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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한의학-完, 오적산의, 오적산에 의한, 오적산을 위한신현규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한방의료이용 및 한약소비 실태 조사’에서 한방의료기관 전체 한약 처방 1순위는 당나라 846년에 만들어진 오적산으로, 56종 보험처방 순위에서도 점유율 49.8% 약제비 79억 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보험처방에서 지난 30여 년간 연속 1위이면서 8000만 일 이상 투약하였으니, 한 환자에게 3일분씩 계산하면 약 2600만여 명을 치료했고, 제약회사는 1600억 원 이상을 약제비로 지급받았다. 이외에 한방의료기관·한약국·약국에서 첩약과 비보험 처방약까지 합하면 더 많은 환자에게 투약됐을 것이다. 오적산, 그 동안 국민 건강과 질병 치료에 기여했고, 부작용 보고도 없으니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하지만 현 문명사회에서 의약품이 30년·2600만 명·1600억 원 이상으로, 또 한의계의 천하제일 우수 명품 처방임에도 그 품격에 걸 맞는 한의학적·의학적·약학적 의약품 자료는 거의 없다. 오적산, 적응증 임상연구 자료 보내주세요? 현재 18개 제약회사가 오적산을 생산하고 있다. 의약품을 제조하려면 안정성·안전성·유효성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하여 심사·승인을 받아야 하나, 법적으로 『동의보감』, 『방약합편』 등 10종 한의서에 수록된 처방 제품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따라서 오적산 엑스제제는 이들 자료 없이 제조되고 있고, 오적산 첩약 조제 역시 한의서를 근거로 한 여러 직능인들의 법적 행위로 식약처 관할 업무가 아니다. 이렇듯 전통약 제조 및 조제와 관련한 국가 정책은 오랜 기간 투약한 경험을 인정하고, 또 현실적으로 합성의약품 수준같이 한약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도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다. 만약 한의사·한약사·약사가 제약회사에게 “오적산 제품 QC자료 보여 주세요? 한번 복용하면 효과는 몇 시간 지속되나요? 독성평가 자료 있으세요? 타이레놀과 같이 복용하여도 괜찮은가요? 라벨에 기재된 적응증 임상연구 자료 보내주세요? 그 질환 치료율이 몇 %인가요? 가장 심한 부작용은 무엇인가요?”라고 구매자 입장에서 소비자 권리(의사 약사는 합성의약품에 대한 어떤 자료도 문의할 수 있다)를 이야기하거나, 어느 날 갑자기 제약회사가 “원장님이 필요로 하는 오적산 자료 갖다드릴까요?” 라고 말한다면, 모두가 한의서 모독, 한의약 원리 무시, 한의약계 폄훼, 제약업계 불신, 식약처 정책 위반,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 거부, 투자할 필요가 없는 일에 이익 낭비하는 한의약적·사회적·법적·경제적 딜레마에 빠져 버린다. 오적산, 안전성·유효성 근거를 확보했는가? 오적산은 중국 일본에서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인기 없는 처방이다. 일본의 한약 처방 147종 중 생산액 14억 원으로 87위이고, 중국은 관련 자료도 거의 없다. 한국 한의계가 아! 이렇게 효능이 우수한 오적산을 모르다니! 안타까워할 수는 있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오적산 적응증에 효과 있는 다른 처방들을 투약하고 있다. 현재 한·중·일 제약회사에서 제공하는 오적산 자료 분량만 단순히 살펴보면, 중국 2페이지, 한국 2페이지, 일본 27페이지다. 일본만 특이한 것은 1988년부터 제약회사가 사내에 의약품 정보담당 조직을 두고, 일본 병원약사회와 함께 오적산에 요구되는 필요 자료와 그 구성으로 13개 분류 71개 세부 항목을 논의했다. 그리고 각 항목 자료 구축을 위하여 자체 또는 외부 연구를 통해 조금씩 해결하면서, 오적산 적정 사용과 평가를 위한 정보 자료를 완성했다. 지난 30년간 한국 제약업계는 오적산을 제조하면서 품질 향상과 균질성 관리 기술이 발전되었고, 충분한 복약지침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가? 최근 식약처는 한약제제 제조 관리 지침 미준수와 품질 부적합으로 제약회사에 대한 행정 제재와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또 연구에 의하면 오적산 정량 및 패턴 분석 결과, 전탕액 보다 엑스제제 지표성분 함량이 낮고 각 제약회사 제품마다 함량 편차도 크다고 한다. 이렇게 의약품 안정성이 흔들리면 당연히 효능이 흔들리고, 이어서 한약제제 신뢰도가 떨어져 구매는 감소하고 한방제약산업은 추락하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한의계는 지난 30년 동안 오적산 안전성·유효성 근거를 확보하였는가? 外感風寒·內傷生冷·五勞七傷에 의한 증상을 변증논치하여 風寒濕으로 진단된 2600만 환자에게 투약하면서, 특히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의 각 효능들을 확인했는가? 오적산이 五勞 중 어느 勞, 七傷 중 어느 傷, 五積 중 어느 積, 十種 腰痛 중 어느 腰痛에 더 우수한 효과가 있다는 한의학계 지침이 있는가? 그리고 이들 각 원인별, 각 증상별 치료율은 몇 %인가? 의학 질병인 감염성 관절병증에서부터 원인 불명의 생체 역학적 병변들 중에 효과 있는 새로운 적응증은 발견하였는가? 또 감미 오적산(< 15종 한약재), 원방 오적산(15종 한약재), 가미 오적산(>∞ 한약재) 중 어느 처방이 각 효능에 통계적으로 몇 % 유의성이 있었는가? 그리고 각 질환에 오적산 단독과 병용한 침, 뜸, 부항, 추나요법, 매선요법, 한방물리치료, 약침 등이 각 시술별로 병용 효과 차이가 몇 %있다는 논문이 있는가? 혹시 2600만 환자 중에 몇 %가 風寒濕이 제거 안 되었고, 그 원인은 밝혀졌는가? 또 부작용 보고는 잘하였고, 10만 명당 발생 비율은 몇 %인가? 오적산은 곧 한의학의 과거, 현재, 미래다 30년 2600만 환자 빅데이터에서도 양질의 근거 창출이나 향후 임상·교육 현장에 기여할 어떤 좋은 자료를 찾을 수 없다. 결국 한의계는 세상 어디에서도 좋은 자료가 생성 안 되니, 다음에 더 합리적이고 치료율 높은 진료를 할 수 없고, 학교에서는 더 효율적이고 일목요연한 교육이 안 되는 악순환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연히 한의계는 다른 방법이 없고 오직 한의서에서 오적산 읽고 해석하고 암기하고 고민하는 것이 공부이고, 각자 자기만의 배타적 오적산 主觀 세우 것이 가장 올바른 교육이자 진료 방법이고 목표가 되었다. 매년 150만 명이 투약받는 오적산 현 상황은 음양오행론, 각종 본초방제이론, 체질론, 변증논치 등 한의학 학문 구조의 진실 값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고, 정책적으로는 한의계 내·외적 역량과 전략 목표라고 표방하는 한의약 과학화·표준화·산업화·세계화를 측정하는 중요 바로미터이다. 다행히 현재 한의약학계와 제약계는 서로 노력하면 좋은 자료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는 잘 구축되어있다. 다만 한의계 교육·임상 현장에서 846년도에 발간된 한의서 자료만으로도 수업과 진료에 만족하는지, 아니면 불만족스러운지 어느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오적산 과거·현재·미래가 곧 한의학 과거·현재·미래다. 30년 후 2051년,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한의대 학생들과 지부 보수 교육받는 한의사들이 “황제, 허준은 믿지만, 나머지는 한문 말고 숫자로 된 자료로 설명해주세요”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우리의 한의학-16, “한의학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이 오히려 당신을 시험에 들게 하고”신현규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안녕하세요. 선생님. 같은 직장에 수년을 근무하면서 일면식도 없었지만, 처음 함께 팀원이 되어 작업한 임상시험 계획서가 잘 완결되었습니다. 이제 병원 생명윤리위원회 심의와 승인을 받으면 첫 단계가 마무리됩니다. ‘단 1개 질병에 딱 1개 한약처방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라는, 간단한 질문에 대답을 얻고자 하는 순간, 읽고 검토할 논문과 챙겨야 할 규정은 왜 그렇게 많은지? 임상시험은 한의학 연구의 최고이자 최종 꽃입니다. 꽃을 피우기 위해 한의사 이외에 다양한 전공자들의 도움을 받아 식약처 법규에 맞도록 설계해야 하고, 1년 이상 연구 기간과 억대 이상의 연구비를 확보해야합니다. 참! 정말 중요한 것이 빠졌네요. 인생살이 그렇듯이 행운이 따라 주어야합니다. 한약처방 임상시험, 공익적 편익이 있는가? 의학에서 질병 발생 원인과 증상, 발병 기전, 국·내외 환자 현황, 투여 화학의약품의 효능과 부작용 등을 확인하고, 한의서에서 이에 대응되는 병명과 한약처방 조사 및 이들 한약처방 세포·동물·인체 연구 논문을 읽고 임상시험 가능성과 성공을 가늠해봅니다. 그리고 “과연 이 질병에 이 한약처방으로 임상시험하는 것이 공익적 편익이 있는가?”라는 판단을 내려야죠. 결정되면 의학의 여러 발병 원인들 중에서 한약처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선택된 일부 원인에 의한 환자만을 대상으로 설계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선생님! Y세대로서 우리는 왜 고대 중국 음양오행이론 바탕의 五勞七傷과 六氣로 질병이 발생된 환자에게, 四診을 통한 각종 변증 논치와 사상체질 판별에 따라, 사진과 양도락·맥진기·설진기 측정 지표로 한약처방 안전성·유효성 임상시험을 안하는지, 못하는지 아니면 아직도 고민 중인지 생각해보셨습니까? 