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정부가 2027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약 580명(579∼585명) 수준으로 추진하는 안을 제출한 가운데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경실련·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8일 성명서 발표를 통해 “연 580명 후퇴 안은 초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의료개혁이 아니라, 의료계 반발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미봉책으로 전락한 결과”라며 “의사단체 눈치만 보는 의대 증원 후퇴안을 즉각 폐기하고 실질적인 의대 증원안을 논의하지 않는다면 국민적 분노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대회의는 수급추계 논의 과정에서부터 문제점들이 누적돼 왔다고 지적했다. 즉 공급자에서는 코로나19와 의료대란 시기 ‘아파도 병원에 못 간’ 억눌린 의료이용량을 정상 수요인 것처럼 미래 기준으로 고정하려 했으며, 여기에 고령 의사의 활동성을 과대평가해 공급을 부풀리고, 실증되지 않은 ‘AI 생산성 향상’ 같은 가정을 끼워 넣어 필요 인력을 깎아내렸다는 것.
또한 “공공의대 및 지역 신설 의대 몫 ‘600명 포함’ 부분도 정부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착시”라며 “공공의대 등을 정원 내에 끼워 넣어 실질 증원을 축소하는 방식은 ‘증원하는 시늉’에 불과하며, 공공과 민간, 수도권과 지역 간 의사 인력 쟁탈전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대회의는 “무엇보다 정부는 의사 증원 논의에만 매몰된 채 지역의료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전달체계·인프라·지불제도 개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를 거치며 증원 규모만 줄이는 것은 지역의료 붕괴를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또 “의사단체는 ‘의사 수만 늘리면 과잉진료와 건보 재정 파탄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과잉을 구조적으로 유발하는 행위별 수가제 개편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며 “정부 역시 가치 기반 지불제나 공공정책수가를 말하면서도 행위별 수가제 기반 자체를 어떻게 개편할지 일관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개혁 없이 숫자만 줄이는 방식은 국민에게는 ‘접근성 악화’로, 지역에는 ‘병원 유지 불가능’으로, 공공에는 ‘필수의료 공백’으로 되돌아올 뿐”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연대회의는 “의사만 늘려서는 지역·필수·공공의료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지역간호사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공공병원과 지역의료를 실제로 움직이는 다직종 협업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증원 규모를 깎는 데만 에너지를 소모하며 현장을 떠받칠 인력과 서비스 개혁을 뒷전으로 밀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연 580명 후퇴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한 연대회의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의사 수를 늘리고 있다는 착시’가 아니라, 내가 사는 곳에서 필요할 때 안심하고 치료받을 권리”라며 “보정심은 의사단체 요구에 따라 마음대로 추계를 골라 왜곡하는 관행을 중단하고, 초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를 정직하게 반영한 증원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연대회의는 공공의대와 지역 신설 의대를 ‘별도 트랙’이라 주장하면서 정원 내에 끼워 넣어 실질 증원을 축소하는 착시도 거둬내야 하며, 공공의대는 총정원 숫자와 무관하게 즉각 추진하고 설립하되 공공·필수인력 양성 체계로서 별도 정원과 운영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연대회의는 “의사 수급을 줄이는 근거는 숫자 깎기가 아니라, 의료이용량 자체를 바꾸는 개혁인 △의료전달체계 확립 △지불제도 개편 △과다 의료이용과 왜곡된 시장에 대한 규제 △팀 의료 인프라 강화 외에는 없다”면서 “정부는 더 이상 원칙 없는 타협으로 책임을 피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개혁방안을 제시해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응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