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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접목된 의료데이터의 효과적인 활용 방안은?[한의신문] 해외에서는 의료데이터 활용을 통한 의료AI 발전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데이터 결합·활용의 근거가 불명확하고, 정보주체 통제권 보장도 미흡해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전제로 한 의료데이터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이관후)는 최근 ‘의료AI의 마중물인 의료데이터 활용’이란 보고서를 발간, 의료 현장에서 AI의 활용 및 주요국 의료데이터 활용의 법적 근거 등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내용들을 소개했다. 의료 혁신의 핵심: 데이터 접근성과 법제 이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공지능은 의료 분야에서 진단, 치료, 예측, 환자 관리 등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의료 인공지능 성능과 신뢰도는 데이터의 질과 양, 그리고 결합·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에 따라 좌우돼, 의료 인공지능 고도화를 위해서는 단일 기관의 폐쇄적 데이터뿐 아니라, 의료기관 간 데이터 연계, 공공·생활데이터와의 통합, 다양한 비정형 의료기록의 표준화와 활용이 필수적이다. 현행 법제는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보호 간 적정 균형점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고, ‘개인정보 보호법’은 민감 정보에 대한 보호를 강화, 데이터 재사용과 결합을 제한하여 혁신적 의료 인공지능 개발에 제약이 있다. 의료 현장에서 AI의 활용 실제 의료 인공지능은 의료용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질병을 진단, 관리, 예측하여 의료인의 업무를 보조하는 의료기기를 의미한다. 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는 인공지능 기반 현미경을 사용하여 혈액 샘플에서 박테리아를 탐지, 95% 정확도를 기록했으며, 구글의 DeepMind는 안구 스캔 이미지를 분석하여 당뇨병성 망막병증과 같은 안질환을 94% 이상의 정확도로 진단했다. 찰스 다윈 대학은 폐 초음파 영상을 분석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해 폐렴 및 COVID-19와 같은 질병을 96.57%의 정확도로 진단했다. Insilico Medicine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단 21일 만에 섬유증 치료제 후보 물질을 설계했다. 주요국 의료데이터 활용의 법적 근거 미국의 경우 HIPAA를 제정해 데이터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를 규정했는데, HIPAA의 하부 규칙인 ‘Security Rule’과 ‘Privacy Rule’을 통해 기관에 기술적·관리적 보호대책을 요구한다. 미 법무부와 국가안보국은 비식별화·암호화한 데이터일지라도 다른 국가로 대량 전송하는 경우, 지정국가에 대한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는 ‘Bulk Data Rule’을 시행했다. EU는 2024년 8월, 세계 최초로 포괄적인 ‘인공지능 규제법(AI Act)’을 시행하여 의료기기 등에 적용한데 이어 의료데이터 결합 및 활용을 촉진하고 데이터 보안·프라이버시를 동시에 강화하는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AI 기본법’, ‘의료기기법’, ‘디지털의료제품법’ 등에서 의료데이터를 다루고 있으나, 세부 운영 기준이나 프로세스는 규정하지 않았다. 특히 데이터 제공 동의 및 활용 거부 등 권리 보장 제도가 상세히 구현되지 않아 데이터 활용 과정을 정보주체가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부족하다. 이에 정부는 마이데이터 및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책 확산 과정에서 데이터 전송 요구권, 활용 내역 알림 의무, 동의철회 및 제고 거부 권한 등을 점진적으로 제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의료데이터 활용 위한 특별법 필요 미국과 EU 모두 의료 인공지능 혁신과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내 의료데이터의 활용은 폭넓게 개방돼 있지만, 데이터의 해외 유출 억제, 정보주체(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행사 강화, 다중 보안 체계 및 엄격한 사전 인증 절차 도입을 통해 개인정보보호를 최우선시하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에 의료 인공지능 발전을 위해 데이터 접근성과 융합, 개인정보보호와 활용 간 균형을 갖추기 위해 입법 방향을 제안했다. AI 의료기기 경우는 사후에 자동·반복적으로 심사하고, 사전 승인 하에 기능·성능·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동적 규제’ 개념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데이터의 특징을 반영하고 합리적인 거버넌스 체계 구축과 함께 데이터 활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단일의 법률을 통해 체계적인 규율 체계를 가져가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민감성 의료정보 보호와 처치자의 안전관리 책임 강화를 위해 형사처벌·과징금 등 책임 규정을 적용하도록 의료 빅데이터의 가명처리와 사용과정을 특별법을 통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호스피스·완화의료는 cure인가 care인가?김은혜 가천대 한의과대학 조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내용에 앞서 ‘의료는 cure와 care로 나뉜다고 생각한다.’의 문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며 시작하고 싶다. 두 번째 질문도 있다. ‘cure와 care 모두 치료이다.’의 문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는가? cure와 care에 대한 각자의 상이한 정의가 대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cure는 완치 또는 질병의 소실일 것이고, care는 질병의 관리로 해석될 것이다. 오랜 시간 임상 현장에 몸을 담고 있다 보면 이 두 문장에 의문이 들 수 있다. ‘관리를, 의료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더 나아가면 보다 근본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의료인이라면 질병의 소실을 목표로 치료를 행해야 진정한 의료 행위지.’ 의미 없는 치료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이야기를 잠시 미뤄두고, 몇 가지의 예시 상황을 말해보려고 한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한국에서 췌장암이 확인된 약 2만 명의 환자 중 80%가 수술이 불가능한 3기 또는 4기로 진단된다. 통계에 따르면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3기 췌장암 환자의 중앙 생존기간은 약 1년이며, 4기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은 약 6개월이다.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3기 췌장암 환자는 2년으로, 4기 췌장암 환자는 1년으로 생존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다르게 말하자면, 항암치료를 받은 4기 췌장암 환자의 50%가 1년 내로 임종하신다는 뜻이며, 다시 한 번 바꿔 말하면, 4기 췌장암 환자에게 항암제를 처방하는 의사 역시 이 사실을 알고서도 치료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의사들을 비판할 수 없으며, 이들이 처방하는 항암제를 ‘치료’로 정의하는 것에 반기를 들 수 없다. 같은 맥락으로 이 환자들의 항암치료를 ‘의미 없는 치료’라고 말할 수 없으며, 감히 말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료인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은? 