혹시 깨달아 해법을 찾으면 가르쳐주세요. 현대 의료사회에서 일정 규모의 임상연구는 효율성과 경제성을 따지는 비교 대상이 있어야합니다. 비교 대상이 없으면 연구하고자 하는 치료 수단의 객관성·우월성·진보성·경제성 평가를 할 수가 없고, 개인적으로는 항상 자신의 치료가 우수하다는 편견에 빠질 수 있습니다. 비교 대상으로는 어떤 약도 투약하지 않거나(투약하지 않아도 증상이 호전됩니다), 위약을 투여하거나 (가짜 약을 투여하여도 플라시보 효과로 증상이 호전됩니다) 혹은 이미 효과가 입증된 화학의약품 또는 한약처방을 투여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한약처방과 질병 변화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각종 측정 지표(혈액·영상·설문지 등)도 확정하였고, 모집 환자 수와 이중맹검으로 무작위 투약할 순서를 통계로 검정하였고, 식약처와 사전 협의, 임상시험 수행 병원과의 지속적인 회의를 통해 계획서가 멋있게 만들어졌네요. 맹목적 한의학 사랑, 임상시험 결과 오류 발생 선생님, 이 과정 중에 첫 시련은 생각지도 않은 임상시험용 한약이었습니다. 임상시험용 의약품은 식약처 우수의약품제조기준 규정에 따라 제조된 의약품만 인정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투여할 한약처방 엑스제제를 제약회사에 문의하니, 그 동안 한의약계 주문이 없어 생산 중지하였답니다. 그래서 다시 다른 한약처방을 선정하고 구매하는데, 어떤 회사는 생산을 안 하고, 또 어떤 회사는 공급할 수 없다고 합니다. 임상시험용 한약제제가 없어 연구를 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임상시험에서 한약제제 구매건보다 더 중요하여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처음 같이 일하면서 선생님이 한의학을 매우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임상시험 설계 시 저 나름대로 약간의 노파심이 있었습니다. 한의사로서 한의학 사랑! 귀하고 훌륭한 직업 정신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면 눈에 콩깍지 쓰인다”는 말 잘 아시죠! 콩깍지! 남녀 간의 사랑에는 묘약이지만 임상시험에서는 착시 현상을 일으킵니다. 黃帝 말씀과 陰陽五行 사상으로 무장한 선생님의 순수하고 헌신적이고 맹목적인 한의학 사랑이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임상시험 계획과 결과에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오류는 엄격한 임상시험 목적을 불확실하고 복잡하게 만들며, 필요 없는 과정과 노력을 불러오고 시간과 연구비를 가중시킵니다. 또 연구종료 후 자료 분석 시에 혼란스러운 많은 결과 값으로 함정에 빠져, 결국 진실 값을 모호하게 만들거나 임상시험을 실패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건 오직 ‘과학적’ 임상시험 뿐 선생님은 수 천년동안 수많은 임상 경험에 의한 결과로 한의학 이론과 치료 효과가 한의서에 기록되었다는 한의학 긍정 확정 편향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까? 또 완성의학으로 어떤 한의학 치료수단도 우수하다는 확신을 예견하고 임상시험 설계를 구상하지 않나요? 더 나아가 반드시 효과가 나오도록 설계하지 않나요? 만약 결과가 예측대로 나오지 않으면 한의학적으로 설계가 안 되었다고 자책하지는 않나요? 세상에 ‘한의학적’ 또는 ‘의학적’ 임상시험이란 없습니다. 있다면 오직 ‘과학적 임상시험’ 만 있습니다. 이 과학적 임상시험 마저도 선생님이 가진 모든 지식과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의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의심하여야합니다. 임상연구는 남녀노소의 차별이나 사회적·학문적 편향성이나 본인 이익이나 진영논리에 따라 설계 수행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임상연구 설계자로서 ‘한의학’이란 학문, ‘한의사’라는 직능을 떠나 그 어떤 유혹에도 빠지지 않고, 이성적인 냉철한 관찰자이며 이해관계가 없는 방관자가 되어야합니다. 이러한 연구 태도가 임상시험 진실 값을 투명하게 얻을 수 있고, 그 진실이 한의사 의료행위를 자유롭게 하고 한의학 미래를 튼튼하게 만들고 국민 건강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평생 한의학을 과학화하는 연구자 길 걷고 싶다면 꼰대버전으로 “내가 선생님 나이 때, 업계 선배님들이 늘 밥 사주고 술 사주셨어. 똑똑한 후배들이 들어왔다고. 한의사 생활에 자부심과 사회적 위치를 높여준 자랑스러운 후배님들! 자! 술잔 들어! 한의학을 위하여!” 그 동안 선생님의 해박한 한·의학 지식과 국·내외 논문 조사 분석 능력, 식약처 규정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설계 과정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 선생님 덕분에 잘 극복되어 고맙고 감사합니다. 아! 그래서 그 옛날 선배님들이 생각나고 마음을 이해하겠군요. 차세대로서 선생님! 앞으로 평생 한의학을 과학화하는 연구자의 길을 걷고 싶으세요. 그러면 한의학 사랑과 열정은 잠시 접어두고, 한의학에 대한 티끌 같은 ‘콩깍지’나 ‘자기애’를 늘 조심하면서, 한의학과 과학을 혼동하거나 과학을 한의학화하는 어리석은 모순과 착각을 범하지 않도록 항상 기도하시고, 연구 시작과 끝 과정에 자기 의문으로 도 닦듯 無心 수행하시길 바랍니다. 이 사업으로 처음 만나 각자의 역할이 끝나서 다시 뵐 일이 없겠지만, 혹시 지나가다가 보이면 밥 사주는 꼰대가 되겠습니다. 그럼 앞날에 행운을 빕니다.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우리의 한의학-15, 25년 前, 대만 陳 소장의 한국 한의계에 대한 우려와 오판신현규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1997년 대만 국립중국의약연구소 陳介甫 소장은 한국에서 출장 온 젊은 한의사에게 한국 한의계에 대해 염려스러운 고언을 한다. 하나는 “우수한 인재들이 한의대에 입학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제 학회나 회의에서 한의사들을 만나면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 앞으로는 한의학이 한국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한의사 수가 인구대비 대만 중의사보다 많다, 향후 어떻게 할 것인지 우려된다”며 당신과 전혀 상관없는 남의 나라 한의계를 걱정한다. 아버지가 다음 세대를 살아갈 아들을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한의계 진짜 실력을 알지 못하는 상황서 오판 하지만 이에 대해 합리적이며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반론은 충분하였다. 영어 공부! 금시초문이다. 영어는 해부학 원서로 인연은 끝났고, 한문 실력도 모자라 한의서 읽는 것도 고역인데 또 평생 그 많은 한의서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리고 의료인 삶은 진료가 최상이고, 특히 한의사는 외국 학회에서 영어로 발표를 하거나 영어 논문 볼 일도 없다. 한의학적 치료를 위해 한의서를 이해하는 한문 공부가 곧 한의학 실력이고, 이 실력으로 쌓은 가장 한의학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한국·중국·대만의 한·중의사, 일본 의사들과 『黃帝內經』 이나 혹은 어떤 한의서를 가지고도 읽기·해석하기·암송하기·받아쓰기·백지내기 경진 대회하면 한국 한의사들이 1등할 자신이 있다. 聖典 『황제내경』을 정통으로 배운 한국 한의사가 중의사·의사보다 훨씬 순수하고 우수하다. 진 소장님! 한국 한의계의 진짜 실력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판한 것이다. 한국에 한의사 수가 많다는 이야기도 금시초문이다. 대외비(?)인 한의학 미래 발전에서는 한의사 인력이 수요대비 부족하여 최소 현 수준 이상이거나 확충이 필요하다. 인력 배치 열망에 의하면 국회에 2∼3명, 국제기구에 파견할 몇 십 명, 각 정부부처 및 지자체 공무원으로 백여 명, 법조인 및 각 종 고시 직종으로 백여 명, 국립한방병원과 각 지자체 의료원 및 보건소에 수백 명, 국군의무사령부 산하 병원에 근무할 군의관 수백 명, 각 지방 한방산업을 일으킬 산업 역군과 연구 개발할 연구인력 수백 명, 한의약 벤처·제약·식품·의료기기·화장품 기업에 초빙될 수백 명, 아프리카에서 부터 중동·중앙아시아·러시아·동남아시아·남미까지 세계 각 국가와 지역에 한방병원을 설립하면, 충원되어야 할 수천 명. 그리고 유럽·캐나다·미국·호주로 이민 가서 한의학의 우수성을 전파할 수천 명, 또 세계적인 한의학 붐으로 한방진료받기 위해 몰려올 외국 환자들 누가 치료할 것인가? 한의사의 인력…최정예 용사 십만 양병설 최후에 한의사 진출 요충지이자 세계 전통의학 시장에서 패권을 다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인 중국 대륙에 『東醫寶鑑』과 『東醫壽世保元』 50만권 들고 가서 한국 한의학과 사상체질의학 우수성을 펼치고 교두보를 확보하여, 중의학 세계화 기세를 본토에서 부터 차단할 최정예 용사 십만 양병설 등이 한의사 인력 정서이자 바람이다. 한의대 교수들도 말한다. “한의사들이 많이 배출되어 한의학연구원에도 많이 들어가고, 그래서 앞으로 한의계 입지를 튼튼히 만들어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떨쳐야한다”라고 말이다. 또 우리 같은 공공기관에서 직원 모집 공고내면 경쟁률이 인문계 학사 수백 대1, 자연계 박사 몇십 대1, 한의사는 미달 혹은 몇 대1이니, 가까이서 보아도 한의사가 부족하다. 진 소장님! 한의계의 비밀 인력 수급 열망을 알지 못해서 계산을 잘못하였다. 