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찬영 논산시 벌곡보건지소 한의과 공중보건의
논산시가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 중에 지난 5월11일부터 코로나19 재택치료자 및 피로감, 호흡곤란, 집중력 저하 등의 코로나19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한의진료를 실시한 후 증세 호전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가 주목을 끌었다.
이에 따르면 10월14일까지 총 624명이 비대면 한의 진료를 받았으며, 이들 중 93%가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됐으며, 97%가 한의 진료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의 이면에는 올해부터 논산시 벌곡보건지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찬영 한의과 공중보건의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논산시에서 코로나19 급성기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한 처음에는 한의과 공중보건의 4명이 100명까지 진료했고, 이후로는 2명이 진료 중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급성기 환자 409명을 직접 진료한 김찬영 한의과 공중보건의로부터 그간의 활동 사항을 들어봤다.
Q. 코로나 환자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증상으로는 기침, 가래, 인후통이 일반적이었고, 이에 더해 피로와 식욕부진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았다. 특히 피로 증상은 호소 정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다만, 이번 사업은 대상자의 전화로 참여가 시작되기 때문에 피로, 식욕부진 증상을 가진 환자가 한의치료에 더 높은 관심을 보임에 따른 표본편향 가능성도 존재할 수 있다.
10월19일 기준으로 사업 참여 대상자 중 남자는 216명(34%), 여자는 415명(66%)이었고, 연령대는 10세 이하 소아부터 90세 이상 노인까지 다양한데 40~60대가 가장 많았다. 유병일수에 따른 환자 수는 확진일부터 접수일까지 1주 이내가 200명(32%), 1~2주 이내가 283명(45%), 2~3주 이내가 145명(23%) 등이었다.
Q.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는가?
전화를 이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료하고 한약을 처방하고 있다. 먼저 코로나19 비대면 한의진료 홍보를 접하신 환자분이 사업팀으로 연락을 하면, 담당자가 확진일 기준 3주 이내 유증상자인지 확인 후 접수한다. 이후 한의과 공중보건의가 환자에게 연락해 비대면으로 진료하고 처방을 내면 탕약 5일분(15팩)과 보험한약 5일분(회당 2포씩 총 30포) 및 복약설명서를 첨부하여 퀵이나 택배로 환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Q. 다빈도 한약 처방을 꼽는다면?
탕약은 형방패독산(164명), 삼소음(156명), 쌍패탕(148명), 청상보하탕(146명) 가감방 중 환자에 따라 최적의 처방을 선택했으며, 보험용 한약은 보중익기탕(205명), 반하사심탕(79명), 연교패독산(77명), 팔물탕(47명), 형개연교탕(45명), 삼소음(42명), 갈근해기탕(33명), 소청룡탕(23명) 순으로 많이 사용했다.
이외에도 구미강활탕, 반하백출천마탕, 가미소요산, 소시호탕, 갈근탕, 반하후박탕, 불환금정기산 등 다양한 보험용 한약을 처방했다. 개별 탕제 가감이 어렵다보니 보험용 한약은 탕약으로 미진한 부분이나 추가 관리가 필요한 증상에 대해 보조적으로 사용했다.
Q. 감염병 증상에 대한 한의치료 효과는?
치료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전반적인 코로나19 관련 증상 호전도’와 관련해 ‘매우 호전’ 29%, ‘호전’ 62.4%로 90% 이상의 환자 분들이 호전됐다고 답변했다.
또한 기침, 인후통 등 8가지 증상에 대한 치료 전후 10점 NRS(Numeric Rating Scale)도 평가했다. 응답에 참여한 277명 환자들의 증상 호전도는 기침(4.72±2.31→2.13±2.12), 가래(4.84±2.40→2.07±2.02), 인후통(3.42±2.61→1.25±1.85), 피로(권태감)(6.19±2.44→2.46±2.16), 가슴답답(3.37±2.74→1.25±1.91), 식욕부진(4.03±2.95→1.34±1.89), 오심(2.27±2.42→0.80±1.52), 설사(1.43±2.23→0.75±1.56) 등으로 나타났다. 결국 모든 증상에서 주관적 호소 정도가 감소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사업에 대조군을 설정할 수 없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한의 치료가 안전하게 경증, 중등도 환자의 중증 진행 위험을 줄이고 관련 증상 완화, 입원기간 단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피로, 식욕부진에 대해서는 의과도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기에 한의 치료가 매우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감염병 급성기에 발열, 기침, 가래, 인후통, 콧물, 근육통, 위장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동시에 발생하면 의과에서는 해열제, 진해거담제, 진통제, 항히스타민제, 항생제, 위장약 등 다약제 복용(polypharmacy)이 불가피한데, 한의는 한 처방만으로 적용될 수 있는 증상의 범위가 넓다보니 환자 관리에서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본다.

Q. 한의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반응은?
한의치료를 받고 설문조사에 응답한 환자 369명의 답변을 종합해보면 한의 진료와 한약 지원 정책에 대한 감사 의견이 매우 많았으며, 한약 5일분이 부족하니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거나 본인부담으로라도 추가 처방을 받고 싶다는 의견도 많았다. 또한 사업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대면 진료를 원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Q. 감염병 관리 정책에 있어 한의치료가 외면 받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한의사의 검사 및 진료가 인정되지 않는 상황이 대단히 안타깝다. 한의학의 발전은 전염병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의사는 상한과 온병을 비롯한 감염질환 치료의 전문가다. 생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전 세계 리포트를 실시간으로 습득하고, 또 공유할 수 있다.
특히 감염병 신고 의무를 지는 의료인임에도 국가적 의료시스템의 혼란까지 빚은 재난 상황에 한의사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도리어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 납득하기 어렵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발생 시에는 직역 간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 건강만을 위해 한의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논산시 보건소>
Q. 취미 생활 또는 삶의 소소한 행복은?
15개월 아들을 둔 아빠로서 육아 활동이 휴일의 여유를 누리는 취미다. 쑥쑥 자라는 아이를 보는 것 자체가 삶의 낙이자 행복이다. 또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고 있다. 수련의 시절엔 종일 계단을 오르내리니 운동의 필요성을 몰랐는데, 보건지소에서는 온종일 자리에만 앉아 근무하다 보니 점차 체력이 달리는 것 같아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Q.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가?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지금 잘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어색하고 불편한 것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다. 가족과 환자에게, 지역과 사회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