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인 원장
(오동나무한의원)

지난달 12일부터 14일까지 호주 시드니에서 ‘13th Congress of the Pacific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 2023(PSRM)’이 개최됐고, 연이어 15일부터 18일까지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The 19th World Congress on Human Reproduction(IAHR)’이 열렸다.
난임과 생식의학 분야에 관한 새로운 트렌드와 최신 기술 등에 대해 토론하는 교류의 장이 되고 있는 환태평양생식의학회(Pacific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 PSRM)는 현재 미국생식의회(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 ASRM), 유럽생식의학회(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 ESHRE)와 함께 세계 3대 난임 및 생식의학회로 손꼽히면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국제인간생식의학회(International Academy of Human Reproduction, IAHR)는 1974년 설립돼 산과, 부인과, 불임 영역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주제에 대해 여러 다양한 의견들을 발표하는 최신 지견 공유의 장으로 생식의학 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학회다.
필자는 PSRM에 1편 그리고 IAHR에 2편의 poster를 제출해 채택됐는데, 특히 PSRM에 선정된 것은 한의사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터 주제는 ‘Effect on ovulation, fertilization, and pregnancy when treated with oriental medicine in a low-response group with ovarian dysfunction’으로 ‘조기난소부전(Premature Ovarian Failure, POF)’에 관련된 임상고찰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의치료 후 과배란유도 저반응군의 in vitro fertilization(IVF) 중 채취한 난자의 개수와 Anti-Mullerian hormone(AMH)의 변화량 그리고 임신율과의 연관성을 보고자 했다.
결론적으로 POF환자에게 있어서 한의학적 치료는 IVF시, 치료 후 AMH 수치가 올라간 환자의 Gonadotropin-releasing hormone(GnRH)에 대한 반응이 높았고(P-value<0.05), AMH의 상승 정도가 클수록 임신이 될 확률이 높았다(p-value<0.05). 또한 follicle stimulating hormone(FSH) 수치는 감소, 그리고 estradiol(E2) 수치는 증가했다. 특히 AMH와 1회 IVF시 채취한 난자의 개수 및 임신 여부에 관한 상관관계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고, 패널들의 여러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항노화 관련 지속적인 한의 연구 진행 ‘바람’
아시아 변방의 젊은 의학자가 ‘PCOS AND METABOLIC SYNDROME’에 대해 구두발표를 하고 있는데, 백발의 노인이 맨 앞자리에 앉아 메모를 하면서 경청하고 있었다. PPT화면이 잘보이지 않는 듯 여러번 안경을 고쳐 써가면서 말이다. 석학들의 세션이 끝나면 대부분은 자리를 뜨게 마련인데, 백발의 노인은 5분 가량의 구두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가장 먼저 손을 들어 질문까지 하는게 아닌가. 그 노인은 세계적인 석학인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산부인과 교수인 JOSEPH G. SCHENKER이었다. 노교수의 이런 모습들은 지금의 나와 대비되어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장안의 화제인 세이노의 가르침 中 ‘뭘 배우든지간에, 뭘 하던지간에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제대로 하여라’라는 구절이 뇌리를 강하게 때렸다.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열린 마인드와 저런 열정이 세계적인 권위와 존경을 가져오게한 원동력이 아닐까하고 잠시나마 생각해 본다.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200개국 중 최저 출산율 국가이다. 2022년 합계 출산율 0.78로 미국의 1.46, 우리보다 저출산&고령화에 먼저 진입한 일본의 1.37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일반적인 합계 출산율 2.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충격적인 세계 최저 출산율에 뉴욕타임스, BBC 등 외국 언론들도 앞다퉈 기사를 내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더불어 노산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세계 생식의학의 큰 흐름은 ‘FERTILITY PRESERVATION’ 즉, 생식력 보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Can We Slow Down the Ageing of the Oocyte?’ ‘Can We Treat the Ageing Oocyte to Improve Developmental Competence?’ ‘Optimal approach to fertility preservation in women with genetic and chromosomal conditions leading to rapid decline in ovarian reserve’ ‘Elective oocyte cryopreservation to help reduce the demographic deficit in modern societies’ PSRM&IAHR 컨퍼런스에서 ‘FERTILITY PRESERVATION’ 세션에서 다뤄진 내용들이다.
위와 같은 물음에 좌장들은 Ovarian Rejuvenation으로 줄기세포치료나 난자를 채취해 냉동시켜 추후에 임신을 도모하는 난자동결보존법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자가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난소 조직의 체외 활성화를 도모하는 SEGOVA 방법은 아직까지는 임상시험 단계이고 난자동결은 비용적인 부담이 적지 않고 절차 또한 까다롭다.
IIS 경로는 진화적으로 가장 잘 보존된 노화 조절 경로로 알려져 있는데, 한약재의 노화 방지 효과의 대부분이 IIS 경로와 관련돼 있음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한약재 또는 그 활성 성분은 다양한 신호 경로를 통해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를 조절함으로써 항노화 역할을 하는데, 더 나아가서 난소의 노화를 억제하는 한약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끝으로 자료 수집과 편집, 그리고 작성에 도움을 준 이영민·오한수·유성현·김범수·이태현·송승배 원장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한의학의 정수를 사사해 주신 광림 김기한 선생님에게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