진 소장님 말씀 듣고, 한·중·일·대만 인구와 한·중의사 수를 계산기로 두드려 본다. 헉! 대만이 아니라 중국이? 어떻게 인구 12억에 4500만 명인데? 상식을 깨는 계산기! 엉터리 통계! 가짜 뉴스다! 한국 한의사 1인당 국민 수 4천901명, 중국 4천678명, 대만 7천173명, 일본 1만5천818명(일본동양의학회 소속 의사 수 기준)이다. 25년이 흐른 후 오늘 다시 계산해보니, 한국은 1명당 2천31명, 중국 2천857명, 대만 3천361명, 일본 1만7천925명이다. 최근 고용정보원 자료에 의하면, 의료인 직업에 대한 미래 전망 평가로, 의사는 OECD 기준과 비교하면 국민 건강을 위해서 의사 수는 더 필요하지만, 아울러 의료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의원 폐업이나 지역 재배치 그리고 개업의에서 봉직의로의 전환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한다. 한편 의사와 달리 한의사들의 향후 전망은 밝았다. 인구의 고령화, 생명 및 건강 중시 의식변화 등 국민들의 웰빙 문화에 대한 관심 증대로 한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자연주의 치료법이 각광을 받게 되면서 아토피, 비만, 스트레스 등 질환에 한의학 수요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의 건강보험 확대와 한약제제의 제형 개선으로 한의학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다. 한약을 소재로 한 의약품·식품산업 등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세계적으로 전통의약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면서 정부의 한의약 지원이 계속 이어지고, 의학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한의학 연구를 하고 있고 러시아·슬로바키아·터기 등에서도 관심이 높아 해외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2021년도 정시 경쟁률이 한의대 13대1, 의대 6대1로 70년 동안 여전히 한의사의 호경기는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고난의 행군도 견디어낼 것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 시 급박하고 숨 막히는 탄생 순간에 보여준 숭고한 정신과 행동, 1993년 한약분쟁 시에 새벽을 알리는 전광석화와 같은 작전으로 과천벌 전투 승리, 2006년 모두의 자기희생으로 얻은 의료시장 개방 저지, 그 동안 타 단체들의 수차례 일원화를 향한 구애와 외·짝사랑에도 의연히 보여준 절개, 2020년 코로나19를 한의학으로 예방 치료하겠다는 고군분투의 집념으로 이어지는 고난과 투쟁의 역사 속에서 지켜온 민족의학! 황제 사랑을 버린 중의학과 황제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和漢의학과는 그 애정이 남다른 한국 한의학! 4개국 중 오직 한국 한의사만이 고대 중국인들의 전통 우주관과 생명철학을 제시한 『황제내경』을 숭상하는 수호자로서 陰陽五行과 無爲自然의 道를 지키는 尊經衛道 기개! 여기에 한문 공부 시에 유교 경전에서 스며든 세속의 각종 현실·이익·현상·통계에 굴하지 않는 信義와 義理, 學行一致 선비정신! 지난 70년을 우리는 이러한 애정과 기개, 정신으로 이겨왔고 앞으로 어떤 고난의 행군도 견디어낼 수 있다. 70년 후 협회 정원에는 열 분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좌측에 5인 동지회 동지들! 우측에 5인 한의과대학 교수 동지들!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우리의 한의학-14 라떼 말고 아메리카노 마시는 꼰대 도사님을 찾아서신현규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꼰대’,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을 지칭하는 은어였다. 몇 십 년 전 단어가 여전히 유행되어, 꼰대 지수를 평가하는 설문지까지 있다. 검사를 해보니 ‘자기 자신이 꼰대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꼰대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라는 유형으로 내 마음을 어쩌면 이렇게 잘 맞추나 싶다. 꼰대의 핵심은 ‘옛날 경험 지향’으로, 늘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감성을 못 버리는 게 특징이다. 설문 문항으로 기억을 더듬어 보면 꼰대의 첫 대상자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아니라 도사님이었다. 道界에 입문하니 여러 文道에서 武道까지 각기 성향이 다른 도사님들이 계셨다. 만나 뵈면 도 닦은 지 몇 십 년 되었다면서, 『경전』 문구도 이해 못하고, 氣도 못 느끼고, 우주의 진리도 못 깨달았으니 모두가 틀렸단다. 이제까지 배운 것 다 버리고 오직 당신 觀만을 따르라면서, 젊었을 때 무용담과 기행 이야기를 자주하면서 스스로 웃고 흡족해 하신다. 그런데 정작 체내 기를 빠르고 가볍게 올려 공중부양, 축지법 가르침도 받고, 미래에 한의원을 하면 잘될지 알고 싶은데, 믿음이 약한 문하생들 스스로 도계를 떠나도록 만든다. 결국 도력이 높을수록 꼰대력이 강할수록 도반들의 야반도주도 빨랐다. 과거 경험이 진리이고 중요한 잣대로만 맹신 1기로 입학한 한의과대학은 꼰대가 있을 수 없는 좋은 시절이었다. 후배들 들어오면, 고향이 어디? 어느 고등학교 출신? 재수? 삼수? 다수?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자상하게 물어보고 가르쳐주면서 특히 한의학 공부에 고민 많은 후배들에게는 선배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內經』 100독 해보고 이해 안 되면 외워”, “六十甲子, 河圖洛書, 28宿, 五行歸類 수십 개 정도는 가볍게 암송해야 돼”, “『周易』, 『參同契』, 『龍虎祕訣』, 『難經』, 『우주 변화의 원리』 읽어봐, 물리가 터여!”, “三陰三陽을 알아야 동양철학의 정수를 이해하고 삼라만상 진리를 깨달아 진정한 한의학을 알게 돼”, “28맥? 콩 세 개를 검지, 중지, 약지에 대고 살살 누르면서 하루에 몇 백번씩 돌려, 그러면 손끝에 감각이 살아날 걸”, “기 순환! 제일 먼저 任督脈이 뚫려야 나머지가 뚫리지! 寅시에 일어나서 會陰穴에 힘을 주고 泥丸宮을 생각하면서 계속 돌려”, “한의학 공부 어렵지? 평생 하여도 다 못해! 하지만 알면 사랑하게 돼”. 이미 깨닫고 확신에 찬 선배로서, 후배들 몇 마디 들어보면 공부가 어느 정도인지 간파된다. 믿음이 안 통하는 후배들이 안쓰럽고 한의사의 삶이 걱정스럽고 한의계의 앞날이 우려되었다. 학계나 공부계에 참석해보면, 우선 출신 학교와 학번, 나이를 서로들 확인하고 줄을 세운다. 과거 경험이 진리이고 중요한 잣대이다 보니, 공부와 임상 경력 몇 십 년 혹은 몇 대를 거쳤는가, 본인 觀이 몇 백 년 전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말하는 게 중요하다. “자유롭게 의견을 듣도록 합시다” 는 예의상 멘트이고, 결국에는 연수가 많은 분이 한의학적 근거 자료도 없이 본인이 해봤다는 경험으로 단박에 결론을 내린다. 스스로는 구체적이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모호하고 비과학적이고 주관적인 경험 자료이다. 한의서나 경험을 바탕으로 터득한 觀이 항상 옳다는 확신과 모두가 당신 觀을 좋아하고 공부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본인 觀 이외에 다른 觀에 대한 관심이나 배울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몇 십 년 전, 아니 몇 백 년 전 無變觀으로 오늘도 강의를 한다. 용기 내어 의문이나 반대 질문을 하게 되면, 한의학적 사고와 공부하는 자세가 덜 되었다고 타박 주신다. 그래서 다른 꼰대는 필요 없고 책 속에 진리가 있어 혼자 책만 팠더니 내 공부가 최고요 다른 공부는 틀렸다는 것을 깨달아 드디어 獨觀이 생겼다. 꼰대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20여년 공공기관 근무, 직장이 행복한 이유는 1기로 입사하여 영원히 꼰대를 만날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분야의 한의약 연구 사업을 이십여 년 하다 보니, 연구계획서 몇 장만 읽어보면, 연구자 발표 몇 분만 들어보면 성공할지 실패할지 척하면 느낌이 온다. 회의 시에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만났는데, 어느새 혼자 이야기하고 결정한다. 또 알고 있는 20년 치 지식을 한꺼번에 훈시하려고 하니 늘 시간이 모자란다. 사업 수행하는 양식과 절차가 영 시원찮아 폼생폼사 원칙으로 연구 능력이외에 의전과 품격 감각도 연습시킨다. 항상 후배들 사랑하고 이 기관의 미래 발전을 위하는 내 마음 누가 이해할까? 젊은 시절, 남들보다 한의학을 더 잘해보겠다는 욕심으로, 도사님들 찾아다니면서 보낸 헛된 시간이 후회되지만, 육십갑자, 하도낙서, 28수, 오행귀류 암송한 것이 어디에 사용하는지? 허리 곧게 펴고 한의서를 음률에 맞추어 낭랑하게 합창하면 무아지경에 이르지만 그 구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콩은 강낭콩이 아니라 병아리 콩으로 바꿨어야 했나? 잠꾸러기가 어떻게 새벽 5시에 일어날 수 있겠는가? 학문이라는 게 이해 안 되는데 무조건 읽고 외우면 되는 것인가? 그리고 오직 한의학하고만 연애하고 왜 다른 연애는 안했는지? 못했는지? 자기 자신은 실천하지 않으면서 우월적 위치에서 몇 가지 경험과 증거를 일반화된 진리로 확신하여 앵무새처럼 가르치려고 했든 그 꼰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현재 직장 생활, 꼰대 설문 점수가 명확히 당사자라고 하지만, 또 억울한 것은 어떤 TV 드라마도 직장 내 부장 직급은 무조건 꼰대 역할이다. 