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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8일 (목)

일본 후쿠오카현 이토시마시 ‘유 멘탈 클리닉’에서의 4주간 실습을 마치고

일본 후쿠오카현 이토시마시 ‘유 멘탈 클리닉’에서의 4주간 실습을 마치고

“하루하루가 기적 같은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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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현 부산대학교 

한의학 전문대학원 4학년 


 ‘ご苦労様でした(수고많으셨습니다).’ 암 투병으로 힘들어하던 남편을 떠나보내고 찾아온 환자가 보여준 장례식 사진 속 남편을 보며, 한국인 신경정신과 의사인 유수양 원장님이 전한 말이었다. 환자는 말없이 고개 숙여 눈물을 흘렸다.

지난 6월, 나는 부산대 한의전 4학년 교육과정인 ‘특성화 실습’의 일환으로 일본 규슈에 있는 유 멘탈 클리닉에 본교 신경정신과 김보경 교수님을 통해 연락이 닿아, 4주간의 실습을 경험할 수 있었다.


클리닉의 원장님이신 유수양 선생님은 일본 가고시마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원광대학교에서 한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심리치료에 한·양방 모두를 활용하여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또한 소아과 전문의이자 50대에 신경정신과 전문의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는 와다 선생님,  카운슬러 자격증과 동시에 간호업무, 미술심리치료 등 다양한 재능을 갖춘 7명의 정예 스태프들이 클리닉의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각각 이끌어가고 있었다. 그 중에는 유 원장님의 치료를 받고 감화되어 스스로 자격을 갖춘 스텝이 되어 원장님과 함께 환자를 돕기 위해 클리닉에 돌아온 경우가 적지 않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기쁜 일’


클리닉에서의 실습일정은 기본적으로는 화요일 방문 진료와, 수요일~토요일 환자진료를 참관의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클리닉에 내원한 대부분의 환자들은 젊은 학생선생님들이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 애쓴다며 우리들을 반겨주셨고, 진료 중 민감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모두 나누면서 적극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편하게 대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도 환자를 이끌며 치료를 주도하는 원장님을 통해 그전까지의 임상 참관과는 또 다른 의술과 한의학의 진면목을 깨닫게 해주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배워온 한의학의 소중한 가르침을 진심을 담고 담아 환자에게 전달할 때 비로소 막연하던 정보 속에서 진리가 깨어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환자를 돕고자 하는 뜻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유 멘탈 클리닉에서의 원내 실습은 정말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기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편견 없는 한·양방 치료…환자가 얻는 유익함 잘 알아


일본의 의료 환경 특성상 한국과는 다른 진료경험을 겪어볼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후쿠오카현 각지에서도 유 멘탈 클리닉에 환자가 몰리는 이유 또한 한·양방 치료를 동시에 받기를 원하는 일본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었고, 그만큼 편견 없이 한·양방 치료를 모두 접했을 때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유익함을 일본인들은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4주간의 실습 프로그램 내용 중 방문간호, 마인드풀니스, 환자체험 등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경험이 없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역시 M&L(Mindfulness & Loving Beingness)심리치료 수업이다(원장님은 현재 이토시마의 M&L 심리치료 코스를 이끌고 있다). Mindfulness는 자신의 내면, 즉 의식, 사고 인지 패턴이나 감정이 일어나는 방식 등에 대해 깨어있는 ‘지혜’를 뜻하고, Loving beingness는 ‘사랑과 자비’라고도 말할 수 있는 존재에 대한 깊은 존중을 의미한다. 클리닉에서는 이러한 지혜와 사랑, 자비가 임상에서 어떻게 환자의 치유를 위해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임상진료 참관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환자들의 에피소드가 많았다. 불안장애로 인해 가스불 문단속 등을 반복하는 70대 환자. 그는 종이에 나무 그림을 그려서 세로토닌의 문제로 인한 불안, 그로 인한 패닉·강박장애·우울증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더니 본인의 마음에 대해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였다. 


아내와의 관계가 좋지 않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원인 파악과 갈등에만 집착하여 문제 해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알콜의존증 환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바닷가의 바위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고 하였다. 