췌장암은 워낙 힘든 암으로 알려져 있음을 감안하고, 다른 암종을 조사해 봐도 비슷한 맥락이다. 표준암치료를 받는 4기 폐암 환자의 중앙 생존기간은 약 1.5년으로 알려져 있다. 4기라고 하면 전신에 이미 암이 다 퍼져있는 중환자의 이미지가 떠올라 1.5년이라는 기간이 크게 이질적으로 안 느껴질 수 있지만, 폐암에서는 그저 폐 양쪽 모두에 암이 확인만 되면 자동적으로 4기로 진단되게 됨을 고려했을 때 4기 폐암 환자의 외형은 건강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처방되는 항암치료는 ‘진정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마지막 상황을 살펴보자.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말기 선고와 동시에 6개월 정도의 여명을 들은 4기 췌장암, 4기 폐암 환자가 있다. 환자 스스로 6개월이라는 시간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당연하며, 그 와중에 점점 빠지는 체중과 점점 가빠오는 숨 때문에 좌절감, 두려움, 걱정 등등이 오만가지로 섞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몸도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는 더 이상 표준암치료를 받지 않으니 이전처럼 적극적인 추적관찰은 어려우며 컨디션을 보면서 일단 6개월 뒤에 예약은 잡고 가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환자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그래, 6개월 남았다 치자. 그럼, 이 6개월 동안은 누가 나를 돌봐주는 거지? 내가 점점 더 밥을 못 먹게 되면? 언젠가 내가 집에 있다가 갑자기 숨이 턱 막히게 되면? 아니, 집에만 있어도 되는 상황이기는 하나? 집에 있는 게 무서워지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환자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더라도 그것이 의료인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인의 책임은 환자가 건강할 수 있도록 의료 행위를 제공하는 것에 있으며, 건강이란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으로 정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정신적·사회적 안녕에 대한 의료는 누가 담당하게 되는 것일까. “진정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면” 말기 암을 포함해서 임종을 앞둔 환자까지 모시는 의료 행위를 호스피스·완화의료라고 정의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이들이 소위 웰다잉(well-dying)을 맞이하실 수 있도록, 직역해서 좋은 죽음을 맞이하실 수 있도록, 잘 돌아가실 수 있도록 행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이 좋고 싫음은 개개인의 사유와 철학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감히 그것을 의료인이 의료 행위를 통해 쥐어주겠다고 단언할 수 없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감이 이전 대비 나아지도록, 그것이 조금이라도 완화되는 것을 목표로 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치려 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cure인가 care인가. care라면, 이것은 진정한 의료 행위인가 아닌가. 진정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면, 임종을 앞둔 환자의 건강은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 -
“한의학이 세계 의료계와 소통하는 가교 역할 해나가겠다”[편집자주] 최근 양기영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한한의영상학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본란에서는 양기영 신임 회장으로부터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소감 및 앞으로의 학회 운영계획,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전망 등에 대해 들어본다. Q. 대한한의영상학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소감은? “대한한의영상학회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큰 영광이자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한의학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는 치료 효과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며, 영상의학적 접근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회원 여러분과 함께 한의영상학회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Q. 지금까지 한의영상학회에서 많은 사업들이 추진됐는데. “그동안 한의영상학회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을 위한 학술적 근거를 축적하고, 초음파·MRI·탄성도 검사 등 다양한 영상 기법을 임상에 접목하는 데 힘써 왔다. 특히 초음파의 활용에 있어 단순한 양적 팽창을 넘어, 이제는 질적 팽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교육의 퀄리티를 한층 높여, 회원들이 실제 임상에서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Q. 초음파 진단기기 판결 이후 한의계에 많은 변화가 있는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활용이 합법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이후 한의계에서는 초음파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양적 팽창이 나타났다. 초기에는 진단적 관심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초음파를 활용한 약침술 및 침도술 등 시술 중심의 임상 활용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학문적·임상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의영상학회 차원에서 표준화와 교육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Q. 대한침구의학회장 재임 당시 유관학회와 연합해 국제학술대회(ISAK)를 추진한 이유는? “2023년은 대한침구의학회 창립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였다. 당시 저는 11월11일 기념식을 통해 이날을 ‘침의 날(Korean Acupuncture Day)’로 선포했고, 이를 매년 기념하며 대한민국 침 연구 성과를 세계와 공유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 11월11일 전후로 국제학술대회(ISAK)를 정례화했으며, 침 연구는 해부학적 기초 위에 이뤄지는 만큼 영상의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한의영상학회와 경락경혈학회와 함께 ISAK을 공동으로 주최했고, 이는 학문 간 융합과 국제 교류의 중요한 발판이 됐다. 특히 오는 11월23일에 ‘제2회 ISAK’이 개최될 예정인데, 이를 통해 한국 침구의학과 한의영상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국제적으로 공유하고, 세계 학계와의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Q. 앞으로 대한한의영상학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계획인지? “대한침구의학회 회장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한의영상학회 회장을 맡게돼 다소 부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것은 한의학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라는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영상의학을 잘 활용해 침구치료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한의영상학회 차원에서 ‘한의영상의학 인정의 제도’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침 치료를 더 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Q. 