부장 직을 오래하였으니, 꼰대 기질이 뼈 속 깊이 배겼을 것이라는 자의반 타의반 지적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다. 또 여기에 한의사라는 직종의 한계 혹은 오만함에 소통을 못하는 기질이 더해져 직장 동료들과 특히 같이 일하는 과학자들 눈에는 꼰대 농도를 더하였을 것이다. 늘 과거를 이야기하는 자는 미래가 없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 되면서 자연히 꼰대 유전자도 발생되었고, 동서고금 막론하고 꼰대 없는 세상은 없을 것이다. 어제 꼰대 상대가 내일의 잠재적 꼰대가 되고, 이 집단에서 꼰대인데 저 모임에서 상대역일 것이다. 몇 십 년 묵은 꼰대 기질을 한 번에 벗어날 수는 없지만 건강한 꼰대가 되고자 해결책을 알아본다. 내용은 쉽고 간단한데 장기간의 고난이도 특수 정신 교육이 필요하다. ‘내 주장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인식하에 자기주장에 대해 자기 의심과 자기 비판을 해야 한다. ‘그 때는 맞았을지도 몰라도 지금은 틀릴 수 있을 것이다’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자기 부정 인식이 필요하다. 꼰대 탈출, 고행의 길이다. 그리고 ‘과거에 몰입되어 머무르지 말고, 현실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늘 과거를 이야기하는 자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미래하면 역시 도계 영역이다. 코로나19 끝나면 한의학 미래를 설파하는 꼰대 도사님 찾아볼 가한다.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우리의 한의학 ⑬ 오적산, 1100여 년 전과 향후 1100여 년 동안 무엇이 달라져야하는가?신현규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오적산 역사를 보면 당나라 때 승려였다가 환속한 閵道人이 846년 저술한 『理傷續斷方』 (후에 『仙授理傷續斷秘方』 이라 칭함)에 처음 기록되었고, 이후 송나라 1107년 太醫局에서 당시 상용하는 처방을 수집하여 편찬한 『太平惠民和劑局方』 속 처방 765개중 하나로 등장한다. 첫 기록 이후 1100여년이 지난 1987년, 한국 의료보험 급여에 포함되면서 30년 동안 다빈도 한약처방 투여 순위 부동의 1위이다. 오적산은 정말 운이 좋은 처방이다. 송나라 정부 의료기관인 태의국 약물 처방집에 수록되어 공신력을 얻은 것이 첫 행운으로 현재로 말하면 정부가 인정하는 『약전』에 등재된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이유와 연혁은 모르지만 어느 때부터 한의사들에게 사랑받는 처방이 된 것이 두 번째이고, 그 많은 처방 중 56개 보험 급여 의약품에 들어간 것이 세 번째다. 더 큰 기회는 근골격계 질환자들이 한방 치료를 선호하여 처방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처방 자체의 장점이 행운을 불러왔을 수도 있다. 구성이 이진탕, 평위산, 사물탕, 계지탕, 반하후박탕, 영계출감탕, 감강영출탕의 합집합이어서 적응증 범위가 넓고, 원방에 여러 한약재를 가감하면 어느 증상에서나 적합하다. 그래서 평생 오적산으로 모든 질병을 치료하였다는 전설적인 崔五積이란 분도 계셨다. 반면에 더 좋은 조건에서도 장점과 행운을 살리지 못한 상황도 있다. 오적산 원산지이자 14억 인구(근골격계 환자 비율이 몇 %일까?)를 가진 중국과 의료용 한방제제로 보험급여가 되는 일본에서는 지명도가 거의 없는 의약품이다. 의약품의 운명, 꼭 효과만이 아니라 정책과 제도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적산! 이렇게 한국과의 인연으로 한의계의 대표 명방이 되어 코리안 드림을 이루었다. 오적산, 해석 완벽하고 경험적 치료 근거 확실? 린도인이 오적산을 창방하였는지, 아니면 다른 이의 처방을 복사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창방이라면 수많은 한약과 한약처방 중에서 딱 15종을 어떤 방법으로 선정 조합하였고, 어떻게 적응증 효과를 확인하고 증상들마다 몇 명의 환자를 보았을까? 동일 증상에서 환자 개인별 증상이나 체질에 따라 한약재를 가감하였을까? 아니면 우직하게 원방만 고집하였을까? 그리고 왜 하나의 처방으로 五積을 모두 치료하도록 창방을 하였을까? 다섯 원인을 각 一積으로 하여 氣積散, 血積散, 寒積散, 濕積散, 痰積散을 만들었다면 더 높은 정확도의 치료율이 가능하였고, 경제적으로 린도인은 다른 한약재 과다 투여 없이 조제비를, 환자는 약제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한약재 개수도 『화제국방』 처방들의 평균이 8.6종인데 비하여 오적산이 두 배로 많다. 그러면 오적산은 각 일적에 대해서 몇 퍼센트의 치료율이 있는 것일까? 혹시 이게 아니면 우매한 후손을 위해 모든 오적에 음양오행론, 변증논치론, 체질론 등을 고민하지 말고 통용하라는 린도인의 심오한 뜻이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는 치료 시에 오적산 이외에 침, 뜸, 수기법 등도 병용하였다면 이를 어떻게 구분 관찰하여 한약만의 효과를 확인하였을까? 이런 궁금증과 의문을 풀고자 여러 오적산 문헌을 읽어보고 강의를 들어본다. 음양오행론에 의한 변증과 체질 판별, 구성 한약의 기미와 귀경 분석, 증상별 가미 방법 등 주치 효능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오적산으로 어떤 증상과 질병들을 치료하여도 치료 원리를 다 규명할 수 있을 것 같다. 846년도에 나온 오적산, 지난 1100여 년 동안 형이상학적 방법으로 모든 증상의 치료 이론 검정을 거쳐 완성된 의약품이다. 한의학적 방법으로 해석이 완벽하고 경험적 치료 근거도 확실하여 더 이상 한의학적으로는 연구할 소재거리도 없다. 오적산 원방의 안전성·유효성 연구 사업 실시 2021년 현재, 한의계가 한의서 문헌에 의한 오적산 효능 주치 설명에 의문과 갈등이 없고 이 속에서 사고의 자유로움을 느낀다면 이 방식으로 향후 1100년을 가도 전혀 문제될 것도 없으며 법적으로도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오적산과 관련된 여러 다양한 개념과 질문에 답변이 안 되고, 또 임상에서 생각하고 경험한 반론과 반증을 이 방법으로는 해결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면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한다. 여기에는 형이하학의 세계로 접근하는 페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즉 현대 문명 세계가 의약품에 요구하는 각종 지침에 따라 통제된 실험과 임상 관찰 설계를 통해 형이하학적 근거로 오적산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를 추구하기 위한 한의사 직능별로 이상의 날개를 펼쳐보자면 실험실을 가지고 있는 30명 한의사들은 현재 생명과학계가 가진 수많은 각종 세포주와 동물 모델 수준에서 오적산 원방으로 각 질환에 대한 효능 유무와 약리기전, 독성을 밝히는 연구를 하여 기초 자료를 구축한다. 한방의료기관에 근무하는 2만6,670명 한의사들은 공인된 ‘임상증례보고지침’에 따라 한의서에 기록된 증상에 대해 오적산 원방만 관찰하여 1인 임상증례 수준으로도 발표한다. 그리고 세포 및 동물실험 결과에서 얻어진 다양하고 새로운 질병(한의서에 기록이 없는 증상과 질병)에도 오적산 원방을 투여하여 효능과 부작용을 살펴보고 증례를 공개한다. 이 2만6,670명 한의사들의 증례보고가 한의계의 유일한 희망이자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임상연구 사업을 할 수 있는 300명 한의사들은 식약처의 여러 임상시험 규정과 지침에 따라 승인받고, 한의서와 실험실 및 임상 증례를 바탕으로 한 질병들에 대해, 위약 또는 대조약을 바탕으로 무작위 배정과 이중 맹검 방식으로 오적산 원방의 안전성·유효성 연구 사업을 실시하는 것이다. 조화와 균형을 가진 太極 오적산 이론 완성 향후 1100년 동안 한의계 전체가 이러한 기반 하에서 오적산을 연구하게 되면 형이하학의 양적·질적 근거 자료가 굳건해져서 ‘한의약의 과학화’를 이루는 것이다. 또 자료의 효용가치에 따라 제약회사의 오적산 생산액과 이어서 농가의 한약재 재배 면적도 증가하면서 ‘한의약의 산업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중의사와 일본 의사에게 오적산 투여를 거부할 수 없는 다양한 효능과 부작용 통계를 제시하여 ‘한의약의 세계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음양오행론에서도 이미 밝혀진 기존 형이상학인 陽적 오적산 이론과 미지의 새로운 형이하학인 陰적 오적산 이론이 陰陽合一을 이루어 조화와 균형을 가진 太極 오적산 이론을 완성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가치는 이러한 태극 오적산 구축이 한의계에 늘 회자되고 주장하는 한의학 발전의 현재 및 미래의 절대 명제인 ‘溫故知新’ 전략에 크게 일조하는 것이다.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우리의 한의학 ⑫ 어느 누구를 전략적 동반자로 선택할 것인가?신현규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누구나 앞만 보고 살아오다가 어느 순간 뒤를 돌아다보는 시점이 중년일 것이다. 중년의 삶을 행복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챙겨야 할 여러 가지 중에 하나가 ‘친구’ 이다. 인생 여정에서 중요한 요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의대 학창 시절을 회상하면서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친구이다. 6년을 한 교실에서 40명이 동고동락하였지만 밥도 한번 먹어보지 않은 동기가 대부분이고, 딱 두 명뿐인 여학생하고 이야기한 시간이 십분도 안 될 것이다. 