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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6일 (화)

신미숙 여의도 책방-46

신미숙 여의도 책방-46

과학하는 마음 VS 사기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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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2023년 10월24일(화)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암환자를 삽니다”라는 제목으로 암 요양재활을 표방하는 강남의 한 한방병원을 집중 조명했다. 수천만원을 내고 산삼약침치료를 받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사망한 환자들의 유가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2012년이었다. 지리한 법정공방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본관도 모자라 신관까지 추가 개관을 할 정도로 병원은 확장일로를 걸었다. 신관 행사에는 구청장, 지역구 의원들, 연예인들이 동원됐고 지난 2018년에는 암을 극복한 방송인 엄앵란씨가 홍보대사로 위촉되었으며 이 병원의 병원장과 의료진들은 여러 공중파 방송과 언론매체에 소개되기도 했었다. 나 또한 신문, 버스광고에서 해당 병원의 위풍당당한 광고글귀들을 접하고선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부디 통합의학적 암치료를 잘 해내는 곳이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도 보탰었다. 코엑스몰에 설치돼 있었던 이 병원의 광고 판넬에서 엄앵란씨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환하게 웃고 있었던 부산대 한의전 출신의 남자 선생의 얼굴을 본 기억도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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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되지는 못할 망정 믿고 걸러지는 존재는 아닌지?

 

잘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이 병원의 병원장과 사무장이 최대 1억5000만원에 이르는 고액 패키지 프로그램을 환자들에게 선결제 방식으로 판매한 혐의(사기·의료법 위반)로 입건된 건 작년 11월이었다. 올해 4월,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난 후에야 비로소 병원은 폐업 수순을 밟게된 것이다. 폐업 5일 전인데도 어떤 환자에게는 1억원 결제를 유도하는 파렴치함을 감행했고 지금까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환자와 보호자는 118명, 피해 금액은 38억원 규모라고 한다. 말기암 환자의 면역력 증가에 효능이 있다는 산삼약침과 기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고가의 비급여 치료들은 어떠한 과학적 근거를 갖추었는가? 절박한 말기암 환자들을 유인하여 돈을 벌기 위한 과장된 광고일 뿐이었는가? 10년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문제 많은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강남 소재, 페이백 시스템, 연예인 마케팅 등이 말기암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   

‘믿고 거른다’는 말이 있다. 평판이 안 좋거나 별로인 사람 혹은 사물 혹은 장소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그 거부감을 공유하는 무리들이 상당수에 해당하여 그 ‘믿고 거르는’ 행위가 개인적 취향이라기보다는 대세의 선택이 될 때 이 행위는 공감을 얻게 된다. 

 

이번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에게 ‘암 한방병원’, ‘산삼약침’, ‘한의사’라는 용어는 특히 암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경우라면 ‘믿고 거르는’ 0순위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것이 뻔하다. 암은 차치하고라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 작성자가 여기저기 아프다는 사연으로 님들의 조언을 구한다는 글이라도 올리는 경우, “한의원은 믿고 거르세요”, “한의사들은 사기꾼들 많으니 주의하세요”라는 댓글들이 적지 않다. 어쩌다 우리는 우선 선택되지는 못할 망정 믿고 걸러지는 존재들이 되었을까? 이런 현실이 기가 막혀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사내 변호사를 하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에게 이런저런 착잡함을 토로했다. “신선생, 걱정마! 변호사들도 장난 아니야. 우리 쪽에도 사기꾼들은 넘쳐나지. 뭘 그리 윤리적인 면에 유난을 떨고 그러시나. 먹고사니즘이 중요하쟎어. 돈 좀 벌어보겠다는데, 그러다가 저렇게 감옥도 가고 그러는 거지 뭐. 나와서 다른 식으로 병원 또 할 사람들이야. 빵에 좀 살고 나오면 수십억씩 챙길 수 있는데 푼돈 벌겠다고 동네 한의원에서 하루종일 노인들 비위 맞추고 침 놓고 하겠냐? 저렇게 확확 땡겨야 돈도 벌고 큰소리도 치지. 변호사 쪽도 만만치 않아서 말야. 그렇게 큰 사업 못 하는 우리들이 바보란다. 겨우 월급에 영차영차 맞춰 사는 우리들이 진짜 착한 바보야. 그래도 우리 이 세상에 해는 끼치지 말고 살자. 그런데, 다른 질환도 아니고 말기암 환자랑 가족들한테 저러는 건 좀 아니다. 죄질이 좀 아니 많이 불량하기는 하다.”