임기 중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크게 세 가지 목표를 제시하고 싶다. 먼저 한의영상학의 교육 표준화를 위해 정규 교과과정 가이드라인(X-ray Diagnosis OSCE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 나가는 한편 한의영상학 교과서를 집필해 1차적으로는 X-ray 진단 중심의 ‘Acupuncture Radiology’ 교재를 완성코자 한다. 마지막으로는 제가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한한의영상학회지(JKMI)’를 KCI에 등재시키는 것인데, 이는 향후 SCI급 저널로 발전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관련 전망 및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앞으로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한의영상학회에서는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학회가 추진하는 초음파 진단의 수가 및 초음파를 활용한 시술 행위 정의와 수가 창출에 적극적으로 일조할 계획이다. 앞으로 단순한 사용을 넘어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학문적·제도적 기반을 다져 나가도록 하겠다.” Q.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대한한의영상학회는 한의학이 세계 의료계와 소통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축적해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국제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학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의영상학회와 회원 여러분, 그리고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전하는 임상치험례 <41>김혜경 본디올강남한의원장 여자 52세. 2021년 1월16일 내원. 【形】 152cm, 65kg. 肥人, 얼굴이 둥글 넙적, 푸석하다, 양 눈 사이가 좁아 鬱한 느낌. 【色】 面白帶赤. 手掌黃赤. 【旣往歷】 간염보균. 혈압 약간 높다. Hp 150정도. 제왕절개 2회, 1회 유산. 작년에 폐경됨. 【生活歷】 중등교사(9∼17시 근무). 2018년에 무리 많이 했다. 음주 가끔 조금씩. 【症】 ① 몸이 자주 붓는다(기상 시, 오전). ② 앞머리가 아프다. ③ 잠들기 힘들 때가 자주 있다(11∼6시). ④ 심장이 조이는 느낌으로 아플 때가 있다. ⑤ 속 쓰림, 신물 오를 때 양약 먹는다. ⑥ 가끔 변혈. 소변 자주. 【治療 및 經過】 ① 2021년 1월16일. 인삼양위탕 가 시호, 황금 1제 투여. ② 2월2일. (맥 46/48) 전반적으로 증상이 덜해졌다. 두통 없었고 변혈도 괜찮다. 붓는 것, 잠들기 힘든 것, 속 쓰림, 신물 오르는 증상이 덜 하다. 그동안에 심장 조이고 아픈 것은 1회만 있었다. 손바닥은 뜨겁다. 낮에 기침하고 목이 간질간질 거린다. 삼소음 ex제 3일. 평간순기보중환을 탕으로 2제. ③ 3월16일. (맥 51/60) 심장 조이고 아픈 것 없었다. 목 간질거리는 것 많이 덜하고 피곤도 덜하고 이명도 조금 덜 하다. 변혈은 없었다. 자는 것 좋아졌다. 얼굴, 손발이 약간 붓는다. 인삼양위탕 가 시호, 황금 2제. ④ 4월30일. (맥 52/53) 심장 조이는 것은 괜찮은데 가슴이 묵직한 느낌 있을 때 있다. 이명 훨씬 덜하다. 대변이 잔변감 있거나 가늘 때 있다. 아랫배 아플 때 있다. 아침에 얼굴, 손이 좀 붓는 것 같다. 속 쓰림 없었다. 手掌熱 약간. 인삼양위탕 가 시호, 황금 2제. ⑤ 2022년 5월3일. 53세. (맥 48/60) 62kg로 체중이 감소되어 좋다(-65kg). <2월 말∼3월1일까지 코로나 걸렸었다(몸살 심하고 기침했다)> 2주 전에 구토했다. 右 눈에 녹내장기 있다. 양쪽 눈이 뿌옇다. 잔변감 있고 가늘다. 몸이 힘들면 항문이 막힌 듯이 대변보기 힘들다. A형, B형간염은 항체가 생겼다 함. 手掌熱 약간. 인삼양위탕 가 시호, 황금 2제. ⑥ 2024년 2월3일. 55세. (맥 55/53) 62kg 유지. 1∼2주 전 건강검진(공복혈당 136. 당화혈색소 5.7). 신장 여과율 안 좋고 단백뇨 약간 있다 함. 소변에 거품 있다. Hp 140/100. A형, B형 간염 항체는 생겼고, 지방간 약간 있다 함. 右눈 녹내장. 간수치 약간 높다. 갑상선에 낭종. 난소에 혹 있다(2.4cm). 청력저하. 이명은 10년 정도 됐으나 한약 먹으면서 덜해졌다. 매독 위양성 나왔다. 바이러스, 말라리아 감염 의심된다 함. 관상동맥 위험인자 높다. 1달 전에 상한 쌀 먹고 아랫배가 아팠다. 右小指 불편. 어깨, 견갑골 아프다. 음부가 가렵다. 얼굴, 손이 붓는다. 인삼양위탕 가 시호, 황금, 산사, 신곡, 빈랑 각 1돈, 지실 0.7. 2제. ⑦ 3월30일. (맥 57/57) 음부 가려운 것 좋아졌고, 어깨, 견갑골 아픈 것 덜 하다. 며칠 전에 회 먹고 얼굴이 가려웠다. 소변에 거품, 흰 것이 섞일 때 있다. 인삼양위탕 가 시호, 황금 2제. ⑧ 2025년 4월19일. 56세. (맥 52/56) 한약 먹고 그동안 잘 지냈다. 手掌熱 舌苔厚 面濁. 소화 안 되고 속이 불편하다. 설사 자주하고 가늘다. 대변 1∼2회/日. 아이들 때문에 밤 11시 지나서 자고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수면시간이 짧고 잠들기 힘들 때 있다. 右 견갑골 속이 찌르듯이 아플 때 있다. 손바닥이 누럴 때 있다. 인삼양위탕 가 시호, 황금, 산사, 신곡, 빈랑 각 1돈, 지실 0.7돈 2제. 【考察】 상기환자는 肥人으로 얼굴이 둥글 넙적하고 푸석하며, 色은 희면서 붉은 색을 띤 여자 환자로 양 눈 사이가 좁아 鬱한 느낌이 있다. 脈은 微弱하며 腎-三焦-膽에 떨어졌고 左脈이 右脈보다 약간 큰 편이었다. 주소증은 몸이 무겁고 잘 붓고, 힘이 없으며 두통, 불면, 가슴 조이는 증상 등이었고 간염 보균상태라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생긴 모습과 맥이 미약하고 左脈이 조금 큰 것과 증상을 고려해 傷寒 陰症에 쓰는 인삼양위탕에 시호, 황금을 가미하여 한제를 처방했더니 전반적인 증상이 개선되었다고 환자는 상당히 만족스러워 했다. 증상은 개선되었지만 맥은 오히려 낮아져서, 생각이 많고 비위기능이 안 좋으며 鬱하기 쉬운 얼굴에 간염 보균인 점과 속 쓰림, 신물이 오르는 증상이 있어, 脾胃에 쌓인 火를 내리고 肝氣를 누를 수 있는 동의보감 內傷門의 呑酸, 吐酸의 처방인 平肝順氣補中丸으로 바꾸어 처방했다. 복약 후 목의 이물감, 심장이 조이는 증상과 초진 때는 말하지 않았던 이명 등의 증상들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심장이 조이거나 가슴이 묵직한 증상이 있을 때는 陰虛喘方도 고려할 수 있으나 소화기 관련 증상이 많아 인삼양위탕 가 시호, 황금에 방약합편 食滯方을 가미해 처방하였다. 2024년 건강검진상 위에 언급된 여러 소견이 나왔으나 이런 여러 소견과 관련 증상들을 일일이 쫓기보다는 환자의 형상 체질을 고려하여 柔한 사람의 虛하고 濕이 정체되어 나타난 증상들을 조절해 신진대사를 좋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인삼양위탕에 시호, 황금을 가하고 방약합편의 활투를 참고해 처방하여 상당한 개선 효과가 있었다. 【參考文獻】 ①『동의보감. p.1071.』 - 寒 - 인삼양위탕 인삼양위탕; 상한음증이나 겉으로 풍한에 상하거나 날 것이나 찬 음식에 속을 상하여 오한이 심하고 열이 심하며,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신 것을 치료한다. 창출 1.5돈, 진피, 후박, 반하 법제한 것, 각 1.25돈, 복령, 곽향 각 1돈, 인삼, 초과, 감초 구은 것, 각 5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생강 3쪽, 대추 2개, 오매 1개를 넣어 달여 먹는다. 약간의 땀을 계속 흘리면 저절로 풀린다. 만약 남은 열이 있을 때는 삼소음으로 천천히 조리한다. ②『동의보감. p.1232.』 - 內傷 - 平肝順氣補中丸 平肝順氣補中丸; 脾胃에 잠복한 火가 울체되고 쌓여 痰이 생겨 구토를 하거나 탄산, 조잡이 있는 것을 치료한다. 늘 복용하면 脾를 든든하게 하고 입맛을 돋우며 膽을 삭히고 막힌 것을 없애며, 火를 내리고 肝氣를 누른다. 백출(흙과 함께 볶은 것) 4냥, 향부자 동변에 3일간 담갔다가 볶은 것 3냥, 진피 2.5냥, 천궁, 지실, 황련(생강즙에 축여 볶은 것), 신국 (볶은 것), 산사육 각 2냥, 반하(법제한 것) 1.5냥, 치자(생강즙에 축여 볶은 것), 나복자(볶은 것), 백복령, 건생강, 오수유 각 1냥, 맥아(볶은 것) 7돈, 청피(참기름에 축여 볶은 것) 6돈, 사인(볶은 것), 감초(구은 것) 각 4돈, 목향 3돈. 