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가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운영한 ‘한의진료센터(Korean Medicine Center of Jamboree 2023)’가 전 세계스카우트 참가들의 높은 호응 속에서 한의약의 우수성을 알리며 마무리됐다.
특히 한의진료센터에 참여하는 의료진 사전교육과 센터의 효율적 운영에 크게 기여한 서알안 잼버리지원위원회 부위원장(전북한의사회 정책기획이사)으로부터 성공적인 한의의료 지원을 마친 소회를 들어봤다.
Q. 잼버리지원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한의협은 지난 2021년 8월 한국스카우트 연맹과 의료지원이 포함된 업무협약서를 체결하면서 한의진료센터를 준비해왔고, 지난해 4월 한의협 산하 잼버리지원위원회 운영이 결정되면서 전북지부 정책기획이사로서 합류하게 됐다.
잼버리는 국제적이고, 전국적 행사이며, 전북 부안에서 개최되는 만큼 전북지부 회원들, 특히 전북 여한의사회원들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해 전북지역 의료진 모집 및 센터 운영 시 현지 물품 지원 등을 맡게 됐다.
이후 한의진료센터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1·2차 사전교육 시 ‘한의진료센터 개요 및 주의사항’을 골자로 강의했으며, ‘2023 새만금 잼버리 한의진료센터 진료지침’을 만들었다. 잼버리가 열리면서 센터운영 기간 동안에는 센터 운영 보조 및 비품 관리를 맡았다.
Q. 진료센터 준비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아쉽게도 이번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제6호 태풍 ‘카눈’ 북상으로 인해 조기 퇴영 조치됐다. 준비 기간 동안 잼버리조직위원회와 소통이 매우 어려웠다. 이번 조직위의 중추였던 정부나 스카우트연맹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기대했으나 현실과의 거리감도 존재했다.
또한 양방의사들 중심으로 이뤄진 ‘잼버리병원’은 조직위 안전관리본부 산하 의료센터임에도 불구하고, 한의의료진들에 대한 배타적인 면도 강했다.
이번 센터를 준비하면서 올 상반기까지도 한의진료의 참여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도는 가운데 의료진 모집에 기꺼이 응해주신 많은 회원 분들과 한의대 학생들에게 미안한 생각뿐이었다.
다행히도 지난 6월 공동조직위원장 중 김윤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전주시갑 재선)과 양선호 전북지부장님과 2차례의 간담회가 성사되면서 센터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이후 김윤덕 의원은 의료진 사전교육에 참석해 격려해 주기도 했고, 잼버리 기간 동안에도 센터에 방문해 수시로 소통했다. 이런 활동이 모여 잼버리 기간 동안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었다.
▲제니퍼 대원(네덜란드)은 침 치료 후 서 부위원장의 진료 마지막 날 다시 찾아왔다.
Q. 진료센터서 기억에 남는 환자는?
센터 운영 중 사정상 진료를 못하시게 된 의료진이 발생해 의도치 않게 3일 연속 3타임 진료를 맡으며, 의료진 중 가장 많은 환자를 만나게 됐다. 타임 당 8시간 동안 음료 몇 모금 마시는 시간밖에 없을 정도로 외국 환자분들이 많이 내원해 한 명 한 명 길게 교감을 나눌 여유는 없었지만 세계 각국의 대원들의 스카우트 정신에 감명을 받는 일이 많았다.
자가면역성 전신 관절염으로 활동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요원으로 잼버리에 참여한 아그네스 대원(헝가리)은 무릎 침 치료를 받고, 다음날 선물을 들고 찾아와 지속적인 건강상담을 요청해 현재도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또 벌레물림으로 양다리가 퉁퉁 부어서 내원한 제니퍼 대원(네덜란드)은 바늘 공포증이 있었는데 침 치료를 받고, 진료 마지막 날 찾아와 잼버리 기간 동안 가장 놀랍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면서 포옹해주기도 했다.
발목 염증으로 3일 재진한 한 40대 대원(칠레)은 영어가 통하지 않자 스페인어를 본인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는데, 지난 전북지부 진료단 해단식 때 한 의료진을 통해 스카프를 전해주기도 해 감동받았다. 세계인들에게 한의약의 우수성을 실감케 한 만남이었다.
▲좌측부터 헝가리 대원, 칠레 대원
Q. 진료센터 운영은 만족스러웠나?
한의진료센터는 1년여 동안 의료진 모집, 사전교육, 잼버리용 차트 개발 등 체계적으로 준비해왔다. 비록 고구려허브 내 무덥고 열악한 환경에서 진료했으나 8일간 77개국 1758명의 환자를 단 1건의 사고 없이 기분 좋게 치료할 수 있었다. 남녀 치료실 총 12개의 병상으로 하루 평균 220명의 환자를 본 것은 한정된 공간과 인력으로 진료 가능한 최대치였다.
이 수치 또한 조기 퇴영으로 인해 오전 진료만 했던 마지막 날을 포함한 평균이며, 예진실에서 한약 처방만 받은 환자들까지 감안하면 훨씬 많은 환자를 치료한 셈이다. 만약 잼버리가 정상적으로 마지막 날까지 진행됐다면 의료진 한 명당 진료한 환자 수는 더 크게 늘었을 것이다.
쉴 틈 없는 와중에도 환자들에게 웃으면서 일일이 진료과정을 설명하고, 성심껏 치료한 의료진과 학생들의 노력에 세계에서 온 많은 대원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치료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여 질적으로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 지난 6월에 가진 한의진료센터 의료진 1·2차 사전 교육 중
Q. 국제 야영 행사에서 한의약의 강점은?
한의진료센터 질환 분포를 보면 외상성을 포함한 급성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많았고, 피부 외상처치, 호흡기질환, 온열질환, 소화질환 진료 건수도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사전교육 당시 국제 스포츠행사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던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부회장님들께서 기존 잼버리 관련 의무 논문 분석을 바탕으로 외상성 질환 치료 및 응급처치, 야생의학에 관한 교육을 진행해 주셨으며, 한의진료센터 진료지침단에는 상처치료와 감염관리를 비롯 덥고 습한 환경에서 육체활동이 많은 상황에 맞게 고정요법과 근막추나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의료진들이 실전 치료에 잘 적용해주셨는데 이처럼 한의약이 응급진료, 야생의학에도 장점이 있다는 것이 실제 입증됐다. 특히 국제행사에서 한약을 처음 복용하는 외국인들 대상으로 일사병과 서병을 예방·치료하는 생맥산, 제호탕 등의 한약제제가 공급돼 좋은 효과와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는 것도 큰 의의가 있다.
Q. 진료센터를 마친 소감은?
한의진료센터 의료진과 학생들의 엄청난 노력과 수고, 한의진료센터의 놀라운 성과가 대외적으로 더 부각되고, 공론화돼야 하나 잼버리 조기 폐영 및 조직위 파행 등 여러 논란이 불거지면서 센터 활동이 덜 부각된 점은 다소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의진료센터장을 맡으셨던 황만기 한의협 부회장님, 박소연 대한여한의사회장님, 양선호 전북지부장님을 비롯해 잼버리지원위에서 열정적으로 준비해주셨던 황건순 한의협 총무이사의 고군분투로 센터진료가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다.
특히 현장에서 진료를 담당한 의료진들의 열정과 수고가 없었다면 결코 이뤄지지 못했을 성과다. 참여 의료진들과 조기 폐영으로 진료를 못하신 의료진들, 진료 보조인력으로 훌륭히 역할을 수행해 주신 한의대생들과 센터 운영을 도와주신 협회 직원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