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섭 원장(경북 경주시 불국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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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섭 원장(60·경북 경주시 불국사한의원)은 지난달 개최된 경북한의사회 제71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적극적인 회무 참여를 통해 지부 및 한의약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북한의사회장 표창을 받았다.
그를 아는 지인들은 김 원장의 열정에 감탄하곤 한다. 한의사회의 크고 작은 회무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 의료봉사와 수필가 및 산악인으로 에너지 넘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길섭 원장의 명함을 살펴보면 그가 텐션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가 가득하다. 한의사라는 본연의 직업 외에도 꽁트 수필가, 성경 칼럼니스트, 경북고등학교 동기회장, 불국사초등학교 동기회장, 열린의사회 회원, 경주국립박물관대학 수강생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매진해 오고 있는 국내외 의료봉사도 벅찬데 최근에는 전국 100대 명산을 탐방 중이다. 무엇이 그를 활기찬 삶으로 인도했을까?
-한의사로서 은퇴 선언을 했다.
현재 불국사한의원을 운영 중이니 완전한 은퇴는 아니다. 다만, 저는 10년 전인 50세 때부터 돈을 버는 한의사로부터 은퇴를 선언했다. 진료를 즐기는 한의사, 봉사 차원의 왕진진료, 형편이 어려운 노인환자들에게 신경을 더 써주는 진료가 주된 업무다. 돈을 더 잘 버는 의사보다는 환자와 희로애락을 교감하는 의사로 방향을 돌렸다. 그렇게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없고 마음이 매우 편안하다.

-국내외 의료봉사에 진심이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월드컵 축구 4강 신화를 쏘아 올렸던 2002년에 처음으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해외의료봉사를 다녀왔다. 당시 한국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KOMSTA)에서 봉사 단원을 모집했는데, 진료 인원이 부족했다. 개인적인 진료 시간을 빼 아프리카 오지까지 봉사를 다녀올 여력이 쉽지 않은 때였다. 그러던 와중에 선배 한의사의 권유로 의료봉사에 동참하게 됐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의 노병(老兵)들을 치료하면서 이들이 국가의 특별한 지원과 도움 없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의료혜택이 소외된 국내외 지역을 찾아다니며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고 있다.
지금까지 KOMSTA 단원 자격으로 25차례 해외의료봉사를 다녀왔고, 현재는 열린의사회 봉사단원으로 25차례 넘게 해외에서 의료봉사를 했다.
지난 2005년에는 한의해외의료봉사 활동을 통해 인종과 국가를 초월한 인도주의의 숭고한 뜻을 실천하고, 민족의 문화유산인 한의학을 세계 속에 전파시켜 국위선양에 기여한 공로로 복지부장관 표창장을 받았다. 2013년에는 열린의사회로부터 ‘인술을 통한 국경 없는 인류애 실현’ 공로로 최우수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모교 사랑에도 지극 정성이다.
현재 경주시 불국사초등학교와 경북고등학교 동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마다 개성이 강하고 똑똑한 친구들을 이끌어 간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친구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배워 간다는 마음으로 내게 맡겨진 중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중책을 맡은 만큼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다만 맡고 있는 동안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에는 불국사초등학교 교장으로부터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장학금을 후원해 준 공로로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수필가와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4년 전부터 꽁트 수필가와 성경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느꼈던 점이나 진료실에서 무심코 일어난 일들을 그때그때마다 글로 적어 경북한의사회나 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의 온라인 사이트 등에 기고하고 있다.
성경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게 된 것은 계기가 있었다. 45세 무렵에 교회 장로라는 직분을 50세쯤에 맡아 보려고 성경을 5년 동안 깊이 있게 읽어 왔다. 연구한다는 자세로 성경을 분석하면서 읽다보니 성경내용과 목회자의 설교가 더러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았다.
그래서 10년간 성경을 읽고 느낀 점을 조목조목 적다 보니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게 됐고, 그렇게 모은 글이 책 한 권의 분량이 됐다. 나의 짧은 글을 읽고 그동안 의문을 품고 있는 성경의 많은 부분들에 대해 궁금증이 풀렸다고 종종 말한다. 그런 때 자긍심과 함께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경주국립박물관대학에서 3년째 수강 중이다.
경주박물관대학의 수강생으로 3년째 수업을 듣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두 시간씩 박물관에서 초청한 사회 명사들의 강의를 듣는다.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로부터 강의를 듣다보면 부족했던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기회가 돼 만족감이 매우 크다.
강의 내용을 살펴보면 인간들의 예술 활동은 물론 인류 역사의 흔적이 밴 갖가지 유적, 유물은 물론 별의별 것에서 하나의 멋진 스토리가 생경하게 전달돼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게 된다. 이런 점이 참 좋다.
학창시절에 대충 대충 배웠던 역사 수업을 관련 사진과 자료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빠져드는 강의가 너무 유익하다. 3년간의 수료 기간을 다 마치더라도 다시 입학해 10년은 더 다니고 싶다.

-전국의 100대 명산을 누비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해 2025년까지 100대 명산을 등반하겠다는 목표로 매주 마다 전국을 유랑 중이다. 100대 명산을 모두 완주해도 70세까지는 체력단련과 건강관리를 위해 꾸준히 등산할 계획이다. 10년간 등산을 하면 건강100세는 분명히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현재는 매월 3차례 정도는 기본적으로 6시간 동안 산을 탄다. 그리고 반드시 산의 정상에 도착한 후 하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등산은 멋진 경치를 조망케 하는 큰 선물을 준다. 또한 전신 근육운동에도 좋고, 뱃속 내장 속의 끼인 지방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등산을 향한 발길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다양한 활동에 만족하는가?
하루하루의 일상에 깊이 감사하다. 환자들 돌볼 수 있어서 행복하고, 건강한 마음과 육체로 이곳저곳을 누비며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어 감사하다. 깊은 산속에서 모든 것을 잊고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 역시 너무 좋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만큼 큰 행복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