이 약들을 가루내고 죽력에 신국을 섞어서 쑨 풀로 반죽하여 녹두대로 환을 만든다. 끓인 물에 100알씩 먹는다. 이 처방은 탄산, 토산이나 조잡이 있거나 속이 불편하거나 트림하는 것을 한꺼번에 치료하는 약이다. ③『임상한의사를 위한 형상의학. p.601.』 - 인삼양위탕 * 형상; 얼굴이 좌우기혈로 넓적한 둥근 형, 습체로 입과 눈이 발달한 사람, 몸통이 발달하고 뱃굴레가 크다. 하도에 해당하여 둥글고 얼굴이 누렇고 푸석푸석하다. * 증상; 비위문제로 맥도 중초에 해당하는 맥상 및 맥동이 나온다. 냉, 대하와 요실금 같은 소변문제가 있고 몸이 무겁고 몸과 얼굴이 붓는다. 내상 겸 외감에 사용한다. 두통, 身痛, 발열. * 해설 1) 하도에 해당한다. - 둥근 얼굴 2) 뱃구레가 크고 몸통 중심인 사람에게 쓴다. 3) 입이 발달한 사람에게 잘 맞는다. 인체에서 生血生氣하는 소화기는 코와 입에 해당한다. 4) 濕을 제거한다. 5) 柔한 사람에게 쓰는 처방이다. 강한 사람은 기체를 풀어주는 곽향정기산, 불환금정기산을 쓴다. ④『임상한의사를 위한 형상의학. p.735.』 - 평간순기보중환 * 형상; 木體 * 해설 1) 탄산- 脾胃에 잠복한 火가 울체되고 쌓여 痰이 생겨 구토를 하거나 탄산, 조잡이 있는 것을 치료한다. 늘 복용하면 脾를 든든하게 하고 입맛을 돋우며 膽을 삭이고 막힌 것을 없애며, 火를 내리고 肝氣를 누른다. 3) 간염 - 간염이 내상으로 인하여 왔을 때 잘 듣는다. 간염에는 향사평위산을 쓰는 빈도가 더 높은데, 木이 실한 사람이 내상을 겸한 경우에 平肝順氣補中丸을 사용할 수 있다. -
《직업은 어른 취미는 그림책》[한의신문] 그림책에 빠진 어른 다섯 명이 한 해 동안 모두 스무 권의 평화 그림책을 읽고 나눈 이야기를 가려 뽑은 책 《직업은 어른 취미는 그림책》(보리출판사)이 출간됐다. 저마다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저자들은 소리 내어 그림책을 읽으며 일상과 감정, 내면을 들여다보고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자기와 마주한다. 이들은 평화에 대한 물음을 그림책에서 찾았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 자연과 둘레와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길, 전쟁과 기아, 폭력으로부터 되찾는 평화까지 이들이 스무 권의 그림책에서 찾아낸 평화가 알알이 빛난다.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책이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도 어루만지는 마법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이 책은 《우리 동네 한의사》,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저술한 파주시 소재 래소한의원 권해진 원장을 비롯 홍천에 그림책으로 둘러싸인 '꼬마평화도서관(49호)'을 연 김영주 수필가, 《한글꽃을 피운 소녀 의병》, 《내 말 사용 설명서》 등을 저술한 변택주 작가, 고양시 도서관의 사서로 재직 중인 이선화 기록물관리사, 《아버지의 도시락》, 《우리 동네 당신》을 저술한 이승희 국어교육가 등의 공저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이들 다섯 명의 작가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고, 어른의 언어로 마음을 나누고, 그 시간을 기록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번에 출간된 ⟪직업은 어른 취미는 그림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평화에 대한 물음을 그림책에서 찾았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 자연과 둘레와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길, 전쟁과 기아, 폭력으로부터 되찾는 평화까지 스무 권의 그림책에서 찾아낸 평화가 알알이 빛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고 ‘1부 참다운 나 찾기’에서는 △여행하는 맛 《어느 멋진 여행》 △아이들한테는 보여 주지 마세요 《딴생각 중》 △우리는 모두 병아리였습니다 《병아리》 △누구에게나 오두막이 필요하다 《나의 오두막》 △심심함이 주는 힘 《심심해서 그랬어》 △끝끝내 놓을 수 없는 것 《달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말이 없는 세계 《바람의 우아니》 등이 수록돼 있다. ‘2부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기’에서는 △쓰임과 쓸모 《안젤로와 곤돌라의 기나긴 여행》 △살아가다와 스러지다 《우리 마을이 좋아》 △기다리면 별이 된다네 《큰 늑대 작은 늑대의 별이 된 나뭇잎》 △할머니는 커다란 엄마 《할머니의 뜰에서》 △부모는 아이의 눈 《우리 아빠는 흰지팡이 수호천사》 △목숨은 다 귀하다 《생명을 먹어요》 △그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것 《여름에 만나요》 △우리가 함께 살아가려면? 《펭귄의 집이 반으로 줄었어요》 △나를 살리는 사람들 《누가 진짜 엄마야?》 등이 소개돼 있다. ‘3부 이제 전쟁을 그치자’에서는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지속 가능하게 가꾸어 나갈 보금자리 《기이한 DMZ 생태공원》 △제대로 사랑합시다 《애국자가 없는 세상》 △전쟁을 바라는 이들을 더 이상 내버려두지 않기 《적》 등이 기술돼 있다. 저자들은 한목소리로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책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림책은 짧은 문장 안에 담긴 뜻과 그림에 녹아든 결을 찬찬히 곱씹는 맛이 깊은 문학 작품이다. 그림책을 연주하다 보면 쉰 살, 예순이 넘은 어른들도 살아온 시절을 반추하고 어릴 적 마음을 떠올리며 울컥한다. 어떤 중년 남성은 연주마당에 몇 번 나온 뒤 직접 그림책을 사 들고 올 정도로 그림책에 푹 빠졌다고 한다. 이들에게 그림책은 취미를 넘어 삶의 방향을 비추는 경전 같은 존재다. 물리학자 김상욱이 “세상은 떨림으로 가득하다”고 말한 것처럼 이들은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는 행위가 마음속 떨림을 울림으로, 그리고 어울림으로 확장시키는 과정이라 여긴다. 책을 눈으로만 읽지 않고, 귀와 몸으로 함께 느끼다 보면, 결국 마음이 열린다. 삶이 조금 느려지고, 서로를 듣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들은 말한다. “그림책에는 ‘어울려 살림’이 소복해요. 함께 읽으면 그 맛이 살아납니다.” ※ 이 코너는 한의사 회원이 집필한 책을 간략히 소개하여, 회원들의 다양한 활동과 한의학의 저변 확대를 함께 나누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서평이나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으며, 특정 도서에 대한 광고나 추천의 의미는 아님을 안내드립니다. -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전하는 임상치험례 <39>최진용(진성한의원장) 남자 15세. 2025년 1월8일 초진. 【形】 143cm/45kg, 눈밑이 어두운 것이 변한다. 【色】 얼굴 피부 희고 윤기 있고 복부의 피부도 희고 윤기가 있다. 右氣口맥이 左氣口 보다 크다. 沈脈으로 有力하고 滑한 느낌도 있다. 【腹診】 중완, 전중 2(약한 압통 1, 중간 압통 2, 강한 압통 3), 복부의 피부는 부드럽고 조밀하고 활(滑)하다. 【旣往歷】 2024년 10월부터 피부 두드러기로 대학병원에서 처방받은 항히스타민제를 1일 2회 복용하고 있다. 【生活歷】 오미(五味)로 문진(問診)한다. 五味: 단맛이나 느끼한 맛의 음식은 안 좋아하고, 신맛은 보통이며, 맵고 짠맛은 좋아한다. 평소에 갈증이 많고 시원한 것을 좋아한다. 【症】 ① 피부 두드러기는 2024년 10월 초 시원할 때부터 시작됐다. 복부와 등에서 먼저 발생했고, 지금은 전체적으로 올라온다. 처음에 한두 군데 생기면서 붉은 색으로 변하고 가렵고 융기도 되면서 합쳐진다. 대학병원에서 알레르기 검사상 나오는 것은 없다. 현재는 양약 복용 중이라 두드러기가 올라오진 않으나 평소에도 피부가 가려움은 있다. 항히스타민제를 먹지 않으면 피부가 융기되어 올라오는 부위는 붉어지고 가렵다. ② 잘 먹고 소화도 잘 된다고 한다. ③ 평소에 더위를 많이 타고 시원한 것을 찾고 물도 차가운 물과 얼음을 좋아한다. ④ 예전부터 스트레스 받으면 과호흡 증상이 생긴 경우가 있었고, 엄마 말에 의하면 아들이 자기 분을 자기가 삭이지 못한다고 한다. 평소에 목에 가래가 있어서 음음 거리고 차를 타면 멀미를 잘 한다. ⑤ 대변은 2일에 1회로 시원하고 소변도 시원하게 잘 보고 땀은 많이 나오는 편이다. 