물론 동기가 다 친구일수는 없지만 친구로 만들 기회를 잃은 것이다. 나이가 더 들어 혼자 등산가고, 취미 생활한다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겠지만, 여기 한 개인이 아니라 한 집단이 홀로인 경우도 있다. 정부 부처가 주관하는 회의에 참석한다. 정부 회의의 특이점은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하여 관련 직능단체 외에 소비자단체, 산업체, 학계, 언론계, 공공기관 등 각계각층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어떤 경우는 참석자의 남녀 성비, 수도권 및 지방 비율까지 확인한다. 이제 곧 공무원 인사를 서두로 하여 두 시간 동안 총성 없는 전투가 펼쳐진다. 각 직능대표들은 100m 달리기 출발선에서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서 있다가, 출발 신호와 함께 발언들을 쏟아낸다. 몇 십 년 전 사태부터 타 단체의 공정치 못한 행위와 자기 단체의 권리 침해 내용을 설명한다. 발언 제지가 없으면 하루 종일할 기세이다. 곧 상대 단체는 여러 대응 논리를 가지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정부의 책임 소재도 성토한다. 각 직능단체 임원들을 어떻게 선정하는지 모르지만, 해박한 지식에 달변, 순발력, 인내와 끈기, 포커페이스와 저돌적 태도 등 어느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불굴의 용사들이다. 이 회의에서 환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소비자 위원들이 오히려 의약직능 위원들의 화병을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시시비비와 옥신각신으로 회의 열기도 뜨거운데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책상에 놓여 있다. 같은 한의사지만 각 기관의 정체성 따라 역할 수행 민주적 토론을 거쳐 합리적인 결론을 내기위한 회의가 아니다. 참석자들은 이런 회의를 수 십 차례 하여도 합의를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조금이라도 자기 회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전리품을 챙기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결정권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진지에 돌아가면 논의된 과정에 대해 협회 임원진들, 대의원들, 수많은 회원들이 두 눈 부릅뜨고 다시 검토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협상의 기술, 상호 호혜의 원칙, give and take, 역지사지, 교감과 소통, 배려와 관용 따위는 교육용일 뿐 실전용이 아니다. 논쟁의 열기는 가열되고 냉정을 찾을 수 없는 가운데, 약속된 회의 종료 시각이 모두를 살린다. 정부와 관련된 일을 하면 모두 공직 한의사로 보지만, 엄격히 공직은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근무하는 한의사이고, 나머지는 정부가 자본을 출연하여 설립한 공공기관(한의학연구원, 한의약진흥원, 보건산업진흥원)에 출근하는 회사원이다. 이런 회의에서 공직 한의사는 정부 대표로, 공공기관 한의사는 공익 대표, 직능단체 한의사는 한의사협회 대표로 만난다. 서로 같은 한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있지만 소속기관의 정체성에 따라 각자의 역할과 소임을 다한다. 이 치열한 두 시간 동안 정부 측 위원들은 절제된 이야기만 하고, 공익위원들은 발언할 기회도 없고, 어떤 논리나 원리 원칙, 법적 해석을 이야기하여도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않는다. 가장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위원들은 직능단체 대표들이다. 한의계 대표는 대부분이 혈혈단신, 고립무원 많은 회의에 참석해 보면 항상 건너편에 한의계 직능 이익을 대변하는 임원이 앉아있다. 특히 한의계 임원은 타 직능단체보다 맷집이 더 좋고 산전수전 다 겪은 분으로 임명해야할 것 같다. 대부분 회의에서 일당백, 일대다의 전투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속으로 질문을 해본다. “한의계 대표는 이 회의에 참석한 여러 단체들 중에서 동맹은 고사하고 이익이 공유된 묵시적 관계이거나 아니면 마음으로 기댈만한 우군은 있는가?” 늘 느끼지만 한의계 대표는 대부분이 혈혈단신, 고립무원이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많은 보건의료 단체들 중에서, 한의계 발언을 이해하고 동조하는 단체는 매우 드물다. 전생에 서로 어떤 업보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의사, 약사와는 이미 견원지간이다. 그러면 음양오행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한약업사·한약사·한약조제약사·침사·구사 단체들과는 정서적·학문적 동지 관계인가? 이미 이곳도 수화상극이다. 이런 회의석상에서 한의계의 우군을 만들기 위한 묘책으로 새로운 직능인 한방치과의사, 한방간호사, 한방임상병리사, 한방응급구조사, 한방방사선사, 한방물리치료사 등 한의학적 원리로 검사 판독 간호 치료하는 단체 설립이 필요하다고 각계 요로에 청원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보건의료계에서 그래도 타 단체들은 서로가 동맹은 아니지만 싫든 좋든 파트너 관계는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의계는 대부분 견원지간이거나 수화상극 관계다. 한의학, 온갖 풍상 다 겪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 두 시간 회의 후 모든 위원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해가 갈수록 한의계를 둘러싼 갈등 요소는 늘어나고, 국민 건강과 질병을 치료하는 단체들이 치킨 게임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세상에는 누구나 다 아는 현실을 어느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 회의의 전체 그림 역시 이와 똑 같다. 이 상황에는 많은 곁가지 같은 쟁점들이 있지만 결국 큰 줄기의 핵심은 ‘의료일원화’와 ‘의약분업’이다. 현재 이 두 개의 개념과 가치를 어떤 각도와 얼마만큼의 비율로 할 것인가의 충돌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제 삼자들은 이런 상황을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지만, 이 속에는 역사, 정치, 경제, 문화, 철학 등 복잡한 요소들이 뒤엉켜있어, 솔로몬의 지혜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한의학, 유구한 세월 동안 온갖 풍상 다 겪고도 오늘날 스스로의 힘으로 훌륭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 동안 여러 직능단체들과의 도전과 응전의 역사에서, 냉철하게 지난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복기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중년 이후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친구가 필요하듯, 미래 한의학을 위해, 후손을 위해, 大醫를 위해 어느 누군가를 전략적 동반자로 선택해야 할 시점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우리의 한의학 ⑪ 오적산 근거 창출, 2만7000명 한의학 개미의 힘으로!한의학에 관심 있는 중국, 일본, 대만 학자들 중에 “한의사들이 여러 한약처방 중에 유독 오적산을 많이 투여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주로 어떤 질병에 투여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 근골격계 환자들이 한의학 치료를 선호하고, 이들 질환을 치료하는 오적산이 효과가 있어 많이 투여하고 있다”고 답변하면서, 근골격계 질환 몇 가지를 열거한다. 오적산은 당나라 정형외과 전문의였던 린도인(藺道人)의 비방집에 있는 처방으로 發表溫裏, 理氣活血, 化痰消積하여 오적 즉 寒·濕·氣·血·痰이 쌓여서 발생된 어떤 질병도 치료한다. 이 세 한문 표현으로 오적산 효능을 모두 설명한 것이다. 누가 이를 비과학적이니, 형이상학적이니 하여도 한의사들은 느낌이 오고, 이 처방으로 어느 질병에 투여할지 척보면 안다. 그런데 만약 궁금증이 많고 한의학적(?) 사고가 없는 외국 학자가 “당신이 방금 오적산이 근골격계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는데 근거 자료가 있느냐?”고 질문하면 무엇으로 어떻게 증거를 제시할 것인가? 오적산, 어떤 과정을 통하여 효과가 인정됐는가? 여러 근골격계 질환 중 대표적인 요통에 대한 오적산 근거를 추적하여 보자. 먼저 우리가 늘 잘하는 방식인, 오적산 기원을 살펴보고, 수십 종의 한의서에서 ‘요통에 오적산을 투여한다’ 라는 문헌을 찾는 것이다. 특히 『東醫寶鑑』 중심으로 조사하고, 腰痛有十, 有腎虛, 有痰飮, 有食積, 有挫閃, 有瘀血, 有風, 有寒, 有濕, 有濕熱, 有氣라 하였다. 오적산 효능과 비교하면, 腎虛와 挫閃 원인을 제외한 모든 요통에 범용할 수 있으니, 완벽한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그 학자가 재차 질문하며, 1000여 년 전 중국 문헌에 오적산이 요통을 치료한다고 하여 현재 한국에서 투여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 린도인이 평범한 보통 사람인지 깨달은 선지자인지 궁금하고, 어떤 과정을 통하여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기록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한다. ‘어떤 과정?’ 