 주제로 WHO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였고, 이후 침구진료의 질적 향상 체크리스트를 개발하여 경희대학교를 포함한 4개국 13개 의료기관에서 파일럿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일차보건의료 선언문) 1978년 알마아타 일차보건의료 선언 4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2018년 아스타나 선언문에 전통의약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는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6개월이 넘는 협의 끝에 traditional knowledge와 traditional medicines를 선언문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 선언문을 바탕으로 진행된 제72차 세계보건총회 결의문 WHA72.4에도 전통의약 관련 내용이 포함되었으며, 이어서 채택된 2019년 및 2023년 유엔 총회 결의문에도 전통의약이 반영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Primary Health Care에서의 전통 및 보완의학(Traditional and Complementary Medicine in Primary Health Care)』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귀국, 퇴사, 저술, 실업수당, 저술) 2019년 2월, WHO 본부 파견 근무를 마치고 연구원에 복귀하였으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의약과 WHO의 협력 기록』을 발간하였습니다(한의신문, 2019년 5월 17일). 이후 같은 해 6월 연구원을 퇴사하였고, 실업수당을 받으며 『한의약으로 HIV/AIDS를 떠나보내자』라는 기획 원고를 집필하여 출간하였습니다(한의신문, 2020년 5월 27일). (한국한의약진흥원) HIV/AIDS 원고를 작성하던 중 한국한의약진흥원의 계약직 제안을 수락하여 2020년 4월 입사하습니다. 진흥원에서는 진흥원을 WHO 협력센터로 지정받기 위한 업무를 수행하였고, 아울러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수립에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협력센터 지정) 세계화전략팀의 일원으로서, WHO 본부 전통보완통합의학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2021년 1월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최초로 WHO 본부 협력센터로 지정받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필자는 세계화전략팀 팀원과 함께 원장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협력센터 업무를 개발하면서는 WHO 본부의 고유 기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사업을 기획하고, 진흥원의 기존 사업과의 연계를 중점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그 결과, 진흥원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1차 지정 기간 동안 국내 고령층 한방의료 이용 실태, 한의과 노인외래정액제 정책 효과 분석, 전통의학의 1차 보건의료 활용 계획, 제4차 한의약육성종합계획 영문본 등을 WHO와 공유하였습니다.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수립) 세계화전략팀은 제4차 계획 수립을 지원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이 작은 경험이 훗날 큰 결과로 이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2023년 제76차 세계보건총회에서는 2025년 5월까지 『WHO 전통의약 전략 2025–2034』를 개발하기로 결정하였고, 저는 그해 11월 개최된 전문가 회의부터 본격적으로 이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2024년 2월부터 2025년 5월 13일 세계보건총회 사무국에 최종본을 제출하기까지, 전략 개발의 전 과정을 깊이 있게 관여할 수 있었습니다. 제4차 한의약 육성발전종합계획 수립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작은 경험이, 세계 전략 개발이라는 보다 큰 무대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WHO 전통의약 전략 2025–2034』 개발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및 한국한의약진흥원과 긴밀히 협력하였습니다. 진흥원은 전략 수립을 위한 국내 전문가 회의 2회와 지역 회의 1회를 주관하였으며, 2023년 인도 및 2024년 중국에서 열린 WHO 협력센터 소장 회의에 모두 참여하였습니다. 한국한의약진흥원에 재직 중이던 2020년 10월 6일, 보건복지부 공고 제2020–714호로 『WHO 전통의약 활성화 지원 프로젝트 기술관 공개 모집』이 발표되었습니다. 필자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여 이에 응모하였고, 최종 선발되어 2021년 3월부터 WHO 본부 전통보완통합의학 부서로 파견 근무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WHO 공동 개최) 2022년 11월, 보건복지부와 WHO 공동으로 『2022 전통의약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 학술대회에 맞춰 WHO 국장이 방한하였고, 경희대학교 한방병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방문하였고, 국내 한의학 연구 현황 (임상진료지침, real-world data, 빅데이터, 뇌, 보장성, Cochrane satellite office)을 소개하였습니다. 