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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원을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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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원을 다녀오다

장자의 사상이 내포된 소요헌(逍遙軒)의 의미를 깨달으며
자연의 은혜에 공감하고, 가을을 만끽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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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수 원장

대구시 이재수한의원


입동(立冬)이 지난 요즘, 각 가정은 김장 준비로 분주하고 대입 수험생을 둔 집안은 대입수학능력시험의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거리에는 낙엽들이 바람에 나뒹굴고 있어 확연히 초겨울의 문턱에 서있다.


희망나눔위원회 감성 충전 ‘가을 나들이’


얼마 전 대구광역시 수성구 희망나눔위원회 일원으로 군위 ’사유원(思惟園)‘으로 단합대회를 다녀왔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과 만산홍엽으로 둘러싸인 사유원은 아담하고 고즈넉한 풍경으로 나그네에게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사유원의 초입에 들어선 순간 솔숲으로 이루어진 ‘치허문(致虛門)’을 마주했다. 치허문은 극도의 비움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해설사는 우리나라에 ‘군사 군(軍)’이 들어간 지역은 이곳 군위군(軍威郡)과 군포시(軍鋪市) 2곳 밖에 없다면서 전쟁과 관련된 역사를 안고 있는 지역임을 상기시켰다.

 

“이곳 정원에는 6천여 평의 부지에 수령이 최소 300여 년 이상부터 최고 600여 년 된 모과나무가 108그루가 있어요”라고 천년을 가는 모과 정원이 되라는 의미에서 ‘풍설기천년(風雪幾千年)’이라면서 일명 모과원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는 또 “하루 수용 인원을 200명으로 제한한 것도 사유원의 본래 취지에 따른 것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을 이곳 군위에서 감상하는 것은 행운이며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풍설기천년 상단에 위치한 전망대인 팔공청향대(八公淸響臺), 새 둥지 전망대라는 소대(巢臺), 허공을 가른다는 뜻의 능허대(凌虛臺), 사색하는 연못인 사담(思潭), 그 측면에 새들의 수도원으로 조사(鳥寺)가 위치하고 있었다. 

 

또한 눈앞에는 물이 흐르는 망각의 바다와 붉은 피안의 세계가 공존하는 형식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나타내며 영생을 생각하는 곳인 명정(瞑庭) 등의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멀리 소백산을 바라보며 마음을 씻는 소백세심대(小百洗心臺), 공자가 살구나무 언덕에서 가르쳤다는 것에서 유래한 전망대인 행구단(杏丘壇), 전통 한국정원인 유원, 한국 전통 정자인 사야정(史野亭) 등으로 소담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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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풍광을 감상에 큰 위안


“자연스러운 게 더 좋은 데 인위적인 작가의 작품이 있어서 좀 아쉽다.”, “아니, 그래도 이렇게 좋은 곳을 볼 수 있으면 고맙지요.”, “비판만 하지 말고 좋은 쪽으로만 생각합시다.” 희망나눔 위원들의 생각이 저마다 달랐다. 

 

사유원의 아름다운 경관에 건축가의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선 것에 다소 의아해하는 눈치들이었지만 그래도 화창한 가을날에 자연스러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것에 큰 위안을 두는 듯했다. 한 사물을 두고 각자 보는 눈이나 생각에 따라 인식이 천차만별이듯 세상 이치도 그러할 것 같다.

 

“산이란 산을 많이 다녀 보아도 이제껏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경치를 간직한 산을 볼 수 없었다”면서 나에게 연신 감탄조를 뿜어내는 어느 동(洞) 위원장님의 온화한 미소가 떠오른다.

 

나도 그에게 “그렇다”라고 맞장구를 치며 자연의 풍광을 가슴에 담으며 감국이 만개한 오솔길을 여유롭게 걸었다.

 

자연의 깊은 은혜에 탄복할 무렵 내 가슴에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이라는 시가 들어왔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쓰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이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사유(思惟)의 사전적 의미는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 ‘철학 개념,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을 뜻한다. 사물을 생각하고 판단하며 추리하는 등의 일련의 사고 과정은 인간만의 전유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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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닉네임이 붙어 있는지 모른다. 사유원 내 숲길을 걸으며 많은 사유와 함께 장자의 사상이 내포된 소요헌(逍遙軒)의 의미를 깨달으며 자연의 은혜에 공감하고, 가을을 만끽한 하루였다.


※소요헌(逍遙軒): 장자의 소요유에서 이름을 가져왔으며. ‘우주와 하나 되어 편안하게 거닐다’라는 의미를 지녔다. 




이재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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