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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28일 (월)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286)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286)

이인재의 수진경험신방론
“동서의학의 경험적 처방을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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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李麟宰는 1912년 쓴 『袖珍經驗神方』의 자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학에 모범처방전이 있는 것은 바둑에 기보가 있는 것과 같다. 마음을 스승으로 여기는 사람은 기보를 없애버리고, 처방에 구애되는 사람은 모범처방전에 얽매이니, 그 그릇됨은 한가지이다. 주단계가 말하지 않았는가. 옛날 처방과 새로 생기는 병이 어찌 서로 맞아 떨어질 수 있겠느냐고. 이 말은 믿을 만하다. 설사 유완소, 장종정, 이고, 주진형을 한 학당에 모아 놓아도 주장이 모두 같지 않고 처방이 다르지 않은 경우가 없지만, 그 사람을 치료함에 있어서는 한가지이다. 그 남과 북의 기후와 풍토의 강약과 옛과 지금의 같고 다름에 두루 통하는 것이 시중의 도이다. 그대는 어찌 중도를 잡지 않고, 옛 것은 공부하면서 지금 것을 모범으로 삼지 않는가. 제나라와 노나라의 변화가 도에 있어서 풍속의 변통으로 말미암지 않은 경우가 없다. 근래에 동서의학이 매우 성하여 혹 서양의학을 모범으로 삼고 동양의학을 배척하기도 하고, 동양의학을 모범으로 삼고 서양의학을 배척하기도 하는 것은 비록 사람 마음의 나가는 바가 같지 않기 때문이지만,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은 수레의 바퀴나 새의 날개와 같아서 어느 하나를 놔두고 다른 하나를 없앨 수 없는 것이다. 내과와 외과를 본다면 알 수 있다. 오호라. 내가 고루하지만 옛 것(동양의학)을 바탕으로 새 것(서양의학)을 받아들여 방서를 수집하여 2권으로 된 책을 만들어 『수진경험신방』이라고 이름을 붙여 책상에 놔두어 가정에서 사용하였다. 이에 친구 이철주, 조영교가 다음과 같은 말로 깨우쳐 주었다. ‘이 책을 어찌 휘장 속에 감추어둘 수 있겠는가. 


주어 인쇄하여 보리(모든 법을 다 깨쳐 정각을 얻는 일)를 구하는 마음(이를 ‘보리심’이라 함)으로 마음만을 스승으로 여기는 자들로 하여금 사색으로 번뇌하지 않도록 하고 표본완급의 이치를 얻게 하고, 처방에 구애되는 자들로 하여금 그 새로운 것을 알고 옛 것을 익히도록 하여 진주를 잃어버리고 바다를 바라보는 한탄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게’라고 하였다. 내가 말했다. ‘글이 어찌 말을 다 담아낼 수 있을 것이겠는가. 방법은 정해진 것이 없으니, 단지 마음으로 풀어 이해할 따름일세.’ 친구가 듣고 깨닳아 내게 명하여 앞머리에 서문을 붙이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저자 이인재의 ‘서양의학’에 대해 개방적인 마음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친구 이철주는 1913년 작성한 序에서 이 책에 대해서 “이군이 일생의 돈독하고 믿을 만한 경험을 숨김없이 스스로 편찬하였으니, 의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한 번 보면 이군과 더불어 그 법을 같이 할 것이다”라고 극찬하였다. 


이 책은 四診門, 婦人門, 小兒門, 男婦通治門으로 되어 있다. 사진문은 望色法, 聞聲法, 問症法, 切脈法의 望聞問切, 부인문은 經候, 崩漏, 帶下, 積聚, 虛勞, 胎孕 및 産前諸症, 産後諸證, 소아문은 세부증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부통치문은 諸症通治, 中風, 傷風寒, 痼冷症, 瘟疫 등 64종의 항목을 두고 세부증상들을 기술하고 있다.


이인재는 이 서문을 쓸 무렵까지 濟蒼醫院이라는 한의원을 20여 년 개원하고 있었던 한의사로, 서양의학과의 공존을 어떤 형식으로든 도모하고자 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서양의학에 대한 포용적 연구는 당시의 거대한 과업이었으며 그는 이러한 과업을 하나의 커다란 숙제로 남겨두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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