이후 진흥원 연구자께서 국내 real-world data 기반 연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었습니다. (2025 – 2029년 MOU) 우리나라가 데이터 생성 및 분석 역량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2024년 12월에 체결된 MOU에는 표준 임상진료지침 개발과 데이터 표준화 관련 내용을 포함하였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관련 역량이 충분하다는 근거에 기반한 결정이었습니다. (한의약 확산의 매개자) WHO를 통해 한의약이 널리 알려지고 국제보건에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업무를 수행해왔습니다. Strategic and Technical Advisory Group에 한국 연구자가 포함될 수 있도록 독려하였으며, 2023년 8월 인도에서 개최된 제1차 Global Summit, 그리고 2024년 12월 중국에서 개최된 International Conference에 한의계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습니다. 국제생약약전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기관과 연구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연구자 배경) 연구원 시절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경험은 이후 실무 수행에 지속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WHO 임상연구 가이드라인초안 2차 개정 작업에 추진하였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WHO 아프리카 지역사무처와 협력하여 전통의약 기반 COVID-19 치료제에 대한 임상연구 평가에도 함께하였습니다. 또한 2010년 연구원 재직 당시 번역했던 『Aztec 인디언 약용 본초서』를 2024년 Indigenous Peoples 관련 업무에 다시 활용하게 되면서, 과거의 작업이 현재의 실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깊이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한 길은 아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여정 속에서 경희대학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한의약진흥원 등 세 곳의 WHO 협력센터와의 인연과 경험은 WHO 내에서의 정착과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해외 진출’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의 공공 지원을 받아 선봉에 나섰고, 그를 통해 한의약이 세계로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매개자의 역할을 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 글 또한 공공 영역에서의 산출물을 공유하기 위해 작성한 것입니다. 본문에서는 의도적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의 이름을 생략하였지만, 이 모든 과정은 수많은 분들의 도움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것이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힘을 합치는 공공 영역의 의미인가 싶기도 합니다. 한 가지 사례로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한의약의 글로벌화를 향한 발걸음(上)안상영 박사 (한국한의약진흥원–WHO 본부 파견) 필자의 해외 진출은 민간과 공공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공공 영역에서 근무한 경험이 어떻게 세계보건기구 (WHO)로 연결되었는지, 또한 공공 영역에서 수행한 업무가 어떻게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되었는지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필자의 공공 영역 진출은 2007년 12월 12일에 다가왔습니다. 박사 논문 완성을 위해 대학원 교실에 있던 중, 한국한의학연구원이 1994년 개원 이래 처음으로 개최한 ‘2008 KIOM 리크루팅 & PR 로드쇼’를 통해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07년 12월 27일 게시된 2008년 상반기 정기공채(연구원 채용공고 제96호)에 응시하였고, 2008년 1월 25일 면접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개원을 앞두고 연구원의 다수 연구자가 자리를 옮기던 상황도 필자가 연구원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전문연구요원) 전문연구요원으로 입사한 결정은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첫해가 지나갈 무렵에는 연구원을 그만두는 문제를 진지하게 동기와 논의하기도 했지만, 군복무의 일환으로 시작한 만큼 끝까지 마무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필자가 근무한 부서에서는 당시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이를통해 동의보감이 보건의학서로는 사상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과정과, 400주년 기념 개최지 선정 심사 과정 등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동의보감』 침구편, 『방약합편』 등의 한의서 영역 작업에 참여하면서 영역 표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연구원의 다른 부서에서 WHO 협력센터 지정을 추진하고 있었고, 2011년 3월, 연구원은 WHO 협력센터로 공식 지정되었습니다. 