그런 질문도 있을 수 있나? 그럼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첫 가능성은 어느 날 린도인이 꿈 속에서 장중경(張仲景) 선생님을 만나 본인 요통을 호소하다가 처방을 얻고는 얼른 깨어나서 적은 것이다. 다음 가능성은 음양오행론과 기미론으로 요통 처방을 고민 고민하다가 한순간의 깨달음으로 일필휘지한 것이다. 혹은 ‘腎主骨하고 腰痛’ 하니 月이 무려 다섯 개로 月은 陰이고 五는 土라, 요통은 아주 심한 寒(陰)濕(土)이 원인으로, 기미론에서 강한 한습을 제거하는 한약들 중에 음양오행이 균형을 이루도록 9일 밤낮으로 정밀 계산하여 도출하였다. 또 이게 아니라면 長安에 개원한 린도인, 오직 평생 요통만을 치료하겠다는 일념으로 창방 계획을 세우고, 처음에는 계지탕으로 몇 십 명 치료하다가 효과가 없어, 당귀, 천궁, 창출, 후박, 진피 등을 가감하여 몇 백 명 투약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반하, 복령을 추가하고도 실패, 다시 마황, 백지, 길경, 지각을 같이 투여하였더니, 드디어 요통 환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정말 운 좋게 7년 만에 린도인의 끈기와 열정, 실력있는 算士의 도움, 몇 천 여명 환자의 동의를 통하여 오적산을 창방한 것이다. 이러한 여러 추론 방법 이외에도 한 두 가지 더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겠지만, '경험에 의한 축적'이라는 명제 밖에는 증거가 없다. 하지만 이 명제는 불완전한 논리다. 오적산, 요통 논문 세 편으로는 근거 판단 어려워 오적산이 어떤 과정을 통해 발명되었는지 몰라서, 대안으로 한의대 교과서와 경험 처방집, 선생님 강의록, 한의학 잡지나 신문의 실린 치험례, 醫案 등에서 요통을 치료한 오적산 내용을 정리하여 보여준다. 이에 질문했던 학자는 “이런 자료는 중국 고전 한의서 내용과 동일하여 관심이 없고, 치험례 의안은 흥미롭지만 대부분 1명을 치료한 것으로 근거로는 약하다. 그리고 이러한 치험례를 발표할 시에 전문가끼리 서로 비평하고 토론 과정을 거쳐 게재하는지 궁금하다”고 한다. 그래서 다수의 동료 평가를 거쳐 발표되는 한국·중국·일본의 오적산 임상 논문을 찾기로 한다. 다행히 오적산은 세 나라의 의약품 관리기관에서 허가받은 처방이어서 제약회사들이 모두 제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의사나 중국 중의사들은 오적산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근골격계 질환에도 다른 처방을 투여한다. 논문을 검색하면 한국은 요통 한 편에 고지혈증, 비만 총 3편이 보고되었다. 일본은 요통 한 편, 다른 근골격계 질환과 손목터널증후군, 뇌척수액감소증, 두드러기, 유방통 등 19편이 발표하였다. 중국 역시 요통 한 편, 그 외에 근골격계 질환과 각종 신경통, 감기, 복통 및 대장 용종, 여드름, 수장농포증, 두드러기, 폐경, 다낭성난소증후군과 불임에 대한 45편이 검색되었다. 이 지구상에 오적산 임상 논문은 총 67 편이 있고, 요통 논문 세 편으로는 근거를 판단할 수 없다. 이들 대부분은 증례 보고 형태이고, 그래도 조금 수준 있는 연구가 오적산의 다낭성난소증후군에 대한 효과이다. 다시 고민하다가, 27,000명 한의사들이 신청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오적산 급여 자료를 보여주었다. 지난 30년 동안 56개 급여 한약처방 중에서, 투약 순위 부동의 1위로 누적 투약 일수가 무려 8,000만 일이다. 급여 적응증을 일부 살펴보면, 대부분이 요통, 슬통, 염좌, 근육통, 타박상, 오십견 등 근골격계 질환이다. 오적산은 지난 2000년 한의학 역사상 최초로 하나의 처방이 가감 없이 한 종류의 질병 군에 중점적으로 8000만 일 투여하여 빅데이터를 창조한 의약품이다. 이 의료 현장의 빅데이터에서 오적산이 아래허리 통증 치료에 다빈도로 사용하였으니, 오적산이 요통을 치료한다는 간접적인 근거로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한국은 IT 강국이다. 놀랍다. 하지만 이 자료가 임상 근거 신뢰성과 정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한국의 살아있는 의료보험 빅데이터를 부러워한다. 근거 구축 위해 대단위 예산으로 임상연구 진행 지난 2000년을 아무 문제없이 질병치료에 자리매김하여온 한의계에게 생경한 세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근거 구축을 위해 한의학연구원, 한의약진흥원, 보건산업진흥원에서 대단위 예산으로 임상 연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이들 임상 연구사업과 빅데이터에 의한 임상 근거 평가는 성격과 방향이 다르다. 빅데이터에도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27,000명 한의사 개개인이 스스로 임상 관찰 개념을 가지고, 환자들에게 하나하나의 치료행위를 정확히 급여한다면, 개인 진료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이 과정들이 한의학 근거 창출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는 오적산 8000만 일을 투여하고 얻은 것은 무엇일까?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우리의 한의학⑩ 샌드위치와 일식 도시락국내·외 여러 한의학 학술대회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유익하고 가성비 높은 학술대회는 일본의학회 소속의 동양의학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작년에 뜻하지 않게 6월 동양의학회와 11월 한의학회 학술대회를 참가했었는데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이면서 갈등과 불행의 시초인 ‘타인과의 비교’가 저절로 생겨났다. 국내 대한한의학회는 회원 수가 대략 25,000명(회원 정보가 없어 전체 한의사 수로 갈음) 정도이고, 학술대회 참가비는 7만원에 하루 일정이다. 이에 반해 일본 동양의학회는 회원 8,407명중 의사 6,961명, 그 외 약사, 침구사 등이 가입되어 있고, 이틀 일정에 17만원이다. 두 학회 모두 개원의들 때문에 항상 휴일에 개최하고, 보수 교육과 연계되어 있다. 두 학회를 비교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강의 발표 수는 일본 73개, 한국 7개(4개 권역은 총 52개), 포스터 발표는 한국 10여개, 일본 295개다. 한국은 진단, 변증, 체질, 침, 추나, 한약 등 분야가 다양하지만, 일본은 대부분 한약이 주 내용으로, 국내 학회에서는 연구감도 안 되는 시시콜콜하거나 기발한 주제의 한약 연구 결과를 알 수 있는 유일한 학회다. 양측 학풍을 살펴보면 한국은 선비같이 이념을 중시하며 진중 심오하면서 어렵고 형이상학을 추구하지만, 일본은 상인같이 현실을 바탕으로 단순 실용적이면서 쉽고 형이하학을 지향한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 동양의학회 학술대회 참가 권하고 싶다 우리는 어떤 분야든 일본을 무시하는 견해가 굳어져 있으며, 한의계 역시 과거나 지금이나 일본 한의학 역량을 낮게 보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부정적인 선입감에 대한 논리는 “일본 의사들은 『황제내경(黃帝內經)』 공부가 안되어 있기 때문에 음양오행 철학 이론과 개념이 전혀 없다. 특히 중요한 변증 논치 능력이 떨어져 양진한치(洋診漢治), 즉 의학으로 질병 명을 진단하고, 이 질병에 맞는 한약처방을 단순 투여하는 한방 의료를 하고 있다. 이는 한의학 개념을 벗어나고 체질도 안보는 수준이 낮은 의료행위이다. 그래서 한국 한의사들은 한약 부작용이 없는데 일본 의사들은 부작용 발생률이 높다. 90년대 초의 소시호탕 복용 사망사고도 변증 논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된 의료사고이다”라고 하였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전 세계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대한한의학회와 같은 듯 다른 일본의 동양의학회 학술대회 참가를 권하고 싶다. 일생에 한번 정도, 이틀 동안 홀로 학회 공간에만 갇혀 이질적인 분위기와 그들의 태도, 발표 내용을 보고, 발바닥은 아프겠지만 게시 발표문을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 나서, 귀국 비행기에서 냉정하게 ‘타인과의 비교’를 하면 된다. 일본어를 몰라도 아무 염려 없으며 50% 이상은 이해를 한다. 국내 한방제약사들 한방제품으로 경영 힘들어 대한한의학회의 학술대회에 등록했을 땐 샌드위치와 음료 권을 줬다. 아침 일찍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 온 상태에서 요긴한 음식이고 배려하는 마음이 한국의 정(情)을 느꼈다. 이에 비해 일본 동양의학회는 멀리 바다 건너 온 이방인에게 17만원이나 받으면서도, 음료수 한 병도 없어 역시 일본의 장사 문화답다. 점심시간이 되니 참가 회원들이 급히 이동하면서 특정 학회장에 줄을 서고 있다. 입장을 하니 모두에게 도시락 가방을 나누어준다. 알고 보니 각 한방제약회사들이 학술 세미나를 점심시간에 맞추어 일정을 잡아 놓고 있었다. 큰 홀에 몇 백여 명이 참석하고 주관 제약회사가 자사 한약제제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다. 예쁜 밥과 반찬이 든 공짜 일식 도시락을 보고 먹으면서 학술 활동도 하니 일석이조다. 