상황을 수용할 줄 아는 지혜가 그의 내면에서 바닷가의 바위에 대한 이미지로 나타난 것 같았다. 남편의 우울증 때문에 본인의 화를 숨기다가 자가 면역질환이 생겨 고통 받던 40대 여자 환자, 마을에서 미움 받던 발달장애 집안의 40대 엄마와 10대인 두 아들, 광과민성 증후군이 있고 프로그래밍의 재능이 뛰어난 60대의 히키코모리 환자, 음악·음향예술을 하면서 불면과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천재 한국인, 그림실력이 뛰어난 15살 발달장애 학생, 게임중독에 빠진 규슈대 물리학과 학생 등.. 원장님이 대화를 나눈 한 분 한 분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하게 마음속에 남아 있다.

 

이남현기고1.jpg


환자의 삶 속에서 어떤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가?


클리닉에서의 일정만이 실습의 전부는 아니었다. 유 멘탈 클리닉의 소재지인 이토시마는 물론, 이웃한 후쿠오가시와 사가현 등 환자분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곳으로 나아가 그들의 삶의 형태를 보여주면서 그들의 삶 속에서 어떤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진료실에서만 있어서는 알 수 없는 무언의 가르침을 원장님은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였다.


차를 타고 30분쯤을 달려나가면 외진 마을과 아름다운 케야 해변이 펼쳐지는데(이 곳의 지명은 고대 ‘가야’인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70대 노부부인 마츠바라 씨의 집에 방문 진료를 다니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처음 파킨슨 판정으로 고통 받던 무렵, 남편 분을 따라 유 멘탈 클리닉을 방문한 아내 하치요 씨는 “파킨슨병의 완치는 어렵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파킨슨 환자가 될 수 있게 해드리겠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힘을 얻어 치료를 받아볼 용기를 내었다고 한다. 꾸준한 한·양방 치료로 지금은 파킨슨 환자라고 전달받지 않았으면 무엇이 불편하신지 알기 힘든 건강한 상태를 몇 년째 유지 중이다. 150년 이상 된 전통 일본 고택에서 작은 배들이 드나드는 부두를 보며 두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문득 후쿠오카 현에서의 모든 만남들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유후인 방문 진료는 가장 특별한 경험 중 하나였다. 산천어 구이 등 맛있는 음식과 노천온천으로 휴양지에서의 심신의 회복을 체험하는 동시에, 유 원장님이 현지에서 만난 환자분들을 진료하면서 그 멀리 계신 한 분 한 분과 만나는 순간 소중한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 깊었다. 원장님의 모습은 나에게 의사와 환자는 ‘함께 가야한다’는 존재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 뒤로 유후인의 환자분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직접 차를 타고 이토시마 유 멘탈 클리닉으로 찾아뵙기를 원한다고 한다. 지켜보던 나에게도 좋은 의사-환자 관계에서 느껴지는 감동과 열정이 마음속에 일어나고 있었다.


어쩌면 클리닉의 소재지인 ‘이토시마’라는 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치료수단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유 멘탈 클리닉을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토시마의 영향권에 속해 있다. 


그들 모두 각자의 삶의 길에서 가혹한 상황 속에 몸과 마음에 병을 얻기도 하지만, 이토시마라는 풍요롭고도 한적한 마을의 여유로움이 병의 기운을 잠시 멈춰 세우고, 스스로에게 일어날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게 해주는 에너지를 전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루하루가 놀라운 기적 같았던 유 멘탈 클리닉에서의 4주간의 경험은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신 모든 스태프 분들, 환자 분들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내일이라도 찾아가면 반겨주실 듯한 반가운 스텝들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청일점 오오이시 씨, 깔끔하신 사카모토 씨, 재능에 한계가 없는 스미 씨, 다정하고 친근하신 타시로 씨, 꼼꼼하시고 정확하신 와다 센세, 스텝 중에서도 멋지고 어른스러우신 하시모토 씨, 상냥한 히라노 씨. 환한 미소의 호타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우리를 하나의 끈처럼 이어준 이토시마(糸島).


이 모든 엄청난 여정을 경험하게 해주신 유수양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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