3년간의 군복무를 마친 후에는 민간 영역으로의 전환을 고민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6개월간 휴직을 하였고, 여러 가지 생각 끝에 다시 연구원에 복귀하여 근무를 이어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복귀 후 몇 달이 지난 2012년 2월 6일, 『WHO 전통의약 활성화를 위한 기술관 파견 공모 공고』(보건복지부 공고 제2012–49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PRO)와 전통의약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2011.12.22)함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할 P4 직위의 파견자를 공모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파견 대상자의 자격 요건 초두에 정부출연기관 소속자가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필자 역시 해당 자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당시 연구원 내에서도 다수의 인원이 해당 공모에 응모하였으며, UN 공식 언어 구사 능력이 있는 경우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조건 또한 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PRO)와의 면접에서는 UN 기구 근무 경험 여부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필자는 UNESCO와의 협업 경험이 있다고 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12년 2월 공모에 응모한 이후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까지의 기간 동안, 필자는 연구원 내 ‘한국한의학연감’ 개발을 담당하는 정책 부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부터 필리핀 마닐라 소재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서 파견 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서태평양지역사무처의 전통의약 관련 팀은 지역자문관 한 분과 필자, 이렇게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새로운 업무를 계획해야 하는 시점이었습니다. (한국한의약연감) 필자는 한국한의약연감 개발을 지켜본 경험으로 WHO 전통의약 보건지표 및 보고체계 구축 업무를 추진하였습니다. 두 차례의 지역회의를 개최하였으나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고, 이후 해당 자료는 후임자에게 인계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보건지표 관련 업무는 2018년, 예상치 못한 계기로 다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같은 해 발간된 『2018 Global Reference List of 100 Core Health Indicators』에 전통의약 관련 보건지표 2종을 부속 지표(supplementary indicators)로 포함시키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또한 2022년 하반기부터는 WHO의 종합 전통의약 보건지표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으며,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현재까지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보건지표 정리 작업을 바탕으로, 2023년 제3차 WHO 글로벌 전통보완통합의학 설문지를 개발하였고,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2025년 5월, 온라인 대시보드 형태로 공개되었습니다. 해당 출간물은 현재 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동의보감 기념 사업) 2013년에는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기념하여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개최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산청군의 지원 아래 필자는WHO 협력센터인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함께 2013년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전통의약품 안전성과 품질향상에 관한 국제워크숍’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였습니다. 그 중 하루 일정은 필자가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방문했던 산청에서 진행되었습니다. 2023년에 다시 한번 산청에서 개최된 2023 글로벌 전통의약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의서 영역) 연구원에서 한의서 영역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WHO의 『WHO international standard terminologies on traditional medicine in the Western Pacific Region』을 참고하였으며, 이 용어 표준이 어떻게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Traditional Medicine』프로젝트로 발전하였는지, 나아가 ICD-11 전통의학 챕터 module Ⅰ 개발하게 된 배경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근무하던 2015년 하반기부터 ICD-11 전통의약 챕터에 