【治療 및 經過】 ① 2025년 1월8일: 加味二陳湯(氣痰) 20첩 30봉으로 1일 2회 15일분 투약함. 침 치료는 7일 1회 우측 내관 풍륭 족삼리 중완 사법으로 침 치료. ② 2025년 1월22일: 右氣口맥이 左氣口 보다 크고 沈脈으로 有力하고 滑한 맥이다. 맥동 수는 1분에 77동이다. 한약을 복용하면서 항히스타민제 복용을 안했고 두드러기가 1회 올라왔으며 가려움은 있음. 눈 밑에 담음기는 비슷하고 목의 매핵기는 10% 정도 좋아짐. 加味二陳湯(氣痰) 20첩 30봉으로 1일 2회 15일분 투약함. 침 치료는 7일 1회 우측 내관 풍륭 족삼리 중완 사법으로 침 치료. ③ 2025년 2월7일: 右氣口맥이 左氣口 보다 크고 沈脈으로 有力하고 滑한 맥이다. 맥동 수는 1분에 72동이다. 두드러기 사라지고 가려움도 없음. 담눈 밑에 담음기는 비슷하고 목의 매핵기는 30% 정도 좋아짐. 加味二陳湯(氣痰) 20첩 30봉으로 1일 2회 15일분 투약하고 침 치료는 하지 않음. ④ 2025년 2월22일: 右氣口맥이 左氣口 보다 크고 沈脈으로 有力하고 滑한 맥이다. 맥동 수는 1분에 71동이다. 두드러기 사라지고 가려움도 없음. 담눈 밑에 담음기는 20% 정도 약해지고 목의 매핵기는 60% 정도 좋아짐. 加味二陳湯(氣痰) 20첩 30봉으로 1일 2회 15일분 투약하고 침 치료는 하지 않음. 【考察】 상기 환자는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두드러기 치료를 위해 내원했다. 내원시에는 항히스민제 복용으로 인해 두드러기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 상태였다. 눈밑이 어두운 경우는 痰飮外證에서 痰이라 했고 피부가 활하고 맥도 활맥이 나타나면 痰이라 했고, 沈脈은 氣病이라서 沈滑脈은 氣痰으로 진단했고 예전부터 매핵기 증상과 과호흡이 있었고 맥도 우측 기구맥이 성하고 소화는 잘되어서 內傷과 七情傷 중에서 七情으로 인한 氣痰의 梅核氣로 진단했다. 증상의 순서상 매핵기가 두드러기보다 먼저 있었기 때문에 治病必求於本에서 먼저 생긴 병이 本이라서 두드러기 처방을 하지 않고 本을 치료하는 기담의 加味二陳湯 20첩에서는 보통 생강 100g을 넣어서 달이지만 상기 환자는 매운맛을 좋아하기에 20첩에 생강 150g을 넣고 달여서 30봉씩 4회 처방해 효과를 보았기에 공유한다. 완치의 개념은 매핵기가 사라져야 한다고 보호자에게 이야기 했지만 2월22일 이후 다시 내원하지 않았다. 【參考文獻】 ① 신증보 대역동의보감 p372 氣痰 ○七情鬱結痰滯咽喉形如敗絮或如梅核咯不出嚥不下胸膈痞悶宜淸火豁痰丸玉粉丸加味四七湯潤下丸二賢散前胡半夏湯加味二陳湯<入門> 기담(氣痰) 部 ○7정(七情)이 울결(鬱結)되어 목구멍에 담(痰)이 막혀 있는 것이 헌 솜이나 매화씨 같은 것이 걸려 있는 것 같은데 뱉어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넘어가지 않으면서 가슴이 더부룩하고 답답한 것이 기담이다. 이런 데는 청화활담환, 옥분환, 가미사칠탕, 윤화환, 이현산, 전호반하탕, 가미이진탕을 쓰는 것이 좋다[입문]. ② 신증보 대역동의보감 p373 加味二陳湯 ○기담이 인후를 막고 있어 매해기가 된 것을 치료한다. ○반하 진피 적복령 지각 길경 각각 1돈 편금 치자초 각 7푼 자소자 백두구인 감초가각 5푼 ○신증보 대역동의보감 p375 담음외증, p820 활맥, 침맥, p272 맥법, p949 신성공교에서 문진으로 병정을 알아낸다는 것은 환자가 좋아하는 오미를 물어보고서 병이 생긴 원인과 부위를 알아낸다는 것이고, p986 치병필구어본에서 병을 두고 논해본다면 먼저 생긴 병이 본이 되고 나중에 생긴 병이 표가 된다. -
일본 고치현 ‘마키노식물원’에 다녀와서…[한의신문] 최근 일본 고치현 출신의 식물학자인 마키노 토미타로 박사(牧野富太郎, 1862∼1957)를 기리기 위해 만든 ‘고치현립 마키노식물원’을 찾았다. 고치현은 시고쿠 섬의 남부에 위치한다. 그는 초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도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로, 독학으로 식물을 연구해 일본 최고의 식물학자에 올랐다. 식물학명 중 명명자 부분에 자주 나오는 ‘Makino’가 바로 위의 마키노 박사를 가리킨다. 황련(Coptis japonica(Thunb.) Makino), 천궁(Cnidium officinaleMakino) 그리고 당약의 기원식물인 쓴풀(Swertia japonica (Schult.) Makino) 등의 학명을 명명한 학자다. 정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식물원으로 들어서니 일본의 삼(參)으로 불리는 죽절삼이 대여섯 그루가 숲 속에서 자라고 있다. 죽절삼은 뿌리 모습이 대나무 줄기와 비슷해 이런 이름[竹節參]이 붙여졌으며, 고려 인삼과 다른 종이다. 중국에서 죽절삼 재배지를 간 적이 있지만 일본에서 죽절삼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았지만 식물원에서 제일 먼저 필자를 반겨준 죽절삼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남겨뒀다. 식물원 제일 안쪽에 자리잡은 약용식물 구역에서 중요한 약초를 발견했다. 바로 카기카즈라(カギカズラ)의 일본이름을 가진 구등(鉤藤, Uncaria rhynchophylla)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화구등(華鉤藤, Uncaria sinensis)이라는 식물에 가시가 달린 어린가지를 약재 조구등(釣鉤藤)이라고 하며 식약처 공정서인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수록되어 있다. 그렇지만 중국에서는 위의 식물인 ‘구등’ 그리고 일본에서는 ‘카기카즈라’라 부르는 같은 식물의 가시를 약재로 쓴다. 이 약재는 한국·중국·일본에서 사용하는 기원식물이 좀 복잡한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범의귀과의 약초 상산(常山)도 이곳서 만났다.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서 약재 상산은 약초 상산(Dichroa febrifuga)의 뿌리를 가리킨다. 상산은 용토약(涌吐藥)으로 분류하지만 말라리아 치료, 해열 작용도 가지고 있다. 상산은 한국에서 볼 수 없으므로 열심히 이 식물의 여러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제주도에도 상산이 자란다. 제주도의 상산은 과명이 운향과이고 학명은 Orixa japonica이다. 위에서 약재로 쓰는 범의귀과의 상산(常山)과 다른 식물이니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구등 위쪽에는 초마황(草麻黃, Ephedra sinica)이 나무 울타리 안에서 재배되고 있다. 초마황의 초질경은 약재 마황(麻黃)이다. 초질경에는 ephedrine이 주성분으로 포함되어 있고 발한, 해열, 진해, 진통약으로 사용한다. 마황 뿌리에는 초질경과 반대 효능인 지한 작용과 혈압강하작용이 있는 ephedradine 성분이 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속썩은풀, 황정, 하수오, 오수유, 지모, 황금, 용담, 산사나무, 치자나무, 배초향, 사철쑥, 잔대, 박하도 약용식물구역에서 잘 자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개느삼과 인삼을 만난 일은 이번 식물원 탐방의 성과였다. 약용식물 구역을 둘러본 후 레스토랑 쪽으로 내려가는데 희귀한 식물이 보인다. 눈이 부실 정도로 수많은 보라색 꽃이 피어 있는 Mucuna sempervirens이다. 이 식물의 황홀한 모습에 이끌려 동영상도 찍어본다. 우리나라 이름은 없지만 monkey tamarind, velvet bean 등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구글 자료를 찾아보니 아프리카와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인 열대 콩과 식물이며 접촉 시 발생하는 극심한 가려움증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 식물을 지나니 왼쪽에 양귀비를 재배하고 있다. 관상용 꽃양귀비가 아닌 약으로 쓰는 진짜 양귀비다. 관람객들이 양귀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언덕 아래에 포장을 마련하여 방문객들은 위에서 식물을 내려다본다. 양귀비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울타리 안에서 잘 자라고 있었지만 아직 꽃이나 열매는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식물원 정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마키노 도미타로 기념관의 전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만난 마키노 박사의 1949년도 서재가 인상적이다. 