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지형 국립재활원 한방재활의학과 과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국립재활원 한방재활의학과 손지형 과장으로부터 공직생활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함께 향후 한의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제언 등을 들어봤다. 손 과장은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침구과 전공의를 수료했다. 한의대 시절 보건학에 관심이 생겨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후 경희대에서 한약제제 건강보험 확대 관련 연구로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2017년에는 듀크대학교에서 방문학자 과정을 마쳤다.
Q. 공직으로 진로를 선택한 이유는?
“대학교 시절부터 보건학, 공공의료 등에 관심이 많았다. 질병으로 인해 평범한 가정의 사람들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질병에 걸렸을 때 사회시스템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한 선배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진학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의사가 되는 것보다 우선하여 보건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다. 한의사로서의 경력은 보건대학원 재학시절 연희동 캠퍼스 근처에 있었던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인턴·레지던트 수련을 하면서 이어갔었는데,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병원으로서 여러 가지 국가 보건의료 정책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국립병원에 근무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특히 그 당시 김용호 한방진료부장은 한의계의 건강보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했었는데, 당장이 아닌 10년 후 한의계의 미래를 걱정하며 정책을 구상하던 모습이 매우 인상 깊어 공직으로 진료를 선택하는데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Q. 국립재활원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5년 정도 한의원에서 임상의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병원인 국립재활원에서 한방재활의학과장을 선발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국가 보건의료정책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하게 됐다.”
Q. ‘10년 한방재활의학과 개설부터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개설 초기와 현재를 비교한다면?
“개설 초기에는 국립재활원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과 직원들이 한의학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떠한 부분에서 협진을 할 수 있는지, 또 한의과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몰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한의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처음으로 시행한 것이 협진 컨퍼런스와 세미나, 협진 연구였다.
개설 이후부터 코로나 직전까지 연 1회의 세미나를 진행해 현재까지 총 9회의 협진 세미나를 개최했고, 매년 7회의 컨퍼런스를 원내에서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10년간 재활의학과와 함께 △뇌졸중 어깨통증에 대한 협진 효과 연구 △척수손상 환자의 통증에 대한 협진 연구 △뇌졸중 상지 경직에 대한 침 효과 연구 등을 시행한 결과 원내 협진 프로토콜이 마련되는 등 서로 간의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한의와 양의 간의 이해를 토대로 원활한 협진을 시행하고 있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재활원을 방문하는 외래환자들은 대부분 장기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개설 초기 아기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10년간 매주 내원하고 있는 소아 환자다. 이 환자는 마비로 인한 경직이 매우 심하고, 척추측만도 심해 위와 장 기능까지 영향을 받는 상태인데 일주일에 한번 받는 침 치료가 경직 관리와 위·장 기능에 많이 도움이 된다며 매주 빠짐없이 내원하고 있다.
또한 한의치료를 받고 식욕을 되찾고 한약 복용 후 인지기능이 개선됐다고 좋아했던 환자나, 마비 후 신경인성 통증으로 다리 저림이 심했는데 한의치료 후 많이 좋아졌다고 고마워했던 환자 등이 기억에 남는다. 이러한 환자들의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도록 연구로 남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공공의료에서 한의약의 확대 방안은?
“한국 내 공공의료는 한 마디로 ‘필수의료’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한의학은 아직 필수적인 의료라기보다는 부가적인 의료라는 이미지가 많다. 하지만 양의치료의 한계를 보이는 곳이나 질병을 예방하는 건강 관리의 측면에서 한의학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국민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보건소에서의 예방사업의 경우 몇 가지 성공사례와 더불어 잘 안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공공병원에서의 한의치료 부분은 아직도 소외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진료 영역에 대한 한의학의 역할을 분명히 제시해 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나간다면 자연스레 공공의료 내에서 한의약의 역할이나 비중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Q. 공직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후학들에게 조언한다면?
“공직도 다양한 분야가 있고,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공직에 진출하게 되면 본인이 정책을 입안하는 자리에 있거나 혹은 이를 실행하는 자리에 있을 수도 있다. 막연하게 공직을 원한다기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하고, 그 일을 실현할 목적으로 공직에 진출한다면 더욱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의 계획은 국립재활원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활용해 한의치료가 장애인의 건강 관리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를 산출하고 싶다. 나아가 이를 토대로 장애인 한의치료 매뉴얼을 작성, 장애인의 한의치료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싶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한의학은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데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학문이지만, 한의학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같은 장점을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앞으로 한의계는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장점을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해 홍보하는 일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연구도 그 일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활동들도 결국에는 한의 공공의료 확대와 맞물려 있다고 생각하며, 저 역시 맡은 바 자리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