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우 강동경희대한방병원 교수
[편집자주] 윤성우 강동경희대한방병원 교수는 지난 5월 29, 30일 이틀간 키프로스 공과대학교에서 개최된 통합종양학회 국제워크숍에 참가, ‘Traditional Herbal Medicine in Integrative Cancer Care’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한의학의 통합암치료에서의 역할을 소개했다. 본란에서는 윤성우 교수로부터 통합종양학의 역할 및 향후 한의 암 치료의 전망 등에 대해 들어본다.
Q. 통합종양학이란?
“통합종양학(Integrative Oncology)은 표준암치료와 함께 다양한 심신요법, 천연물(한약), 생활방식 교정을 활용하는 환자 중심·근거 중심의 암 치료 분야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암 치료 전반에 걸쳐 건강, 삶의 질 및 임상 결과를 최적화하는 것은 물론 환자 자신이 암 치료 전 과정에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암을 전쟁에서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같이 더불어 살고 이를 초월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고 암에 대한 적대감에서 벗어나 몸 전체에 대한 건강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통합종양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이번에 참가한 통합종양학회에서는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
“암은 만성질환이므로 특히나 통합종양학을 이용한 암의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각종 암 증상을 완화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며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통합종양학의 치료방법들은 과학적 근거가 요구된다. 암 환자들은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암 치료에 좋다는 각종 민간요법이나 보완대체요법을 자주 듣게 되는데, 이에 대한 통합종양학자들의 근거기반의 가이드가 필요하다.
이에 통합종양학회(the 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에서는 이와 관련된 국제가이드라인을 출판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와 협력해 암성 통증에 대한 통합종양학 가이드라인을 출판한 바 있다. 앞으로는 피로, 우울·불안, 수면장애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출판할 계획이다.
암성 통증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요점을 살펴보면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연관된 관절통증, 일반적인 암성 통증이나 근관절통증에 침 치료가 권고되며, 호스피스 상태의 암환자 통증에 마사지 치료가 권고되고 있다(J Clin Oncol. 2022).”

Q. 통합종양학회 국제워크숍서 발표를 진행했다.
“최근 지중해의 섬나라 사이프러스에서 통합종양학회의 국제워크숍이 개최됐는데, ‘한의학의 통합암치료 역할’을 주제로 한 강연자로 초청을 받아 참석하게 됐다. 이번 발표의 주된 내용은 한약 치료가 암 환자의 다양한 암 증상을 완화시키고 전체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과 더불어 일부 한약에서는 면역관문억제제로서의 효과를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이번 국제워크숍에 참석해 다양한 해외의 연구결과를 접하면서 느꼈던 점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의 다양한 나라에서는 한의학(중의학), 동종요법, 아유르베다, 인지의학 등의 각국의 전통의학들이 통합암치료에 널리 활용되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약이나 침, 뜸은 내 자신도 놀랄 정도로 외국에서 많이 사용되어지고 있었고, 통합종양학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국내보다 더 발전되어진 부분이 있어 부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Q. 국제워크숍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스라엘의 통합종양학자인 Eran Ben-Arye 교수의 연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자궁암으로 복강경 수술을 받는 91명의 암 환자를 무작위로 3군으로 나눠, A군은 수술 전 혈자리 접촉완화 치료(preoperative touch/relaxation therapy)와 수술 중 침 치료(intraoperative acupuncture)를 함께 시행하고, B군은 수술 전 혈자리 접촉완화 치료만 시행했으며, C군은 표준 치료를 시행했다.
그 결과 A군이 B군과 C군에 비해 수술 중 혈압과 심박수가 감소하고 안정화 됐으며, 마취심도평가(bispectral index)도 유의하게 감소했다(J Cancer Res Clin Oncol. 2023). 또한 표준치료만 시행한 C군에 비해 A군과 B군은 모두 유의하게 통증과 불안·우울이 감소(Cancer. 2023)한 것도 확인됐다.
특히 혈자리 접촉완화 치료에는 미간 사이에 있는 인당혈(印堂穴)을 눌러주는 방법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암 환자의 임종시에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혀 큰 놀라움을 느끼기도 했다.”

Q. 향후 국내에서 통합암치료의 전망은?
“우리나라에도 한국통합종양학회(Korean Society of Integrative Oncology)가 설립돼 활동하면서, 외국의 통합종양학회(SIO)를 비롯한 다양한 나라의 통합종양학회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통합암치료의 교육과 학술대회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의사와 의사가 포함된 통합종양학자들이 더욱 많이 배출돼 국내 실정에 알맞은 통합암치료 프로토콜이 개발되고 근거기반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일반 국민들이 안심하고 효율적인 통합암치료를 받게 되기를 기대하며, 여기에서 한의학이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통합암치료의 장점은?
“초기암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암 환자의 근치가 힘든 상황에서, 현실적 치료목표는 생존기간의 증가와 삶의 질의 향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의 협진치료를 통한 통합암치료는 이러한 현실적 치료목표에 가장 잘 부합하며 그 과학적 근거는 매우 많다. 특히 한의암치료는 자체적으로도 △종양 진행의 억제 △재발전이 억제 △수술항암방사선치료 부작용 완화 △암 관련 증상 완화 △삶의 질 상승 △종양미세환경 개선 등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통합암치료는 개체적 특성을 가진 다양한 암 환자들에게 개별적 맞춤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최선의 치료 전략을 펼칠 수 있다. 현대 암치료가 ‘암’에 중점을 두는 반면 한의암치료는 ‘암 환자’에 집중함으로서 부정(扶正)과 거사(祛邪)의 균형을 잃지 않게 도와주고 암환자의 정기(正氣)가 손상되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 암 환자가 한의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과학적 근거 구축과 더불어 치료 만족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생각이며, 이러한 것이 갖춰져 나간다면 건강보험 적용 등 국가제도적인 지원도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암 관련 증상 완화와 항암효과 증진을 목표로 통합암치료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나갈 것이며, 암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