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와의 전통의약 교류를 늘려 한의약 산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4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메디컬코리아2023 세미나6에서는 ‘한-중앙아 전통약재 산업 협력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국 및 중앙아시아 전문가들의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이날 세미나에는 백유상 한국한의약진흥원 기획협력실장, 거방구에바 메이사 무하마도브나 투르크메니스탄 국제교육센터장과 잠시드 미아라키모프 우즈베키스탄 전통의약센터장이 연사로 나섰으며, 채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승언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장, 김봉이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제영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사업단 책임연구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 중앙아시아는 전통약재 노다지…협력 늘려야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백유상 실장은 ‘한-중앙아 전통약재 산업발전을 위한 협력 사업 제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백 실장은 “그동안 여러 기초조사와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의 어떠한 약재들을 산업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초적인 초안을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협력할 수 있는 모델들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지를 차례로 방문했을 때 전통의학 및 의약이 발전해있는 걸 보면서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면서 “한국에 와서도 키르기스스탄 등 현지에서 미처 가지 못한 국가들의 대사관을 방문하면서 각국의 전통의학 및 약재의 현황을 들어왔고, 이를 통해 향후 중앙아시아에 진출한다면 전통의약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백 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재 중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건 감초다. 백 실장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양질의 감초를 가공하거나 생산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운을 떼며 “실제로 실험해본 결과 중국산에 비해 유효 성분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고 어떤 샘플은 오히려 중국산보다도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는 감초뿐 아니라 작약 등 한국에서 자주 쓰이는 10여 종의 약재들이 생산되고 있다. 이외에도 중앙아시아에는 한국에서는 잘 쓰이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약재들도 많다. 백 실장은 “아직 한국에서는 쓰이지 않지만 효과가 충분히 검증된 중앙아시아 허브류 약재들의 경우 추후 산업화하고 제품화하면 한의약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 실장은 “한국은 생산기술이나 한의약 교육 분야 등에서 선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서 “보건산업진흥원과 한의약진흥원이 이를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와 국내 기업의 연결다리 역할을 한다면 한의약을 발전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고, 중앙아시아 5개국과 상호 외교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 중앙아 전통의약 전문가들 “한국과의 협력 나설 것”
거방구에바 메이사 무하마도브나 투르크메니스탄 국제교육센터장
두 번째 연사로 나선 거방구에바 메이사 무하마도브나 투르크메니스탄 국제교육센터장은 투르크메니스탄의 전통의약을 이용한 다양한 재활센터들을 소개했다.
무하마도브나 센터장은 “투르크메니스탄은 광천수가 유명한데 이를 활용한 재활센터들이 많다”며 “베르젠기(Bezengi) 요양소가 대표적으로 광천수를 이용해 피로를 해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아르피만(Archman) 요양소도 3개월간 입원해 치료받는 수 있는 재활코스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광천수를 일정 온도로 유지해 진행하는 수중 마사지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무하마도브나 센터장은 “현재 투르크메니스탄은 새로운 재활센터를 기획하고 있는데 한국과의 협력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최근 부산대학교를 방문해서 한국의 전통의약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이를 통해서 새로운 재활센터에 한국 전통의학센터를 세우기 위한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잠시드 미아라키모프 우즈베키스탄 전통의약센터장은 우즈베키스탄 전통의료에 관한 규제 및 법적 기반에 대해 강연했다.
미아라키모프 센터장은 “현재 우즈베키스탄 대통령령에는 각 부처들이 전통의약 발전을 위해 시행하는 조치와 기한이 명시돼 있다”며 “대통령령 안에는 전통의학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방안과 전통의약 전문가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제언들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즈베키스탄 전통의학센터의 과제는 해외 전통의학 기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으로 그중에는 전통의약 가공, 교육 등이 포함돼 있어 한국과 교류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중앙아시아와 원활한 전통의약 교류 위해선 정부 지원 절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채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으로 나섰으며, 이승언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장·김봉이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제영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사업단 책임연구원이 각자 중앙아시아와의 협력 방법을 제시했다.
이승언 단장은 “각 국가의 토질과 기후조건에 따라 잘 자라는 약재들이 다르다”며 “한국의 경우 토질과 기후 조건이 인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 인삼이 유명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그 결과 해외에서도 면역력 증진 등을 위해 한국 인삼을 많이 사용하게 됐다”면서 “마찬가지로 중앙아시아의 조건에 특화된 효능 좋은 약재들을 발굴해서 산업화한다면 한의약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위해선 국가단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이 교수는 “코로나19가 종식돼가고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는 건강관리를 위해 전통의약에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김 교수는 “전통의약 재배를 비롯해 전통의약 교육 등 한국이 선진적인 기술을 통해 중앙아시아에 진출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면서 “특히 제도적인 부분들을 개선해서 국가 간 전통의약 기업들의 교류를 늘리고, 해외 연수 등 프로그램을 활성화한다면 진출 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영태 연구원은 “최근에 국정과제로써 바이오헬스·보건산업분야에 대한 투자,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가 부상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전통의약 분야에서 협력이 원활히 이뤄진다면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의 교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