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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죄책감 갖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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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죄책감 갖지 마세요”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 ‘너는 최선을 다했다.’

김은혜 (1).jpg


김은혜 경희대학교 산단 연구원

(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임상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한의학 웰빙 & 웰다잉 8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경희대 산단 연구원의 글을 소개한다.


맞벌이 부부들이 종종 말하는 고민이 있다. 아이가 커가면서 당연히 한 번씩은 잔병치레를 겪고 크고 작은 사고들을 일으키기 마련임에도 혹시 그런 일들이 ‘우리가 일하느라 그 시간 동안 아이에게 신경 써주지 못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닐까’라는 죄책감이 든다는 것이다. 

 

육아에 있어 함께 하는 시간의 길이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사회에 많이 스며들었음에도 그러한 죄책감이 십분 이해는 된다. 

 

비단 육아뿐만 아니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좀 더 궁극적으로는 잘 살기 위해서 짊어져야만 하고, 또 동시에 포기해야하는 역할들은 여러 가지이다. 


“인생은 무겁고 무서운 선택의 연속”


사회는 부모로서의 책임감도, 회사의 일원으로서 전체의 발전을 도모해내는 직장인으로도, 효심이 지극한 자식이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도,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친절한 사람으로도, 한 사람에게 이러한 여러 가지의 역할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필요로 할 때가 많은 것 같다. 

한 사람을 평가할 때 육각형 이상으로 구성된 다양한 항목의 점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인 이 사회에서 감당해내야 할 부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우리는 그와 동시에 각 역할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순간을 종종 겪고 이때 선택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몇몇 역할을 차순위로 밀어냈다는 이유만으로 기저에 있던 죄책감이 더욱 가중되곤 한다. 

인생은 이렇듯 무겁고 무서운 선택의 연속인 것 같다. 그리고 특히 암 환자에게 인생의 선택이란, 그것이 죽음과도 연관이 있을 때가 많아 옆에서 지켜보는 나조차도 느껴지는 잔인하도록 무거운 무게를 가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담도암으로 투병하던 어르신이 있었다. 처음 나를 찾아왔을 때부터 항암치료가 중단된 상태로 6개월을 선고받고 오신 분이었다. 어느 날 응급실을 통해 예정보다 일찍 나를 찾으신 환자는 배를 부여잡고 떼굴떼굴 구르고 있었다. 

응급 처치만으로는 통증을 해결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입원해서 의과 교수님께 차근차근 보여드리자’고 권유해 드렸으나 무조건 ‘입원은 안 된다’라는 말만 반복해서 돌아와 몇 분간 실랑이가 오갔다. 

 

그러다 문득 옆에서 조용히 있는 아들을 쳐다보았더니 꾹 닫힌 입술과 다르게 얼굴은 끔찍이 일그러져 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인지하고 아들만 모시고 밖으로 나와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몇 달 전 아내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초등학생 자녀 둘을 환자인 할머니가 오롯이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사람은 본인밖에 없을뿐더러 아직 여러 면에서 정리가 안 되어서, 그리고 본인의 마음조차도 추스르지 못한 상황이라 할머니의 부재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덧붙였다.

 

“저도 지금 경황이 너무 없는데... 꼭 오늘 당장 입원하셔야 하는 걸까요? 최대한 빨리 자리 잡아서 어머니 다시 모시고 오면 안 될까요?”

 

김은혜 교수님2.jpg


“선택으로 인해 따라온 죄책감 못 벗어내”


아들은 ‘혼자 남은 아버지로서의 책임감’과 ‘하나뿐인 아들로서의 책임감’간에 갈등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남은 이로서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선택의 기로 앞에 있는 것이었다. 그 상황에서 의학적인 내용만 강요할 수 있는 의료인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던,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던 그 누구도 비판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염려 중 다행으로 환자가 응급실에서의 치료로 어느 정도 다시 걸어서 갈 수 있게 되었기에 임종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눈 뒤 댁으로 보내드렸다. 그러고서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앰뷸런스를 타고 실려 오셨고 며칠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반복하셨던 말씀은, ‘애들 엄마도 애들 보는 앞에서 쓰러져서 그렇게 갔는데 나도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 불쌍한 아이들의 상처를 후벼 판 것 같아 다시 얼굴 보여주러 돌아가고 싶다’였다.

 

사실만 보자면 이미 어르신의 임종은 6개월 전부터 예견되어 있었고, 남은 이로서 겪게 될 일들을 오롯이 혼자 버텨내어야 될 가장 측은한 사람은 아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나와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까지 선택으로 인해 따라온 죄책감을 벗어내지 못했다. ‘응급실에서의 일로 모친이 돌아가신 것이 아니다’라고도 말해보았지만 그의 마음에는 닿지 못했던 것 같다. 


일상에서는 크고 작은 선택 끊임없이 반복


일상에서는 크고 작은 선택이 끊임없이 반복되곤 한다. 그것이 자의이건 타의이건 선택으로 인해 책임감과 죄책감이 가중되는 기분을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내가 환자들의 보호자에게 종종 했던 말이 있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죄책감 갖지 마세요.”라고. 가끔 내가 내뱉음에도 도리어 나에게 위로의 말로 돌아왔던 것을 생각하면, 이 문장이 비단 투병하는 가족들에게만 다가가는 말은 아니지 싶다. 

 

우리가 모두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 ‘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응원과 위로를 담아 글을 마친다.

 



김은혜 연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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