관여할 수 있었고, 2016년 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WHO 본부에 파견되어 근무하는 동안에는 전통보완통합의학부서에서ICD-11 전통의학 챕터 실무 담당자로서 기여하였습니다. ICD-11 전통의약 챕터는 2019년 5월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조직) 사무처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어느 날 문득 “영어로 일할 뿐이지, 업무 방식은 연구원과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무처의 조직 규모, 행정 절차, 그리고 업무 운영 방식 등이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의 경험과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구원에 처음 입사했을 당시, 국내 출장을 위해 기안서를 작성하라는 지시에 당황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연구원에서 점차 익숙해졌던 행정 절차와 시스템은, 사무처 내 행정 흐름과 결재 과정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ODA 연수 프로그램 개발) 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청과의 협동 과정을 통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이후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 파견된 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생약연구과와의 협력 사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의 지역 회의, 네 차례 이상의 실무 회의, 그리고 2015년 11월 연수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협력 기반을 다졌고, 그 결과 2016년 2월, WHO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간에 한약 분야 최초의 ODA 협력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WHO 본부 근무 시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평가원의 업무를 국제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WHO 협력센터 지정을 검토하였으나, 아쉽게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2023년 산청 회의에서는 이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던 규제당국자를 만날 기회도 있었습니다. -
내달 2일 ‘2025 제주 한의약 웰니스 전시체험 박람회’ 개막[한의신문] (재)제주한의약연구원은 제주특별자치도와 공동 주최·주관으로 내달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제주종합경기장 내 제주복합체육관에서 ‘2025 제주 한의약 웰니스 전시체험 박람회’를 개최한다. 도민건강 증진과 한의약의 생활 속 활용 확대를 목표로 하는 이번 박람회에서는 한의약과 디지털 헬스케어, 사상체질 맞춤형 프로그램, 웰니스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박람회에는 제주특별자치도한의사회,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한방병원·장흥통합의료병원, 제주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안전교육센터, JIBS 등이 함께 참여하고 후원한다. 박람회는 △원 헬스존 △치유식품존 △건강지킴존 △슬로라이프존 △마음쉼터존 등으로 구성돼 도민들에게 한의약의 지혜를 현대 웰니스 산업과 연계해 소개한다. 각 존에서는 △사상체질 기반 체질별 운동·음식·건강관리법과 제주 오름별 약재정보를 전시한 스토리텔링관 △무료 한의 진료 및 상담 △걷기 자세 교정, 맥진기 검사, 가정용 의료기기 체험 등 자가 건강관리 프로그램 △향낭·커피박 키링·약초 염색 손수건·한방 다도 등 한의약 공예체험 △도내 장애인 작가가 운영하는 캘리그라피 덕담 체험 등 다양한 체험과 정보 전달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와 관련 송민호 원장은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한의약을 도민 생활 속에 한층 더 가까이 가져가고자 한다”며 “제주가 가진 약초 자원과 전통 한의학의 지혜를 현대적인 웰니스 산업과 디지털 기술에 접목해 도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말혔다. 특히 송 원장은 “청소년, 어르신,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이 맞춤형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제주를 한의약 웰니스의 중심지로 발전시켜 국제적 교류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지난 40년간 한국 제약산업에서 한약제제 생산 현황은?[한의신문] 지난 40년간 전체 완제의약품 생산 품목 수와 생산금액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데 비해 한약제제 생산 품목 수는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 '건강 노화를 위한 한의이론 과학화 연구사업' 지원으로 한의과학연구부 신현규 책임연구원, 소망이 샘솟는 느티나무 한약국 김호범·김성용 한약사가 대한한의학회지 제46권 제2호에 발표한 ‘지난 40년간 한국 제약산업에서 한약제제 생산 현황 연구’ 보고에 따르면, 전체 완제의약품 대비 한약제제 생산금액 비율이 1990년에는 11.6%였던 것이 2023년에는 1.3%로 낮아졌으며, 총 생산금액도 30년 전 3,700억 원과 비슷한 3,608억 원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바이오제약협회가 매년 제약사들이 ‘의약품등 생산 및 수출·수입 실적 보고에 관한 규정(식약처 고시)’에 따라 보고한 생산실적을 취합하여 발간한 <의약품등 생산실적표>를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1980년 총생산 의약품 중 완제의약품 생산품목수는 1만6,497개, 생산금액은 6,250억 원에서 2023년 2만1,506개, 26조 8,706억 원으로 품목 수는 30.3%, 생산금액은 4,199% 증가했다. 