강의가 끝나고 출구에서는 검은색 정장차림의 제약회사 직원들이 조폭처럼 참가자들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면서 연신 인사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신기하면서도 이러는 그들이 무섭다. 학회 참가자의 점심 식사 대접 권리는 제약회사들이 가지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학술대회이고 장사 시스템이다. 제약업체 회원사인 한국바이오제약협회는 매년 제약회사들의 총 매출액, 영업이익, 연구개발비 등을 공개하고 있어 각 제약회사와 의약품에 대한 매출액 순위 1위부터 꼴찌까지 알 수 있다. 몇 안 되는 한방제약회사들은 1∼300억 원 대로 모두 끝에 몰려있다. 한방제약회사들도 영광의 시절이 있었다. 80년대, 90년대 시절, 매년 우황청심환이 전체 의약품 매출액 순위 50위 안에 들어가면서 잘 팔렸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와서는 100위 안에 진입한 적이 없다. 또 전체 한약제제 시장은 1998년 3500억 원 규모였는데, 20년이 지난 2018년에 4700억 원이어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지 판단을 할 수 없다. 현재 한방제약회사들은 한방제품으로는 경영이 힘들어 매출에 도움이 안 되는 일반용 및 보험급여용 한약제제는 생산을 중지하는 대신 생존전략으로 건강기능식품, 음료제품, 합성의약품 등으로 구조를 바꾸고 있다. 제약회사 CEO 고집만으로 생산 이어가는 악순환 일본 후생노동성 정책에 ‘한약제제 발전 정책’ 이라는 용어 자체도 없고, 이와 관련된 조직이나 예산도 없다. 즉 정부의 도움 없이도 제약회사들은 스스로 품질 관리, 판매 및 시장 개척 전략을 가지고 영업 이익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한방제약회사인 쯔무라제약의 2020년 예상 매출액은 1조 4000억 원으로, 한국 1년 전체 한약제제 매출액의 3배다. 그래서 각 병원에 임상연구를 지원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자사 제품의 유효성 근거를 마련하고, 학회 기간에 점심을 제공하면서 제품 홍보하고, 이런 행위가 매출에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최대 최고의 과학적인 한약제제 안정성·안전성·유효성 의약품 정보를 구축하여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20여 년 전부터 한약제제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정책 추진과 연구개발 및 임상연구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자해왔다. 또 한의사와 약사, 한약사 등 관련 직능단체들도 한약제제 시장이 확대 성장하여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쳐왔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이나 한의약계의 열기에 비해 한약제제 시장의 양과 질은 어느 누구에게도 만족스럽지 않고 과학적 정보의 양과 질도 빈약하고, 제약회사 CEO의 고집만으로 생산을 이어가는 악순환 상태다. 오래 전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전문가 회의를 하였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 대한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여러 한방제약회사가 마련한 맛있는 불고기 도시락을 먹으면서, 엄격하게 잘 설계된 한약제제 임상시험의 효능과 부작용을 통계 값으로 보고, 증상뿐 만 아니라 질병 발생 기전 중에 어느 단백질 효소를 차단하여 효과가 있는지를 듣는 시기가 맞이할 수 있을까?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우리의 한의학 ⑨ 2000년이 쌓인 한의학 창고, 정리가 가능한가?인생 시계가 오후 5시를 지나 6시를 향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 살아온 흔적을 정리하고 있다. 오래된 물건, 편지, 책, 일지를 살펴보고 버리기 시작한다. 와! 학력고사 수험표, 군번줄. 어! 청춘과 한의학을 같이 사랑하고 고민한 동기와 후배들, 우주 진리와 한의학 정수(精髓)를 터득하기 위해 함께 수련한 도반들. 아!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썸 탈듯하다가 잠수 탄 그 여인. 과거의 발자취와 이름이 기록된 일지 버리기가 제일 힘들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집착이고 저장 강박이다. 요즘 정리에 대한 책들이 출간되어 정리의 철학, 힘, 방법, 효과 등을 이야기한다. 또 TV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를 보면 정작 삶터의 주인공이면서도 어찌 못하는 공간과 물건들을 전문가들이 시원하게 정리해준다. 정리를 잘하면 환경이 바뀌고 이에 따라 인생이 변화하고 행복이 찾아오고 성공도 부자도 된다고 한다. 한의학 교과서, 공책, 어렵게 구한 중의서, 관(觀) 통한 선생님과 원장님 강의록들을 들춰본다. 지금은 읽지도 못하는 한문책, 본초·방제를 보기 좋게 요약한 공책, 특강 온 선배님들의 비방을 언젠가는 쓸 것으로 알고 꼼꼼히 적어놓았다. 이 행위와 과정을 통해 개인적 한의학 체계를 형성하였을 것이다. 학생 시절엔 이 모든 지식들은 배우고 깨달아야 할 중요한 화두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 생각하면, 헛된 열정과 성실, 시간을 허비한 의미 없는 강의, 현실성과 실용성이 떨어진 내용들도 있다. 왜 사용도 않는 한약재를 기재해 불신을 자초할까? 공책에 있는 수많은 한의학 용어들, 특히 병명과 증상명. 이들 중에 이 시대 한의사들이 한번이라도 사용한 용어와 진료부에 살아있는 병명과 변증명은 몇 개일까? 이들은 지난 2000년 동안 한의학이 이룩한 위대한 체계와 업적들을 단어로 열거해 주고 있지만, 이런 질병을 가진 환자가 한의원에 오지 않는 현실을 탓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그려진 인체·질병 이론과 개념들. 고대 중국인 수준으로 설명하여, 더 이상 깊이 있는 내용도 없고, 현재 그 의미가 무엇인지 어느 누구도 모르니, 한의대에서 사제지간으로 만나 서로 힘들게 가르치고 배웠다. 하지만 이런 이론과 개념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였다는 논문을 아직 본 적이 없다. 변증 논치 체계와 질병별 변증 논치를 보면, 한의사 제도가 생긴 지난 70년 동안, 몇 십억 명 환자의 각종 병명에 어떤 변증이 얼마만큼 적용되었을지 궁금하다. 현재 의료현장에 없는 용어들, 어디에 응용하는지 모르는 이론과 개념, 진단 치법 결정에 적용 안 되는 변증 논치, 구별도 힘든 질병별 수십 종 변증들과 이에 연계된 한약처방들을 왜 가르치고 시험을 쳤던 것일까? 본초 공책을 살펴보면, 일부 한약재는 현재 모든 한의사가 500g이라도 투약하지 않을 것 같은데 당구장 표시가 되어 있다. 어떤 한약재는 유통 및 사용하지도 않는데, 다른 의약단체들로부터 투약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고 있다. 왜 사용도 않는 한약재를 교과서에 기재하여 한약 전체를 불신하게 자초하는 것일까? 방제학 공책에는 기본방 가감방 까지 몇 백 개가 수록되어 있지만, 다른 한의서에는 수 만개가 될 것이다. 최근 30년 동안 한의계 내에서 임상 증례보고 1건이라도 있는 한약처방으로 제한한다면, 몇 개의 처방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까? 고전 한의서에 흔적은 있지만, 현실에서는 투약 사례도 없는 의약품을 본초·방제 교과서에 수록하는 이유가 단지 전통 개념과 원리를 가르치기 위함인가? 난해하고 복잡하면서 핵심도 없는 여러 진단법과 침법들을 도표로 만든 족보들. 2020년 11월 오늘, 임상 현장에서 한의사가 사용하는 진단법과 침법 또 사상체질 감별법, 이제마 선생님 이후에 국내에서 새로 발명되고 발견된 체질 감별법은 몇 개일까? 여기에 더하여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가 새로운 최신 진단법과 침법을 창조하여 강의하고 있다. 왜 한의학 지식들은 버릴 수 없다고 믿는가? 불현듯 한의학은 정리가 가능한 학문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한의학이 신학, 철학, 한문학, 서지학 등의 인문학 계통이면 불가능한 일이다. 사상과 신념이 최고 우선시되고, 문헌 근거가 소중하면서, 그 뜻이 무슨 뜻인지가 중요하고, 오직 말씀과 문자로만 표현되는 학문 체계로 구성되었다면, 정리한다는 개념과는 관련이 없다. 그러나 한의학이 과학이고 의료기술이면 이야기를 달리할 수 있다. 과학과 의학은 항상 정리 과정을 통해 가성비 높은 최종 값을 구하는 학문 체계이다. 무수한 신·구 지식들이 몇 백 년을 서로 갑론을박하고 박해를 당하면서 정리되어, 적자생존같이 결국 증명된 최종 지식과 유용한 기술만 남는다. 기독교 사상에 근거하였거나 그리스·로마시대 과학과 의학 속의 성현 말씀과 사상들은 98% 정리되었다. 이 최종 값 또한 영원한 끝남이 아니며, 또 정리의 수순에 들어간다. 우리는 이러한 복잡계 속에서 개인 인연과 성향에 따라 스스로 취사선택하여 배우고 익히면 되는 것인가? 한의학이 질병치료의 실용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외세와 싸워서 지켜낸 전통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체계라면, 현재 우리들은 무엇을 가지고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2000년 한의학 역사에서 폐기한 병명, 이론과 개념, 진단법, 침법, 한약재, 한약처방이 하나라도 있을까? 왜 한의학 지식들은 버릴 수 없다고 믿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의 바람은 단순 간단하다. 