5만여 권의 서적에 둘러싸여 밤낮으로 책상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이 질 복원되어 있다. 서재 오른쪽에는 식물 표본 제작에 사용했던 엄청난 양의 폐(廢)신문이 쌓여 있다. 마키노 박사가 평소 얼마나 많은 식물 표본을 만들었는지 전시된 신문 분량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마키노 박사가 사용했던 흡습지인 폐(廢)신문은 중요한 역사적 자료로도 인정받았다고 한다. 이 신문을 버리지 않고 보관하여 훌륭한 자료로 남긴 그들의 기록 수집 정신도 읽을 수 있다. 필자는 전시관 입구에 세워진 마키노 박사의 흉상 바로 옆에서 박사의 숨결을 느끼며 기념사진을 함께 찍어 본다. 한편 마키노식물원 내 도서실에 필자가 발간한 약초도감인 ‘동의보감 우리 약초와 약재’(박종철 저, 푸른행복, 2022) 한 권을 기증했다. 800페이지의 무거운 책자를 한국서 가져가고 식물원서 오전 내내 가방에 넣고서 식물 사진을 찍은 후 오후에 도서실 담당자를 만나 도서를 기증했다. 이같은 일이 쉽지 않았지만 존경하는 마키노 박사의 도서실에 필자의 도서가 진열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뿌뜻하다. 한국에 도착한 지 6일 만에 도서실 담당자와 ‘공익재단법인 고치현 마키노기념재단’ 이사장으로부터 도서실에 책자를 소장한다는 감사 편지를 받았다. 마키노식물원에서 함께 수고해 주신 강영숙‧나도선‧박정일‧신승원‧오기완 교수에게 감사드린다. -
한방신경정신과학회, 치매치료 한의표준CPG 전략 공개[한의신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회장 조성훈)는 지난달 26일 오송에이치호텔 세종시티에서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치매, ADHD, 알코올 관련 장애,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를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경정신과 분야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개발 과정을 공유하는 한편 향후 업데이트 방향을 제시했다. 조성훈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춘계학술대회는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한의표준CPG를 주제로, 주요 질환에 대한 임상지침의 고도화 및 신규 개발에 대한 내용으로 준비했다”면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의학의 역할 또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만큼 이 자리가 한의신경정신과학의 근거와 전문성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총 2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이날 학술제의 첫 번째 세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고도화(좌장 이재혁)’에선 △치매 한의표준CPG 고도화와 전문가 합의 연구(조성훈 회장)를, 두 번째 세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신규 개발(좌장 정인철)’에선 △조현병 스펙트럼장애 한의표준CPG 개발과정 및 전문가 의견 수렴(최유진 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알코올 관련 장애 한의표준CPG 개발과정 및 전문가 의견 수렴(임정화 부산대 한방병원 교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한의표준CPG 개발(김윤나 경희의료원 교수)을 주제로 각각 발표가 진행됐다. 이날 조성훈 회장은 지난 2021년 발표된 치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초판을 바탕으로 한의학적 치매 치료에 대한 근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디지털 가이드라인 형태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조 회장은 “개발된 지 5년이 경과한 치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최신 임상 근거를 반영하고, 임상연구 및 경제성 평가를 통해 국내 실정을 반영한 개작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 대전대 산한학협력단(연구책임자 정인철)과 ‘치매 한의임상진료지침(이하 한의표준CPG) 고도화 및 표준임상경로(이하 한의진료CP) 개발’에 착수, △한·중·일 CPG를 반영한 치매 한의표준CPG 고도화(Hybrid adaptation) △디지털 가이드라인 인증 및 출간 △근거 강화를 위한 임상연구 △한의표준CPG 개작, 인증·출간 △4종(한의원, 한방병원, 협진의료기관, 공공의료기관)의 치매 한의진료CP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적용한 임상연구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 회장팀은 알츠하이머형·혈관성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항치매약물 단독요법 대비 한약 병용요법, 침·전침 치료 등의 효과성을 MMSE, MoCA, ADL, BEHAV-AD 평가척도를 적용해 분석했으며, 인지기능·일상생활능력·행동심리증상(BPSD) 개선 여부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권고안을 CPG·CP에 담아낼 계획이다. 조 회장은 “이번 고도화 작업은 근거 상향 임상연구와 국내 최초 한·중·일 하이브리 수용 개작 방법론을 도입한 것으로, 치매 한의치료 표준화를 통해 치매 치료·관리에 대한 사회적 비용 절감과 더불어 국가 보건의료체계에서 한의진료 활용성을 증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한의표준CPG 개발 경과 발표에 나선 최유진 선임연구원은 한약 치료(온담탕가미, 억간산, 양심탕가미 등)와 침구요법이 조현병에 대한 △양성·음성증상 보완 △항정신병약물 부작용(체중 증가, 대사질환, 고프로락틴혈증 등) 완화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양성·음성 증상의 보완치료를 위한 한약 병용요법으로 △온담탕가미(조현병 대표처방) △억간산(치료저항성 조현병) △양심탕가미(전증 심비양허) △전광몽성탕가미(광증 기체혈어) △도담탕가미(전증 담기울결) △소요산가미(전증 간울비허)를, 침 치료의 경우 △백회(GV20) △인당(EX-HN3) △사신총(EX-HN1) △사지부 내관(PC6) △신문(HT7) △삼음교(SP6) △족삼리(ST36)에, 전침의 경우 △백회·인당(GV20·EX-HN3) △양측 태양(EX-HN5)에, 이혈지압은 △심(心) △간(肝) △비(脾) △위(胃)에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 임정화 교수는 알코올 관련 장애에 대한 한의표준CPG 개발 과정과 초기 결과를 소개하며 “간·심혈관 질환, 암, 정신장애 등을 유발하는 알코올 사용 장애는 국내외적으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하는 주요 질환군임에도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면서 “재발 방지와 신체적·정신적 합병증 관리가 치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갈근탕, 치자청피탕 등의 한약 요법과 침구치료가 △금주 유지율 향상 △금단증상 완화 △우울·불안감소 등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기존 문헌 및 예비 임상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향후 표준화된 핵심임상질문(CQ) 도출과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근거 수준을 강화한 최종 CPG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ADHD에 대한 한의표준CPG 개발 현황을 공유한 김윤나 교수는 한의치료가 환자의 △주의집중력 향상 △과잉행동 감소 △충동성 조절 및 우울·불안 등 정동 문제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현재 ADHD는 약물치료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장기복용에 따른 부작용과 한계로 인해 대체·보완적 치료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성인 환자에 대한 내용도 포함해 전 국민에 대한 적절한 관리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 및 성인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한의치료(침 치료, 