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5 (월)
김지은 한의사
남북한 보건의료교육재단 운영위원
정치를 몰랐다. 나에게 정치는 특별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운동장이고, 나는그 언저리 어디에선가에서 주어진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자유와 민주 주의가 존재하지 않는 북한 사회에서는 더욱 그랬다.
대한민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정치를 논하고 정치에 관여하지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사실 없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불신보다 정치를 모르기 때문에, 또 내 삶은 정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내가 공부한 지식을 가지고 나를 믿고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임무에 정진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가장 올바른 삶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부터인가 내 일상 가운데 진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진료를 받기 위해 내원 하는 환자들의 삶이 보였다. 단순한 질병 치료보다 그 질병이 왜 발생했는지, 다소 호전되던 질병이 왜 다시 발병하는지 하는 것은 단순히 진료실 안에서의 문제를 떠나 정책과 시스템의 개선 등 정치와 밀접히 연결됐음을 인지하게 됐다.
결국 정치는 특정한 사람들만이 아닌 사회구성원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 해야 하는 것임을 인지했지만, 그것도 그냥 막연한 생각이었다.
정치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인가, 일반인은 어떤 방법으로 정치참여를 할 수 있는가 등의 여러 궁금 증이 커가고 있던 때 마침 대한한의사협 회에서 ‘정치아카데미’를 진행한다는 공 고를 보고 선뜻 신청하게 됐다.
여러 정치 고수들의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통해 정치 문맹자에서 정치를 조금씩 알아가는 계단을 올라가는 느낌이다.
전반적인 강의 내용들이 정치인·국회의 원이 되기 위한 기술적인 방법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이또한 정치를 알아가는 일부분일 것이다.
정치아카데미를 통해 많이 배웠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이상 정치 참여는 불가피하고 우리 삶과 깊게 연결돼 있다. 정치를 넓게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한의사로서 정치영역에서의 보건의료 정책과 시스템이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작은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