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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27일 (일)

“산불 피해 이재민 곁에는 언제나 한의사가 있습니다”

“산불 피해 이재민 곁에는 언제나 한의사가 있습니다”

김봉현 경북한의사회 회장

사상 최악의 산불이 경상북도를 휩쓸었습니다. 의성에서 시작된 불길은 안동, 청송, 영덕까지 번지며 산과 나무, 민가, 과수원, 사과창고, 심지어 소들이 살던 우사까지 태워버렸습니다. 28명의 사망자 발생과 1조2,141억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는 물론 2,000채가 넘는 주택이 전소된 이번 재난은 그 규모나 참상 면에서 재난이라기보다는 전쟁의 상처에 가깝습니다.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겨진 건 집도, 일터도 잃은 채 체육관 구석에 텐트를 치고 스티로폼과 이불 한 장으로 버티는 이재민들입니다. 생존의 안도감도 잠시, 잃어버린 삶의 터전 앞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는 이들의 얼굴에는 깊은 상실감이 맴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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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과 진료실 8곳 동시 운영…사상 초유”


지난달 26일,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의 지시로 경북지부 산불 의료봉사단이 꾸려졌고, 이튿날인 27일부터 안동실내체육관에 한의과 진료실이 설치됐습니다. 이후 길주초, 용상초, 서부초등학교에 추가로 진료실이 설치됐고, 29일부터는 의성 실내체육관, 영덕 국민체육센터, 영덕 청소년해양수련원까지 확대됐습니다. 31일부터는 청송 진보문화체육센터에서도 진료가 시작되는 등 한의과 진료실이 동시에 8곳에서 운영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산불의 피해 범위가 광범위한 만큼 각 지역에 분산된 대피소와 이재민들을 찾아가는 한의사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습니다.


 “연기 자욱한 체육관, 아픈 마음이 먼저 보여”


제가 직접 의료봉사를 시작한 지난달 27일, 안동실내체육관은 안동 시내 전역에 퍼진 산불 연기로 실내까지 자욱했습니다.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진료소를 찾는 많은 이재민들은 목이 아프고, 눈이 따갑다는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급하게 대피하다 타박상이나 염좌를 입은 경우도 많았고, 이웃 할머니를 업고 나오다 허리를 다친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열흘쯤 지난 시점부터는 외상이 아닌 마음의 상처를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났습니다. 처음에는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집이 불에 타버린 사실, 과수원의 나무들이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한다는 현실을 실감하게 되면서 점점 더 큰 절망감에 빠져들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반갑게 인사하던 환자 한 분이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원장님, 우리 집… 전부 다 타버렸어요.”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라 입을 떼지 못했고, 제 눈에도 눈물이 고였습니다.


“침 하나 들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부심”


진료소를 오가며 대한의사협회 임원들과도 자주 마주쳤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경옥고를 건네며 웃음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삼성 로고가 붙은 고급 수액버스 안에서 편안하게 진료를 하는 모습이 부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침 하나만 들고도 전기 없이, 비좁은 마을회관에서도 진료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한의사의 강점입니다. 우리는 어디든, 누구에게든 가장 빠르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진료 방식이며, 진심 어린 위로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의사와 환자 모두 울어…진료는 계속 돼”


지난달 27일과 28일에는 안동분회 회원들이, 29일과 30일에는 전국에서 달려온 개원의 한의사들이, 31일부터 4월 4일까지는 공중보건한의사들이 진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중에는 공중보건한의사, 주말에는 개원의 자원봉사자가 중심이 돼 진료실을 지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흐름은 계속될 것입니다.


대형 체육관 대피소는 점차 폐쇄되고 있으며, 모텔이나 펜션, 경로당, 마을회관으로 분산 배치된 이재민들을 위해 방문 진료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봉사, 새로운 방식의 연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제발 살아만 주기를 바랍니다”


진료를 하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단 한 사람이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입니다. 그분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무너지고, 나도 모르게 지쳐갑니다. 자살 충동이 얼마나 쉽게 전염될 수 있는지를 알기에, 간절히 바랍니다. 제발, 살아만 주시기를.

그래서 저는 계속 봉사자들을 독려하고, 지쳐가는 동료들에게도 손을 내밀 것입니다.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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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손길 지속되게 함께 해주십시오”


대구 대송한의원의 이헌재 원장님께서는 의료봉사를 신청하시며 “큰 슬픔을 치유하는 데 보태라”는 말씀과 함께 1,000만 원을 경북지부에 기부해주셨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묵묵히 진료를 이어가신 원장님의 헌신과 꼭 필요한 안약까지 챙겨주신 세심한 손길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다시 삶을 일으키는 힘이 됩니다. 경북한의사회는 앞으로도 이재민 곁을 지킬 것이며, 이를 위한 자원봉사 참여와 후원을 조심스레 요청드립니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인지 잘 알기에, 이 모금 요청 역시 한없이 겸손한 마음으로 드립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나서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함께 걸어주십시오. 치유의 손길이 멈추지 않도록,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 영남지역 산불 재난 한의약 치료를 위한 기부금 계좌

: 국민은행 535901-01-395886 사단법인 대한한의사협회


경북한의사회 이재민 돕기 모금 계좌

농협 351-0607-8832-13 

(사단법인 대한한의사협회)


네이버폼 신청방법 (자원봉사 신청시)

‘https://form.naver.com/response/1UyUxog8HSYpyAoEec1JIQ’ 이 주소로 클릭하여 신청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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