과장되고 조작된 연구현황 고발한 ‘사이언스 픽션’

 

사이언스픽션.jpg

위 사기사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국립암센터의 한의사 채용은 당분간 혹은 영원히 불가능해 보인다. 2011년 9월 당시 한나라당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경희 의원의 한의사 채용이 없냐는 질문에 그 당시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은 암센터 내에 전통의학 연구과가 갖추어져 있고 4명의 지원자가 있었지만 자격이 맞지 않아서 채용하지 않았을 뿐, 지원을 희망하는 한의사들은 언제나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대답했다. 앞으로도 국립암센터의 기준과 요건을 충족하는 한의사는 없을 예정이라 정식 채용은 힘들 것이라는 병원측의 강력한 거부 의사가 감지된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해당하는 2019년 국감에서 국립암센터와 건강보험 일산병원에 한의과를 개설할지 말지에 대한 질문을 들은 보건복지부는 한의과 진료의 수요를 파악하고 재정형편 등을 고려하여 정책적 검토를 일단 해보겠다는 하나마나한 답변을 했고 당사자인 해당기관들은 아직은 아니,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만 재확인해 주었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티오인줄 알았는데 비어있는 암센터와 일산병원 속 한의과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가사 일부를 개사함)

 

넷플릭스 다큐를 리뷰하는 블로그에서 오는 11월29일 공개 예정인 『배드 닥터; 메스를 든 사기꾼』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이 다큐의 주인공인 파올로 마키아리니(Paolo Macchiarini)는 이탈리아 흉부외과 의사로 줄기세포를 심은 플라스틱 기관을 이식하는 혁신적인 수술 방법으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지만 연구 사기 및 조작 행위를 일삼다가 결국 환자 3명을 대상으로 한 이식수술 실험을 감행, 모두 사망하는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이 『배드 닥터』처럼 많은 연구자들과 임상의들이 얼마나 각자의 연구를 과장하고 조작하고 있는지를 고발하고 있는 책에 대한 소개글 또한 같은 블로그에서 읽게 되었는데 그 책은 심리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스튜어트 리치가 쓴 『사이언스 픽션(부제;과학은 어떻게 추락하는가)』( 2022년 1월, 더난콘텐츠그룹)이다.  

 

 

- 코크란 연합에서 발표한 리뷰에 의하면 놀랍게도 의문이 제기된 치료법들의 45퍼센트는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결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이 났다. 겉으로 보기에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 효과도 없고 심지어 환자에게 해로운 치료법을 의사들이 믿고 사용함에 따라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헛된 희망을 품거나, 고통을 받았거나, 심지어 죽기까지 했을까? 

- 정직과 함께 공정성을 지키는 것은 과학은 존재 이유 중 하나이다. 과학이라는 것의 목적은 진실을 올바르게 파악하는 것인데도 우리의 연구는 종종 가장 기본적인 오류들로 가득 차 있다. 

- 종종 대학들은 과학 사기꾼들을 보호했다. 우리가 앞서 살펴보았던 디테릭 스타펠, 파올로 마키아리니, 황우석, 얀 핸드릭 숀 등을 포함한 유명한 사기꾼들의 경우 결국 비밀의 댐이 무너지면서 사건이 폭로된 사례들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낮은 수준의 연구 부정행위 사례에서는 좀처럼 과학자들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는다. 

- 더 중요한 것은 과학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무조건 신뢰하는 것만이 과학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즉, 무조건적 신뢰에 의존하는 것을 최대한 줄이고 확인 가능하고 실험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증거들을 가능한 한 많이 세상과 공유해야 한다. 

- 다만 진정한 과학이 존재하고 있고 그 반대편에는 이해할 수 없고 폐쇄적이며 검증할 수 없는 학문적 활동들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권은 모든 것이 제대로 되고 있을 것이라고 맹목적으로 믿는 것 뿐이다. 

- 사람들이 과학을 결코 의심할 수 없는 사실들의 집합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단 한 가지만 배워야 한다면 그것은 과학이란 것이 꽤 자주 잘못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 더 큰 과학적 질문에 답하려면 오래전 연금술사들이 조심스럽게 그들의 비밀을 지키면서 혼자 연구했던 과학의 길에서 벗어나 한 발 더 크게 나아가야 한다. 오늘날 모든 과학자가 국제 학술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각자의 비밀을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취지의 변화다.

 

 

 2018년에 업로드된 넷플릭스 다큐 『The Bleeding Edge; 칼날 위에 서다(첨단 의학의 덫)』에서는 검증되지 않고 승인된 의료기기들의 부작용 사례들을 신랄하게 폭로하고 있다. 새로운 의료장비가 도입되면 겨우 한나절 정도의 연습을 거쳐 테스트 몇 번 하다가 바로 수술을 하면서 의료장비를 익히는 의사들이 많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의료계에서 첨단 기술, 신기술이라고 광고를 해댄다면 이는 아직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아서 우리도 의료기기 회사측의 도움을 받고 이제 막 알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성형외과는 물론이고 많은 척추 전문 병원들의 대리수술 이슈가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최근 반쪽짜리 아킬레스건이 불법유통 되었다가 발각된 사건도 재료비 아껴서 돈을 좀 더 벌어보겠다는 순수한 욕망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수술 후 회복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라든가 종아리 굵기에 따라 아킬레스 건의 두께를 달리하는 체형별 환자 맞춤 수술이라는 식의 과학적 근거에 의한 선택은 절대로 아니었을 것이다. 

