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전국 지자체가 내년 3월 전면 시행을 앞둔 ‘돌봄통합지원법’ 준비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 시행까지 불과 5개월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기초 행정 인프라의 절반 이상이 미비한 상태다.
정부가 내세운 ‘살던 곳에서의 돌봄’ 비전이 ‘사는 지역에 따라 차별받는 돌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조례 제정 25.3%(58곳) △전담조직 구성 34.1%(78곳) △전담인력 배치 58.1%(133곳)에 그쳤다.
특히 법 시행의 핵심 기반인 △통합지원협의체 구성률은 16.6%(38곳) △통합지원회의 구성률은 28.4%(65곳)로, 절반 이상이 제도적 준비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지자체 중심의 통합돌봄체계’를 표방한 정부 정책의 기초 행정 구조가 이미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광역시·도 단위에서도 상황은 심각하다. 현재 광주·대전·강원 단 3곳만이 통합지원협의체를 구성·운영 중이며, 서울·경기·부산·경남 등 주요 광역지자체조차 관련 위원회를 꾸리지 못한 상태다.

시·도 차원의 조정·지원체계 역시 멈춰 있다. 17개 시도 중 14곳은 협의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지역 간 행정 지원 공백이 구조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통합돌봄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조례 △전담조직 △전담인력 △협의체 △회의 등 ‘5대 행정 기반’과 기본 서비스 자원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례는 지방정부의 집행 권한을, 전담조직은 복지·보건·주거 기능을 통합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전담인력은 사례관리·방문의료 등 실행력을 담당한다.
협의체와 회의는 기관 간 조정·연계와 개별 대상자 지원계획 수립의 실질적 의사결정기구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이 5가지 기반 중 하나도 완비하지 못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표준조직 모델이나 예산 지원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어촌 지역은 인력 확보와 조직 구성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에 놓여 있다.
또한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참여기관은 전국 195개소, 케어안심주택 시범사업은 10개소에 불과하다.
서울 44개소, 경기 45개소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경북·충북은 4개소씩에 그쳐 지역 간 격차가 극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진숙 의원은 “복지부가 단순한 제도관리자가 아니라 현장 중심의 실행 설계자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3대 개선 과제로 △표준 전담조직 모델 제시 △재정취약지역 지원 강화 △지역균형형 돌봄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전 의원은 “재정취약지역에는 국비보조율을 현행 30~50%에서 최소 70%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며 “초기 3년은 중앙정부가 기반을 조성하고 이후 지방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에 따라 복지예산 비중이 높은 곳엔 국비를 할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가 내세운 ‘살던 곳에서의 돌봄’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중앙과 지방이 함께 책임지는 돌봄국가 모델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