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뇌질환학회(회장 박성욱)는 지난 20일 강동경희대병원 별관 차후영홀에서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통합의학적 접근’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 퇴행성 뇌질환에 대해 한의학과 서양의학, 기초와 임상을 포괄해 통합의학적으로 접근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박성욱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초청해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통합의학적 접근 방법을 모색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통합뇌질환학회는 파킨슨병을 비롯한 다양한 뇌질환의 치료 및 관리를 담당할 통합의학적 치료전문가 양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학술대회에서는 △침과 한약의 파킨슨병 치료 기전: 장-뇌 축을 중심으로(김승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개인별 치매 발병의 감수성 차이(정용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신경조절술(박창규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한의치료의 뇌과학적 기전 연구(김형준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파킨슨병 관리에서 약침의 활용-통증과 자세이상을 중심으로(박성욱 회장) 등의 강의가 진행됐다.
파킨슨병, 장에서 시작된다는 이론 ‘주목’
이날 김승태 교수는 발표를 통해 “최근 서양의학에서는 파킨슨병의 발병이 뇌에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뇌-장 연결축 이론이 주목받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며 “이러한 개념들은 오래 전부터 파킨슨병을 대할 때 뇌뿐만 아니라 오장육부와의 관계성을 살피면서 진료해 왔던 한의학적 치료·관리법과 일맥상통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진행했던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소개한 김 교수는 “침과 한약은 염증 및 알파시누클레인의 축적을 억제함으로써 뇌 안의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운동증상 예방 및 개선에 효과적”이라며 “더불어 대장의 염증 및 밀착면접의 파괴를 억제함으로써 파킨슨병의 발병 및 변비 등과 같은 비운동성 증상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용 교수는 퇴행성 뇌질환도 다른 질병과 같이 원인과 증상, 진행 속도 등이 개인별로 다양하게 차이가 남에도 동일하게 평균적인 치료가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개인별로 치매에 걸리게 되는 위험도의 차이를 결정하는 뇌 인지 예비능과 유전적 다형성에 대해 진행한 최신 연구결과들을 공유했으며, 박창규 교수는 뇌심부 자극술과 같은 신경조절술과 감마나이프·초음파를 활용한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수술요법 등도 함께 소개했다.
침 치료 기전, 뇌과학적으로 ‘확인’
이와 함께 김형준 책임연구원은 발표를 통해 “한의치료가 분명 임상에서 많은 치료효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 아직까지 기전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신뢰에 대한 부분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하버드 의대와 공동연구를 진행한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한 침 치료 효과를 비롯해 만성요통에 대한 연구 등의 결과물들을 통해 침 치료의 기전을 뇌과학적으로 확인한 연구성과들에 대해 설명했다.
박성욱 회장은 파킨슨병의 다양한 증상 중 서양의학에 비해 한의학적 관리가 특히 강점을 가질 수 있는 ‘통증’과 ‘자세이상’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법 및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약침요법 등을 소개해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박 회장은 “통증과 자세이상은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인 ‘경직’과 연관이 있는 부분으로, 다양한 한의약적 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증상들”이라며 “더욱이 현재 서양의학적 치료는 △약효 소멸 현상 △약효 지연 현상 △이상운동증 등의 한계로 인해 서구에서도 보완대체의학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약은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은 물론 비운동 증상까지도 효율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운을 뗐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의 통증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오랜 유병기간과 높은 유병률로 인해 삶의 질의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만큼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관리가 돼야 할 부분”이라며 “더불어 자세이상의 경우에는 외견상의 문제뿐 아니라 통증·호흡곤란 및 삼킴장애 유발, 낙상 등과 연계되어 환자들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증상”이라고 말했다.
아시혈 치료, 통증 및 자세이상 개선에 ‘효과’
이어 박 회장은 임상에서 통증과 자세이상 관리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약침요법에 대해 자신의 임상경험 소개와 더불어 노하우도 공개했다.
박 회장은 “약침요법은 경혈이나 체표의 특정 반응점에 조제된 약침액을 주입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침의 물리적인 자극에 화학적인 자극인 약침액의 약리작용이 동시에 작용하게 해 경혈에 대한 치료효과를 강화하고, 그 효과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치료방법”이라며 “약침요법을 시행하기 전에는 우선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데 통증과 자세이상의 관리를 위해서는 ‘아시혈’을 치료대상으로 하여 적절한 약침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혈은 △눌렀을 때 통증을 호소하는 압통점이 있다 △압통과 함께 조직이 뭉쳐져 있는 경결을 확인할 수 있다 △정해진 자리가 없는 유동적 혈자리 △같은 환자라도 치료시마다 압통과 경결을 확인한 후 시행해야 한다 △통증이 있는 곳 주변, 경혈 주변, 관절 주변에 주로 생긴다 △근육이나 근막 조직 내에 단단하게 굳은 경결점으로 존재한다 △대부분의 경우 아시혈에 영향을 받는 주변 근육들 또한 긴장도가 증가돼 있다 등과 같은 아시혈에 대한 특징을 소개하는 한편 아시혈에 약침치료를 시행하면 아시혈의 경결이 해소되면서 주변 근육의 과도한 긴장이 함께 개선되는데, 이 과정에서 ‘경직’이 감소되고 통증과 자세이상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박 회장은 “파킨슨병에 대한 완전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치료의 최우선 목표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며 “한의약적 치료는 파킨슨병 환자의 경직과 서동증, 자세이상 같은 운동 증상은 물론 통증, 우울증, 불안, 수면장애 등과 같은 비운동 증상에 대해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한 만큼 향후 한의약이 보다 큰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