한약제제는 1984년 159개 처방으로 839개 품목을 생산했으나, 2023년 141개 처방으로 676개 품목을 생산해 처방 수는 7.3%, 품목 수는 19.6% 감소했고, 총 생산금액은 1990년 3,700억 원에서 2003년 1,767억 원으로 감소하다가 2015년부터 1,826억 원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2023년 기준 3,608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방건강보험 급여 한약제제는 2003년도에 56개 처방 447개 품목이었던 것이 지속적으로 제품 생산이 취하되면서 2023년 기준으로는 42개 처방 239개 품목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 급여 한약제제 생산금액은? 단미엑스산제, 단미엑스혼합제 등 보험 급여 한약제제 생산금액은 2003년 309억 원에서 2005년 200억 원까지 감소했다가 2023년 498억 원으로 증가됐다. 이전까지 보험급여 제형을 건조엑스제제만 생산했는데, 2016년부터 연조엑스제 신제형이 첫 출시된 후 8.7억 원에 불과했으나 점점 생산이 늘어나 2023년에는 265억 원(전체 생산액의 53.2%)까지 생산액이 늘어나 향후 연조엑스제 시장은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한약제제 품목에 대한 시대별 최고 생산금액을 비교하면, 1980년도 쌍화탕 생산금액이 39억 원으로 최고 품목이었고, 이후 우황청심원과 같이 선두를 유지했으나, 2015년 공진단이 164억 원, 2020년 경옥고가 234억 원으로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보고에서는 또 현재 한국 한약제제 시장과 같은 전통의학 문화권이면서 기존 한약서 한약처방 제제가 주류를 이루는 일본 한방제제시장과도 비교했다. 현재 일본은 인구 1억2,435만 명에 65세 이상 인구가 29.1%인 초고령 사회이며, 의약 면허는 의사, 약사 두 종류로 의약 분업 하에 한약 원료 의약품은 한약재, 한방제제, 기타 한약재 및 한방제제 등 세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 현장에서는 전문의약품 147개 한방제제(전체 생산금액의 79.6%)를 처방 조제를 하고, 일반의약품 294개 처방 한약제제(전체 생산금액의 20.4%)를 판매하고 있다. 2022년 한방제제 생산금액은 2조1,336억 원으로 이는 전체 의약품 생산금액의 4.4%이다. 우리나라의 한약제제 시장 생산금액은 일본의 16.9%에 불과한 실정이다. 매년 완제의약품 중 제품별 생산금액 100위까지 순위를 분석한 결과, 1980년 우황청심원 1 개 제품이 28위, 쌍화탕 2개 제품이 8위, 40위로 총 3개 제품이 100위 안에 진입했고, 이 해부터 20여 년 동안 우황청심원 75개, 쌍화탕 63개 총 138개 품목이 전체 의약품 100위권 내에 포함돼 있었다. 특히 90년대는 이 제품들의 최다 생산 시기로 1992년에는 우황청심원 8개, 쌍화탕 5개 총 13개 품목이 들어갔고, 최고 순위로는 솔표우황청심원이 1990년 3위(293억 원), 쌍화탕은 1995년 광동탕에프가 4위(362억 원)를 차지하는 등 80~90년대 의약품 시장에서 전통 처방 한약제제가 매출을 주도하는 주력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03년 우황청심원 92위(110억 원)를 마지막으로 한약제제는 더 이상 100대 순위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다만, 2015년부터 변경된 일반의약품 생산금액 상위 순위에서 공진단이 13위(164억 원), 2018년 경옥고가 16위(186억 원), 우황청심원이 17위(178억 원)에 진입했으며, 2023년 기준 우황청심원 10위(292억 원), 20위(196억 원), 경옥고 14위(227억 원), 공진단 25위(179억 원) 등 4개 품목이 상위 안에 들어가 여전히 전통 처방 한약제제가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생산량 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80∼90년대, 우황청심원 최고 정점 지난 40년간 생산금액 상위인 우황청심원, 쌍화탕, 경옥고, 공진단 등 4개 한약제제 중 우황청심원과 쌍화탕 2개 품목은 80년에서 90년대까지 20년 동안 최고 정점에 이른 후에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경옥고와 공진단은 2020년대에 들어서 생산액이 증가했다. 2023년 기준 4개 품목 총 생산금액은 1,980억 원인데, 이는 1990년대 우황청심원, 쌍화탕 2개 품목 생산금액 총액 1,827억 원과 비슷한 생산금액이다. 또한 지난 40년 동안 한약제제 총 생산금액 전수 조사에서 1980년대는 기록을 찾을 수 없었으며, 최초 보고는 1994년 5월 9일 한의신문에 1990년 3,700억 원으로 보도됐으며, 이후 식약처 내부 자료를 인용해 1998년 3,521억 원, 1999년 3,530억 원으로 발표됐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3,000억 원대 이상을 유지하다가 2004년부터는 2,000억 원대로 하락한 후, 10여 년 동안은 변동이 없었으나 2017년부터 전년대비 216%(6,418억 원)로 급등하기 시작해 2020년에 1조원 대를 돌파했다. 2023년 기준 2020년 대비 126% 증가한 1조4,846억 원으로 단미엑스산제 27억 원(0.18%), 단미엑스혼합제 471억 원(3.17%), 기타 한약(생약)복합제제 1조4348억 원(96.64%)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신현규 