모든 의약정보를 한 손에 들고 있는 시대에, 정리되지도 않은 이론과 기술을 배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의학을 통해 철학가나 한문학자, 전통계승자, 전도사가 될 생각이 없다. 현대의학이 주류인 의료사회의 틈새시장에서, 근거 있고 정리된 한의약 기술로 환자 한명 한명에게 최대한의 질병치료 유효성과 안전성을 서비스하면서 의료인으로 사는 것이다. 한의학을 온고지신(溫故知新) 정신으로 정리 정리의 제일 원칙, 비움이다. 그러면 누가 비움을 실천할 것인가? 올해 들어 인류가 코로나 사태로 갈팡질팡하는 속에서, 감염내과학회 교수님들이 전문 지식과 권위, 방대한 자료에 대한 냉철한 이성 판단으로, 전체 의료집단에게 지침이 되고 국가 방역 정책의 방향타를 쥐고 있었다. 따라서 우리 한의학, 인문학이면 당연히 정리와 관련 없지만, 의학이면 의료 최전선에 계신 한방내과학회 교수님들이 정리에 대한 최고 전문성과 균형 감각이 있지 않을까 한다. 한의학을 온고지신(溫故知新) 정신으로 정리한다고, 의료 가치가 훼손되고 역량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성장할 것이다. 정리된 한의학으로 학생, 한의사들이 행복하고 성공하였으면 한다.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우리의 한의학 ⑧ 없다는 것이 없는 게 문제이고, 너무 없어서 고민이다한의계가 한약을 대외적으로 인식시키는 여러 뼈대중 하나인 ‘한약은 안전하다’ 혹은 ‘한약은 자연이다’가 있다. 매우 복잡하고 결정하기 어려운 주제를 쾌도난마식으로 일단락 지었다. 역설적인지만 한의계는 이 표어 같은 한 문장 때문에 영원한 멍에를 짊어지게 되었고, 다른 의약 단체들로 부터 끊임없이 공격을 받는, 전략적 패착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한의계는 성인 황제, 허준, 이제마 선생님 말씀은 경전같이 받들어 모시면서, 약초의 성인 신농씨 말씀은 허투루 들었다는 뜻일까? 분명히 신농씨가 한약은 독이 있다고 말씀하면서, 몸소 약초를 먹어보고 독성으로 앓아누웠고, 결국 단장초(斷腸草)를 드시고 승천하셨다. 물론 한국 한의사만 이 뼈대에 갇힌 것은 아니다. 일본 의사들도 똑같은 뼈대에 갇혀 있다가, 1990년대 소시호탕으로 사망자가 발생된 후에, 한약의 과학적 안전성 평가와 부작용 관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용량에 따라 독 될 수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한약 안전성’ 은 여러 정부기관의 법규와 연계된 다양한 단·장기 실험 및 추적 관찰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야한다. 먼저 한약은 천연물이다. 자연 생물이기 때문에 유해한 화학 성분, 중금속, 곰팡이 독소 등 원하지 않는 물질이 자연히 있기 마련이고, 인위적인 잔류 농약, 벤조피렌 등도 포함된다. 식약처는 의약품 한약재에 대해 ‘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검사 후 불합격품은 회수되고, 관련 정보가 공개되는 시스템이다. 그래도 안전성을 좀 더 확보하려면, 한약 그대로의 환제나 산제는 피하고 전탕한 제형만을 권한다. 두 번째, 한약은 많은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이 화학물질들은 용량 차이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합성의약품은 연구 개발 과정 중에 반드시 동물실험을 통하여 인체 투여 시에 무해한 사전 안전 용량을 정한다. 한약은 이미 한의서에 투여 용량이 정해져 있고, 우리는 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1첩이 반량(半兩: 18.75 g)과 2량(75.00g)인 한약 처방, 4배 용량 차이나는 한약을 복용할 경우, 고용량일수록 인체 반응이 빠르고 유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1첩 분량이 많은 한약처방인 경우 더욱 주의하여 환자를 관찰해야한다. 2008년부터 한의학연구원에서는 다빈도 한약처방 기준 용량에 대해 식약처 ‘의약품등의 독성시험기준’에 따라 독성연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2019년 한의약진흥원에서 독성시험 연구시설을 완공하였다. 향후 이 두 기관에서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한약 독성 평가 자료를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세 번째, 한약과 합성의약품을 병용 투여하면 약물 상호작용에 의해 독성이 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복용한 십전대보탕 구성 한약 기미(氣味)가 경맥(經脈)을 흐르는 중에 합성의약품을 만나면, 기미가 바뀌고 경맥이 막혀, 십전대보탕이 무독에서 유독으로 변하든지 혹은 효능이 없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의약계에서는 과학적 자료가 없어 병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한의계는 이미 일본·중국에서 병용 사례가 많으며 한약과 합성의약품의 복용 간격을 띄우면 문제없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병용하여 환자에게 유해한 반응이 나타나면 한의사, 의사, 약사 중 누가 책임질 것인가? 병용 투여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세포·동물·인체실험 등 확인 연구가 필요하다. 2020년, 보건산업진흥원은 약물상호작용 연구 사업을 시작하였다. 네 번째, 한약을 복용한 후에 예상하거나 예상 못하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나타나는 유해 현상 즉 부작용이다. ‘약사법’에 의거하여 의약품에 의한 모든 부작용을 수집 관리하고 인과관계를 조사 규명하는 기관이 의약품안전관리원이다. 현재 전체 부작용 보고 중에 한약에 의한 부작용 보고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한의계는 공식적인 부작용 보고도 거의 없고, 혹은 천 명 정도의 환자 관찰에서 부작용이 없었다는 논문도 있으니, 한약 안전성은 확보되었다고 천명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내부적 상황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한의사들이 부작용을 자신의 변증 논치나 체질 판별 오류로 판단하여 공개를 꺼리는 경우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변증 논치와 체질 감별이 부작용과의 직접 인과관계를 밝힌 논문은 없다. 또 명현(瞑眩) 현상으로 판단하여 부작용 보고에서 누락되는 경우이다. 명현의 뜻은 질병 치료 중에 나타나는 증상이 부작용 같이 보이지만 부작용이 아닌 호전 현상이라는 것이다. 용어의 기원은 중국 유교 경전인 『상서(尙書)』에서 ‘만약 약을 먹어 명현하지 않으면 그 병이 낫지 않는다(若藥不瞑眩, 厥疾不廖)’라는 한 구절이 전부이다. 일본 고방파의 거두인 길익동동(吉益東洞(1702-1773))은 『상서』를 인용하여 환자가 명현 현상이 없으면 병을 고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여, 당시 논란이 있었지만 대세는 명현 현상을 지지하였다. 원조 중국 중의계에서도 언급없는 이 현상이 일본 화한(和漢)의학에서 건너와 한국 한의계에 스며든 것이다. 한의학계는 이런 문제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고, 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하며, 부작용 교육과 보고 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는지를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한약 안전성’은 종결형이 아니며 항상 진행형 2020년 한의계 처음으로 동국대학교일산한방병원이 지역의약품안전센타로 지정받아 한약제제 부작용 보고를 받기 시작하였다. 한의학연구원은 전통의학정보포털(오아시스)과 『표준한약처방』에서 다빈도 한약처방의 독성자료, 약물상호작용 및 부작용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진료현장에서 한약처방 안전성 검토 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편의점에서 2000원하는 세계적인 진통제 타이레놀, 설명서를 읽어보면, 작은 글씨로 되도록 복용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빽빽하게 기재되어있다. 미국에서만 1년에 10억 개의 타이레놀이 생산되고, 10만 명이 부작용 센터에 신고하고, 6만 명이 응급실로 간다. 70년 전, 한의사 면허 1호 원장님께서 첫 환자에게 “환자분, 한약 성분 중에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도 있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하여, 70년 동안 한약 안전성의 뼈대를 세웠다면,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 어느 누구도 한약 안전성에 대해 시비를 걸지 않았을 것이고, 그 동안 축적된 부작용 통계 자료가, 오히려 누구나 인정하는 한약 부작용의 객관적 근거 확보에 기여하였을 것이다. 결국 한의계는 잘못된 한약 안전성 전략을 선택하여 자승자박이 되어버렸다. ‘한약 안전성’은 종결형이 아니고 항상 진행형이며 음양오행론, 사기오미론, 변증논치론, 사상체질론과는 관련이 없다. 각종 실험 자료와 통계 결과에 의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인식부터가 첫 걸음이다. 70년 후 미래 후손을 생각하자.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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