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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26일 (화)

신미숙 여의도 책방-76

신미숙 여의도 책방-76

여인의 향기! 독인가? 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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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는 정부 조직이 있다. 2005년 김대중 정부에서 출범했었던 여성가족부(약칭 여가부)는 명칭과 기능을 두고 특정 정권 때마다 존폐의 기로에 선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여가부 폐지가 대선 캠페인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대남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기도 했다. 페미니즘이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거부감과 공격성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온·오프라인의 짧은 글이나 밈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우리 모두는 어머니로부터 생성된 존재들 아닌가?’이다. 여가부는 작년 9월 성평등가족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맘충, 페미충 등 범람하는 여성혐오 문화의 시작점이 순차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면 연이은 세대갈등이나 이념갈등 결국은 사회갈등도 조금씩은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난 5일 새벽 광주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의 피의자 장모씨는 경찰서로 연행되는 과정에서 범행 동기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여학생인 걸 알고 한 건 아닙니다”, “계획한 거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같이 일하던 외국인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과 스토킹을 일삼던 자가 범행 대상으로 또 다른 여성을 물색하고 저지른 일이라고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타당하다. 서초구 한 건물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피의자의 “여자라서 죽였다”라는 끔찍한 자백에 전국민이 분노했던 때가 딱 10년 전인 2016년 5월의 일이다. 일명 ‘강남역 살인 사건’이다. 여혐으로 인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왜? 어째서?” 1990년에 방영된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드라마 제목도 갑자기 떠오른다. 


로스쿨 준비 중인 딸을 두신 직원 한 분이 정기적으로 내원하신다. 본인 허리치료와 더불어 따님 처방을 문의하기 위해서이다.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생리량이 극소한 데다가 생리통과 냉증을 달고 사는, 예민하고 늘 소화는 안 되고 그래서 밥은 깨작깨작 먹는 편이며 진하게 내려앉은 다크 서클에 누가 보아도 44싸이즈의 깡마른 체형을 가진 전형적인 소음인 대학생! 여성의학 분야의 실력이 미천한 나이지만 소음인을 살려내는 몇 개의 비방(?)을 알고있기에 자신있게 처방을 했고 약 복용 후 제반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기쁜 소식도 얼마 후 전해들었다. 만성피로증후군, 과민성대장증후군, 미주신경성 실신의 과거력, 기립성 저혈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음인 환자군은 대부분 해당질환 전문 분과의 순례를 두세바퀴 마친 후 종국에는 한의 쪽으로 심신을 의탁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 한의사들은 준비되어 있다. 유독 예민한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해결해 줄 준비 말이다.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마야 뒤센베리, 한문화,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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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계가 여성의 허약한 건강에 집착하는 데서 무시하는 쪽으로 이행한 핵심적인 원인은 히스테리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 정확한 병명으로 진단될 때까지 여성의 질병은 심인성이다. 

- 눈에 보이지 않는 피로와 통증을 동반한 만성질환은 대체로 여성의 몫으로 나타난다. 

- 사실 의료계가 여성 환자의 증상을 믿지 않아서 생긴 지식의 손실은 생각만 해도 충격적이다. 히스테릭한 여성이라는 망령은 너무나 강력해서 그것이 살짝만 환기되어도, 경험적인 진실에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여자들은 왜 화장실에 자주 갈까?』

(비르기트 불라, 열린책들,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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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가 방광 시스템을 완전히 뒤집어 철저하게 검사하고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고 모든 기질적 원인을 배제하고 나면 범인은 딱 하나 남는다. 바로 우리의 정신이다. 

- 한의학에 따르면 음과 양, 즉 여성 에너지와 남성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방광에 자주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방광과 신장 사이에도 부조화가 있을 수 있다. 