한약 투여, 한의정신치료, 한의기공명상 프로그램, 생기능 자기조절 훈련)가 주요 증상(부주의·과잉행동·충동성 증상)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해 진료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임상적 핵심 질문(PICO)을 선정하고, △주요 데이터베이스(PubMed, EMBASE, Cochrane Library 등)·전문 데이터베이스(CINAHL, AMED, PsychArticles 등)·한중일 대표 데이터베이스 등 14개 문헌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분석·평가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ADHD에 대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통해 한의진료의 표준화와 환자 만족도 향상은 물론 효율적인 의료자원 활용을 통한 건보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향후 다양한 한의약 중재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의료진의 CPG 접근성을 강화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인류세의 한의학 <40> 기후위기와 본초의 위기 IV김태우 한의대 교수 경희대 기후-몸연구소 소장, 『몸이 기후다』 저자 불사태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산사태가 밀려오듯 불사태가 들이닥친다. 산사태라면 밀려오는 흐름이 있겠지만, 이번 불사태는 그와 달랐다. 보통 산불도 타들어오는 흐름이 있지만, 이번 산불의 흐름은 단절적이었다. 강풍을 타고 산불은 간극을 넘어 밀어닥쳤다. 뉴스 영상이 전하는 폐쇄회로 화면은 다른 세계의 모습 같았다. 사람들이 대피한 집에 불씨들이 몰려온다. 바람을 타고 마당을 휘졌는다. 불씨라고 하기에는 덩어리가 크다. 본 적 없는, 불씨라고 할 수 없는 불덩어리들이 날아다닌다. SF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호러무비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불의 형태를 한, 갑자기 밀려오는 좀비 떼 같기도 하다. 불씨가 휘몰아치자 지붕에 불이 붙는다. 마당에 세워 놓은 차도 불탄다. 이번 영남 지방의 산불은, 전에 없던 규모와 그에 따른 피해로 충격을 주었다. 특히 경북지방의 피해가 심했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경상북도 도청소재지가 있는 안동이 위험에 처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에도 산불이 덮칠 판이었다. 강풍을 타고 급속하게 산불은 동진, 북진했다. 급격하게 번지는 불사태라고 해야 할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산불은 번져나갔다. 이번 산불은 인간이 제어하기 어려운 강력한 현상에 대해 보여준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산불의 진화는 더 늦어졌을 수도 있었다. 강풍이 불고 계속 번지는 산불을 걷잡을 수 없었다. 소방헬기가 쉴 새 없이 물을 실어 나르고, 가용한 모든 소방 인력이 총동원되었지만, 불사태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산불을 멈춘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3월 27일 비가 내렸다. 양은 많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려 경북 산불이 잦아들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지만, 강우량은 적었다. 산불이 만연한 경북 지방에 특히 조금 내렸다. 그래도 그 비들은 재난을 멈출 수 있는 비였다.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 이번 산불의 진화를 가능하게 한 3월 27일의 비는 인간의 입지를 돌아보게 하는 비였다. 몰아치는 산불에 속수무책인 인간을 돌아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현재 기후변화의 가장 큰 문제는, 예측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예측을 할 수 있다면, 대비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기후위기는 대비할 기회를 놓쳐버리는 위기 이상의 상황이다.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던 산야에 전에 없던 기압배치의 흐름을 타고 강풍이 불자, 경험하지 못했던, 예측하지 못했던 산불이 휘몰아 쳤다. 조용했던 마을이 아비규환의 재난 현장이 된다. 멀리 가물가물 보이던 산불이 갑자기 앞마당으로 들이 닥친다. 믿을 수 없는 산불 뉴스에 사람들은 지도를 다시 확인한다. 벌써 영양군까지 번졌다고? 이미 영덕까지 갔다고? 삽시간에 육지 끝까지 번진 산불은 동해안까지 다달았다. 정박한 어선까지 태우고 동해안의 양식장에까지 피해를 입혔다. 양식장을 유영하던 도다리까지 느닷없이 산불 피해를 당하는 들어보지 못한 산불이었다. 이번 산불은 앞으로 닥칠 기후재앙의 예고편 같다. 그리고 자연의 일이 바로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산불은 멀리 인간의 영역과 떨어져서 불타다가, 다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꺼지는 산에만 있는 불이 아니다. LA 산불같이 바다 건너 다른 나라, 이국 도시의 이야기도 아니다. 지금 바로 여기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번 영남 지역의 대형 산불은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산불로 31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44명으로 총 인명피해는 75명이다. 주택 4천여 채가 불타고 사찰도 7곳이 불탔다. 축사까지 합치면 6천 곳이 넘는 시설물이 불탔다. 경북지역의 산불 피해지역이 4만 5천 헥타르에 이르면서 최대 피해 산불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수치화되지 않은 피해 피해는 위에서 표기된 수치들 보다 더 극심했다. 서울 크기의 80%에 해당하는 면적이 불탄 와중에, 그 넓은 지역의 나무와 풀과 동물과 곤충들을 합치면 그 피해는 숫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거기에는 농작물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도다리와 함께, 축사의 소와 돼지, 닭들도 있을 것이다. 인명피해도 중요하지만 이들 인간 아닌 존재들의 산불 피해를 생각하는 것도 인명 피해를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이것은 연결의 문제다. 인간과 비인간은 연결되어 있고, 비인간의 피해를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피해를 고려하는 것과 연결된다. 그 연결성을 무시한 것을 우리는 다시 받고 있다.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이 “가이아의 복수”라고 말하는 일들이 이번에 일어났다1). 하지만 가이아의 복수는 여전히 가이아와 인간을 나누는 관점을 유지하는 것 같다. 인간이 가이아에 해를 가하고, 다시 가이아가 인간에게 복수를 하는 것 같은 구도가 “가이아의 복수”에는 있다. 하지만 가이아는 인간과 떨어질 수 없다. 가이아에 해를 가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 스스로에 해를 가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기후위기는, 복수라기 보다는 연결된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인간중심의 생각, 인간 외의 존재들을 인정하지 않는 생각의 구도가 만들어 낸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영역과 자연의 영역을 구분하고 위계화하고 자연의 영역을 인간의 영역을 위해 사용하는 자원화를 통해 구분한 선긋기가 재난의 방식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쓰고 남은 쓰레기를 버리는 공터로 자연을 생각하는, 또한 실천하는, 이분화의 구도가 폐해를 키웠다. 인간이 가이아와 연결되어 있는 만큼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속수무책의 산불이라고 하지만 그 산불에 인간이 기여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또한 앞으로의 산불에 대비하고 준비해나가야 할 일도 적지 않다. 