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박주민)가 2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원장 차순도)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에 한의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바이오메디컬 기술혁신 및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전주기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의과학자 학부과정 지원 △전공의 연구지원 △전일제 박사과정 지원 △신진/심화/리더급 의사과학자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약 413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200여 명의 의사가 사업에 참여 중이지만 현행 제도는 신청 자격을 ‘의사면허 보유자’로 한정하고 있어 한의사의 참여가 불가능한 실정이며, 이는 WHO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통합의료를 중심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을 지향하는 국제적 흐름과는 상반되는 정책 방향이다.
이날 남인순 의원은 “현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바이오헬스 융복합 인재 양성 사업’을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에 참여하는 대상이 의사면허 보유자로 한정돼 있어 한의사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남 의원은 “한의사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러한 부분들을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차순도 원장은 “의원님께서 말씀해 주신 부분을 다시 한번 적극 검토해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러한 한의사의 사업 참여 배제와 관련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WHO가 ‘전통·보완·통합의학 전략 2025-2034’를 통해 각국 정부에 △TCIM 연구 기반 조성 △연구인력 양성 체계 마련 △제도적 지원 확대를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한의사는 WHO가 정의한 TCIM 전문가의 대표 직역으로, 국내에서는 제도적으로 의료행위와 연구 참여가 가능한 유일한 보조인력이며, 이는 WHO 국제 전략 흐름에 반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2022년 한의협의 수요조사 결과, 조사 대상이 일부 한의과대학 소속 기관에 한정됐음에도 전일제 박사과정 60명, 전공의 연구지원 희망자 33명 등 총 94명의 참여 희망 응답이 확인돼, 제도화 이전 단계에서도 자발적인 참여 수요를 보이며 제도 신설시 수요 확대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KIST, KAIST, GIST 등 주요 연구 기관 및 대학원에서 한의사 출신 연구자들이 기초·임상 융합연구, 신약 개발, AI 기반 질병 예측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만큼 한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이 제도화될 경우, 기존의 활동 기반과 연계해 빠른 성과 창출 및 인력 정착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지난 2023년 대한한의학회지에 발표된 실태조사 논문인 ‘한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한의학과 대학원 재학생의 교육 및 연구환결 실태조사와 제언’에 따르면 전일제 한의대 대학원생은 주당 44시간 이상을 연구·교육·행정에 투입하고 있으며, 응답자의 55.6%는 대학 및 연구기관 진출을 희망하고 있지만 경제적 여건이 가장 큰 장벽으로 확인됐으며, 인건비는 최저 임금에도 미달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들은 특히 대학원 만족도, 연구역량 향상 욕구, 자아 실현 동기 등이 매우 높아, 제도적 지원만 보완된다면 높은 확률로 한의사과학자로 진출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도출됐으며, 이는 수요의 존재, 연구역량의 준비도, 제도적 효과성을 동시에 입증하는 실증적 자료이다.
한의협은 “한의사과학자를 희망하는 현장의 수요가 다수 있으며, 열의가 있음에도 참여가 배제되고 있다”면서 “한의사과학자 양성의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미비한 만큼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에 한의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