- 방광이 다른 장기에 의해 또는 유착이나 근막 구조, 인대, 근육 등에 의해 압박을 받아 움직임이 제한되면 태업을 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배변 장애나 과민성 방광 또는 빈번한 방광염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여자는 늘 어딘가가 아프다』

(야마자키 아쓰코, 마인드빌딩,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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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신경실조증에 대한 침구치료는 환자 자신이 생명에 관계된 병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납득한 후에 했을 때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

- ‘컨디션 난조를 개선하고 싶다면 거들을 입지 말라’ 혈행이 나빠지면 혈액이 몸 구석구석까지 전달되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요소가 냉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혈류의 개선, 면역력 향상, 진통 작용이 뛰어나서 뜸만으로도 괴로운 증상은 서서히 완화된다.

- 40세부터 60세 전후까지의 20년은 괴로운 시기이다. 여성의 컨디션 난조의 원인은 이게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갱년기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의 배신』

(엘리자베스 코멘, 생각의힘,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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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흡기내과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증상을 단순히 불안으로 치부해 버리고, 더 깊이 들어가 유기적 원인을 탐구하지 않는 경향이 만연해있다. 

- 여성들에게 있어 호흡기 건강은 점점 의료의 영역이기보다 자기 관리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여성들은 명상을 하라거나, 호흡을 측정하는 앱을 다운로드하라거나, 운동을 더 많이 하라는 사이비 과학 조언의 홍수에 시달린다. 

- 10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의사들은 여성 위장관 환자들을 불안해하고 까다로우며 감정적이고 치료가 힘든 환자들로 간주한다. 

- 골다공증을 둘러싼 의료 환경은 너무나 혼란스럽고 여성의 골격을 연약한 것과 동일시했던 기존의 편견과 얽혀 있다. 


『최초의 이브들』(캣 보해넌, 시공사,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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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은 원래 위험한 일이고 여성의 몸에 손상이 남는 장기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 난소는 성숙한 난자를 만들기 위해 훨씬 오랜 시간에 걸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간 태아는 자궁에 있을 때부터 난포를 만든다는 점을 기억하자. 

- 세계 어느 곳에서든 여성은 죽음을 피하는 능력이 남성보다 뛰어나다. 백세인은 유니콘같은 존재였다. 오늘날 백세인은 80퍼센트 이상이 여성이다. 

- 여성은 근본적으로 운동 직후 근육 강도가 더 떨어지는 듯했지만 훨씬 더 빨리 회복했다. 이것은 강한지 약한지의 문제가 아니라 대사와 조직 복구의 문제다. 


지난 1월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성차(性差)의학” 즉 “남녀의 병 다르게 고쳐야 산다” 편을 방영했다.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에 따라 진단과 치료가 달라져야 한다는 말인데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이 원칙이 ‘맞춤의학’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듯하다. 

상견 증상이나 체질에 따른 구별을 중시해 온 한의학적 시각에서는 ‘성차의학’이라고 부르지만 않았을 뿐 이미 개인간의 차이를 중시하여 이를 구별하고 그에 맞춰 치료를 해온지 오래이다. 


칸 영화제를 찾은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은 “유해한 남성성이 전쟁의 원인”이라며 유력 정치 지도자들 몇 명의 이름을 거론했다. 정치적 올바름과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기준으로 디즈니의 기존 작품들이 추구했던 여성성은 과연 올바른 것이었냐에 대한 반성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의학적으로도 가치 평가와 영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었고 화두였다. 정치판에서 여성성은 득이었다가 독이 되기도 하고 독이었다가 득이 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영화 『여인의 향기』(1992년)하면 떠올려지는 탱고곡이 있다. 바로 “Por Una Cabeza”이다. 경마 용어로 ‘머리 하나 차이’라는 뜻으로 아주 근소한 차이, 간발의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6월3일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임신, 출산, 육아의 짐을 짊어져야 하는 그 시기는 여성 정치인들에게는 어쩌면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일 수도 있다. 여성성이 아닌 능력만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판에 뛰어들 수 있는 시대는 과연 도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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