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수 원장
대구광역시 이재수한의원
“자생종의 20%에 해당하는 약 850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유네스코(UNESCO)가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천상의 화원, 점봉산 곰배령”
점봉산 곰배령 가는 길은 구불구불하고 산세가 험난하다. “얼마나 가야 도착할까?” 하는 조바심과 불안감으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이윽고 ‘설악산 국립공원 곰배령’ 표지판이 눈앞에 들어온다. 긴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여보, 다 왔어요. 초행길이라 그런지 참으로 멀기도 멉니다.”
작은 배낭에 약간의 간식을 챙기며 등산화로 갈아 신고 출발하려는데, “오늘 예약하셨나요?”라는 공원 안내원의 말에 “예, 저희는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는데요”라고 말하면서, 산림휴양 통합플랫폼에서 보내온 알림톡 문자를 내보였다.

귀둔리 점봉산, 진동리 점봉산?
그는 “여기는 귀둔리 점봉산 입구로 길을 잘못 찾아왔고, 진동리로 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혀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곳으로 왔다”하니 “가끔 이렇게 오는 분이 있다”고하며 “여기서 40분쯤 왔던 길로 가면 예약하신 곳인 진동리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점봉산 곰배령은 설악산 국립공원과 산림청에서 각각 관리한다”라고 우리 부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다행히 입산 금지 시간이 끝나기 전 ‘점봉산 산림생태관리센터’에 도착했다. 안내소에 이름과 신분증을 제시하고 입산 허가를 기다렸다.
“오늘(27일)이 아니고 내일(28일)로 예약되어 있네요”라는 센터 관리직원의 얘기에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니 오늘로 분명히 예약했는데요. 여기 알림톡도 이렇게 보내주셨는데요”라면서 확인을 하는 데 아뿔싸! 점봉산 곰배령 산림생태탐방 이용일은 27일 아닌 28일로 적혀 있었다.
제한된 인원만이 입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입산이 되지 않는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담당자는 우리 내외를 센터 내 사무실로 안내하더니 오늘 예약인원이 다 차지 않아 다행이라면서 입산 허가를 내주었다.
“감사합니다. 제 불찰로 이렇게 번거롭게 해서 미안합니다.” “매사에 그렇게 완벽하던 당신이 실수를 다 하네요”라는 아내의 걱정스러운 말에 나는 멋쩍게 웃음을 보이며 “그러게 말이에요…”, “회갑이 지나니 내가 늙기는 늙었나 봐요.”
매사에 어떤 일을 실행하기 전에 꼼꼼히 확인하는 편이지만 오늘처럼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나 스스로 말문이 막힌다.

탐방객 제한제로 사전 인터넷 예약 필수
점봉산 곰배령 산행을 계획하고 탐방객 제한제로 인해 1달 전 인터넷 예약까지 마쳤다. 비록 산행 예약 날보다 하루 일찍 오는 웃픈 해프닝이 있었지만 이날 고맙게도 곰배령 정상을 향해 내딛는 첫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곰배령이 우리 내외를 받아 준 것이다.
산책로 초입부터 계곡물 소리가 점입가경이다. 산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더욱 장엄하다. 소나기가 그친 후라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걸쳐 있고, 따뜻한 햇살을 받은 나뭇잎들은 푸른빛으로 생기가 감돈다. 산길을 오를수록 “아, 시원하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깊은 산의 정기가 나그네의 눈을 맑고 시원하게 한다. 고즈넉한 산속 자연의 소리에 듣는 귀마저 상쾌하다.
‘천상의 화원’이라는 점봉산 곰배령 정상까지는 5.1km, 해발 1,164m로 야생초 특산 희귀식물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점봉산에는 자생종의 20%에 해당하는 약 850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국제기구 유네스코(UNESCO)가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천혜의 장소다.
‘산림유전 자원 보호구역’의 점봉산에는 교목층의 신갈나무, 들메나무, 박달나무. 아교목층의 당단풍나무, 물푸레나무, 옻나무. 관목층의 조릿대, 철쭉, 꽃개회나무(희귀식물) 등의 식물이 자생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만 생육하는 고유 식물인 특산식물을 비롯해 자생지에서 개체군의 크기가 극히 작거나 감소하여 보전이 필요한 희귀식물 등으로 자생식물을 분류하여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인류의 자연유산을 품고 있는 점봉산
초본층에는 모데미풀(특산·희귀식물), 구실바위취(특산·희귀), 한계령풀(희귀), 금강초롱꽃(특산·희귀) 등이 자라고 있는 세계의 유산지다.
‘인류의 자연 유산’을 품고 있는 점봉산. 이름처럼 곰배령 정상에 오르니 사방으로 탁 뜨였고, 주위에는 맑은 기운과 푸른 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으며, 주변에는 야생초들이 즐비하게 자라고 있다.
곰배령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먼 산을 바라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나그네의 땀을 식힌다.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네. 천상의 화원이라 할 만하네. 우리가 언제 또 이곳에 올 수 있을까?” 곰배령의 계곡물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서 맴도는 듯하다. 높은 산 깊은 계곡 맑은 물소리 우렁차니, 산의 정기(精氣)를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