그 중 하나는 이격된 연결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만물(萬物)과 본초(本草) 동아시아에서 자연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자연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은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용어이지만, 현재 사용하는 번역어 자연의 의미인 인간의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대상의 의미는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자연 개념이 없는 문화가 더 일반적이다. 근대적 자연 개념의 세계화를 통해 지금의 자연 개념이 전 지구화되었지만, 근대화가 진행되기 전 그러한 개념을 공유하지 않는 지역과 문화가 더 많았다. 동아시아의 만물(萬物) 개념은 이에 대한 예시이다. 만물에는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생물, 무생물, 인간, 비인간, 그리고 공간을 차지하는 것과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것까지 포함된다. 비어있는 공간 자체도 만물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만물은, 공간을 차지하고, 시각으로 확인되는 대상이라기보다는 어떤 리듬을 공유하는 존재들의 모임이다. 그것은 생명의 리듬인데, 그 리듬을 공유하므로 만물은 만 가지로 다양하지만, 그래도 서로 관계를 맺고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동아시아의 본초 개념 또한 이러한 만물의 다양성과 관계성의 관점이 녹아 있는 존재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생명의 리듬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본초들은 인간들의 고통을 경감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생명의 리듬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인간은 본초의 효능을 알고, 그것을 자신들의 고통에 적용할 줄 알았다. 그러한 연결성으로 인간의 몸은 본초의 효능을 접수할 수 있는 준비된 존재이다. 리듬을 공유하므로 산불 이후에 한의학이 할 일도 있다. 이번 산불 재난 이후 이재민을 돕기 위한 한의계의 활동이 하나의 예시를 보여준다. 몸도 마음도 만물이 공유하는 리듬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산불을 직접 경험한 분들의 심신을 함께 돌볼 수 있는 가능성이 한의학 진료에 열려 있다. 기후변화의 상황 속에서 앞으로 있을 재난에 대해, 또한 이러한 연결의 이해를 바탕한 의료가 할 일이 적지 않다(다음 연재글 “기후위기와 본초의 위기”V에서 계속). 1) 가이아 이론을 주창한 러브록은 2006년에 『가이아의 복수』를 출판하여 (한국어 번역본은 2008년에 출간), 기후생태 문제의 경각심을 고취하고 이에 응대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논의하였다. -
‘K-Medi Tech’ 붐…KIMES 통해 본 한의약 산업[한의신문] 융복합 의료산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행사인 ‘제40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이하 KIMES)’가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가운데 한의원 경영 활성화를 위한 신제품과 함께 디지털화된 한의 진단기기 등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이번 KIMES에선 국내·외 영상진단장비 및 헬스케어, 의료 정보 관련 업체 등 의료산업의 대표기업들이 참가해 1450여 개의 제조사들이 3만7000여 점의 관련 용품을 전시했으며, 총 7만2507명(외국인 4941명)의 참관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KIMES에서는 한의 관련 의료 기기 및 용품도 전시됐는데, 먼저 다양한 한의의료용품을 제공해오고 있는 쇼핑몰 KM몰(대표 최은숙)은 봄을 맞아 미세먼지 등으로 답답한 코를 위한 한방케어 제품으로 ‘KM청비고(淸鼻膏)’를 선보였다. KM몰에 따르면 청비고는 황련, 황백, 황금, 치자로 구성된 ‘황련해독탕’ 기반 멀티밤으로, 인체 내부 열을 내리는 황련해독탕의 효과와 더불어 박하상, 용뇌, 감초 및 허브오일(유칼립투스, 티트리, 페퍼민트)를 추가해 막힌코를 뚫고, 정신을 맑게 하도록 했다. 특히 ‘한약에도 봄을 입히다’라는 카피로 선보인 ‘꽃내음 패키지(한약상자. 한약파우치)’는 기존 전통적 디자인에서 탈피, 어린이와 여성들로부터 한약에 대한 친근감을 제고토록 해 발매와 함께 4만개가 판매되기도 했다. 또한 ㈜동방메디컬(대표 김근식)은 자체 미용 브랜드 ‘ELASTY’의 MESHFILL(메쉬필) PDO·PCL 실을 내세웠다. 동방메디컬의 ‘ELASTY’ 브랜드는 국내 식약처 MFDS, 미국 FDA, 유럽 CE 인증을 획득한 글로벌 메디컬 에스테틱 브랜드로, HA 필러와 PDO 실 제품을 중심으로 의료기기 및 미용 의료 시장 내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또 시술의 편의(수기법)를 위해 침병의 길이를 기존 20mm에서 25mm로 연장한 ‘동방침 수(秀)’와 함께 동방침 얼·스프링블리스터·파이프블리스터 등도 소개했다. ㈜TNH가 선보인 업계 최초 클라우드 기반 전자차트 ‘한차트’는 △직관적인 차트 작성 프로세스 △파악이 용이한 진료 현황(환자 이미지) △태블릿과의 호환(2호 차트) 및 Before·After 이미지 비교 △내원 일정 관리 △상세 검색(고객 정보, 진료 내역)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며, △전화 수신 시 환자 상담내역 자동 팝업 △전자서명(공인인증서)을 통한 수납대장 △원스톱 원외탕전실 처방 전송 시스템 등의 부가서비스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한의의료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3D·AI 기반 진단기기도 소개돼 큰 관심을 끌었다. 코르트가 내세운 한의의료기관용 혈압·심혈관 진단기기 ‘KOROT P3 ACCURATE’는 코르트코프음을 활용해 △불구칙 맥파, 심방세동, 커프풀림, 노이지 감지 △최고·최저 혈압, 맥박수, 맥압, 평균혈압, 심부담 확인 △상황별 PWV·HRV 모드 측정 △데이터관리(최대 1만개) 기능을 탑재한 제품으로, △커프와 KOROT 센서의 일체화 및 고성능 마이크 내장 △적정가압(통증 최소화) △인체공학적 커프 디자인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대요메디(대표 강희정)가 선보인 한의학 맥진법 기반 3차원 맥영상 검사기 ‘DMP-LIFE PLUS’는 맥의 세기·깊이·빠르기·형태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통해 심혈관계 및 혈액순환 상태를 분석하는 한의진단 장비이며, 이와 함께 저주파·온열 자극 기술을 통해 쑥뜸의 온열 효과와 경혈 자극을 동시에 구현한 전자쑥뜸기도 전시했다. 선메디(대표 신민철)가 전시한 한의원용 뇌파계 QEEG-32FX 모델은 뇌파 진단결과를 3D 브레인맵핑(Brain Mapping)을 통해 입체적으로 병변을 판독할 수 있도록 했으며, 진단 시 발생하는 잡음을 실시간 AI 방식으로 필터링해 진단의 정확성을 높였다. 또 한의원에 따라 8·16·24·32채널별 업그레이드 지원될 수 있도록 했다. 벤처기업 엘비스(대표 이진형)는 뇌 신경 회로를 분석해 뇌 질환을 진단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제안하는 인공지능 기반 딥러닝 AI 플랫폼 ‘뉴로매치(NeuroMatch)’를 소개하며 이를 한의의료기관에서 활용, 뇌전증, 알츠하이머, 파킨슨병과 같은 난치성 질환 치료를 주도할 것을 제시했다. ㈜코랩은 한의의료기관용 무중력 교정감압장비 ‘KL300’을 통해 현장에서 참관객들을 대상으로 S자 패턴 프로그램(장요근 견인·회전·이완)을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하 기관 메디컬코리아지원센터가 운영한 ‘메디컬코리아 2025’에선 외국인 환자 유치 홍보를 위한 ‘다이트한의원(원장 전성현·강병수)’ 부스가 설치돼 참관객 대상 진맥과 체질별 다이어트 상담 및 한약 처방을 진행하기도 했다. 강병수 원장은 “요즘 비만에 대한 관리·치료가 세계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방문 외국인을 대상으로, 그 효과가 우수한 한의비만관리 프로그램과 한약 처방을 통해 K-medi 홍보에 앞장서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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