책임연구원은 “지난 40년간 인구는 계속 늘어났고 초고령화사회가 되었으며, 공급자 의약 직능 인력과 소비자 의약품 구매력도 향상하는 환경에 비춰볼 때 한방제약산업과 시장도 활성화할 수 있는 매우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한약제제 생산금액은 4천억 원대 안에서 증가와 감소로 순환하고 있는 답보 상태”라면서 “제약회사들은 갈수록 제조 한약처방과 품목 수를 줄이고, 특정 4개 한약제제가 전체 생산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편향된 시장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나라만이 가진 한약 소재 의약품과 관련된 다양한 인적 제도와 세밀한 분류 정책에 혁신적인 개선이 없으면 한방제약산업과 시장의 장래는 밝다고 할 수는 없고, 갈수록 사회적 비용 및 갈등은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생약 성분 기반의 혁신 신약 개발 임상연구 ‘본격화’[한의신문] ㈜비체담(대표 문호빈)은 5일 충북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생약성분 기반 ROCK 저해제 ‘BCD101’의 임상 1상 개시 모임(Site Initiation Visit·SIV)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은 충북대학교병원 임상약리학과 박민규 교수가 책임연구자(PI)로 참여하며, 임상시험수탁기관(CRO)으로는 LSK Global PS가 수행한다. BCD101은 혈관 경직도 개선을 통한 야간하지경련(NLC) 및 노인성 고혈압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번 1상에서는 건강한 성인 지원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PK) 특성을 평가한다. 이날 개시모임에서 박민규 교수는 “이번 임상 1상 시험은 총 7개 코호트(cohort), 56명 대상으로 설계됐으며, 첫 환자 등록 및 투약은 오는 23일로 예정돼 있다”고 밝히는 등 임상시험 진행 계획을 공유하는 한편 연구진과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비체담 관계자는 “이번 1상 개시는 BCD101의 글로벌 신약 개발 여정에서 중요한 이정표”라며 “안전성·내약성 확인을 통해 향후 적응증 확대와 글로벌 임상으로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
“한의약과 AI·빅데이터의 만남, 디지털 헬스시대에서의 필수과제”[한의신문]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주관한 ‘2025년 전통의약 국제 학술토론회’가 9, 10일 이틀간 개최된 가운데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통의약 혁신전략’을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는 한국·일본·중국에서 전통의약의 AI 및 빅데이터의 활용 현황을 공유하는 한편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서병관 한국한의약진흥원 임상정보빅데이터추진단장은 ‘보건의료데이터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한의약 용어 표준화 및 빅데이터 구축 전략’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한의약을 국가 의료 빅데이터 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은 디지털 헬스 시대에 데이터 상호 운용성을 보장하고, 한의학의 임상적 유용성을 높이기 위한 중대한 과제”라며 “한의약 데이터 표준화를 위한 프로젝트는 국제 보건정보학 표준에 부합하고, 한국 공중보건 빅데이터 플랫폼과의 연계성을 용이하게 하는 구조화된 전자건강기록(이하 EMR)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함으로써 한의약 임상정보 및 용어의 표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단장은 “한의약은 맞춤형 의학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어, 임상 현장에서는 하나의 질병에 대해 다양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어 정보를 모으고 표준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또한 의과와는 달리 한의과의 경우는 모든 정보를 한의계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부분에서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 단장에 따르면 현재 한의약 데이터 표준화를 위해 2700개 이상의 고유한 한의약 임상용어에 대한 용어 기반 분류체계를 수립하고, 이를 서양의약 용어와 매핑해 의미적 상호운용성을 확보했다. 용어는 15개 주요 영역으로 분류해 각 임상 구성요소에 EMR 응용코드가 할당됐으며, 대한한의학회 및 관련 학회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용어 추출, 분류, 매핑 및 검증에 대한 공식적인 표준 운영 절차를 개발했다. 서 단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구축되는 표준화되고 상호운용 가능하며 확장 가능한 EMR 데이터 세트는 향후 임상연구, 보건의료정책 분석, AI 훈련, 정밀의학을 포함한 2차 데이터 활용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현재의 노력은 한의약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 이정표가 되며, 궁극적으로 표준화된 용어와 상호운용 가능한 EMR 인프라를 통해 전통의약 시스템을 전국적 건강 데이터 생태계에 통합하는 실현가능한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AI와 빅데이터가 일본 전통의학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테츠히로 요시노 게이오기주쿠대 캄포의학센터 교수는 “전통의약 진단과정은 전통적 증후(證候)에 의존하며, 환자의 경험 등에 기반해 표준화와 교육에 있어 어려움을 초래한다”면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의 부상은 이를 해결할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며, 보다 근거 기반의 전통의약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운을 뗐다. 