 

반쪽짜리아킬레스건.jpg

 

한약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깰 수 있는 방법은? 

 

성형외과의 성형브로커, 유령의사들 문제, 요양재활 병원의 노인환자 알선이 주업무인 사무장 문제 혹은 정형외과 영업사원들의 대리수술 문제 혹은 제약회사의 대대적인 리베이트로 권유받은 약물의 무더기 처방을 일삼는 수련의들 문제에 이르기까지 의과 쪽 역시 ‘과학하는 마음’보다 ‘사기치는 마음’이 앞선 듯한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어쩌면 이제는 암묵적으로 인정되는 공생구조 속에 좋은 게 좋은 것이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는 공존의 공기가 무거우면서도 동시에 위태롭게 느껴진다. 

이러는 가운데 최근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김윤 교수님의 용감한 발언들이 무척 반갑다. 경향신문에 연재되는 김 교수님의 글 역시 빠짐없이 읽고 있기도 하다. “의대 증원과 낭비적인 의료체계 혁신”, “우리는 어떤 죽음을 맞게 될까”, “환자를 위한 비대면 진료는 없다”, “의료위기 부르는 기형적 의료체계” 등 의사들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너무 자주 하셔서일까 최근 김교수님은 의협 윤리위에 회부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기도 하셨다. 잦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체 의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의협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의협이 숨기고 싶어하는 불편한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의협이 숨기고 싶어하는 한의사들의 ‘불편한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면 나도 언젠가 한의협의 윤리위에 회부되는 날이 올 것인가? 개봉박두! 두근두근 쿵쿵이다!!

 

성시경 유투브채널의 한 코너인 『만날텐데』에 출연한 후배 가수 크러쉬가 한약박스를 들고 입장하는 장면이 있었다. 성시경은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그거 뭐야?”라고 묻는다. 크러쉬가 “쌍화탕이예요. 한약 안 드세요?”“응. 나 한약 안 먹어. 팬들이 십전대보탕도 챙겨주고 했었는데....” 성시경의 표정에서 나는 읽을 수 있었다. 그는 한약을 절대 먹지 않는, 한약을 믿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다. 24년차 한의사로서 환자들을 대하면서 느낀 가장 큰 벽은 한약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한약처방에 대해 부작용을 경험했거나 혹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약=비싸다=간에 안 좋다=가성비 떨어진다=믿을 수 없다’의 등식이 머릿속에 이미 입력되어 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건 어렵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한의원 문을 열고 들어올 리 만무하기도 하고 가족들의 보호자로 동행을 하더라도 귀엣말로 “한약은 안 먹는다고 미리 말해”라고 코치하기도 한다. 이들을 독려해서 한약을 복용하도록 권하는 것은 종교나 정치 성향을 바꾸려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한의사 고유의 처방권한은 책 『사이언스 픽션』에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폐쇄적이며 검증할 수 없는 학문적 활동들’ 혹은 ‘오래전 연금술사들이 조심스럽게 그들의 비밀을 지키면서 혼자 연구했던’ 영역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과학이라는 기준에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채로 남겨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한약이라는 두 글자는 어떻게 될까?  


지속가능한 한의학이 되기 위해 해야할 일은?

 

연남동의 한 유명한 스페셜티 카페의 상징은 한약장이다. 시장골목에서 시작된 작은 커피집 시절, 원두를 전시하는 기물로 사용된 한약장이 이 카페의 상징이 된 셈이다. 그야말로 커피 한약방의 느낌이랄까? 몇 달 전 당근에서 한의사인 아버지께서 은퇴하시면서 불필요해진 한약장을 100만원에 판다는 게시글을 보게 되었다. 카페나 식당 내부 장식용으로 세워두면 빈티지스럽고 독특한 분위기를 줄 수 있다는 부연 설명이 있었다. 이제 한약장은 카페나 식당의 빈티지를 상징하는 인테리어 아이템이 되어가고 있다. 기능성을 가진 도구로서가 아니라 배경이자 상징으로서의 한약장. 너무도 자연스러운 이 변화는 순순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과학자까지는 아니어도 사기꾼은 되지 않으련다. 명의 소리는 못 들어도 돌팔이 소리는 듣지 않으련다. 빈티지 아이템이 되어버린 한약장같은 상징이 아닌 실체적으로 기능하는 존재이고 싶다. 사기치려는 마음은 죽이고 과학하려는 마음은 살려내고 싶다. 『사이언스 픽션』에 “대안 의학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효과가 있는 약(의학)과 그렇지 않은 약(의학)이 있을 뿐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효과가 있는 의학이라면 어떤 형식으로든 살아남을 것이다. 특정 질환에 효과가 있는 특정 치료방법이 지속적으로 재현가능한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히 효과가 있는 의학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한의학도 충분히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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