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의료비 133조 중 비급여 20.2조(15.2%)…13년간 2.5배 급증
도수치료 가격 격차 62.5배, 병행진료·풍선효과로 통제 무력화
[한의신문] 의료기관이 급여 진료(물리치료)와 비급여 진료(도수치료)를 병행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폭증하고, 실손보험의 적자 확대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동시에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은 3일 발간한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비급여 및 실손보험 통제 방안’ 보고서(허종호 인구센터 연구위원)를 통해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의 급증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하는 만큼 건강보험제도의 구조적 개편을 통해 실손보험의 병리적 이용과 재정 부담을 동시에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허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의료비 약 133.0조원 중 △건강보험이 86.3조원(64.8%) △환자가 32.6조원(24.5%) △실손보험이 14.1조원(10.6%)을 부담했다.
비급여 진료비는 2023년 기준 20.2조원(총 진료비의 15.2%)으로, 13년간 약 2.5배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보장률은 60% 중반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다.
비급여 항목은 과거에는 주로 치료에 병행되는 의료적 비급여(CT, MRI, 특진비 등)의 비중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비의료적 항목인 도수치료, 미용성형, 수액치료 등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허 연구위원은 “의료기관들이 급여 진료(물리치료 등)와 비급여 진료(도수치료 등)를 혼합 제공하는 병행진료를 통해 수익을 증대시키고 있다”면서 “진료 시술에서 병행진료 비율이 높게 나타나면서 불필요한 비급여 서비스 이용이 증가해 건강보험 지출 증가와 전체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저부담-저급여-저수가’의 역사적 선택이 만든 비급여 팽창”
지난 2023년 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3997만명(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의 약 77.7%)에 달하며, 1·2세대 구형 상품 가입자가 과반수(64.4%)를 차지한다. 2024년 기준 △1세대 실손의료보험의 경과손해율은 97.7% △2세대는 92.5%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3세대는 128.5% △4세대는 111.9%에 달하는 등 손해율 100%를 초과하는 적자 상태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근본 원인에 대해 보고서는 비급여 항목의 과잉 이용이며, 지급 보험금 중 비급여 의료비가 약 6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 OECD 국가들은 필수의료 보장성 수준이 높고, 병행진료를 금지해 비급여를 포함하여 병행진료 제공 시 해당 진료 전체가 공보험 보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우리나라는 타 OECD 국가에 비해 건강보험 급여 범위가 좁아 비급여 항목의 종류 및 범위가 월등히 많고, 이로 인한 환자 부담 가중 및 민간의료보험(실손보험)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환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과도한 의료 이용을 하도록 유도, 우리나라 연간 외래 진료 방문 횟수는 15.7회로서 OECD 평균(5.9회)의 3배에 달하고 있다.
허 연구위원은 비급여 팽창의 구조적 원인에 대해 “건보제도 도입 초기에 ‘저부담-저급여-저수가’ 구조를 택해 전국민 의료보험 체계를 단기간에 달성하는 과정에서 비급여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제도적 환경이 구축됐다”며 “2000년 건강보험 통합 이후 지속된 저수가 기조 하에 보건복지부가 요양기관의 비급여 진료를 제한 없이 허용하고 가격 자율 결정 권한을 부여하면서 병행진료가 보편화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실손보험에 대해선 “2003년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국민건강보험의 보완 형태로 ‘보장하지 않는 사항’을 제외한 모든 보험사고를 보장하는 포괄주의(negative) 원칙을 적용하면서 민영보험 시장에 도입됐다”면서 “현재의 국민건강보험(복지부 관리)과 실손의료보험(금융당국 관리)의 이원적 관리 체계는 상호 악영향을 미치며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의료법’의 최선진료 의무 - ‘건강보험법’의 비용효율 원칙 충돌
허 연구위원은 이와 같은 비급여 서비스를 통제하는 데 저해되는 요인들로 △법제도 △소비자 △공급자 △정부정책 측면으로 분석했는데, 법제도 측면에선 “‘의료법’은 의료인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건강보험법’은 ‘비용효과적인 진료’를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런 법률적 상충현상과 의료현장에서의 괴리가 임의비급여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측면에선 “의료진과 환자 간 정보 비대칭성 심화로 인해 환자는 비급여 항목의 필요성과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의료진의 권고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며, 환자는 실손보험을 통해 비용 부담 없이 과도한 의료 이용을 하려는 유인이 발생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자 측면에선 “의료기관들이 행위별수가제 하에서 규제 없이 가격을 책정하고 새로운 비급여 서비스를 개발․도입하여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이런 자율적인 가격 결정으로 도수치료비의 전국 최고값과 최저값의 차이가 최대 62.5배에 이르러 가격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 측면에선 “특정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이후 의료기관이 새 비급여를 신설하거나 진료량을 늘려 수익을 보전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해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허 연구위원은 비급여 통제를 위해 △의학적 필요가 있는 필수 항목은 급여화를 통해 통제 △‘삶의 질 개선형’ 항목에서 병행진료를 단계적 금지·실손보험을 보충형으로 전환 △의학적 필수성이 희박한 항목(미용, 성형 등)은 정보공개를 통한 시장경쟁(가격조정)으로 유도할 것을 제시하며 “구조적 개편을 통해 실손보험의 병리적 이용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동시에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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