테츠히로 교수는 이어 일본 전통의약의 디지털 적용을 위한 전략적 프레임 워크 소개를 통해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인공지능과 연계, 진단적 통찰을 체계적으로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그는 “이같은 데이터 기반 접근법을 통해 △한열(寒熱) 패턴 △허실(虛實) 패턴 △기체(氣滯)와 같은 기본적인 한방 증후군에 대한 예측모델을 개발하게 됐다”며 “더불어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환자 데이터로부터 적절한 처방을 제안할 수 있는 임상 의사 결정 지원시스템의 프로토 타입의 개발로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험담에서 알고리즘으로의 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전통의약 현대화의 핵심 주체이며, 이같은 AI 지원 전략은 의사의 미묘한 기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통찰력으로 이를 보완해 나간다는 의미”라며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서양의약 교육을 받은 임상의들이 동아시아 전통의약의 복잡성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도움이 되는 교육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장 레이 중국 중의과학원 중의약 데이터센터 부연구원은 ‘중의약 연구에서의 인공지능 응용’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 인공지능 기술이 전통의약 연구에 적용될 수 있는 실제 구현 방안을 공유하는 한편 향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언했다. 장 부연구원은 “중의약 처방은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기본처방과 더불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재를 가감하는 가감방(변형처방)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임상 데이터로부터 AI를 활용해 진단 및 치료 패턴을 도출해 나간다면 보다 비용효과적인 치료전략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의약 데이터센터에서는 중의약 진단이론을 통합한 처방 추천모델을 개발해 단계적 치료원칙을 결정하고 처방을 추천하는데 도우을 줄 수 있는 의사결정 지원 모델도 개발했다”면서 “더불어 글로벌 보건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중의약 웰니스 모델을 구축, 비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중의약 기반 건강 유지 모델 구축에도 나서고 있으며, 중국 유니콤과의 협업을 통해 중의약 디지털 지능 연구 플랫폼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장 부연구원은 이어 “전통의약에서의 AI 활용은 결국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등을 통해 비용효과적인 치료전략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뿐더러 처방 분석을 통해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종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보건연구관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한약(생약) 관능검사 보조기술 개발 연구’란 제하의 발표를 통해 한약재의 품질 검사의 객관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인공지능 적용 연구에 대해 소개했다. 김 연구관은 “한국에서 한약재의 품질 검사는 △관능 검사(형태, 색상, 냄새 등) △분석 검사(동정, 함량 등) △유해물질 검사(중금속, 농약 잔류물 등)로 구성되며, 이 모든 검사를 통과한 한약재만이 표준화된 한약재 제품으로 유통하게 된다”면서 “이중 관능검사는 한약재의 원산지, 외관, 이물질 유무, 건조상태, 포장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약전 및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등재된 모든 한약재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관능검사는 대부분 전문가들의 감각에 따르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는 관능검사의 객관적인 효율성 확보를 위해 인공지능을 적용한 관련 연구를 2023년 시작해 2027년까지 진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정화도 개선과 더불어 실제 현장에서도 적용가능한 연구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주제 발표 이후에는 신수용 카카오헬스케어 선행기술연구소장의 사회로 세션 발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통의약 혁신방안’을 주제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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